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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이야기 먹는 도깨비!
유몽인의 어우야담
유몽인 원작 박이담 배성연 그림 강성득 감수
한국고전번역원 201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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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여는 글_이야기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는야, 이야기 먹는 도깨비!
첫 번째 이야기 고개 _ 두더지 아들 신붓감 찾기
두 번째 이야기 고개 _ 웃음거리가 된 중국 사신
세 번째 이야기 고개 _ 눈알 뽑힌 무인
네 번째 이야기 고개 _ 전복 따러 간 해녀 단이
다섯 번째 이야기 고개 _ 천벌 받은 신응주네 가족
여섯 번째 이야기 고개 _ 주인을 죽인 미친 소
일곱 번째 이야기 고개 _ 은혜 갚은 노루와 호랑이

푸는 글_이야기꾼 ‘유몽인’은 대체 누구?
알면 훨씬 재미있는 유몽인의 이야기책,『어우야담』

저자 소개

글 : 박이담
역사 속에 삶의 길이 있다 생각하고, 역사에 관한 글쓰기를 즐겨하고 있습니다. 고전에 다양한 장르를 접목해 독자의 관심을 높이는 일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지은 책으로는 『역사를 바꾼 남자, 그 남자를 바꾼 여자』, 『천년의 지혜』(우리 고전에서 힘을 얻다), 『치심, 마음 다스리기』(조선 선비들의 마음 경영법) 등이 있고 잡지에도 여러 가지 흥미로운 글을 기고 중입니다.
그림 : 배성연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출판미술협회공모전에서 입선했습니다. 그림 작가 모임인 환 회원이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원숭이가 된 부자』, 『하나, 둘, 셋! 무얼 세니?』, 『피터팬』, 『아기 고양이 모모』, 『호기심 우리 역사 탐험 8』 등이 있습니다.
감수 : 강성득
대학에서 역사교육학을, 대학원에서 한국사학을 전공하고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에서 한문을 공부하였습니다. 현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승정원일기』, 『후설喉舌』, 『사필史筆』등의 번역과 집필에 참여하였습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522g | 168*235*20mm
ISBN13
9788928403943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책 속으로

“지금이야 내가 이리 허름해 보이지만 이야기로 배를 채우고 나면 형색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기운도 더 세져서 웬만한 귀신은 접근도 못하지, 암. 그러니까 할배는 내게 이야기만 먹여 주면 되는 거야. 그럼 나는 할배가 금강산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갈 수 있도록 지켜 줄게.”
“으음……. 나의 수호 도깨비가 돼 주겠다?”
할배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두어 차례 헛기침을 하더니 드디어 말끝을 잇는다.
“그러시게, 그럼! 나도 마침 말벗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잘되었군. 나를 얼마나 잘 지켜 줄지 솔직히 믿음은 가지 않네만, 내 속는 셈 치고 가 보지. 자, 자, 어서 앞장서시게나. 산이라 날이 금방 어두워지는구먼.”
할배가 서둘러 나를 보따리에 구겨 넣는다. 작전 성공이다. 조만간 허기를 채울 수 있겠지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댄다. 그것은 그렇고, 오다가다 만난 인연이라 해도 통성명은 해야 옳지 않겠는가? 그래, 내가 먼저 물어보자.
“고마워. 근데 할배 이름이 뭐야?”
“어우당 유몽인이라 하네. 그냥 어우당이라고 부르시게. 그러는 그대는?”
“그런 거 없어. 난 그냥 주머니일 뿐이야.”
“그냥 주머니라……. 그럼 내 그댈 ‘낭이’라 부르지. 주머니 ‘낭囊’ 자를 써서 말이야. 어떤가?”
--- 『나는야, 이야기 먹는 도깨비!』

