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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테마 ‘blue and green’에는 산과 바다는 물론 메마른 도심 속에서 찾아낸 자연을 담은 사진들이 실렸다. 수묵화 느낌이 드는 사진들(夢遊), 녹음이 가득한 한강변에서 때론 홀로 때론 둘이서 있는 우리를 찾아낸 사진들(닭 황), 그리고 오래되고 어두운 고층 아파트 사이에서 혼자 녹색을 빛내는 화분(JAMIROQUAI) 등 자연을 담은 다양한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두 번째 테마 ‘a day in life’는 현대인의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어린 시절 자라나던 동네의 시골장터나 마을길을 장난감 모델처럼 되돌려 포근하게 돌아보기도 하며(상상예찬), 늘상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 카메라로 특별한 분위기의 연작사진을 만들어냈다(KenJiTM). 낯선 일상이 낯익게도 보이고, 낯익었던 일상의 한 구석이 낯설게 다가오는 순간을 카메라는 빠짐없이 포착해낸다. ‘on the road’에서 작가들은 오랫동안 습관처럼 익숙하던 곳을 훌쩍 떠나 다른 세계를 만난다. 거진항, 사천항, [가을동화]의 배경으로 나왔다는 속초 아바이마을에서부터, 파리의 카페 골목이나 스페인 그라나다의 시골길, 카디즈의 이발소 안까지 들여다본다. 로마, 베네치아, 샤프샤우앙, 론다, 바라나시, 아비뇽, 프로방스, 지낭…… 등 저마다의 판타지와 음울함을 간직한 다른 세계, 다른 풍경 속에도 우리네 풍경과 표정들이 있음을 발견한다. 카메라의 시선은 우리의 눈보다도 적극적이다. ‘about a persona’는 사람, 동물, 사물의 목소리와 숨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강렬한 인물사진뿐 아니라 한 편의 동화를 이야기하는 듯한 고양이들, 낡고 더러운 코카콜라 의자, 수북이 쌓인 연탄재, 버려진 화분 등도 저마다 캐릭터를 표출하고 있다. 딸아이가 쓰던 물건이나 놀다 간 자리 등을 찍은 사진(깨공장)이나 소박한 사물들을 모아 연작으로 꾸민 사진(이로)도 눈여겨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untold stories’에서는 가슴속 깊이 담아두었던 이야기나(narrative) 생각을(concept) 사진으로 풀어놓았다. 주제의 성격상 추상적인 생각이나 기억을 이미지로 표현한 사진들이 많다. 라조르박은 파란대문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던 어릴적 꿈을 표현한 대문 연작사진과, 이발소 추억을 형상화한 연작사진을 실었고, soma와 Alice 20 등은 소품을 이용해 실험적이고 도발적인 방식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현했다. 이 책은 기존의 일반적인 사진 장르 구분에서 오는 선입견을 최소화하고자 사진들을 일반 사진인들의 촬영 습관이나 주제별로 다시 분류하여, 다소 익숙하지는 않지만 감각적인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영어 그대로 blue and green / a day in life / on the road / about a persona / untold stories. 이렇게 5가지 테마로 나누고 각각의 테마에 9~11명의 작가를 배치했다. 다양한 형식과 과감한 표현력을 지닌 개성 넘치는 사진들을 보는 즐거움만큼이나 각 작품들 말미에 실린 글을 읽는 묘미도 크다. 이는 작가와 사진작품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깊이 있는 이해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글을 쓴 이철승은 작가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며 사진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세심히 들은 후 특유의 맛깔스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사진을 보고 읽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때로는 시의 형식으로, 긴 산문으로, 또 경우에 따라서는 두세 개의 단어만으로도 사진이 표현하려는 것을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하지만 그는 이 책에 실린 어떤 글도 사진 감상의 절대적인 기준이나 모델은 아님을 분명히 밝히며, 독자들 제각각의 시선 속에서 더욱 다양한 ‘셀 수 없는 이야기’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