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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H. 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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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겪고 모든 곳에서 악마를 보는 사람들과, 한 번도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서 전혀 악마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로 나뉜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공포에는 한계가 있다거나 뼛속까지 파고들 정도의 두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의 편안한 생각을 다시는 할 수 없다는 점이다.
--- 본문 중에서 그는 죽은 누나가 비틀거리며 마루 위를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피투성이에 기진맥진한 채 케슬러의 명령에 따라 춤추는 그녀의 몸은 놈의 지저분한 신발이 바닥을 두드릴 때마다 이리저리 움직였다. --- 본문 중에서 올라선 의자가 흔들거렸지만, 그렇다고 밧줄을 쇠기둥에 묶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올가미가 마치 스카프처럼 목을 간질였다. 그는 이제 준비를 마쳤다. 케슬러가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뛰어내려!" 그는 지시에 따르려고 몸을 긴장시켰다. 그러다 갑자기 안개 속을 헤치고 나오듯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어느 쪽을 보고 시작하지. 벽? 현관문? 테라스? 협소한 그의 세상에서조차 선택할 일은 너무 많았다. 웃음이 터져나왔다. 격렬하고도 아픈 웃음이었다. 자기혐오로 가득 찬 그런 웃음이었다. 마지막 순간, 발로 밟고 있던 의자를 걷어차며 그는 자신의 웃음이 비명으로 바뀌는 소리를 들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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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폴 그레이브스는 소설가로 뉴욕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는 단 한 가지의 연작소설만을 쓰고 있으며, 거기에는 악마와 같은 살인마 케슬러와 그의 조수 사이크스 그리고 그들을 쫓는 형사 슬로백이 언제나 등장한다. 케슬러는 그레이브스가 실제로 알고 있는 인물로, 어릴 적 시골농장에 침입해 부모 없이 그와 단둘이 살던 누나를 잔인하게 고문하여 살해한 인물이다. 아직도 그 범인은 잡히지 않았으며 어린 나이에 너무나 큰 고통을 겪어야 했던 그레이브스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슬로백과 동행하며 오늘도 케슬러를 쫓고 있다. 소설이 끝나면 자신의 생도 마감하려 준비하고 있는 그는 이미 올가미를 서랍 속에 넣어두고 있다.
소설의 결말을 두고 고심하던 어느 날, 그는 리버우드에 위치한 대저택의 주인 앨리슨 데이비스의 초대를 받는다. 그녀는 그에게 당혹스런 제의를 하는데, 어릴 적 자신과 함께 그곳에 살았던 친구 페이예가 살해된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것이다. 이미 경찰도 포기한 50년 전의 살인사건을 의뢰한 이유는 사건의 실상을 알지 못해 괴로워하는 페이예의 어머니가 죽음을 앞두고 있기 때문. 사건의 진실보다는 그럴 듯한 상상력이 필요하기에 소설가인 자신을 택했다는 앨리슨의 말에 고심하던 그레이브스는 결국 누이를 지키지 못해 오랜 시간 고통에 시달렸던 자신의 감정에 이끌려 이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는 미스터리 소설 창작 기법을 이용해 사건을 하나씩 추적해간다. 당시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형사 포트먼의 수사기록을 꼼꼼히 살펴가던 그는 모든 정황을 분석하고 추적하는 동안 소설가로서 수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그것은 모두 끔찍하고 고통스런 장면들로 자신의 과거와 겹쳐 그를 더욱 힘들게 한다. 결국 소녀의 죽음에서 아무도 알지 못했던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그레이브스. 그는 리버우드의 사람들이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을 진실을 숨긴 채 그곳을 떠난다. 이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그는 소설의 결말을 집필하고 생을 마감할 준비를 한다. 하지만 목에 올가미를 걸고, 딛고 있는 의자를 차버린 순간, 소설은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레이브스가 집필하던 연작소설도 끝나지 않으며, ‘밤의 기억들’도 아직 끝나지 않는다. 고통스런 그의 기억 속에 도사린 충격적인 사실은 다시 모든 것의 시작을 의미하게 된다. 과연 그날 밤 소년 그레이브스는 무슨 일을 겪었던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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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밤처럼 다가와
당신의 고통에 올가미를 드리운다! 진실에 한 걸음씩 다가갈 때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하는 순간이 조금씩 앞당겨진다면 어떤 기분일까? 뭘 보고 들어도 지난날 가장 괴로웠던 광경이 나타나고 끔찍했던 목소리가 들린다면? 스스로 죽는 것 말고는 괴로움과 눈앞을 채우는 환영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면? 게다가 세상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커녕 알고 지내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면? 과거에 겪은 일로 괴로워하며 전혀 알지 못했던 소녀의 죽음까지 밝혀내야 하는 주인공을 따라 함께 추리를 하던 독자들은 지나치게 힘들어하는 그를 보며 묘한 스릴을 맛보게 될 것이다. 과연 그의 누나가 죽던 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얼마나 끔찍한 광경을 보았기에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는 못 견딜 정도로 괴로워하는 것일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세 가지이다. 하나는 과거에 겪은 악몽을 마음속에 품고 늘 환상을 보며 살아가는 폴 그레이브스가 서랍 속에 자살 도구를 준비해둔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 또 하나는 50년 전에 숲 속으로 들어갔다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한 소녀에게 벌어진 일. 그리고 세 번째는 소설가인 주인공이 자신의 어릴 적 끔찍한 경험을 토대로 창조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연작소설 속 이야기이다. 현실, 50년 전에 벌어진 사건, 과거의 악몽 그리고 머릿속에 그려지는 작품의 이야기가 시도 때도 없이 환영으로 뒤섞이며 주인공의 눈앞에 나타난다. 정도는 다르지만 이 세 가지 이야기는 막바지에 이르러 각자 반전을 일으키며 결말을 맺는다. 그리고 이 결말들은 하나의 메시지가 되어 독자를 추궁한다. ‘가장 끔찍한 상황에서도 인간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