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샤르밀라 타고르의 해설
1.인디르 할머니 2.신비한 울음소리 3.아푸의 이상한 행동 4.한 시대의 끝 5.낡은 인디고 방갈로 6.망고피클 7.여름날 오후 8.두르가 누나 9.레몬 이파리와 열매 10.선생님 11.아투리 마녀 12.기찻길 13.독수리 알 14.참파꽃 15.축제 16. 작은 황금상자 17. '소중한 코걸이를 잃었다' 18. 아자이 왕자 19. 빛나는 검은 잉크 20. 대나무 숲의 물고기 21. 두르가 여신을 환영합니다 22. 니슈친디푸르 23. 나는 기억합니다 감사의 말 이 책의 여러 판본에 대하여 |
|
(아푸의)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커다란 보리수가 서 있다. 그 나무는 얼마나 큰지 하늘 높이 나는 비행기 창에서 내려다보거나 고지대에 있는 집 지붕에서 그 꼭대기를 볼 수 있을 정도다. 아푸는 가끔 그 나무를 무심코 쳐다보곤 했다. 그럴 때마나 어김없이 머나먼 나라, 아주 먼 나라가 떠올랐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른다. 엄마가 들려주던 동화 속 왕자가 사는 곳, 그런 곳이 아닐까?
이런 약간의 즐거움이 어린 그의 마음을 휘저었다. 그런데 상상 속 그 머나먼 나라로 흘러가는 바로 그 순간, 아푸는 엄마가 정말로 보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자기가 상상 속에서 가고 있는 그곳엔 엄마가 없는 곳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처럼 엄마 곁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없었다. --- p.51 2년 전, 사라스와티 푸자 날에 푸른목새를 보기 위해 아빠와 마을사람들과 함께 나섰을 때 드넓은 들판을 가로 지르며 미지의 장소로 사라져버린 길을 본 적이 있었다. 아푸는 양쪽으로 이름 모를 새와 나무와 풀이 있던 그 먼지 나는 길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길게 뻗은 길이 어디까지, 얼마나 멀리 이어지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저것은 소나당가 벌판을 지나는 길이야.” 아빠가 그렇게 말해준 적이 있었다. “그 길은 마다브푸르, 다스가라를 지나 달치트의 강 가트와 합쳐진단다.” 하지만 아푸는 그 길이 달치트에서 중단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길은 훨씬 더 멀리까지 이어져 서사시에서 나오는 땅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로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아푸는 높은 보리수의 가지를 볼 때마다 아주 먼 그 나라들을 떠올렸다. 받아쓰기 문제에 귀를 기울이다가 2년 전 보았던 그 길이 생각난 것이다. --- p.92 아푸는 바바지 노인의 집을 방문하다 보니 꾸밈없는 생활방식이 영혼의 자유라는 숨결을 불어넣는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것은 아푸가 매일매일 발견하는 수많은 새와 풀과 나무 들에서 느끼는 특별한 기쁨이자 흙을 만지는 것만큼이나 친밀하고 즐거운 일이었다. --- p.132 두르가는 이 세상의 빛을 다시 보지 못했다. “체온이 급격히 상승했다가 떨어지는 바람에 환자의 심장이 견디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다스가라 마을에서도 똑같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의사 샤리드가 돌아가고 나서 30분이 채 안 되어 아푸네 집 마당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 p.182 차락 푸자의 날에 아투리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오두막은 최근에 차락 푸가가 열리던 벌판 가장자리에 있었다. 오두막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아푸는 그 할머니가 너무 무서워 대나무 숲과 가시덤불을 헤치고 마구 달아난 일이 생각났다. 할머니는 마녀도 아니고 여자괴물도 아니었다. 마을 끝자락에 살고, 얼굴이 험상궂게 생겼고, 주위의 도움 없이 혼자 사는 할머니일 뿐이었다. 할머니에게는 돌봐줄 아들과 딸이 없었다. 친구나 친척도 없고 시신을 옮길 사람도 없을 테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 p.191 넬모니 아저씨 집 정원의 코코넛나무 이파리들이 달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그것을 쳐다보니 허전한 감정이 몰려왔다. 떠나야 할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그 빈자리에는 곧 있을 이별이 주는 깊은 아픔이 차지했다. --- p.193 잃어버린 송아지를 찾아 나섰다가 기찻길을 보기 위해 숨 가쁘게 벌판을 가로지르고 도랑을 건넜던 그곳, 아샤두-두르가푸르로 이어지는 벽돌도로를 따라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던 그곳, 굽은 오르막길을 따라 소나당가 벌판으로 올라가던 그곳, 바로 마을 끝에 있는 자문나무 옆에서 누나가 기차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누나는 저 뒤에 홀로 남겨졌다. 다들 누나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은 것 같았다. 누나를 놓고 오면서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다. 엄마도 아빠도 그 누구도……. 순간, 마음속에 있던 무언의 그 감정이 눈물로 표현되었고 아푸는 자꾸만 자꾸만 외치고 싶어졌다. “나는 떠나기 싫어. 누나를 두고 떠나고 싶지 않아!” --- p.201 아푸는 자라면서 이 세상은 거품을 내는 푸른 바다와 드넓은 하늘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느닷없이 치밀어 오르는 활력에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면서 항해 중인 배의 갑판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와 하늘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볼 때, 포도밭이 점점이 박힌 푸른 산들이 시야에서 점차 멀어지고 멀리 보이는 바다의 수평선과 합쳐질 때, 강력한 예술가 창조주로부터 받은 선물 같은 희미한 해안선이 그의 자아를 끌어내는 신기루처럼 그를 유혹할 때, 아푸는 늘 기억했다. 억수같이 비가 내리던 날 밤 무너져 내린 집의 어두운 방구석, 비가 쏟아내는 굉음 속에서 한 시골 소녀가, 높은 열로 고통 받던 불쌍한 누나가 자신한테 “내가 나으면 기차를 보여줄래?”라고 말했던 것을……. --- p.202 |
