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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치가 생소한 독자들에게
서문 _ 나를 매료시킨 제러미 코빈 현상 프롤로그 _ 놀라운 인생 역정 속으로 1장 뜻밖의 사회주의자들 2장 유복한 어린 시절 3장 소년, 남자가 되다 4장 제인, 그리고 다이앤 5장 좌익 진영에서 6장 북이즐링턴을 향한 애정 7장 야당 하원의원 시절(1983~1997) 8장 아일랜드 9장 가족과 소신 10장 여당 내 1인 야당(1997~2010) 11장 이라크 12장 분노에서 느긋함으로 13장 폴커크 사태 14장 경선의 막이 오르다 15장 당수 후보로 나서다 16장 분초를 다투는 후보 지명 17장 판세를 뒤집은 선거운동 18장 복지개혁법안 19장 우승 후보 20장 경쟁자들의 마지막 반격 21장 압도적인 득표율 에필로그 _ 예비내각 구성하기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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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면서 나는 그가 일생을 관통하는 분명한 원칙을 지닌 복잡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젊은 시절 주변의 설득에 못 이겨 의원 선거에 출마한 정치운동가였고, 헌신적인 정치 활동에도 불구하고 좌익의 상징적 인물이 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노련한 정치가로서 2015년 당 지도자 경선에 뛰어드는 결정을 하는 데는 몇 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코빈은 자신이 자기에게 던져진 운명에 이끌려 마지못해 나선 야심 없는 인물로 비쳐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 책에 묘사된 그는 얼떨결에 영웅이 된 인물이 아니다. 코빈은 일단 도전에 응하겠다고 결심하면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싸운다. 겉보기에는 온화하지만 그 속에는 무시무시하고 타협을 모르는 저돌적인 정치가의 모습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그가 코빈 동지다.
--- p.17 “그는 사교적이고 친근했지만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물론 그도 선술집에 드나들긴 했지만 술을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 날 아침 가가호호 방문하며 선거운동을 하러 다녀야 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사람들이 집에 가져갈 전단지를 몇 봉지씩 들고 선술집에 나타나곤 했다. 술을 많이 마시는 모습도 눈에 띄지 않았다. 술집에 모임이나 행사가 있으면 들르기는 했지만 딱히 오랫동안 머물지는 않았다.” --- p.83~84 “데이비드 캐머런의 지역구에는 주민 250명 가운데 겨우 한 명이 흑인인 반면, 코빈의 지역구에서는 7명당 한 명이 흑인이다. …… 32년 동안 제러미 코빈은 자신의 지역구 거리에서 영국이 끊임없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일랜드계, 카리브 해 출신,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에 이어 터키인, 소말리아인, 폴란드인이 이주해왔다. 그는 깡패 집단, 마약, 폭력 범죄가 자신의 지역구에 미치는 영향과 씨름해왔고 주택 보조금 삭감으로 길거리에 나앉을 위험에 처한 수백 명의 주민들을 대표한다.” --- p.134 코빈의 모습이 담긴 첫 영상은 1990년 5월 8일에 열린 총리질의응답으로서 이 자리에서 마거릿 대처가 총리 임기 마지막으로 의회에 참석해 답변을 했다. 그 영상에는 코빈이 노숙자들의 처참한 처지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 생각인지 물으며 분개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의 말은 자신감이 넘치고, 사용하는 어휘는 쉽고 분명하며,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기 위해 화려한 수사보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그가 묻는다. 대처가 1979년 집권했을 때만 해도 수도에 노숙자가 2,750명도 채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2만 7천 명이 넘는 이유가 무엇인가? 대처 총리가 이즐링턴과 같은 지역의회가 빈집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응수하자, 노동당 의원들이 앉아 있는 벤치에서 야유가 쏟아진다. --- p.146~147 “사람들은 피켓을 들고 코빈과 나란히 서서 시위를 했거나, 코빈이 그들의 모임에서 연설을 하는 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를 알게 됐다. 노동당의 어느 모임을 가도 사람들이 ‘내가 제러미를 만난 게 언제냐 하면 말이야’라는 말이 들린다. 그는 어떤 일이든 발 벗고 나섰다. 그게 그의 가장 중요한 장점이다. 북이즐링턴에서도 그는 그런 존재다. 그를 모르는 유권자가 없다.” --- p.223 “코빈이 노동당과 일반 대중에게 해를 끼치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주장은 놀랍고 부적절하다. …… 코빈이 제시한 정책들 상당수는 저명한 경제학자들과 평론가들이 옹호한다. …… 코빈을 반대하는 사람들조차도 코빈의 제안을 환영해야 한다. 투자에서 공공부문의 역할, 부채 관리와 자금 운용, 불평등 해소와 같은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활성화시켰기 때문이다.” --- p.450~451 “진심만을 말하고, 말하는 게 다 진심인 사람에게는 끌리기 마련이다. 그게 바로 사람들이 정치인에게 바라는 바다. 그는 거짓이 없다. 그는 진국이다. 너무 주변을 의식하고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된 발언만 하는 정치인들에게 넌더리가 나 더 이상 그들이 하는 말을 믿지 않게 된 사람들에게 그는 해독제 같은 인물이다. 에드 밀리밴드는 중심을 잃고 자신이 하는 일에 좌고우면하면서 자신이 정말 신념이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도 흔들렸는데, 사람들 눈에도 그런 그의 모습이 보였다.” --- p.469~4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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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정치권에 도전하는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
