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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감각은 범죄다
'저항의 미학'으로서 성 미학 양장
이희원
이루 2009.01.05.
베스트
미학/예술철학 top20 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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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I. 서론

II. “개념의 노동” : 마르크스의 ‘대상적 활동’ 개념
1) ‘대상성’이란?
2) 인간의 자연적 특질로서 대상적 활동
3) 대상적 활동으로서 노동
4) 대상적 활동의 대표적 예로서 예술 활동
5) ‘대상화’의 변질 형태로서 ‘소외’
ㄱ)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과 감각의 운명
ㄴ) 대상화의 소외로의 변질과정
6) ‘소유감각’의 전횡, 혹은 감각의 편향된 왜곡구조
7) 욕구의 생성과 표현의 일그러짐
8) 대상적 활동 능력의 전개: ‘감각의 해방’
(보론) “새로운 유물론”의 철학사적 맥락과 위상

III. 대상적 활동으로서의 성행위
1. 왜 ‘대상적 활동으로서의 성행위’인가?
2. 대상적 활동으로서의 성행위의 정의와 방식
1) ‘대상화’ 관점에서 본 성행위
ㄱ) ‘인간 자신’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
ㄴ) 대상화가 결여된 성행위들
ㄷ) 소외된 삶: ‘금욕의 성행위’
ㄹ) 성행위 구성의 기본형식: ‘상호 주고받기’
ㅁ) 총체적 경험의 장으로서 성행위
ㅂ) 성행위의 대체 불가능성
ㅅ) 고도의 친밀성 체험의 전제: ‘던짐’
ㅇ) 지속적 유대 관계의 필요성
ㅈ) 자기 긍정, 타인 긍정, 타인에 의한 자기 긍정
2) ‘감성적 인식’ 관점에서 본 성행위
ㄱ) 전면적 소통의 특수한 형태
ㄴ) 거짓 소통으로서 오르가즘 위장
ㄷ) 진정한 고통의 소통
ㄹ) 능력으로서의 성 감각
ㅁ) 삶은 ‘육체의 학교’
ㅂ) 감각과 인식의 변증법
ㅅ) 성행위와 ‘감성적 인식’
ㅇ) 성행위와 자기 인식
ㅈ) 육체의 반란과 ‘영혼의 상처’
ㅊ) ‘오르가즘 능력’
3. 대상적 활동으로서의 성행위와 연관된 문제들
1) 지속적 사랑
ㄱ) 가까움과 떨어짐의 변증법
ㄴ) ‘감각과 인식의 강력한 혼합물’의 생성
ㄷ) 일시적 관계 vs. 지속적 관계
ㄹ) 관계의 본질로서 상호 역동성
2) 양다리 걸치기
ㄱ)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
ㄴ) 양다리 걸치기의 원인들
관능성의 둔화 / 쾌락원칙의 억압과 ‘자연의 복수’
ㄷ) 복수적 성관계에 대한 변론
ㄹ) 성행위와 예술 행위 사이의 구조적 유사성
ㅁ) 감각은 정조에 적대적이다
ㅂ) 감각은 퇴보를 모른다
ㅅ) ‘스스로 초래한 미성숙’을 넘어서
3) 질투
ㄱ) 질투의 세분화
ㄴ) ‘충동’ 개념의 세분화
ㄷ) 소유욕으로서의 질투
ㄹ) 자연적 질투
ㅁ) 생동적 관계의 징표
ㅂ) 질투의 '못된 버릇': 맹목적 이기주의
ㅅ) ‘질투는 나의 힘’
4. 성감기제의 원리
1) 복합적 감각 작용
2) 감각과 무감각의 변증법
3) 삶의 폭과 깊이에 상응하는 성행위
4) 감각에는 후퇴가 없다
5) 감각은 정치적이다

