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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_우리는 또 다른 빅토리아 인들
1. 빅토리아 시대, 여자를 말하다 여자의 실타래 빅토리아 시대 두 여인, 리지와 제인 중세공주 샬럿과 빅토리아 예술가들 빅토리아 키워드 2. 빅토리아 시대, 결혼을 말하다 결혼의 의미 가정의 천사 집 안에 갇힌 여자 빅토리아 키워드 ② 3. 빅토리아 시대, 정상과 비정상을 분류하다 강물에 몸을 던지는 여자 스캔들 한가운데에 선 여자 여성 누드에 대한 위선적 시선 비련의 여주인공과 예술가들 빅토리아 키워드 ③ 4. 빅토리아 시대, 일을 말하다 남자의 노동 산업화의 이면 여자의 노동 빅토리아 키워드 ④ 5. 레이디스 앤 젠틀맨 레이디의 품격 젠틀맨의 두 얼굴 드러난 것과 숨겨진 것 사이에서 균형잡기 빅토리아 키워드 ⑤ 마치며_상자 속 깊은 곳의 거주자 인물로 읽는 빅토리안 예술 빅토리아 시대 주요 연표 참고문헌 |
이주은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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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은 남녀를 비규범이나 일탈로 여긴 1850년대에는 그림에서도 결혼의 주제가 자주 등장한다. 남녀의 로맨스 자체보다는 사랑의 결실은 반드시 결혼이어야 한다는 내용의 그림이 미혼 여성의 이미지와 관련하여 많이 나타난다. 1856년에 아서 휴즈(Arthur Hughes)가 그린 [풋사랑]에서 (…)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어둡게 처리되어 있어서 이 두 사람이 결혼하지 못하리라는 불길한 암시를 주는 것 같다. 여자는 지나간 세월을 원망하고 결실 없이 끝나는 사랑을 후회하듯 담쟁이를 쳐다보고 있다.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랑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당시의 가치관과 무관하지 않다.
---「아서 휴즈, [풋사랑], 1856」중에서 왕립미술원에서는 당시의 자유 풍조가 도덕적으로나 지적으로 민감한 젊은 여성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여, 그 대응책으로 [여자의 임무-남자의 반려자]를 마치 공익광고처럼 전시하였다. 조지 엘가 힉스(George Elgar Hicks)에게 그리게 한 이 그림의 제목, ‘여자의 임무’는 매우 의미심장했다. (…) 힉스의 그림은 품위 있는 여성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태를 보여주는 일종의 윤리지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조지 엘가 힉스, [여자의 임무-남자의 반려자], 1863」중에서 유혹에 대한 남성의 두려움과 피해망상이 문학과 예술에 구현된 대표적인 예가 바로 팜 파탈이다. 역사를 통틀어 미모로 남자를 현혹시켜 파멸을 초래한 여자들은 모두 19세기 말에 팜 파탈로 재탄생되었다. 로세티의 [릴리드 부인]은 가정 윤리를 우선했던 빅토리아 시대에 끔찍한 팜 파탈이었다. 남자의 의지를 무너뜨리고 남자의 권위를 조롱하며 통제 불가한 미녀는 난폭하고 사악한 지배자의 이미지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팜 파탈은 남성의 나약해진 심리가 만들어낸 허구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릴리드 부인], 1868」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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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명화와 여자는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었는가
라파엘전파의 그림은 그 동안 ‘아름다운 그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그림’으로 소비되어 왔다. 그림의 소재는 대부분 ‘아름다운 여자들’이며, 그들은 나른하고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색채 또한 화려하다. 19세기 영국의 회화는 ‘문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철학과 미학을 기반으로 한 현대미술이나 상징의 언어로 싸여 있는 중세나 르네상스 미술에 비해, 관람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가 ‘아름다운 명화’라고 부르는 이 작품들에는 ‘아름답다’라는 수식어 하나로 넘길 수 없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회적 함의가 다수 숨어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사회적 함의와 비밀 들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고정관념의 역사, 특히 여자에 대한 편견의 역사적 맥락을 ‘그림’이라는 단서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냄으로써, 지금 우리의 모습을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 이런 사회적 분석은 물론이고, 저자는 빅토리아 시대 라파엘전파 화가들이 여자 이미지를 그리면서 예술에 대한 생각을 교차시킨 미술사적 분석 또한, 놓치지 않고 이 책에 담았다. 가정이라는 영역에 갇힌 여자들처럼 세상 안에 갇혀 자유를 꿈꾸던 예술의 위상에 대해서도 논한다. 당시 영국 왕립 미술원에서 최고의 존경의 대상이었던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의 이상화된 미술을 비판하며, 영국 아카데미 미술에 반기를 든 진보적인 예술가 단체가 라파엘전파였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존 에버렛 밀레이 등의 20대 중반의 젊은 왕립 미술원 학생들이 주축이 되었던 단체로, 당시 산업화로 인한 자연파괴와 물질주의를 배격하며 미술은 기본적으로 창조적인 영역이라는 신념을 기본으로 한다. 이들의 신념이 그림 속 여성의 이미지와 맞물리고 있다는 저자의 설명은 우리의 미술사적 지식을 확장시켜준다. 이 책은 빅토리아 시대를 ‘여자’ ‘결혼’ ‘정상과 비정상의 분류’ ‘노동’ ‘레이디스 앤 젠틀맨’이라는 주제로 살피면서도, 우리가 그림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디테일한 장면들을 포착하여 “빅토리아 키워드”라는 코너를 통해 미술사적 정보를 한번 떠 꼼꼼하게 짚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