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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한국의 현대 사회사를 개척하며
서론 : 식민과 해방, 그 연속성 / 정치사의 이면 보기 / 동회제도란? / 동회와 주민동원 / 주민사회의 역동성 / 기존 연구와 함께 1장 식민지 경성京城의 동회정책 한성부시대의 역사적 전통 / 정·동 총대제도와 지역유지 / 정·동회제도와 주민조직 2장 전시총동원체제 하의 정회와 주민생활 강화되는 국가통제 / 배급과 동원 3장 지배를 타고 넘어: 동민洞民사회의 지배와 저항 생활공간 동洞의 자치적 활력 / 동민운동의 주체분석 1 : 성북동 / 동민운동의 주체분석 2 : 이촌동 4장 해방 직후 동회의 정치세력화 해방과 정회의 개조 / 식량 위기와 동회의 정치세력화 / 미군정의 식량정책과 대중통제 5장 동원에서 통제로: 정부수립과 동회의 국가기구화 미군정의 하부 행정 정비정책 / 한국전쟁과 주민통제의 강화 결론: 지배와 저항의 교차지, 동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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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로 다시 읽는 해방 전후사
프로이트는 유년기의 경험이 인간의 의식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프로이트의 학설을 사회에 적용하면 어떠할까. 한국 현대사회의 유년기는 해방 전후의 시기다. 해방, 분단, 전쟁이라는 대 사건이 연속된 이 시기는 한국 현대사 최고의 격동기이면서 또한 사회 각 영역에서 한국적 현대성이 형성된 시점이기도 하다. 그동안 해방 전후사 연구는 대단히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결여의 지점이 있었다. 정치사 일색의 연구경향이다. 이 시기 연구에는 정책과 노선만이 존재하며 정치를 규정하고 있던 보통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집합체인 사회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출간된《동원과 저항》은 기존 연구들이 지나쳤던 사람들의 삶과 생활세계를 통해 이 시기 정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두 가지 코드로 읽는 해방 전후사-이 책의 새로운 접근법 이 책은 해방 전후사를 크게 두 가지의 코드로 읽고 있다. ‘동원’이라는 코드와 ‘주민사회’라는 코드다. 필자는 식민지시기부터 한국전쟁까지의 시기를 ‘동원의 시대’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만큼 일상적으로 국가나 정치세력의 주민에 대한 동원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 배경에서 기인한다. 첫째는 지배당국의 미약한 행정력이다. 생활공간에 미치지 못하는 불완전한 행정력을 보완하기 위해 국가는 주민사회가 가진 자원을 활용하려 했다. 지역주민사회의 자치전통이나 지역엘리트들의 정치적 욕망을 대민통치에 동원한 것이 이 시기 지배체제의 한 특징이었다. 이 체제하에서 중간지배층은 주민사회와 통치당국의 매개자이자 실질적 동원의 담지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농촌의 구장과 마찬가지로 도시지역의 총대(동장)는 대표적인 중간지배층이었다. 둘째는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의 발발이다. 이 시기에는 중일전쟁?태평양전쟁?한국전쟁 등 국제적 수준의 전쟁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전시 상황은 국가의 통제권을 강화시켰으며 강도 높은 주민동원을 허용했다. 자치를 표방하는 각종 관치조직들이 생겨나서 전시 인력과 물자동원의 기반으로 이용되었다. 이 시기 국가의 동원조직은 성별?계층별?직업별로 다양하게 존재했지만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주민동원이다. 여기서 주민은 단순히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 즉 거주지와 결합된 존재로서의 사람들이다. 따라서 ‘주민동원’이란 거주지를 단위로 하는 인력의 동원을 의미한다. 이 책의 논지를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일제시기와 해방직후 서울이라는 지역사회에서 주민동원의 중요한 기반은 주민들의 생활공간인 동洞과 동에 결성된 동회洞會였다는 것이다. 이 단순한 사실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논지에 해당한다. 근래에 활성화된 주민 지배정책사 연구들은 대부분이 면과 촌락을 중심으로 하는 일제시기 농촌지배정책에 관한 것들이다. 이 책에서는 농촌지역에서 실시되었던 면제나 구장제와 유사하면서도 차이가 있는 도시의 주민 지배정책으로서 총대제도와 동회제도의 실체를 밝히고 있다. 총대란 오늘날 동장이며 당시에는 공무원이 아닌 동의 주민대표였다. 