IV. 성행위 이론의 핵심 구성요소: 오르가즘 이론
1. 성행위의 결정적(結晶的) 단계로서 오르가즘
1) ‘오르가즘 불능’의 일상적 양상들
2) ‘던짐’, 그것의 진면목으로서 오르가즘
3) 빌헬름 라이히의 오르가즘 개념
ㄱ) ‘총체적 오르가즘’
ㄴ) 오르가즘 개념에 대한 편협한 시각
4) ‘감각적 관능성’의 문제
5) 조르주 바타유의 에로티즘 이론
ㄱ) 인간 삶의 존재론적 이분법
ㄴ) ‘금기와 위반’의 대립적 상보관계
ㄷ) “작은 죽음”
6) 총체적 경험의 장으로서 오르가즘
7) 섹스는 ‘무서운 것’
2. 성행위 이론의 핵심 개념도구: ‘오르가즘 능력’
1) ‘오르가즘 능력’ 개념의 폭과 깊이
2) 오르가즘 체험과 ‘살아 있는 것의 합리성’의 관계
3) ‘성격 구조’의 결정요인으로서 오르가즘 체험
4) “정서적 페스트”
5) ‘분노’라는 감정의 인식적 질(質)

V. 오르가즘 이론에서 성 미학으로
1. 오르가즘 이론의 성 미학적 측면
2. ‘확장된 의미에서의 오르가즘 능력’ 개념의 (재)구성
ㄱ) 자기 투사 능력
ㄴ) 자신을 (재)창조하는 능력
ㄷ) ‘쾌락불안’에 빠지지 않는 능력
ㄹ) 욕구확인과 자기 인식의 능력
ㅁ) 거짓을 참지 않는 능력
ㅂ) 고도의 교감능력
ㅅ) 무감각에 빠지지 않는 능력
ㅇ) 도식적 사고를 벗어나는 능력
ㅈ) 현실 인식 능력
ㅊ) 저항할 줄 아는 능력
ㅋ) 유사(類似) 오르가즘 체험 능력
3. 오르가즘 체험을 통한 감각구조의 변화
1) ‘저항감각’의 형성
ㄱ) 우리는 어떻게 저항감각을 상정할 수 있는가?
ㄴ) ‘저항’의 의미
ㄷ) 저항감각의 생성 및 의미 연관관계
2) 변형된 감각구조 내에서의 저항감각의 위상
4. ‘저항의 논리’로서 오르가즘 이론
1) ‘저항의 미학’으로서 ‘성 미학’
2) ‘쾌락불안’의 극복논리로서 오르가즘 이론
ㄱ) 쾌락불안이라는 주제의 의미연관
ㄴ) 성적 울혈의 숨통 틔우기: ‘상호 찌르기’
ㄷ) 쾌락불안의 고착화 양상들
불안의 학습 / 임포텐츠 vs. ‘과시된 포텐츠’ / 강요된 수동성 혹은 성적 수줍음
ㄹ) 쾌락불안을 넘어서: 삶의 긍정의 기본요소로서 성 쾌락 긍정

VI. 결론을 대신하여: ‘무감?은 범죄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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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저자 소개

저자 : 이희원
1961년 강원도 고성에서 태어나 삼척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1981년 서울대학교 독문학과에 입학, 1987년 동 대학 대학원에서 「베르톨트 브레히트 초기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군 제대 후 곧바로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독일 유학 초기, 브레히트 문학을 중심으로 유물론 미학의 다양한 흐름에 관심을 기울이던 중 “『자본론』 이후 최고의 책” 혹은 “20세기의 책”이라고까지 칭송된 『저항의 미학』을 접하게 된다. 미학적 문제제기는 물론이거니와 철학, 사회학, 역사학 등에서 다루어지는 주요 문제들이 ‘변증법적 종합’을 이룬 채 논의되고 있는 이 책에 매료된 순간, 저자의 기나긴 유학 생활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저항의 미학』이 제기하고 있는 미학적 측면의 문제, 즉 ‘왜 예술(활동)은 저항(행위)일 수밖에 없는가?’라는 주제를 탐색해 2000년 브레멘 대학에서 『예술, 앎 그리고 해방―페터 바이스의 「저항의 미학」에 대하여』(Kunst Wissen und Befreiung-zu Peter Weiss' Asthetik des Widerstands)로 박사 학위(미학 전공)를 받았다. 이 논문은 브레멘 대학의 학술총서 ‘Bremer Beitrage zur Literatur- und Ideengeschichte’ 제35권으로 출간되었다.
귀국 후, 짧은 기간의 강사 경험을 뒤로하고 귀향했다. 현재는 미학과 관련된 저술 작업을 통해 독자와의 직접적 대화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저술 작업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미학적 차원에 대한 성찰과 서구에서 ‘삶의 요소로서 저항’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필독서로 인정받는 『저항의 미학』을 소개하는 일이 될 것이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1월 0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634g | 148*210*30mm
ISBN13
9788993111118

