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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맘마미아'
대중음악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인정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비틀즈 다음은 아바!'라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4억장에 가까운 앨범판매량이 비틀즈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세대가 완전히 바뀐 90년대에도 앨범이 잘 나가고 위력이 재생산된 비틀즈처럼 아바(Abba) 또한 90년대에 신세대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기 때문이다.
70년대에 펄펄 날던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롤링 스톤즈도 90년대 들어 뚜렷한 앨범판매고 증가를 보이지는 못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매니아들에게만 이름이 회자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비틀즈와 아바만은 예외적으로 신세대 앨범 수요자들을 관통했다. 일례로 98년 아바의 앨범 「골드」가 쟁쟁한 신세대 인기가수를 제치고 당당 그해 영국 전체 앨범판매량 3위에 오른 사실이 말해준다. 아바의 무단복제(?)도 성행해 90년대 초반 에이스 오브 베이스 Ace of Base란 그룹은 남자 둘과 여자 둘이라는 그룹 라인업까지 표절하면서 두각을 나타냈고 90년대 말에는 공개적으로 아바 사운드를 표방한 혼성그룹 스텝스 Steps가 출현해 영국을 뒤흔들기도 했다. 90년대의 젊은이들은 아바의 음악이 70년대에 만들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낡고 지루한 느낌은커녕 도리어 높은 수준을 간직하고 있는 것에 놀라워하며 너도나도 자진해서 그들 노래에 접속되었다. 영국에서 아바가 전성기였던 70년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던 1999년에 아바의 히트곡을 토대로 한 뮤지컬 「맘마미아!」가 만들어졌으니 어쩌면 대중적 호응은 따 놓은 당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타이밍이 기막혔다. 대중음악 평단에서는 흔히 아바가 비틀즈처럼 신 ㆍ 구 '두 세대의 정복'을 일궈낸 동력으로 크게 두 가지, 즉 세월을 견디는 음악의 '높은 완성도'와 대부분의 곡들이 발표된 때부터 익숙하게 다가온 '강한 친화력'을 꼽는다. 「맘마미아!」는 바로 이 두 가지 요소를 아주 적절하게 활용했다. 먼저 친화력 측면은 뮤지컬「맘마미아!」를 관람한 사람들은 누구나 "아바의 노래가 연이어 나오는데 대부분 아는 것들이라는데 놀랐고, 아바의 히트곡이 그렇게 많은가 하는 사실에 또 놀랐다"며 혀를 차는 것이 웅변한다. 여기에 삽입된 아바 곡은 총 22곡으로 타이틀인 'Mama Mia'를 위시해 'I have a dream', 'Knowing me knowing you', 'Dancing queen', 'Waterloo' 등 모두가 제목은 물론 멜로디와 리듬이 친숙한 곡들이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기에 극중 중요한 장면에 배우들이 'Dancing queen'을 부를 때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곡 'Waterloo'에는 객석 전체가 일제히 일어나 같이 따라 부르고 춤추는 게 관례가 됐다고 한다. 아바의 음악적 완성도 또한 「맘마미아!」의 흡입력과 관계한다. 사실 아바의 음악은 신디사이저와 스트링의 풍요로운 사운드가 수 차례 더빙을 통해 두껍게 구사되어있어 기술적으로도 요즈음에 뒤떨어짐이 없으며, 두 미모의 여성 멤버 아그네사와 프리다는 언제나 상대적으로 높은 옥타브의 고음으로 노래하고 코러스를 했다. 'Take a chance on me'를 한번 떠올려 보라. 곡을 녹음할 때마다 아그네사와 프리다는 악을 써야 하는 바람에 끝나고 나면 매번 기진맥진 녹초가 될 정도였다는 것이다. 곡을 만든 남성 두 멤버 베니와 비요른은 "아바는 세월에 부패(腐敗)하지 않는 절대적 사운드와 노래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팬들 입장에서는 그리하여 듣기는 좋으나 막상 부르려고 하면 안되는 게 아바의 노래였다. (실상 아바 곡 가운데 다른 가수에 의해 리메이크 히트된 게 없다) 아바 곡을 토대로 한 뮤지컬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들었을 때 사정을 잘 아는 아바 팬들이 무엇보다 원곡의 감흥이 제대로 재현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베니와 비요른이 뮤지컬 제작자에게 조건으로 오리지널 노래를 건드리지 않을 것을 주문한 것도 '아바 음악의 성(城)'이 훼손되면 팬들이 실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현명한 처사였다. 「맘마미아!」가 영미를 비롯하여 8개국 무대에 올려지고(우리나라가 9번째), 지금까지 천만 명이 관람하는 흥행 대박을 터뜨린 사실은 바로 배우들이 아바 노래를 제대로 해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뮤지컬「맘마미아!」가 발휘하는 또 하나의 파괴력은 그것의 줄거리 구성이 건실하다는 점에 위치한다. 아바 노래를 가지고 만들었다고 해서 내용을 소홀히 하지 않고, 스토리만을 떼놓아도 될 만큼 탄탄하게 이야기를 꾸려낸 것이다. 어머니 도나와 딸 소피를 중심으로 결혼, 사랑, 아버지 찾기 그리고 세상 알기 등의 드라마처럼 펼쳐지고 또 그 메시지가 숨 가쁘게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아마도 이것이 50년대 최고의 작곡 콤비인 리이버 앤 스톨러 Leiber & Stoller의 노래를 중심으로 만든 뮤지컬 「스모키 조스 카페」와 뚜렷이 차별되는 지점으로 생각된다. 이 작품이 특별한 스토리 없이 노래만으로 쭉 연결한데 반해서 「맘마미아!」는 아바의 노래에 '완벽한 드라마'를 합쳐 명실상부한 뮤지컬을 만들어낸 것이다. 또한 스토리가 아바 곡의 제목, 가사와 딱딱 맞아 들어가는 것도 감탄을 자아낸다. 결코 외형적 음악의 악센트에만 의존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뮤지컬의 감동이 대본이 완성시킨 드라마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물론 흥과 친화력은 아바의 매직 음악이 주조한다. 실로 아바 음악의 가공할 '포괄성'이 여기서도 광채를 발한다. 아바는 전성기 시절 어린아이들에서부터 할머니까지를 팬 층으로 끌어들였고, 영국에서 극동의 한국까지 지구촌 전 지역을 정복했으며 70년대에서 뉴 밀레니엄인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애청되고 있다. 음악인의 3대 드림인 '세대', '지역', '시대'를 장악한 것이다. 「맘마미아!」는 그런 아바 음악의 임팩트를 고스란히 전수 받았고 그 이펙트를 배가해 객석에 전달한다. 아바 음악에 그랬듯 나이가 몇이든, 어느 곳에서 왔든, 어떤 시대를 기억하든 전 인구가 즐길 수 있는 춤과 노래의 향연이다. 가족뮤지컬로도 이만한 것은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