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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에 깃든 '무용의 신' 그러나 실패한 아웃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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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삶
2. 죽음 3.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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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악을 원치 않는다. 나는 사랑을 원한다. 나는 사악한 인간으로 잘못 여겨지고 있다. 나는 사악하지 않다 나는 모든 사람들 사랑한다. 나는 진실을 썼다. 나는 진실을 말했다. 나는 허위를 쓰지 않는다. 나는 선을 원하지 악을 바라지 않는다. 나느 악귀가 아니다. 나는 사랑이다. 나는 한때 내가 좋아하는 작은 십자가를 걸고 있었기 때문에 악귀로 잘못 여겨졌다. 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카톨릭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그걸 착용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나를 미쳤다고 생각했다. 나는 미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게 주의를 기둘이게 하려고 십자가를 걸었다. 사람들은 조용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나는 조용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삶을 사랑한다. 나는 삶을 원한다. 나는 죽음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바란다. 나는 신뢰받기를 바란다. 나는 테사오 디아길레프, 로이드 조지,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진실을 말했다. 나는 선을 바라기 떄문에 나쁜 사람이다. 나는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도록 하고 싶다. 나는 살인을 원치 않는다. 나는 아내에게 내 노트를 읽는 자는 누구라도 쏘아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에 내가 총을 쏜다면 나는 흐느껴 울 것이다. 나는 살인자가 아니다. 나는 인간들을 사랑한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들은 내가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앓고 있지 않다. 나는 이성을 가진 인간이다. 하녀가 와서 내 곁에 섰다. 내가 앓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병이 아니다. 나는 건강한 남자이다. 나는 신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알지 못하므로 나 자신이 걱정된다. 신은 아내가 나를 버리기를 바란다. 나는 이걸 원치 않는다.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그녀가 내 곁에 남기를 기도하겠다. 지금 그들이 대체 무슨 일로 전화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들이 나를 감옥에 집어넣기를 바란다고 생각한다. 나는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울고 있다.
--- pp.20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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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에 깃든 ‘무용의 신(God of Dance)’, 그가 남긴 영혼의 자서전
진정한 의미에서 현대 발레의 새 장을 연 천재 무용가, 여성 무용수(발레리나)의 보조자에 불과했던 남성 무용수(발레리노)의 지위를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격상시킨 무용수, 시대를 앞선 파격적인 안무로 전 유럽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은 안무가. 이 모든 찬사는 바로 바슬라프 니진스키(Vaslav Nijinsky, 1889~1950) 한 사람에게 쏟아지는 것들이다. 이 책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는 현대 발레사에서 가장 중요한 무용수로 꼽히는 바슬라프 니진스키가 심각한 정신질환에 빠져들 무렵에 쓴 일기를 원문 그대로 옮긴 것이다.
6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니진스키는 천재 예술가로서는 비교적 장수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정작 그가 무대에서 활동한 시간은 짧았다. 스물아홉 이후로 정신병원과 요양원을 오가면서 그는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걸었다. 그리하여 니진스키의 전기 작가인 리처드 버클은 그의 일생을 가리켜 “10년은 자라고, 10년은 배우고, 10년은 춤추고, 그리고 나머지 30년은 암묵 속에 가려진 60 평생”이라고 표현하였다. 이번에 소개하는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니진스키의 《일기》)는 바로 무용수로서의 짧은 생의 마지막 시기인 동시에 정신질환자로서의 삶이 시작되던 시기(무대에서 은퇴한 뒤 정착했던 스위스의 생모리츠에서 1919년 1월 19일~3월 4일까지 6주간)에 쓰여졌다. 여기서 그는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한편으로 자신의 벌거벗은 내면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광기에 희생된 천재들(휠덜린, 슈만, 고흐, 니체 등)의 삶을 다룬 책이나 그들의 정신질환을 분석한 책은 많이 있었지만, 이처럼 천재 예술가가 위태롭게 의식과 무의식 세계를 오가며 써내려간 글로는 니진스키의 일기가 역사상 전무후무한 것이다.(니체는 정신병원에서 집필하기도 했지만, 니진스키처럼 정신이 미로에 빠져드는 과정에서 그 혼란스런 기록을 남긴 것은 아니었다.) 