출판사 리뷰

‘대상적 활동’ 개념을 중심으로 마르크스 철학을 새롭게 이해
국내에서 마르크스의 이론은 사회 거시구조 분석을 위한 수단으로 수용된 측면이 많다. 마르크스의 철학적 저작의 이해를 중시하는 수용 경향들도 마르크스 후기의 성숙한 사회이론을 떠받치는 보완 작업으로서의 역할에 머문 것만 보아도 그러하다. 저자는 국내의 마르크스 수용 방식에 비판을 제기하면서, 마르크스 초기의 저작들로부터 후기의 정치(精緻)된 노동 개념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정치경제학 저술들에까지 일관되게 제시되고 다듬어진 마르크스의 철학적?이론적 체계를 밝혀내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저자가 마르크스의 철학적 사유체계 전체를 가능케 하는 중추 개념으로 주목한 것이 ‘대상적 활동’ 개념이다.

마르크스는 보편적 연관관계라는 기본적 전제하에서 ‘세계’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인간의 노동 일반은 그 본연적 양태에서 ‘대상성’이라는 특질을 지닌다. (이때 ‘대상적’이라는 용어는 흔히 인간을 인간 아닌 대상, 즉 인간을 단순한 사물로 대한다는 식의 어법이 전혀 아니다.) 자연과의 물질대사로서 인간 노동에는 그 자체로 인간과 자연 사이의 상호 교호성이 원천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인간은 인간에 맞서 있는 대상을 조작하고 변화시킨다. 그리고 그 대상에 인간 자신을 표현하고 나아가 인간 자신까지 스스로 변화시킨다. 당연하게도,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어 존재하는 인간’은 마르크스에게는 논리적으로나 존재론적으로 불가능한 개념이다. 이러한 존재론적 사실을 표현하는 개념이 바로 ‘대상적 활동’ 개념이다.

성행위 이론과 마르크스의 ‘대상적 활동’ 개념을 접목
이 책의 논의는 인간 본연의 특질인 ‘대상적 활동’의 실현 여부가 인간의 성행위 내에서도 가늠될 수 있다고 상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성행위를 하는 인간은 행위 자체에서 자신을 총체적으로 표현한다” “인간은 성행위를 통해서 자신을 표현할 뿐 아니라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바로 그 행위를 통해 행위 상대를 이해하고 변화시킨다” 등이 이 책의 전제가 된다.

저자는 ‘대상적 활동으로서의 성행위’라는 개념을 근거로 하여 성행위를 ‘대상화’와 ‘감성적 (인식) 행위’라는 두 개의 범주로 구분하고, 성행위에서 몇 가지 성감기제의 원리를 도출해낸다. 복합감각 원리, 감각과 무감각의 변증법, 감각의 정치성, 감각의 무후퇴성 등으로 요약되는 성감기제의 원리들은 성행위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기능한다.

오르가즘 이론에 대한 편협한 시각 교정, 폭넓은 이해의 바탕을 마련
빌헬름 라이히의 성 이론은 인간의 오르가즘 체험을 진지하게 다룬 유일한 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이히에 따르면, 오르가즘은 자연적 성행위 시 성적 흥분의 최고점에 다다랐을 때 자신을 ‘던지고’ 또 그것을 ‘제대로’ 체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합일 단계에서 성행위자의 의식과 의지는 모두 동물적 본성의 본질인 성 에너지에 완전히 복종하게 된다. 라이히에게 오르가즘은, 상대방과 하나가 되고 궁극적으로는 우주의 원초적 에너지와 온전히 하나가 되는 느낌을 획득함으로써 개개인이 고립감을 극복하게 되는 최고의 경험을 의미한다.

라이히는 단순히 생리적 차원의 오르가즘에 집중한 나머지 심리적, 정서적 차원의 사랑에 대해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는 평을 받아왔다. 저자는 라이히의 텍스트를 꼼꼼하고 집중적으로 읽어내면서 라이히가 이미 오르가즘 체험의 심리적인 제 측면들을 매우 잘 인식했음을 밝혀낸다. 그 과정에서 오르가즘 이론이 가진 육체와 정서 그리고 정신 사이의 불가분의 관계를 명확히 하며, 오르가즘 개념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교정하고 있다.

