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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의 그림 vs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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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의 글 :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다 보인다 - 이주헌(미술평론가)
머리말 : 한 페이지의 깊은 거울, 그림

1. 그 여자의 뒷모습 : 소망의 시야
두 사촌 vs 실내, 창가의 여인
| 와토 vs 카유보트 |

2. 둘 중 한 명은 엑스트라 : 화면의 주종 관계
난쟁이와 함께 있는 발타사르 카를로스 왕자 vs 시인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
| 벨라스케스 vs 루소 |

3. 소녀의 엉덩이 : 예술의 비싼 대가
누워있는 소녀 vs 유령이 그녀를 지켜본다
| 부셰 vs 고갱 |

4. 밀실의 남녀 : 사랑의 무게
빗장 vs 실내
| 프라고나르 vs 드가 |

5. 군중 속의 개인 : 두 시대의 공존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리스도 vs 가면과 함께 있는 자화상
| 보쉬 vs 엔소르 |

6. 신혼부부의 자랑 : 초상화가 말하고 있는 것
정원 속의 부부 vs 앤드류스 부부
| 할스 vs 게인즈버러 |

7. 두 웃음 : 즐거운 인생
사스키아와 함께 있는 자화상 vs 제욱시스로서의 자화상
| 렘브란트 vs 렘브란트 |

8. 술잔을 앞에 두고 나를 보는 여자 : 벽을 무너뜨리는 시선
포도주 잔을 든 소녀 vs 카페에서
| 베르메르 vs 마네 |

9. 실물 크기의 죽음 : 감정이입의 각도
죽은 그리스도 vs 죽은 그리스도
| 만테냐 vs 홀바인 |

10. 거울에 비춰보는 긴 머리카락 : 자연스러운 인체의 맥락
거울 보는 여인 vs 조, 아름다운 아일랜드 여인
| 티치아노 vs 쿠르베 |

11. 엄마와 아이 : 신성 가족
엘리사벳, 어린 세례 요한과 함께 있는 성모자 vs 샤르팡티에 부인과 아이들
| 루벤스 vs 르누아르 |

12. 한 사람의 세 얼굴 : 피부에 담을 수 있는 것
사려분별의 알레고리 vs 찰스 1세 삼중 초상화
| 티치아노 vs 반 다이크 |

13. 천사의 나이와 성별 : 화가의 취향
이집트 피신 길의 휴식 vs 천사의 노래
| 카라바조 vs 부게로 |

14. 남자의 초상 : 두 얼굴의 낭만주의
프랑수아-마리우스 그라네 vs 절도 편집증 환자
| 앵그르 vs 제리코 |

저자 소개 1

미술평론가. 연세대학교 신학과,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아트컨설팅서울, 광주문화예술진흥위원회 등에서 전시기획, 문화예술행정 업무를 했다. 현재는 미술의 역사와 현장에 대한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캐스트]에 ‘화가의 예술과 생애’, [Friday]에 ‘Art in the Street’, 웹진 [IZM]에 ‘그림 vs 그림’ 등을 연재했고, 논문으로는 「레디메이드로서의 작가 : 마르셀 뒤샹의 ‘로즈 셀라비’ 연구」가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647g | 188*230*16mm
ISBN13
9791185676326