그런데 할배는 다른 것에 더 놀란 낯빛이다.
“두, 두, 두더지가 말을 하네? 이게 무슨 조화인가?”
아차! 내가 깜빡하고 귀띔하지 않은 것이 있다. 누구든지 나를 지니고 있으면 살아 있는 모든 것과 말을 할 수가 있다. 살아만 있으면 짐승이든 나무든 물고기든 벌레든 관계없다. 그게 또 나의 능력이라면 능력일까? 후훗, 나는 얼른 할배 귀에 대고 이를 알려 준다. 늦게 알아 졸도라도 하면 낭패니까! 할배는 그제야 인사를 건넨다.
? ? ?
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천하에 최고로 고귀한 종족은 우리네 두더지거늘, 그것도 모르고 엉뚱한 곳만 찾아다녔으니. 나는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죠. 그게 부끄러워 오랫동안 밖에 나가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러다 얼마 뒤에 아들애가 사랑하는 두더지 처자가 있다고 하기에 잘 됐다 싶어서 흔쾌히 혼례를 허락했습니다. 며느리 될 아이가 하늘보다, 구름보다, 바람보다, 돌미륵보다도 강한 두더지라는데 무얼 더 재고 따지겠습니까?
--- 『두더지 아들 신붓감 찾기?

“조선인은 예절이 바르고 머리가 좋다더니, 참으로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껄껄껄.”
“무슨 말씀이신지요?”
관반사가 물으니 사신이 답하였습니다.
“내가 평양에 도착했을 때 장부 한 사람을 만났는데, 풍채가 장대하고 수염이 근사하여 분명히 남다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소. 그래서 하늘이 둥글다는 의미로 손가락을 둥그렇게 말아 보였는데 글쎄 그가 손가락 모양을 네모로 만들어 보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는 땅이 네모지다는 뜻이었습니다.”
? ? ?
사신이 겪은 일화를 기이하게 여긴 관반사는, 평양에 사람을 보내서 장부를 수소문하였습니다. 이윽고 장부를 찾아낸 관반사는 사신의 손짓을 어떻게 이해하였는지 물어봤습니다.
“사신께서 손가락을 둥그렇게 만들었을 적에 자넨 어찌하여 손가락을 네모지게 하였는가?”
장부는 어깨를 으쓱이며 심드렁히 대답했습니다.
“아아, 그거요? 그분이 동그란 절편을 드시고 싶다고 하시길래, 소인은 네모난 인절미 떡이 먹고 싶다 말한 것뿐입니다.”
--- 『웃음거리가 된 중국 사신?

사내를 본 무인은 화가 나서 마구 말채찍을 내갈겼습니다. 비쩍 마른 사내는 무인의 채찍을 이기지 못하고 배에서 힘없이 떨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사내는 기를 쓰고 뱃머리에 매달렸습니다.
“요것 봐라, 네가 감히 내게 맞서? 어디 맛 좀 봐라!”
무인은 핏대를 세우며 채찍으로 더욱더 거세게 사내를 내리쳤습니다. 그래도 사내는 포기할 줄을 몰랐죠.
그때였습니다. 구슬처럼 작고 둥근 무언가가 떼굴떼굴 굴러 무인 발밑에 멈춰 서는 것이었습니다. 무인이 그게 뭔가 들여다보려고 하는데, 누군가 화들짝 놀라서 소리쳤습니다.
“에구머니! 저거, 저거, 눈알 아녀?”
그것은 무인의 채찍에 맞아서 빠진 사내의 눈알이었습니다. 그제야 무인은 머쓱해하면서 채찍질을 그만두었습니다.
--- 『눈알 뽑힌 무인?

이튿날이었어. 신응주가 집을 비운 사이 아내, 여종, 딸이 다른 마을로 놀러 갔어. 그런데 갑자기 시커먼 구름이 사방 천지에서 몰려들었어. 그러더니 큰비가 무섭게 퍼부었지. 대낮인데 마을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어. 심상찮은 것을 느낀 신응주 가족은 부랴부랴 집으로 다시 돌아왔어.
그런데 조금 있다 신응주의 집에 날벼락이 세 번 쳤어. 번갯불이 마당이며 집 안이며 데굴데굴 굴러다녀 밖에서는 불이 난 줄로 착각할 정도였지. 그렇게 하늘이 우지끈 찢기고 땅바닥이 갈라지는 듯하더니, 금세 아주 말짱하게 날이 갰어.
신응주의 집으로만 날벼락이 내리꽂힌 것이 기이해서 마을 사람 몇이 비가 멎은 후에 들어가서 살펴보니……. 글쎄! 아내, 딸, 여종 셋이 머리를 나란히 하고서 죽어 있더라는 거야. 이웃에선 벼락 맞아 죽었나 보다며 수군거렸지만 아무래도 이상했어.
--- 『천벌 받은 신응주네 가족?

