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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단처럼 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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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열쇠가 있었다.
손바닥만 한 열쇠는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머리 부분에는 하트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열쇠는 1898년에 쇠를 벼려 만든 것이었다. 작은 상자도 같은 해에 만들어졌다. 열쇠는 상자에 달린 자물쇠와 딱 맞았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고 수많은 이의 손길을 거치면서 열쇠의 표면은 반들반들해졌다. 열쇠를 처음으로 만진 사람은 물론, 그것을 만든 금속 세공사였다. 완성된 열쇠는 상자의 첫 주인에게 건네졌다. 그에게는 일곱 명의 아이가 있었다. 그들 모두 차례로 열쇠를 쥐었다. 열쇠는 지문 감식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왔다. --- p.19 죽어, 나의 박해자. 당신은 나를 달래어 영원한 잠에 빠뜨리려 했어. 날 다시 유리관에 가두려 했고. 당신은 나를 보기 좋을 뿐인 장식품으로 만들려고 했어. 하지만 난 살아 있는 사람이야.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고, 욕구가 있는. 그래서 날 통제하기 힘들었지? 독립적인 나라서, 당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주지 않아서 불만이었지? --- p.77 왕자는 루미키의 코르셋을 꽉 조였다. 조금만 더 조이면 당신은 순종적인 아내가 될 수 있어. 조금만 더. 그러면 당신은 정숙과 자제를 배우게 되겠지. 이제 당신은 숲속에 살고 있지 않잖아. 한 나라의 왕비이지. 걸을 때도 천천히, 우아하게 걸어야 해. 내가 말을 할 땐 입을 닫고 귀를 기울여야 하고. 소리를 질러서도 웃어서도 안 되지. 그건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니까. 당신에겐 아름다운 드레스와 귀한 보석과 금으로 뒤덮인 침실이 있는데, 대체 왜 행복하지 않은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어째서 만족을 못하는 거야? --- p.112 이것이 루미키의 우주였다. 그 어둠과 빛 속에 격정과 공포, 절망과 환희가 가득했다. 하늘의 품속에서 그녀는 완전해졌다. 더 루미키다워졌다. 비로소 자유를 찾은 것이다. 루미키는 손바닥으로 눈 덮인 땅을 꾹 눌렀다. 새로 떨어진 무수한 눈송이들 틈에 섞여들고 싶었다. --- p.1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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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52개국에 번역 출간된 글로벌 화제작!
눈과 얼음의 땅에서 온, 진짜 걸크러시가 시작된다! 출간과 동시에 전세계 52개국에 번역 계약을 맺은 소설, 지난 4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소니픽처스 해킹사태 당시 유출된 이메일에서 주요하게 거론되어 화제를 낳은 시리즈, 십 대 소녀이지만 특유의 강인함으로 각국의 언론으로부터 ‘한 마리 늑대 같은 여주인공’이라는 색다른 찬사를 받은 캐릭터 루미키! ‘스노우화이트 신드롬’을 일으키며 스칸디나비아 스릴러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제2권 『눈처럼 희다』와 제3권 『흑단처럼 검다』가 출간되면서 ‘루미키 안데르손 사가saga’가 마침내 완결되었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를 읽는 몇 가지 키워드 1. 왕비가 된 백설공주는 행복했을까? 교내 연극에서 ‘백설공주’ 역을 맡은 루미키(『흑단처럼 검다』). 독사과를 먹고 쓰러져 유리관에 누워 있던 백설공주를 발견한 왕자는 공주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녀를 궁으로 데려가려 한다. 그러나 궁으로 향하던 도중 독사과 조각이 튀어나오면서 공주는 정신을 차린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아는 이야기와 일치한다. 그러나 루미키의 백설공주는 왕비로서의 삶을 원하지 않았고 왕자는 그녀에게 코르셋을 강요한다. 백설공주는 끝내 왕자를 은빗으로 찔러 죽이고 자유로운 숲을 향해 달린다. 2. 소녀에겐 소녀가 필요해 루미키는 거액의 돈을 갖게 되면서 위험에 처한 엘리사를 구하고(『피처럼 붉다』), 프라하 여행에서 만난 젤렌카를 위해 불타는 집으로 뛰어든다(『눈처럼 희다』). 심지어 자신을 집요하게 괴롭히던 안나-소피아를 구하러 밤길을 달리고, 기억 속에서 사라진 언니의 존재를 소중하게 복원한다(『흑단처럼 검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의 소녀들은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대신 서로 도와 적극적으로 냉혹한 현실에 맞선다. 3. 동화는 아름답지 않아 물레에 찔려 잠든,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의 원형이기도 한 「들장미 공주」, 두 소녀의 우정을 그린 「흰 눈과 붉은 장미」, 그리고 주인공 루미키의 이름이자 삼부작 전체를 지배하는 「백설공주」.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는 잘 알려진 동화를 모티프 삼아 걸크러시 캐릭터로 재탄생시켰다. 추천사 루미키는 터프하고, 이야기는 더없이 독하다. _아물레흐티 (핀란드) 만족스러운 완결편! 당신의 어떤 기대도 완벽히 충족시킬 것이다. _헬싱긴사노마트 (핀란드) 어른들의 세계에 침입한 소녀 루미키. 그곳은 비도덕적이며 범죄로 가득하지만 루미키는 그들보다 똑똑하며 강하다. _파이낸셜타임스 (영국) 핀란드의 반짝이는 서리를 흩뿌리고 날카로운 추위로 어둡게 채색한, 동화답지 않은 동화. _오스트레일리언 (오스트레일리아) 북유럽 특유의 겨울 풍경과 그 신비로운 열기에 끌린다. 창밖에 내리는 새하얀 눈과 창에 꽃처럼 피어나는 서리. _요미우리신분 (일본) 역자의 한 마디 작가 살라 시무카의 문체는 무척이나 신선했다. 불필요한 치장 없는 심플한 문장은 몰입을 도우면서도 묵직한 감정적 충격을 선사한다. 젊은 작가답지 않게 글을 가지고 노는 실력이 탁월한데, 특히 『흑단처럼 검다』는 그 남다른 재능의 ‘쇼케이스’다 싶을 만큼 인상적이고 매혹적인 문장들이 넘쳤다. 번역자로서 느낀 ‘옮기는 즐거움’이 독자 여러분의 ‘읽는 즐거움’으로 온전히 전해지기를 소망하며 한 줄 한 줄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