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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출간하며
소년은 늙지 않는다 어린이 앞에 무릎 꿇은 최재천 국립생태원장 고은 시인과 소주 스스로 늑대가 된 사나이, 다큐사진가 권철 반백 년 간송에서의 삶, 최완수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 박운서 전 차관, 십 년 전의 약속 장사익의 ‘기맥힌’ 인연 만화가 윤태호의 未生 시절 그들의 언어 강수진 예술감독의 등 근육 대머리를 포기하고 스스로 빡빡머리가 된 사진작가 윤광준 배우 김혜자 미친 꿈꾸던 양떼 목장 전영대 컬처디자이너 강주혜의 아름답거나 미친 긍정 소설가 김훈의 뒷모습 무산 조오현 스님의 기념사진 사진전의 삼대 구성 요소 중 하나, 곽명우 작가 행복의 정의 미친 뇌 과학자 김대식 셰프 이연복과 불 스튜디오에서 머리 깎은,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 대표 ‘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 김정운의 격한 외로움 화가 석창우의 새 삶 묘덕 스님 아홉 번 덖음차의 비밀 윤구병의 생계형 웃음 할머니 수녀 이해인 12월의 시 천생 배우 김자옥 최동원의 갈매기 주름 들국화로 必來 신영복 선생과의 인연 사진바라기 김영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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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멋있게 찍고자 하는 고민과 그럴듯한 장소를 찾는 시간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습니다. 그래야만 독자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개 그들의 이야기 속에 답이 있었습니다. 어느덧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마감을 할 때는 언제나처럼 세 가지 관점이 고민되었습니다. 그나마 무턱대고 대상의 관점으로만 사진을 선택하는 일은 드물어졌습니다. 그들의 메시지가 주는 울림이 더 컸던 까닭입니다.
---「머리말」중에서 2016년 7월 인터넷을 훑다가 한 장의 사진 앞에 얼어붙었다. 시상식 장면이었다. 상을 주는 어른이 무릎을 꿇고 어린이와 마주하고 있었다. 상을 받는 어린이는 배시시 웃고 있었다.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한 사진이었다. 사진에서 떠날 수 없었다. 사연이 궁금했다. 무릎을 꿇은 어른은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었다. 그래서 최 원장과 통화를 했다. 겸연쩍은 듯 그가 들려준 사연은 이랬다. “그게 얼떨결에 그렇게 된 겁니다. 6월 15일, 우리 들꽃 포토 에세이 공모전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수상자 대부분이 중고등학생이었습니다. 요즘 학생들 유난히 키가 크잖아요. 게 중에 아주 작은 초등학교 1학년이 껴 있었습니다. 언니와 함께 장려상을 받게 되었는데 언니가 등을 떠밀었어요. 혼자 올라온 그 아이는 주눅 든 듯 쭈뼜쭈뼛했습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 아이가 흠칫했습니다. ‘겁나서 그렇니?’ 하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끄덕하고는 배시시 웃더라고요.” ---「어린이 앞에 무릎 꿇은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중에서 성북동 간송미술관에 갈 때는 언제나 설렌다. 그곳에서 겸재謙齋, 단원檀園, 혜원蕙園을 만났던 울림이 각인되어 있는 탓이다. 오고 가다 그곳을 지나칠 때는 한 사람의 형형한 눈빛이 스친다. 최완수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의 눈빛이다. 오래전 카메라로 전해져 오던 그 눈빛, 여태도 떠오른다. ‘간송을 못 지키면 우리의 문화적 자존심을 포기하는 일’이라고 말하며 보여 주던 그 눈빛이다. 그 눈빛으로 평생 그가 바라본 것, 그것은 우리에게 삶의 선물이었다. 해마다 봄가을 선보였던 간송미술관의 전시는 그의 눈에서 비롯되었다. 그 덕에 우리는 겸재, 단원, 혜원을 만나는 안복眼福을 누렸다. ---「반백 년 간송에서의 삶, 최완수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중에서 담배에 찌든 누런 이와 핏발 선 눈자위가 외려 하얗다고 느껴질 정도로 까만 그 남자, 사진이나 보고 이야기하라는 듯 실실 웃기만 했다. 혀를 차며 못 이기는 척 이끌려 교실로 들어섰다. 정식 오픈 전이지만 사진은 이미 벽에 걸려 있었다. 어둑한 회색 벽, 침침한 조명을 받은 사진들을 본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검게 탄 남자, 돌무더기, 곰팡이와 시멘트 냄새는 순간 사라지고 사진만 보였다. 그 남자가 왜 이토록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갤러리를 만들고자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거기에는 그냥 사진이 아니라 ‘삽시간의 황홀’이 있었다. 먹장구름을 비집고 내려온 한 줄기 햇살이, 바람에 뉘인 들꽃이, 폭풍우에 휘도는 억새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마치 사진이 스스로 살아서 그 순간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더 이상 미쳤냐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 남자가 바라본 것은 굳어 가는 몸이 아니었다. 