스님은 뱀의 독이 온몸에 퍼져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어올랐고 지독한 고통으로 기절하여 정신을 잃었습니다. 다른 스님들은 모두 가망이 없다 판단하고, 절 바깥에 초막을 지어 아픈 스님을 옮겨 누였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른 어느 날, 산짐승 한 마리가 정체 모를 풀을 입에 가득 물고 스님 앞에 나타났습니다. 녀석은 가져온 풀잎을 짓이겨 스님의 상처에 문질렀습니다. 몇 차례 그리하자 스님께서 눈을 떴습니다. 조금 전만 해도 생사를 넘나들었는데 실로 기적이 아닐 수가 없었죠.
더욱 놀랄 만한 일은 그다음이었습니다.
스님께서 눈을 뜬 이후에도 산짐승은 물러가지 않고 계속해서 풀로 치료를 했습니다. 덕분에 스님은 갈수록 증세가 호전돼 예전처럼 건강해졌습니다. 스님께선 ‘누가 나를 이리 극진하게 보살펴 주는 건가?’ 의아해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 산짐승은 지난날 스님이 뱀에게서 구해 준 작은 노루였습니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유몽인, 벼슬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찾아 방방곡곡을 유람하다

유몽인은 1559년 한양에서 양반가의 자제로 태어났다. 스물넷에 사마시에 합격하고, 서른한 살에 장원 급제하여 정승까지 올랐다. 임진왜란 때에 세자였던 광해군을 모시며 탁월한 외교를 펼쳐 임금의 총애를 받았다. 하지만 광해군이 왕권 강화에 집착하는 모습과 양반들의 지나친 당파 싸움에 환멸을 느껴 벼슬을 내려놓고 전국의 산을 떠돌며 글을 썼다. 이때 모은 이야기를 엮어 낸 책이 바로 어우야담이다.

1622년경에 쓰인 어우야담에는 인륜, 종교, 학예, 사회, 만물 등을 다룬 580여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야담이란 일반 백성 사이에서 전해지는 사사로운 이야기를 뜻하는데 이 책은 야담이란 제목이 붙은 우리나라 최초의 책으로, 왕실 귀인부터 상인, 농민, 기녀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자유로운 사상을 지녔던 유몽인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어우야담은 재미뿐 아니라 역사 자료로서의 가치 또한 매우 높다. 높은 담장 속 양반의 세계를 벗어나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자 노력한 유몽인, 어우야담은 그러한 작가의 마음이 촘촘히 새겨진 야담집이다.

이야기 먹는 주머니 도깨비와 괴짜 선비 유몽인을 따라 금강산으로

나는야, 이야기 먹는 도깨비!는 유몽인의 어우야담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새롭게 각색하였다.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엮으려는 괴짜 선비 유몽인과 이야기를 먹고 사는 주머니 도깨비가 만나 함께 금강산을 여행한다. 유몽인 할배와 주머니 도깨비는 40여 일 동안 금강산을 같이 여행하면서 두더지, 사마귀 사내와 땅딸보 사내, 산적 마을의 막돌이와 소년, 꼬마 도깨비와 주막 여주인 등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두더지 아들 신붓감 찾기, 웃음거리가 된 중국 사신, 눈알 뽑힌 무인, 전복 따러 간 해녀 단이, 천벌 받은 신응주네 가족, 주인을 죽인 미친 소, 은혜 갚은 노루와 호랑이 이야기가 그것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이야기로서의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따뜻한 감동과 교훈으로 가득 차 있다. 일곱 가지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유몽인 할배와 주머니 도깨비의 금강산 여정을 따라가는 것도 퍽 흥미롭다. 금강산 속 숨은 나라 산적 마을에서 막돌이 패거리와 펼치는 모험담이나 산길에서 꼬마 도깨비를 만나 벌이는 제기차기 내기도 매우 흥미진진하다.

처음에는 굶어서 지저분하고 꾀죄죄하던 주머니 도깨비가 이야기를 먹으며 차츰 매끄럽고 색이 고운 비단 주머니로 변해 가는 모습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나루터에서 멀어져 가는 유몽인을 향해 공중 곡예하듯 빙글빙글 도는 주머니 도깨비의 모습을 보며, 주머니 도깨비와 괴짜 선비 유몽인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순간에 저자가 느꼈던 아쉬움을 독자 여러분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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