라이히의 오르가즘 이론뿐 아니라 조르주 바타유의 에로티즘 이론도 올바른 오르가즘에 대한 이해를 위한 지침으로 언급된다. 저자의 독법에 따르면, 에로티즘에 대한 철학적 해명은 그 핵심에서 오르가즘 순간에 대한 일종의 형이상학으로 읽힌다.

‘확장된 의미에서의 오르가즘 능력’ 개념과 ‘저항감각’ 등 독창적 사유 전개
빌헬름 라이히의 ‘오르가즘 능력(Orgastische Potenz)’ 개념을 토대로 ‘확장된 의미에서의 오르가즘 능력(Orgasmus-Kompetenz)’ 개념을 새로이 제안하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구성해내는 단계에서 저자의 본격적인 성 미학 논의가 펼쳐진다. 라이히가 사용한 Potenz라는 용어는 생리적인, 특히 성기적 ‘능력’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저자가 제안한 Kompetenz라는 용어는 Potenz가 담지해내지 못하는 고차원의 정신적 능력까지 포괄한다. 라이히의 오르가즘 능력 개념은 성 의학 차원에 편향되어 있었지만 인성적 차원으로까지 확장하려는 ‘의도’는 ‘내재되어’ 있었다. 따라궼 저자가 ‘확장된 의미에서의 오르가즘 능력’ 개념을 제안하는 것은 라이히의 오르가즘 개념에서 인성구조적 차원의 문제의식을 찾아내어 그것을 뚜렷하게 부각시키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일이다. 동시에 그것은 오르가즘 이론을 철학적?미학적 차원으로까지 확대하는 전기를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저자는 오르가즘 체험을 하는 사람과 하지 못하는 사람의 인성구조 및 감각구조에는 엄청난 질적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때 오르가즘 체험이 감각구조의 변형을 가져오고 나아가 인성구조까지 변형시키는 것을 규명하는 것은 ‘성 미학’의 중요한 주제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된 감각구조’라는 주제를 근거지우기 위해 저자는 또 하나의 가설적 개념인 ‘저항감각’을 제시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에 특징적인 감각구조의 변형 또는 변질을 ‘소유감각의 형성과 그것의 기형적 팽창’이라는 내용으로 명쾌하게 설명한 바 있다. 저자는 마르크스가 제기한 소유감각으로의 일면화와는 반대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또 하나의 감각 형성이 가능하다고 설정한다. 이것이 바로 소유감각의 기형적 팽창에 맞서는 ‘저항감각’이다.

‘성 미학’은 왜 ‘저항의 미학’인가?
저항감각은 가장 근본적 차원에서는 자기의 본성, 자연성 또는 일차적 충동을 지키려고 하는 내면성의 핵심 기제요소를 말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 말하는 ‘저항’은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쟁투’의 개념보다 외적인 요소가 자기 고유의 것이 자리 잡고 있는 영역으로 들어와서 도리어 내적 요소를 지배하려는 것에 대한 거부의 ‘몸짓’과 투쟁적 ‘자세’를 의미한다. 즉 ‘저항의식’의 차원을 훌쩍 넘어 ‘삶의 태도로서의 저항’인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대상적 활동으로서의 성행위를 통한 온전한 오르가즘 체험은 전방위적 자기실현을 위한 철저한 자기인식과 자기표현을 전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르가즘 불능은 ‘자기를 표현하고 그럼으로써 자기 자신을 취하는’ 저항능력의 부재를 의미한다. 그에 반해 오르가즘 능력을 갖춘 사람은 억압적 권위에 대해 ‘체질적인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거나, ‘본능적으로 저항’하게 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인생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다루는 오르가즘 이론이, 오르가즘 능력을 인간 해방의 필수적 조건으로 다루면서 펼쳐지는 한, 의심할 바 없이 대표적인 ‘저항의 논리’에 해당할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에 저항감각을 다루는 성 미학은 필연적으로 ‘저항의 미학’의 한 분야가 될 것이다.