책 속으로

이런 미묘한 효과를 만들어낸 사람은 스페인 미술의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벨라스케스다. 오늘날에 그는 서양미술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비교 대상이 몇 명 안 되는 대가로 인정받지만, 그의 시대 스페인에서 화가는 손으로 일하는 다른 사람들, 즉 농부나 대장장이와 신분상 별 차이가 없었다. 10대부터 탁월한 화가였고 24살에 궁정화가가 되어 40여 년을 펠리페 4세의 왕궁에서 보낸 벨라스케스도, 왕이 보기에는 궁정의 하인들 중 한 명일 뿐이었다. 신분 문제에 예민했던 그는 왕실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궁정 화가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보직들을 아울러 맡아 (걸작이 나올 그 아까운 시간을 축내며) 시종과 관리들을 지휘하고, 왕의 침대보를 갈고, 궁전의 가구를 배치하고, 축제와 행사를 준비하는 등의 잡다한 일들을 해야 했다. 귀족이 되고자 했던 필생의 노력은 결국 죽기 1년 전에야 성사된 산티아고 기사단 가입으로 결실을 맺었지만 그 과정은 굴욕에 가까웠다. --- pp.34-35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루소의 작품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조롱거리가 되었으나, 그는 자신이 위대한 화가라는 사실에 추호의 의심도 갖지 않았다. 평소 허풍이 심하던 그가 한번은 사기 사건에 휘말린 적이 있는데 그때 자신을 변호하며 “내가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내가 아니라 예술 그 자체일 것이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 그는 모네와 같은 인상파 화가와 동년배였고, 그가 작품 활동을 하던 때는 후기 인상주의, 상징주의, 표현주의, 입체파 등이 나와서 기존 미술에 대한 혁명적인 재검토를 하던 시기였는데, 그는 이 모든 것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루소가 바라던 것은 아카데믹한 사실주의자가 되어 그림으로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카데미가 높이 평가하는 구상, 데생, 색채 등에 모두 서툴렀다. --- p.37

훌륭한 예술 작품은 그래서 존경할 만한 인격과 품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형편없는 인격에도 불구하고 그 인격의 폐허를 거름으로 삼아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서머싯 몸은 도스토옙스키를 두고 “창작의 재능은 정상적인 인간의 속성을 희생하고 나서야 창궐하는 질병 같은 것”이라고 했다. 이 부분에서 도스토옙스키에 뒤지지 않을 환자가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에 영감을 준 화가) 폴 고갱이다. --- pp.52-53

미장센의 천재 드가는 이 그림에서 남녀 주인공을 그림의 양쪽 끝으로 밀어내고, 그림 한가운데를 빈 공간과 그곳을 밝히는 빛으로 채웠다. 그리고 밤의 실내를 밝히는 벽난로와 램프라는 인공조명의 효과를 표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불안과 긴장은 그 효과 중 하나이다. 드가는 평생 거의 인물만을 주제로 삼았지만, 여럿이 모여 화목하거나 홀로 있어 자족한 사람을 그린 적이 없다. 그가 사람의 내부, 사람들 사이에서 본 것은 고립과 소외, 긴장과 공허, 권태와 외로움이다. 이것은 그가 관찰한 사람들, 즉 자본주의가 전 세계적인 승리를 거두고 “부르주아가 자기 모습대로 세상을 창조하던 시대”(마르크스)인 19세기 중후반의 도시인들을 공기처럼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공기와 같은 것이었으므로, 광장이나 여흥의 장소처럼 공적인 공간뿐 아니라 『실내』가 보여주는 밀실과 같은 사적인 공간의 은밀한 관계에까지도 얼마든지 침투할 수 있었다. --- p.67

『절도 편집증 환자』를 그린 ‘미술계의 바이런’ 제리코는 이처럼 다양하게 어둡고 부정적인 세계에 끌렸던 낭만주의자로, 실제로 병도 많이 앓았다. 그는 신경쇠약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사나운 말에 집착하여 여러 차례 낙마사고를 당했으며 그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좌골신경통, 척추 종양 등으로 고생하다 33살에, 낭만적으로 요절했다.