|
벵골 소설의 랜드마크 한국에 소개되다
벵골소설이 한국에 소개된다. 우리에게 시인 타고르의 고향으로 널리 알려진 벵골지역은 인도대륙 북동부에 위치한 곳으로 인도인들이 신성한 강으로 여기는 갠지스 강 중하류 유역(현재의 방글라데시)에 있어 풍성한 역사와 문물을 자랑하지만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감이 있는 나라이다. 『망고피리 만들기』는 벵골어로 1931년에 출간되었고 영어로는 2007년에 번역되었다. 20세기 초반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은 이 작품은 당시 벵골 지역의 풍습과 자연 환경, 그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박한 모습을 소설 속의 두 주인공 두르가와 아푸(둘은 남매이다)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시골 마을, 가난한 브라만 계급의 자식으로 태어난 남매는 자연을 벗 삼아 들로, 숲으로, 정글로 놀러 다닌다. 이웃집 과수원에서 망고를 몰래 따기도 하고, 그것 때문에 엄마한테 매를 맞기도 하며, 고모가 들려주는 시가를 듣고 외고 노래하고, 푸자(축제)를 손꼽아 기다리고, 머나먼 곳 신들이 사는 나라를 상상하며 자라난다.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가 이랬을 것이다. 누나 두르가는 늙은 고모가 들려주는 시가를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고모와 엄마는 너무 사이가 안 좋다. 결국 고모는 아푸가 태어날 무렵 집에서 쫓겨나 먼저 신의 부름을 받게 된다. 세월이 흘러 여섯 살이 된 아푸는 엄마와 아빠의 정을 듬뿍 받지만 집안이 너무 가난한 탓에 엄마는 아푸를 잘 먹이지 못해 가슴아파한다. 남매는 늘 이곳저곳을 탐험한다. 그래도 제일 보고 싶은 것은 기찻길이다. 엄마 몰래 몇 번 기찻길을 보기 위해 먼 곳까지 가보았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은 그 소망을 이루었으나 다른 한 사람은 이루지 못한다. 열두 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때문이다. 샤르밀라 타고르의 해설 “이 책의 주인공 아푸와 두르가는 이 세상의 모든 시간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자연은 그들 삶의 일부이다. 마을, 숲, 넓은 들판이 그들의 놀이터이며 그들은 늘 돌아다니며 탐험한다. (…) 나는 아푸가 연이 하늘 높이 날다가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편으로 새처럼 되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는 장면에서 깊은 감동을 느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아푸는 포근한 엄마 품으로 달려간다.” 새가 되고 싶은 마음, 저 먼 그런 나라에는 엄마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갑자기 엄마가 그리워지고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비부티부샨은 이 상반된 감정을 잡아내는 능력이 있다. 『망고피리 만들기』에서 자연은 한 어린이에게 호기심을 심어주고 그것을 조절하며 거기에 반응하는 존재인 것 같다.” 이 책을 해설한 샤르밀라 타고르는 벵골 출신의 인도 여배우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후손이다. 『망고피리 만들기』 작품 개요 이 작품의 원제는 Pather Panchali(영어로는 Song of Road, 길의 노래)로 1925년부터 쓰기 시작하여 1931년에 완간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벵골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후에 아동용으로 요약되어 Aam Anthir Benpu(Making a Mango Whistle)로 출간되었다. 한국어판은 2007년에 영역된 Making a Mango Whistle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원작자 비부티부샨 반도파댜이는 소설 외에도 단편, 기행문, 산문 등 많은 작품들을 벵골어로 남겼다. 그의 처녀 장편이자 대표작인 이 작품 Pather Panchali는 인도의 유명한 영화감독 사타야지트 레이에 의해 1950년대에 3부작(『Aparajito(불패의 전사)』, 『Apur Sansar(아푸의 세계)』, 『Pather Panchali(길의 노래)』으로 영화화되어 인도 전역은 물론이고, 서구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그를 세계적인 영화감독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 『망고피리 만들기』는 아동용이라기보다는 원작자의 추억에 모티브를 둔 성장 소설에 가까운 것 같다. 최근 소설가 공선옥이 쓴 『나는 죽지 않겠다』라는 소설의 광고 문구를 보면 “‘진짜배기’ 청소년소설이 온다!”고 했는데, 이 책 역시 청소년소설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