이 책은 자치적 생활공간이었던 동과 그 단위의 주민들의 모임이었던 동회가 식민지, 전시체제기, 해방공간, 그리고 한국전쟁을 경과하면서 국가의 주민지배를 위한 동원조직으로서 활용되다가 급기야 1955년 동사무소라는 완전한 시청의 하부 행정조직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추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두 가지 문제에 다가가려고 했다. 첫째는 도시 주민사회의 발견이다. 도시 주민들의 생활공간에서 국가의 지배와 엘리트들의 정치운동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려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총대제도와 동회제도를 통해서 도시사회에서 지역주민과 중간지배층, 국가?정치세력의 관계맺음을 드러내 이 문제를 분석하려 했다. 둘째는 식민지 지배체제의 단절과 연속성 문제이다. 구체적으로 식민지시기 형성된 동회제도가 해방이라는 혁명적인 상황과 대한민국의 정부 수립과정에서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추적하여 식민지 사회와 해방이후 사회의 연속성 문제를 해명하려 했다. 이를 위해 이 책은 크게 세 가지의 접근법을 택하였다. 첫째 해방 3년과 식민지 사회의 연속적 이해다. 기존의 정치사에서 택해온 근대사와 현대사라는 분할 구도를 버리고 해방공간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로서 식민지 사회의 경험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시야를 확대했다. 해방공간의 사회는 결코 이전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후식민지사회였다는 것이 이 책의 저변이 흐르는 문제의식이다. 즉 식민과 독립이라는 정치사적 단절 이면의 사회사적 연속성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 이 책의 중요한 문제제기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지면이 식민지시기에 틇애되었다. 둘째 지역주민이란 새로운 주체의 설정이다. 경제적 지위에 따른 계급이나 계층으로 포착되지 않는 지역을 단위로 결합된 사람들이 주민이다. 해방공간이나 식민지 사회는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 가는 과도기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이 시기의 사람들의 삶은 도시에서조차 오늘날보다는 훨씬 더 생활공간에 밀착되어 있었다. 이 책은 전통시대부터 주민들의 자치적 생활단위로 성장해온 동이 식민지와 해방이후 도시사회에서 지배와 저항의 중요한 단위가 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동을 단위로 하는 지역주민주체들이 국가권력이나 정치엘리트들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는 분석해 정치와 일상의 접점을 드러내려 했다. 셋째 주민들의 생활공간에서 보이는 지배와 저항의 상호작용이다. 이 책은 한편으로 국가의 지배정책이 생활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었는지를 다루고 있다. 식민지시기 도시주민들의 생활공간이 어떻게 식민 당국에 포섭되어 갔는지, 또 해방직후 국가수립과정에서 주민들에 대한 국민화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그동안 연구에서 주목하지 못한 내용들이다. 이러한 일상생활의 포섭과정을 다루면서도 그 역이 되는 지배를 타고 넘는 주민사회의 능동적 대응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의 계급운동이나 민족운동의 틀로는 포착되지 않았던 지역주민운동이 식민지시기에도 해방공간에도 하나의 영역으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의 또 하나의 중요한 논지이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해방공간의 사회를 말하고 있다. 그 사회는 식민지 사회의 규정력을 강력하게 받고 있다. 주민들의 일상생활, 좌우 정치세력의 사회운동, 국가수립 과정은 식민지 유산을 토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격렬한 이데올로기 대립 과정에서 식민지 유산은 청산되기보다 활용되었으며 동원과 통제의 장치들은 저마다의 목적에 부합하게 재편되었다. 좌우 정치세력 모두 식민지 지배체제의 청산을 외치면서 그들이 활용한 기재가 식민지 동원과 통제의 유산이었다는 사실은 해방공간의 혁명성에 대한 그동안의 정치사적 인식이 재평가되어야 함을 말해준다. 책의 구성과 특징 이 책은 크게 5개의 장으로 전개하고 있다. 제1장은 식민지 주민동원체제의 형성기로서 강점 직후 일제가 미약한 행정력을 보완하기 위해 지역유지들을 하부 행정에 동원하고 지역주민조직을 육성하여 이를 통치에 활용했던 시기를 다루고 있다. 조선의 전통적인 자치의 단위였던 동을 근간으로 지역유지와 주민동원이 이루어졌다. 이는 1916년 정?동 총대제도와 1933년 정?동회제도의 시행으로 나타났다. 총대와 정회?동회는 오늘날 동장洞長과 동洞사무소의 전신이다. 