코빈은 30년 넘게 하원의원으로 재직했음에도 당으로부터 한 번도 요직을 제안받은 적이 없다. 당수 후보로 나설 때까지는 당에서 두드러지는 인물도 아니었다. 수십 년 동안 주류 정치권과 멀리 떨어져 있었던 그는 거물급 보수당 의원들이 턱시도 차림으로 리무진에서 내려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내 생각에는 의원이 할 일은 그게 아니다. 의원이 할 일은 자기 지역구 유권자들을 대표하는 일이다.” 런던 북부의 북이즐링턴을 지역구로 현재 8선의 하원의원직을 수행하고 있는 코빈은 지역 유권자들에게 충실하고 헌신적인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선거운동을 하던 때에는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유권자들을 만나 한 시간 반 동안 그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주었다. 동료들은 그런 그의 활동을 ‘제러미 짓 한다’고 표현한다. 코빈의 친구 키스 비네스는 “사람들은 피켓을 들고 코빈과 나란히 서서 시위를 했거나 코빈이 그들의 모임에서 연설을 하는 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를 알게 됐다”며 지역구에서 그를 모르는 유권자가 없다고 전한다. 코빈은 채식주의자에다 허름한 옷차림을 즐기고 리무진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공화주의자다. 십대에 노동당에 가입해 서른네 살이던 1983년에 북이즐링턴을 지역구로 처음 하원의원이 되었다. 노동당 내 좌파 수장 토니 벤이 정치 스승이며, 우경화한 토니 블레어가 집권한 신노동당 시절에는 그들이 내세우는 모든 것을 반대한 당내 ‘딴지꾼’이었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을 격렬히 반대했던 코빈은 미국과 협력해 그 전쟁을 주관한 토니 블레어를 전범으로 여기고 있고 지금도 그를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평등과 가난에 맞서며,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정책 표방 영국 노동당 당수직에 오르면서 코빈은 미국의 버니 샌더스와 함께 주류 선진자본주의 국가를 뒤흔든 인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신자유주의가 휩쓴 지금의 영국에서 코빈 같은 구식 좌파가 제1야당의 당수로, 그것도 압도적인 표 차이로 기성 정치인들을 물리치고 선출된 것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사실 우리가 제시해야 할 것은 바로 재분배 정책이다”라고 말하는 코빈은 보수당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기간산업의 재국유화, 기업에 주는 각종 세금이나 보조금 삭감, 대학 수업료 면제 등을 주장한다. ‘코비노믹스’로 알려진 ‘서민을 위한 양적 완화’는 40명의 경제학자들이 지지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정책들로 저소득층, 노동자, 젊은 층의 폭넓은 공감을 얻으며 이제 그는 노동당을 블레어 계파가 이끌어왔던 신노동당에서 다시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정당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한다. 처음엔 당수 후보로 올리는 것조차 힘겨웠다 드라마틱했던 당수 선거 풀 스토리 이 책에서는 처음엔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기도 힘들었던 코빈이 어떻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유력 후보가 되고 당수직을 차지할 수 있었는지 노동당 당수 선거의 그 전후 과정이 아주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다. 코빈이 당수가 된 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이 배경이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09년 영국에서 있었던 의원들의 부당 경비 지출 사건이다. 금융위기 발발로 긴축정책이 도입되었고 그로 인한 분노가 좌파 후보에 대한 열망으로 바뀌었다. 또 부당 경비 지출 사건으로는 주류 정치인들과 정치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이런 배경 속에서 평범한 주부로 살던 두 여성이 노동당 당수 선거에서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후보가 나오길 원한다며 온라인 서명운동을 일으켰다. 이 일은 코빈이 당수 경선에 뛰어든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후 코빈을 둘러싼 2015년 노동당 당수 선거는 마치 드라마처럼 전개되었다. 마감시한을 1초 남겨놓고 공식 후보 지명을 받은 일, 3파운드 지지자들의 급증, 코빈 캠프의 활발한 SNS 선거캠페인, 노조의 잇따른 지원, 나머지 후보들의 단일화 무산, 선거 결과가 발표되던 현장의 묘한 분위기 등등 이 책이 전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영국 정치사의 가장 흥미진진했던 일면들을 보여줄 것이다. 풀뿌리의 절대 지지 61퍼센트 이상의 지지율로 1년 만에 재임 2016년 6월,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브렉시트 반대가 당론이었던 노동당의 여러 의원들은 투표 결과의 책임을 물어 당수 제러미 코빈의 사퇴를 요구했다. 코빈은 자신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을 저버릴 수 없다며 사퇴를 거부했고, 이에 예비내각 장관 몇몇이 사임하고 당수의 불신임안이 통과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코빈은 당수 선거에 재출마해야 했다. 1년 만에 다시 치러진 당수 선거 끝에 코빈은 지난 선거 때보다 지지율이 더 오른 61퍼센트 이상의 표를 얻어 당수직에 복귀했다. 코빈을 향한 일반 시민의 지지는 열광적이지만 주류 정치권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당내 의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당을 온전히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는 일이 그의 과제로 남았다. 이와 함께 불평등 속에서 신음하는 서민을 위한 정책들을 실현하는 일, 그리고 보수당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지금의 노동당을 본래 좌파의 가치로 복구하는 일을 그가 어떻게 해낼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