무삭제판 일기 출간에 얽힌 이야기 발레사에서의 중요성뿐 아니라 20세기 초 유럽 문화계의 판도를 바꾼 ‘아방가르드’의 주요 인물 중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또한 동성애 스캔들을 비롯해 여러 가지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 때문에 니진스키의 삶을 추적하는 책이 꾸준히 출간되어 왔다. 1970년대 이후 국내에서도 니진스키의 삶을 다룬 책들이 출간되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실 니진스키의 일기는 그의 생전에 아내인 로몰라 니진스키가 《니진스키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펴낸 적이 있었다(1936년). 또 로몰라는 그보다 3년 전에 니진스키의 전기(《니진스키》)를 출간하기도 했다. 니진스키의 어린 시절과 무용가로서 한창 성장하던 시기에 대해서는 그의 누이동생이자 역시 유명한 발레리나인 브로니슬라바 니진스카가 쓴 《회고록》이 발표되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이 밖에도 어린 시절의 친구 아나톨 부르망이 쓴 《니진스키의 비극》 등 여러 편이 있다. 하지만 아내 로몰라가 발표한 《니진스키의 일기》는 일기 원본을 로몰라가 임의로 편집하고 삭제해 만든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판단으로 남편의 명성에 해가 될 만한 내용(세르게이 디아길레프와의 동성애 관계 등)을 삭제하였으며, 그로 인해 니진스키 자신이 남긴 유일한 기록인 일기는 훼손되고 말았다. 그 뒤, 오랜 시간이 지나 1995년 러시아계 프랑스 작가인 크리스티앙 뒤메 류보프스키의 설득으로 니진스키의 둘째 딸 타마라 니진스키가 일기 원본을 공개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전혀 손대지 않은 원본 그대로의 일기’가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러시아어로 쓰여진 일기 원본이 먼저 1995년 프랑스에서 번역되어 나왔고, 그 뒤 1999년에 미국에서 영역판이 나왔다. 이번에 푸른숲에서 소개하는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는 1999년 영역판을 바탕으로 프랑스판과 러시아어 원본을 참조하여 완성되었다. 무엇보다, 발레 예술에 조예가 깊은 번역자 이덕희 씨가 20세기 초 유럽 문화계의 상황과 니진스키의 삶, 그가 안무하거나 출연한 수많은 발레 명작에 대해 충실한 주석을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또 어린 시절의 모습부터 《사육제》, 《장미의 정령》, 《봄의 제전》 등의 발레 장면을 비롯해 여러 미공개 사진을 포함하는 사진 자료를 통해 시간 속으로 사라진 천재 예술가를 만나볼 수 있다. 책의 구성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는 크게 <1부 - 삶>, <2부 - 죽음>, <편지>, <부록>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와 2부의 구분이나 각 부의 제목(삶, 죽음)은 니진스키가 일기를 쓰면서 직접 정해놓은 것이다. 니진스키는 모두 세 권의 노트에 일기를 썼다. 1부는 처음 두 권의 노트를 모두 채우고 세 번째 노트의 앞부분까지 걸쳐 쓰여져 있으며, 2부는 세 번째 노트의 나머지 부분을 채우고 있다. 일기를 쓰면서 그는 한편으로 또 다른 노트(네 번째 노트)에 자신의 어머니(엘레오노라 니진스키)와 친구 등에게 보내는 총 16통의 편지를 썼다.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에는 이중 의미있는 8통의 편지가 실렸다. <부록>에는 일기 원본 발간과 관련해 니진스키의 둘째 딸 타마라 니진스키가 프랑스의 유명 무용 잡지와 가진 인터뷰, 니진스키 연보, 영역 편집자의 말 등을 수록했다. * 1부의 앞에 역자 서문과 함께 <역자 해설 - 니진스키의 비극>이 실려 있다. <역자 해설>은 일기 원문만으로 알 수 없는 니진스키의 삶과 그의 발레 인생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그 자체로 거의 완벽한 ‘니진스키 평전’이라 할 수 있다. 책의 특징 (1) 서술구조의 특징 - 자유연상과 자동기술법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는 정신분석학적 텍스트로 쓰일 수 있을 만큼 온갖 환상과 일그러진 기억, 자유 연상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결과 문장에 단락이 거의 없으며, 잘못 쓴 단어들(언어유희로 일부러 말을 잘못 쓴 경우도 있다)이 많다. 이 책에서는 임의로 단락을 구분하지 않고 원본 그대로를 옮겼다. 니진스키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써내려간 글들은 때로 읽기 벅찰 만큼 산만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움에 대해 허튼소리를 쓴다. 아름다움은 토론될 수 없다. 아름다움은 비판될 수 없다. 아름다움은 비평이 아니다. 나는 비평이 아니다. 비평은 영리하게 되려는 시도이다. 나는 영리하게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 나는 나의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 본문 199쪽 그러나 이런 글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전설로 남은 천재 예술가의 인간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으며, 그를 평생 동안 괴롭혔던 정신적 고통의 실체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에게서 소외되어 이해받지 못한 채 슬픔에 잠겨 정신의 파국을 향해 서서히 침몰해간 니진스키. 숱한 오해와 질시, 극단적인 외로움 속에서 영혼의 질병을 앓았던 한 천재 예술가의 진솔한 고백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는 돈을 원치 않았다. 나는 단순한 삶을 원했다. 나는 극장을 사랑했고 일을 하고 싶었다. 나는 호되게 일했다. 그러나 후에 나는 내가 호감을 사지 못한다는 걸 알았으므로 열의를 잃고 말았다. 나는 나 자신 속으로 은퇴했다. 나는 너무나 깊이 자신 속으로 은퇴했기 때문에 더 이상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울고 또 울었다……” ― 344쪽 (2) 내용상의 특징 니진스키는 일기에서 대립되는 단어쌍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예컨대, 그는 자주 ‘감정’과 ‘생각’, ‘좋은 것’과 ‘나쁜 것’이라는 단어로 어떤 상황이나 사람을 평가하곤 한다. 그에게 ‘감정’은 직관적인 통찰력을 뜻한다. 즉 어떤 상황을 정서적으로(즉각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다. 이 같은 능력은 ‘생각’이나 ‘지성’에 의해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생각’을 매우 낮은 수준의 인공적인 행위로 간주하고, 그것으로는 결코 사물의 이면을 꿰뚫어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