그러나 이 시기의 총대와 정회?동회는 오늘날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총대와 정회, 동회에서 활동하는 주민대표들은 무보수로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 일하는 지역 유지들이었다. 이와 같이 지역 주민들을 무보수로 말단 행정에 동원하는 것이 경성부의 주민 지배체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제2장은 1930년대 후반 평상적 주민동원조직이 전시총동원조직으로 재편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과정은 총동원체제의 기저조직인 애국반이 동회의 하부에 결합되어 수직적인 동원의 구조가 강화된다. 그리고 도시에서 동원조직이 중요한 강제력을 갖는 배경은 모든 물자가 통제되고 배급제가 실시되는 데 있었다. 곧 동원조직은 배급조직과 일치되는 특징을 지녔다. 일제말기 정회는 자치조직으로서의 역사성을 기반으로 전시동원조직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게 되며 이러한 복합적 성격으로 인해 해방직후 좌우 정치세력에 의해 적극적으로 활용되게 된다. 제3장은 도시주민사회에서 집단행동이 대두하는 양상을 다루었다. 도시의 주민운동은 1920년대부터 30년대에 갈수록 점차 고양되는 양상을 보인다. 전염병과 도시문제, 도시개발을 둘러싸고 지역주민들은 전통적인 자치의 단위이자 동원의 단위가 된 동을 중심으로 일상적 권익을 실현하기 위해 주민운동을 전개하였다. 경성부의 동원 기구인 총대나 동회 제도는 지역주민사회의 역동성에 의해 성격이 규정되고 있었으며 지역에 따라서 지역공동체성이 강한 곳에서 이들은 지역사회를 주민운동의 토대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식민지 지배체제를 타고 넘는 주민사회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제4장은 해방직후 식민지 동원체제가 이완되면서 동회가 정치세력화 되는 국면을 다루었다. 이 시기 동회는 주민들의 자치조직으로 기능하면서 도시지역의 식량위기와 함께 급속히 정치 세력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한편으로 지역주민들이 동회를 중심으로 일상적 이해를 함께 해결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며,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주민조직이 해방직후 정치세력에 의해 정치적 동원의 기반이 되는 측면을 보여준다. 동회를 단위로 하는 주민운동과 정치세력이 결합되어 전개된 1946년 3월 식량투쟁은 제1차 미소공동위원회와 결합되어 서울지역에서 미군정의 지배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고양되었다. 제5장은 남한 정부의 수립 과정과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 미군정과 이승만정부가 이 체제의 효율성을 국가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식민지 주민동원기구들을 국가조직으로 재정비하는 과정을 다루었다. 도시지역에서 식민지시기 형성된 주민동원조직들은 해방공간이라는 특수한 시기에도 해제되지 않고 그대로 반공조직으로 전화되었다. 더 나아가서 해방이후 자치와 동원의 이중적 속성을 가진 관치적 주민조직은 완전한 하부행정조직으로 편재됨으로써 국가의 주민지배는 동원의 성격보다는 통제의 측면이 강화되었다. 식민지 시기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약 50년의 식민지 · 근대화 과정에서 생활공간으로서의 동은 지배의 공간이기도 했으며 또한 그 지배를 타고 오르는 저항의 공간이기도 했다. 이 연구는 도시의 지배정책사로서 전통시대 자율적인 생활공동체로서 기능하던 도시의 동이 식민지 · 근대화 과정에서 국가권력에 의해 말단 지배조직으로 포섭되어 가는 과정에 대한 것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생활공간을 함께 공유하는 지역주민들이 그들의 일상생활 상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서 지역을 단위로 결집하여 능동적으로 국가권력에 대응해갔던 시민주체의 형성과 시민운동의 발전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대상 시기를 동회가 폐지되는 한국전쟁 직후까지에 한정하였다. 조선후기 지역주민들의 자율적이고 자치적인 공간이었던 동과 동회는 1955년 행정법적인 조치로서 국가의 행정기구인 동사무소로 성격이 변화되었다는 부분에서 종결된다. 그러나 실제 이것이 역사의 끝은 아니다. 전쟁이 종결되고 불가 7년 만에 발발한 도시봉기인 4월 항쟁은 도시 주민사회의 역동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1990년대 동사무소폐지론의 대두와 동사무소가 실질적으로 주민자치센터로서의 기능을 강화시키고 있는 오늘날의 모습을 볼 때 도시에서 동洞이라는 공간의 이중적 속성은 지금까지도 잔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