이 책의 기본 테제들

① 인간은 동물보다 더 ‘동물적’이다

흔히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라거나 ‘인간은 성적이지 않을 때 가장 인간답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존재는 내적으로 그리고 외적으로 거의 항상 성적 자극을 받고 있으며, 계속해서 섹스를 (생각)할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성 욕동은, 그것이 모든 감정의 근원이든 인간 삶을 옥죄는 냉혹하고 가차 없는 멍에이든 간에 상관없이, 인간들이 하는 모든 행동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자명하게도 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이해하는 작업은 ‘우리 인간은 어떠하며, 또 어떠할 수 있는가’를 밝히는 ‘인간학’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이때 “인간은 동물보다 더 동물적이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것은 ‘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바탕이 된다.(28쪽, 158쪽 참조)

②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하에서는 인간의 실천적 감각은 ‘소유감각’으로 일면화된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잘 산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심오한 감각을 두루 갖춘 “부유한 인간”으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풍부한 인간적 욕구”를 지닌 인간은 자기 자신을 실현하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과 관심의 다양성에 기초하여 개성의 전면적인 발전을 꾀하는 인간이다.(48쪽 참조) 그러나 자본주의적 삶의 조건하에서 ‘인간적 감각’(42~43쪽 참조)을 논하는 것은 거의 불가하다. 즉 모든 형태의 인간적 획득과정(Aneignungsprozeß)을 사유재산의 잡동사니로 굴절시키는 ‘소유’로 인하여 ‘감각의 인간적 향유’를 논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마르크스는 ‘소유감각’은 인간의 감각을 극도로 파편화시키고 모든 감각을 일면화시킨 결과라고 강조한다. 그 결과, 감각적 풍요를 지니고 있어야 할 인간은 우둔하고 편협한 존재로 변하고 만다.(63~64쪽 참조)

③ 섹스는 총체적 경험의 장이며, 바로 그런 이유에서 ‘무서운 것’이다
성행위를 통한 신체적 결합은 단순히 신체 일부분, 즉 남녀 성기의 결합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두 행위 주체들이 복합감각을 동원해 이루어내는 다차원적 결합이다. 즉 성교라는 육체적 친밀성에는 ‘모든’ 차원에서 타인과 ‘완전한’ 결합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녹아 있다. 이때 성행위를 설명하기 위한 최적의 ?타포가 ‘던짐’과 ‘뚫고 들어가기’이다. 오르가즘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전면적 융합’은 전면적 소통에 다름 아니다. 이 ‘융합’은 여태까지 자신을 지탱해주던 육체와 의식의 테두리가 허물어져 말 그대로 ‘무아경’에 빠져드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누군가의 일부가 되는 것, 혹은 누군가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심오하고 총체적인 소통은 없을 것이다.(108, 110쪽 참조) 그러나 경계선이 무너지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폭력적’이고 ‘파괴적’이다. 경계가 무너지면서 일종의 ‘통합’을 경험할 때 인간은 오히려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개별 존재 사이의 거리가 없어짐으로써 존재의 심연이 오히려 더 정확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와해’되어 가는 과정으로서의 성행위는 ‘무서운 것’이다.(264~265쪽 참조)

④ 오르가즘 체험은 감각구조를 변형시킨다
라이히의 표현을 빌리면, 오르가즘 체험의 핵심 내용은 모든 형태의 ‘갑옷’이 벗겨지는 상태다. ‘무의식적으로’ 쾌감의 인식에 완전히 몰입하는 능력인 오르가즘 능력은 인간의 정신적, 심리적 건강을 좌우한다. 자연스러운 성행위 시의 성적 흥분이 최고의 정점에 달하는 체험을 통해서 인간은 생물학적 에너지를 조절하게 된다. 라이히에 따르면, 생장적 흐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사람들은 세상의 비합리적인 부분에 저항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자연적 권리의 달성을 주장하는 반면에, 도덕적 억압구조를 성격화한 사람들은 성기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신체적으로는 경직되고 내적으로는 허위적인 자신감만을 발전시키는 데에 집착한다.

