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Ch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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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스 레스트(Mother’s Rest). 그게 바로 리처를 그 정거장에서 내리게 만든 이유였다. 여행지도 위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이름.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깃들어 있을 것만 같았다. 철도와 옛 시절의 역마차길이 바로 거기서 교차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아주 오래전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전설처럼 품고 있는 동네가 아닐까. 역마차를 타고 서부로 향하던 어느 젊은 임산부가 그 지점에서 산통을 겪게 되었던 건 아닐까. 결국 역마차는 멈춰 서고 그대로 2주, 혹은 한 달가량 머물러 있었던 게 아닐까. 세월이 흐른 뒤 그 임산부와 아기의 후손 가운데 누군가가 그 일을 기념하기 위해 마을의 이름을 마더스 레스트로 지은 게 아닐까. 가문의 뿌리. 동네 어딘가에는 한 칸짜리 박물관도 있지 않을까.
--- p.8 기차역의 여인이 끈적끈적한 테이블 위에 명함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그걸 리처 앞으로 밀어 보냈다. 명함 위에는 푸른색과 금색이 뚜렷이 대비되는 관공서 직인이 찍혀 있었다. 연방정보부, 특수요원 미셸 장. 리처가 말했다. “당신 명함이오?” “네.” 그녀가 말했다. “만나서 반갑소.” “나 역시.”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내게 반가운 사람이길 바라요.” “FBI가 나 같은 사람에게 뭘 알아내고 싶어서 질문을 하시는지?” “은퇴했어요.” 그녀가 말했다. “누가?” “내가요. 더 이상 FBI 요원이 아니에요. 현역 시절의 명함이에요. 몇 장 챙겨서 나왔어요.” “위법 아니오?” “아마도.” “그런데도 내게 이걸 제시한 이유는?” “당신의 주의를 끌어볼까 해서요. 날 믿어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현재 내 신분은 사설탐정이에요. 하지만 호텔에서 사진 찍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아요. 그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군요.” “이유는?” “난 당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알아야겠어요.” --- p.25 한 변의 길이가 9센티가량 되는 정사각형이었다. 한쪽 면의 끄트머리에는 접착제가 길게 발라져 있었다. 포스트잇 뭉치에서 떼어낸 낱장의 메모지. 종이는 네 번 접혀 있었다. 최소한 한 달 이상 주머니 속에 들어 있었던 게 분명했다. 접힌 자국은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네 귀퉁이는 모두 닳았으며 표면은 마모된 상태였다. 카드를 튕길 때처럼 두 손가락으로 날렸을 것이다. 하지만 쓰레기통을 지나쳐 묘지로 떨어진 것이다. 리처가 접힌 종이를 펴서 고르게 매만졌다. 바깥 면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비어 있었다. 끈적끈적한 이물질들과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묻었을 희미한 검정 얼룩이 전부였다. 그가 종이를 뒤집었다. 안쪽 면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는 뭔가가 적혀 있었다. 볼펜으로 서둘러 갈겨 쓴 듯했다. 전화번호 하나, 그리고 ‘사망자 200’이라는 메모. --- p.85 “우린 뭘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소.” “종이쪽, 수첩, 공책, 메모첩, 그 밖에 뭐든 그 위에 뭔가를 적을 수 있는 것들. 일단 눈에 띄는 대로 모두 집어 들고 나오는 거예요. 내용은 나중에 확인하고.” “좋소.” 리처가 말했다. “창을 깹시다.” 아홉 개 가운데 문손잡이에서 가장 가까운 유리창이었다. 높이는 리처의 팔꿈치보다 낮았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몸을 움츠리고 팔꿈치에 스냅을 주어 가격한다, 테두리에 붙어 있는 조각들을 제거한다, 한쪽 팔을 어깨까지 집어넣는다, 그쪽 팔꿈치를 굽히고 손목을 몸통을 향해 꺾은 뒤 안쪽 손잡이를 돌린다. 리처가 일단 바깥쪽 손잡이를 잡고 비틀어보았다.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한지를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가늠할 필요가 없었다. 문이 부드럽게 안으로 열렸다. 문턱 바로 앞바닥에는 현관 매트가 깔려 있었다. 문설주에는 과연 경보장치가 부착되어 있었다. 작은 흰색 상자, 그리고 같은 색으로 칠해진 전선. 리처가 귀를 기울였다. 장치가 작동했다면 경보음은 30초간 지속될 것이다. 그사이에 작동을 해제하지 않으면 그다음은 사이렌이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경보음은 없었다. 