그의 이름을 건 갤러리, ‘두모악’이라는 희망을 바라본 것이다. ---「사진바라기 김영갑」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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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담긴 눈빛, 삶이 담긴 주름 하나,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담은 한 장의 흑백사진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들며 치켜 올라간 눈썹, 날카롭지만 힘이 있는 눈빛, 금방이라도 소리를 터트릴 것 같은 입과 짧게 자른 머리의 한 남자. 이 한 장의 흑백사진은 독자들에게 사진의 주인공을 상상하게 만든다. 수많은 이야기가 그의 눈빛 안에 담겨 있고 지금까지 걸어온 삶의 궤적이 그의 표정 안에 담겨 있다. 저자는 거칠지만 솔직하게, 직접적이지만 순수하게 인물 그대로를 오롯이 한 장의 흑백사진 안에 담았다. 흑백사진이 주는 강렬한 대비는 주름 하나까지도 섬세하게 표현하고 눈빛은 깊이를 더하고 인물들은 그 안에서 다채로운 삶을 표현한다. 카메라 하나를 들고 위험한 가부키초를 찍고 다닌 권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의 일순간 늑대와 같은 표정에서는 그의 끈질긴 집념이 엿보이고 윤구병 보리출판사 대표이사의 생계형 웃음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천진난만한 행복이 느껴진다. 강수진 예술감독의 등 근육에는 그녀가 지켜온 발레에 대한 올곧은 열정이, 배우 김혜자의 눈물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나고 바람을 느끼는 사진작가 김영갑의 표정에서는 사진과 삶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사람의 이야기는 주름 하나에, 한순간의 표정에, 강렬한 눈빛에 담겨 사진을 넘어 독자에게 전해진다. 우리는 그 사진의 힘을 발견하며 그들에게 공감하고 때로는 우리의 삶을 반추하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를 넘어 만나는 삶의 본질 그리고 어떤 깨달음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말했다. “사진이란 한순간에 영원을 포착할 수 있는 매체임을 갑자기 깨닫게 되었다.”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그에게 사진이란 영원을 담기 위한 매체였다. 권혁재 기자의 사진 또한 한순간의 인물을 영원이란 시간 속에 머물게 하는 하나의 매체가 되었다. 희로애락이 드러나는 표정, 열정과 고집이 담긴 눈빛, 집요한 끈기를 담은 손길이 그러하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그러하다. 평론가도 아니다, 사람을 많이 만나 대화를 한 취재기자도 아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화려한 미사여구로 사진의 대상을 꾸미지도 못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낼 줄도 모른다. 그는 조용히 취재기자와 인터뷰 대상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그 대상의 눈빛을 보고 표정을 살피고 이 한 사람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고민할 뿐이다. 수많은 고민을 끌어안고 포착한 사진 한 장에서 드러나는 ‘영원’은 곧 한 인간의 삶이며 그 삶에서 알게 되는 것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삶은 누군가에게는 가차 없는 고통이었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게 하고 누군가에게는 모든 것을 잃어버릴 집착이었지만 자연스럽게 놓아두게 되고 결국 저마다의 삶은 각자의 자리에서 헤매며 찾으며 책임 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원’을 담은 사진에서 삶을 살아가는 방향에 대한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자옥, 최동원, 들국화의 주찬권, 신영복, 그리고 김영갑 지금은 만날 수 없는 그리운 이들의 이야기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행복은 그립고도 그리운 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잠깐의 인터뷰 시간에도 다정한 배려와 환한 웃음을 놓치지 않는, 이제는 별이 된 아름다운 배우 김자옥, 주름 하나까지도 야구인인 한국야구의 역사이자 자존심 최동원 감독, 가요계의 큰 산과 같은 들국화에서도 커다란 기둥이었던, 록의 전설 주찬권, 그리고 작은 햇빛에도 감사하며 많은 사람들의 삶의 방향을 이끌어준 신영복 교수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사람의 ‘희망’을 놓치지 않았던 사진작가 김영갑이 그들이다. 이들과 저자와의 에피소드는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사진 한 장에 담겨 있는 그들의 모습은 더욱 가슴이 시리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답고도 짧은 시간은 세월이 흐를수록 특별한 기억이 되고 잠시나마 그들의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은 위로를 얻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