성의학적으로 편향된 라이히의 오르가즘 이론을 철학적-미학적 차원으로까지 지평을 확대해 저자가 정립한 ‘확장된 의미에서의 오르가즘 능력’ 개념에 따르면, 성 오르가즘 체험이나 예술 행위를 통한 유사 오르가즘 체험은 왜곡된 감각구조를 정정한다. 이때 정정된 감각구조란 이차적 충동의 개입 때문에 혼탁해진 감각들이 일차적 충동(인간의 생물학적 핵심층이라고 할 수 있는 때 묻지 않은 충동층. 프로이트와 달리 라이히는 이를 본질적으로 사회적 성질을 지닌다고 본다)의 지배적 구조로 환원되는 것을 의미한다.(338쪽 참조)

⑤ 오르가즘 체험은 필연적으로 ‘저항감각’을 형성시킨다
오르가즘 능력을 체화한 사람들 속에서 작용하는 감각 기제의 핵심적 변별 자질은 무엇인가? 즉 자신이 껍데기를 쓰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간파해내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감각 요소는 무엇일까?
모든 인간적 감각 활동은, 삶의 조건이 감각 활동에 적대적인 한, 필연적으로 정치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오르가즘 능력은 자신을 부당하게 통제하거나 억압하려는 모든 외부 요인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저항 능력이다. 오르가즘 능력을 지닌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쾌락원칙과 솔직하게 대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르가즘 체험이 반복되면, 외부에서 주입된 허위의식이나 허위 이데올로기에 ‘본능적으로’ 저항하게 된다. 이 때문에 생성되는 ‘거짓말을 할 수 없는 능력’은 '자신을 던지는 능력으로서의 오르가즘 능력‘에 의한 필연적 결과다. 이때 ’저항‘을 가능하게 하는 특정한 형태의 감각, 즉 저항감각이 생성된다.(337~345쪽 참조)

⑥ 오르가즘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은 민주사회를 꾸릴 능력이 없다
‘확장된 의미에서의 오르가즘 능력’ 개념은 성행위 분석을 넘어 우리의 삶이 어떻게 일그러져 있고 또 인간들이 상호 간에 어떠한 고통구조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며 살아가는지를 밝히는 데 유용한 이론적 도구가 된다. 확장된 의미에서의 오르가즘 능력은 삶의 주체가 지녀야 하는 총체적 능력, 즉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 윤리적 판단 능력, 더 나아가 미적 가치를 판단하고 추구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포괄한다.(316쪽 참조)

제아무리 ‘선(善)의 언어’를 뱉어낸다 할지라도 그 주체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인간이라면 ‘더 나은 사회’나 ‘바람직한 사회’는 구호의 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회적, 정치적 변혁운동 주체가 오르가즘 능력을 지녔는지 그렇지 못한지에 따라 변혁운동의 성패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보다 나은 사회’나 ‘또 다른 대안 사회’는 그 사회 주체의 인성구조 혹은 성격구조 자체가 재구조화되지 않고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333쪽, 390쪽 참조)

⑦ 무감각은 범죄다
대상적 활동으로서의 성행위를 비롯한 모든 형태의 감각적 활동의 궁극적 목표는 (마르크스의 표현대로) ‘인간적 감각’의 회복이다. 그런데 인간적 감각이 고립된 개인의 자기만족을 위한 수단이 되는 경우는 결코 없다. 인간적 감각은 자신의 고통에 견주어 남의 그것을 어느 정도 감지해내기 위한 근본조건이다. ‘제대로’ 성적 대상적 활동에 들어가 본 사람은 타인에 대해 결코 무감각하지 않다. 그뿐 아니라 욕구실현이 좌절될 때의 고통을 아는 사람이라면 타인의 욕구가 얼마만큼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성찰하게 된다.
오르가즘 불능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성적 장애는 일종의 감각능력 훼손을 가져온다. 인간의 감각능력 훼손은 궁극적으로 인성 장애를 초래한다. 사물과 삶의 모든 가시적 · 비가시적 연관관계를 파악하는 인식능력이 인간의 인성구조를 형성하는 기초적 요소인 한에서는 감각의 기능장애로서의 ‘무감각’은 심대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무감각은 허위의식을 동반하고, 지배 이데올로기가 기능하기 위한 토대가 된다. 무감각한 사람은 남의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들은 양보나 희생을 모르며, 타인의 욕구를 위해 자기 욕구를 통제, 조절하는 행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무감각’한 사람들의 ‘텅 빈 감각’은 외부에서 이미 조작된 것을 감지할 뿐이다. 문제는 그 텅 빈 감각이 ‘범죄적 무감각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간략히 말해, ‘무감각이라는 범죄’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그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가에 대해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성찰하지 못하는 범죄다.(387~388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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