장이 말했다. “뭔가 잘못됐어요.” --- p.112 마더스 레스트에서부터 남쪽으로 32킬로미터 떨어진 곳, 다림질한 청바지와 드라이한 머리 매무새의 사내가 유선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상대방은 종합보험서비스 제공자였다. 아직은 종합이라고 할 수 없지만. 용건은 감시 전문가 해켓의 첫 번째 보고 내용 전달. ‘웨스트우드와 여자 사이에 이루어졌던 6분간의 휴대폰 통화. LA 시간으로 미루어 웨스트우드의 소재는 자택, 주변의 소음으로 미루어 장이라는 여자의 소재는 공항. 여자의 얘기에 따르면 군 출신 동료와 동행. 통화 중에 여자가 사망자 수 언급. 잉글우드의 커피숍에서 만날 약속을 정한 후 통화 종료.’ --- p.184 총구가 들어 올려졌다. 사내가 말했다. “움직이지마.” 리처는 계속 걸음을 옮겼다. 이제 거의 문 앞이었다. 사내가 말했다. “쏘겠다.” ‘넌 못 쏴. 문 앞이 아니라 거실 깊숙한 곳에서 쏘고 싶기 때문이지. 나는 들어 옮기기에는 너무 무거워. 그리고 영화 속의 소음기와 실제 소음기는 다르잖아.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가 아니야. 소음기 없는 총소리보다 살짝 작을 뿐, 이 건물 전체에 울려 퍼질 만큼 큰 소리가 난다고. 그건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복도에서 방아쇠를 당긴다면 말이야.’ ‘그러니 넌 못 쏴.’ ‘아직은 못 쏴.’ 사내가 말했다. “그 자리에 멈춰 서.” --- p.284 그가 물었다. “맥캔이 부인께 자신이 찾고 있는 웹사이트에 관해서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까?” 노부인이 말했다. “아뇨.” 화면에서는 덤불 속에 누운 검은 형체 주위에 사내들 여럿이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형사들과 검시관. 리처에겐 익숙한 장면이었다. 누워 있는 형체 곁에 쪼그리고 앉았던 적이 몇 번이었던가. 그중에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화면 속의 형체는 아니란 걸 그는 알 수 있었다. 긴박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서두르는 기미도 없었다. 외쳐대는 목소리도 없었다. 들것도 없었다. 정맥 주사도 없었다. 산소호흡기도 없었다. 심폐소생술도 없었다. 링컨파크 살인사건. 노부인이 말했다. “피터예요, 맞죠?” --- p.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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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이름 뒤에 감춰진 마더스 레스트의 끔찍한 얼굴
허를 찌르는 강력한 반전이 뇌리를 강타한다 집도, 휴대폰도, 가방도 없이 미국 전역을 떠도는 잭 리처. 그가 이번에는 시카고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잠시 정차한 기차, 그런데 이 마을의 이름이 독특하다. 마더스 레스트(Mother’s Rest).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기차에서 내린다. 그때 리처를 자신의 동료로 착각한 사설탐정 장이 다가와 말을 건네고, 그녀는 리처에게 예전 FBI 동료였던 키버가 이 마을에서 실종되었다며 도움을 청한다. 리처는 키버가 묵었던 객실에서 버려진 종이 뭉치를 발견한다. 거기에는 『LA 타임스』 기자의 전화번호와 ‘사망자 200’이라는 뜻 모를 메모가 적혀 있다. 온화한 이름 뒤에 감춰진 마더스 레스트의 끔찍한 얼굴.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이 지배하는 또 하나의 세계. 그곳에서는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진실에 다가왔다고 생각한 순간, 어마어마한 반전이 뇌리를 강타한다. 하드보일드 액션스릴러계의 독보적인 캐릭터 195센티미터의 키에 110킬로그램의 거구, 어디서나 눈에 띄는 외형을 가졌지만 그는 어디에도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옷이 필요하면 그때마다 사 입고, 입었던 옷은 쓰레기통으로 직행. 작은 여행 가방 하나도 리처에게는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고독한 영웅 잭 리처는 그렇게 물처럼 바람처럼 세상을 부유한다. 리처가 가는 곳에는 늘 사건사고가 잇따르지만 그는 동물적인 직감과 재빠른 판단으로 거침없이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그는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게 아니다. 그저 사람들이 잘못된 일을 하는 것이 싫을 뿐. 작가는 부조리한 이 시대에 한 명쯤은 존재했으면 하는 인물을 잭 리처에게 투영하여 다른 그 무엇보다 정의가 필요한 세상임을 역설한다. 추천사 “엄청난 스케일, 기막힌 반전, 멋들어진 대사. 아무렴, 이게 잭 리처다.” 제임스 패터슨 “잭 리처, 미치도록 섹시한 캐릭터.” 카린 슬로터 “리 차일드는 최고의 스릴러 작가다.” 켄 폴릿 “악당들을 늘씬하게 두들겨 패줄 누군가의 등장을 가끔 바라지 않는가? 문제를 해결해줄 정의의 사도가 절실해질 때마다 나는 잭 리처를 읽는다.” 퍼트리샤 콘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