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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2월의 열쇠
2.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 3. 악마차 4.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5. 괴물과 처녀 6. 이 죽음의 산에서 7. 수집열 8. 완만한 대왕들 9. 폭풍의 이 순간 10. 특별 전시품 11. 성스러운 광기 12. 코리다 13. 사랑은 허수 14. 화이올리를 사랑한 남자 15. 루시퍼 16. 프로스트와 베타 17. 캐멀롯의 마지막 수호자 해설 주요 저작 목록 |
Roger Joseph Zelazny,본명 : 로저 조셉 크리스토퍼 젤라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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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빨간 머리를 한 인형 같은 소녀가, 화성의 하늘을 연상시키는, 사리sari처럼 속이 비치는 옷을 입은 채 의아하다는 듯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높은 깃대 끝에 달린 오색 깃발을 바라보는 어린애처럼... 그녀는 답레하기 전에 고개를 숙였다. 내 신분은 상승한 듯했다.
"춤을 추겠습니다." 하얀, 정말로 하얀 카메오 - 그녀의 얼굴 - 속의 빨간 상처 같은 입술이 움직이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눈, 꿈과 그녀가 입은 옷과 같은 색깔을 한 두 눈이, 내 얼굴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녀는 눈에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좌우로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조금, 그런 다음 왼쪽으로 조금. 그녀의 손가락이 꽃잎처럼 펼쳐졌다. 두 눈이 감겨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초점이 안 맞아 있었고, 나와 벽을 그대로 꿰뚫고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몸의 흔들림은 이제 더 커졌고, 박자와 융합했다. <바람은 이제 사막에서부터 불어와 제방으로 몰려오는 파도처럼 티렐리안 산맥을 엄습한다>. 그녀의 손가락이 꿈틀거리자, 그 하나하나가 돌풍이 되었다. 양팔은 진자처럼 천천히 움직였고, 밑으로 내려가더니, 다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제 폭풍이 오고 있다>. 그녀는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기 시작했고, 회전하는 몸을 따라 손도 움직였다. 이때가 되서야 어깨가 숫자 8을 그리듯이 비틀리기 시작했다. 바람, 아아 바람이여. 거칠고, 불가사의한! 오오 생 존 페르스의 뮤즈여! 회오리바람은 그녀의 두 눈, 여전히 고요한 그 중심 주위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다. 그녀의 고개는 뒤로 젖혀져 있었지만, 붓다만큼이나 수동적인 그녀의 응시와 불변의 하늘 사이를 가로막는 천장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아마 인적 없는 청록색의 본질적인 열반 안에서 그들의 옅은 잠을 방해하는 것은 두 개의 달뿐이리라. 몇년 전 나는 인도에서 거리의 무희 데바다시들의 춤을 본 적이 있다. 다채로운 오색 거미줄을 치며, 수컷 곤충을 유인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브락사는 그 이상이었다. 그녀는 라마자니, 비슈누의 화신이자 인간에게 춤을 내려 준 라마를 열렬히 숭배하는 그 성스러운 무희의 한 사람이었다. 째깍거리는 소리는 이제 단조롭고 일정한 박자를 따르고 있었다. 현이 내는 흐느끼는 듯한 소리는 바람에 의해 열을 빼앗긴 따가운 햇살을 생각나게 했다. 그 푸른 모습은 사라스바티였고, 마리아였고, 로라라는 이름의 소녀였다. 어딘가에서 시타르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눈앞의 조상이 살아나는 것을 보았으며, 성스러운 영감을 들이마셨다. 또다시 나는 해시시에 탐니하는 랭보였고, 아편에 취한 보들레르였고, 포, 드 퀸시, 와일드, 말라르메, 알레이스터 크롤리였다. --- pp 137~1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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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젤라즈니가 남긴 50여 편의 작품들 중에서도 중단편집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는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오리지널 중단편집에는 들어 있지 않은 [캐멀롯의 마지막 수호자](1979)를 제외하면, 본서는 모두 1960년대에 발표된 초기의 주옥같은 중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고독한 남자와 금성의 바다에 서식하는 거대한 어룡(魚龍) 사이의 사투를 젊고 시적인 문체로 묘사한 네뷸러 상 수상작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 신화 SF의 걸작 『12월의 열쇠』, 화성의 무희와 지구에서 온 서정 시인의 사랑을 릴케의 선율에 담아 노래한 표제작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노스탤지어와 존재의 고통에 가득 찬 『폭풍의 이 순간』, 성배 전설을 중심으로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캐멀롯의 마지막 수호자』 등, 포스트 뉴웨이브의 거장 젤라즈니의 화려한 문학적 재능이 집약된 주옥과도 같은 중단편집이다. .30여 년에 걸친 그의 작가 인생에서도 가장 생동감 넘치고, 창조적이었던 시기에 씌어진 작품들은, 장편만으로는 그 전모를 파악하기 힘들었던 <중단편작가> 젤라즈니의 진면목을 보여준다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원저의 미국판은 제목이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이지만, 한국어판의 제목은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로 했다. 영국판과 일본어판도 그렇게 하고 있다. 말미에 옮긴이의 160매가 넘는 해설이 덧붙여져 젤라즈니의 작품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