--- p.221

출판사 리뷰

보는 만큼 느끼는 서양미술 이야기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다 보인다.
다만, 볼 수 있는 능력이 문제일 뿐이다.”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서양미술사의 그림 vs 그림』은 비슷한 그림 두 점을 나란히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 그림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서로를 비추는 거울 같은 그림들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그만큼 깊은 울림을 느끼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보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하곤 한다. 예술가 중에서도 문학이나 음악에 관여하고 있는 경우라면 이런 말에 동의할지 모른다. 하지만 보는 것이 감상의 전부이고, 보이게 만드는 것만이 창작의 수단인 미술의 입장에서 보면 이 말은 틀렸다. 미술의 역사를 보고 인생을 보면, 보이는 것(만)이 중요하고,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다 보인다. 다만 시력, 곧 볼 수 있는 능력이 문제일 뿐이다.” (본문 36쪽)

이 책은 자기 의도를 전달하는 능력에 있어서 의문의 여지가 없는 믿을 수 있는 대가들의 작품을 선정하고, 비슷해 보이는 두 작품을 찬찬히 살피며 닮은 점과 차이점을 따져 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나 저자는 처음부터 화가의 생애나 사회적인 배경, 미술사적 의의 등을 설명하지 않는다. 독자들이 예술가나 비평가들의 권위에 짓눌리지 않고 예술가와 동등한 자격으로 소통하는 것이 미술 감상의 본질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예술가는 훌륭하고 고마운 존재임이 분명하지만 그의 의도에 종속될 필요는 없다. 요리사의 의도를 들어야 음식 맛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고, 그 목표가 갸륵했다고 해서 없는 음식 맛을 있는 셈 쳐줄 수 없는 것처럼, 미술 작품 앞에서 항상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림 앞에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감상자에게 화가의 의도를 이해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입에 안 맞는 음식을 먹은 사람에게 요리사의 의도를 설명하고서 맛을 못 느꼈다고 타박하는 것과 같다. 미술가는 보이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고, 훌륭한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의도를 충분히 전달한다. 그러니 감상자가 할 일은 작품의 뒤를 캐고 주변을 둘러봐서 작가의 의도를 이해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작품 앞에서, 그 표면에 시각을 집중하여 예술가와 동등한 자격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그게 잘 안 된다면,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을 만난 셈 치면 된다. 그 사람과 이번 대면에서 뭔가를 얻는 것은 포기하고 다른 사람, 다른 작품과 대화를 이어 나가면 된다.” (본문 9쪽)

이처럼 작품과 화가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두 개의 그림을 찬찬히 살피며 그 과정에서 흥미를 느낀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배경 지식이 되는 작품의 사회적·시대적 배경, 미술사적 의의 등을 차례로 설명한다. 또한 작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화가의 생애는 각 장의 마지막에 따로 정리해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작품보다는 화가의 자극적인 개인사에 치중하고, 얄팍한 감성을 자극하거나 미술사적 의의나 지식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경향이 강한 시대에, 이 책은 독자들이 아마추어로서 당당하게 그림을 마주하고 감상할 수 있는 훌륭한 안내자가 되어준다. 또한, 그림을 통해 저자가 풀어내는 삶과 예술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한 깊은 통찰은 그림 감상을 통한 철학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추천평

미술 감상에는 매우 요긴한, 그러나 소화에는 결코 부담이 없는 안내서!

이 책에는 미술사와 문화사의 측면에서 긴요한 지식도 적잖이 담겨 있다. 다만 저자는 이런 지식이 독자의 감상을 방해하지 않도록 가급적 글의 뒤쪽에 배치하고 그것도 소화하기 쉽도록 평이한 언어로 친절히 풀어서 썼다. 그 내용이 편안하게 수용되는 까닭에 우리는 저자가 수다한 관련 서적을 얼마나 꼼꼼하게 읽고 소화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감상에 도움이 될 내용들을 얼마나 섬세하게 정제해 풀어 놓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정독 이전에 저자는 그림 하나하나를 매우 정밀하게 살펴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 살뜰한 관찰과 면밀한 독서를 토대로 곰삭혀 만든 책이니 우리는 이렇듯 미술 감상에 매우 요긴한, 그러나 소화에는 결코 부담이 없는 좋은 안내서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주헌(미술평론가)

리뷰/한줄평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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