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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貞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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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떠날 때는 매번 그랬다. 꼭 닫힌 분합문의 틈서리로 비비대며 안타깝게 아우성치는 바람 소리를 들을 때, 빨래를 하다가 문득 깨끗이 닦인 유리창에 담긴 시리도록 차갑고 새파란 하늘을 가슴속에 한 줄기 청량한 바람이 지나가듯 서늘한 느낌으로 오래 바라보다가, 어린 승일이를 어머니에게 맡기고 시장에라도 가는 시늉으로 집을 나설 때 은수 자신 고작 한나절의 외출 이상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적어도 세중의 퇴근 시간까지는, 저녁을 지어야 할 시간가지는 돌아오리라. 어느 모진 손길이 아이와 남편, 고양이처럼 길든 집에서 떼어낼 수 있으랴.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무심히 나선 걸음이 집에서 멀어질수록 마치 한없이 풀리는 연줄처럼, 바닥모를 깊이로 소리없이 떨어져내리는 추처럼 점차 무게 없이 가볍게 등을 밀어내는 것이었다.
아이와 남편, 자잘한 일상 생활로 이어지는 현실이 뿌리 없이 부랑하는 삶으로 불투명하게 흐려지며, 현재의 삶을 환상으로 밀어낸 자리에 대신 가슴 밑바닥에 단단히 매몰된 기억의 촉수가 살며시 고개를 들곤 했다. 때문에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들이 자신이 가고있는 곳도 모르면서 제 걸음에 취해 한 발짝씩 옮겨놓는 것처럼 뭔가 잊어버린 것과 만날 것 같은 기대와 안타까움으로 낯선 거리 낯선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녔던 것이다. 그러다가 누추한 여관방에서 잠을 깬 밤 문득 자신의 행적에 놀라 부끄러움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한없이 풀어올린 연줄을 감듯 떠났던 길을 되짚어 황황히 돌아오곤 했다. --- p.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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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그 여자는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햇빛을 쬐러 가자, 방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맞대고 전자놀이판의 자동차 경주 게임을 하고 있던 두 사내아이는 뜻밖의 제의에 의아한 눈빛으로 그 여자를 올려다보았다. 엄마는, 바람이 분다고 감기를 걱정하며 방금 자신들을 밖으로부터 불러들였던 것을 잊은 것일까, 더우기 지금은 해가 설핏 기울기 시작하는, 결코 해바라기에 적당한 시간이 아닌 것이다.
베란다로 나가는 마루의 카다란 창은 광장이라 불리는 그리 널리 않은 공터를 향해 나 있어 일조(日照)의 차단물은 없었지만 동향인탓에, 아침곁에만 잠깐 드는 햇빛이 물러간 지 오래여서 집안은 젖은 듯 고즈넉했다. 겨울이 오기 전 햇빛을 많이 쬐어 두어야만 해, 겨울은 어둡고 길단다. 여느 때처럼 잠깐의 외출일 뿐이라는 것을, 또한 엄마와 함께 가는 길이 결코 대단한 모험일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은 순순히 일어나 그녀가 시키는 대로 점퍼 깃을 여미고 양말을 당겨 신었다. --- p.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