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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소원이라면
002 연착륙 003 무서운 일들도 004 당도하다 005 대답을 기다리는 시간 006 단면 007 때로 후회하더라도 008 된통 앓아야 009 기억도 안 나는데 010 소나기 퍼붓는 시간 011 반반 012 기척 013 환기 014 말장난 015 만약 내가 016 안전하지 않았다 017 실없다 018 음미 019 겨우 행복해졌다 020 시간여행의 패러독스 021 바그너별 022 탓 023 눈보라 024 믿어지지 않지만 025 그러니까 거기서만 026 외로운 단어 027 갈까, 물으니 028 어쩌지 못할 것이다 029 너를 견딘다 030 아침에 나는 031 그런 게 꿈이어야 한다고 032 뼈 033 감기에 걸렸으면 034 이름을 불러주세요 035 언젠가 그날 036 그런데 왜 037 우수 038 애 039 나뭇잎 하나 040 말줄임표 041 책갈피 042 결핍 043 미몽 044 울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045 딱히 046 그 공간에서 누군가 047 꽃의 말 048 스물아홉 기형도 049 별처럼 빛난다 050 쓸쓸히 웃었다 051 자비 052 아프고 나면 053 사전 054 불면 055 말도 안 되게 056 오랜만에 057 맙소사, 켄지 058 스물여섯 059 자리를 바꾸고 060 떠나기 전의 날들 061 감정 062 어제는 063 묵묵한 단절을 064 친구에게 065 그동안 즐거웠어요 066 당신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067 사과라도 하듯이 068 봄비가 사납다 069 Rejection is protection 070 영원한 착오 071 생각했던 것보다 072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073 염소의 편지 074 싫다는 감정 075 물의 근육 076 working title 077 손가락의 기억 078 모르는 게 나쁜 거야 079 믿는 것 외에 080 기억의 겹 081 외로운 마음 클럽 082 잠자는 숲속의 공주 083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084 쇼핑목록 085 어떤 이별은 086 낡아갑니다 087 상처 혼자 088 선생님이 선생님인 이유 089 별일은 없지만 090 슈가맨 091 짐 092 다 기억하고 싶은데 093 무해하지 않은 094 나도 그래 095 노릇 096 세상물정 모르는 이야기 097 입을 다물다 098 술상 099 오늘은 이렇게 100 추상화 같은 날들 101 비탈에서 자라는 것들 102 수선 103 오이마을의 축제 104 동백꽃 피거들랑 105 그런 식이다 106 아름다움에 반응하는 속도 107 나는 세상을 바꾸지 못해도 108 번역, 사람도 그렇다 109 사과하지 않겠어요 110 모른다, 모른다 111 어머니의 일흔다섯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방법 112 약속 없는 내일 113 뭐라거나 말거나 114 콩 한쪽 115 패자의 얼굴 116 호텔 캘리포니아 117 여기서 거기까지 118 절룩거리며 119 두 손으로 감싸고 120 그리고 누군가가 미워진다 121 마녀들 122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123 지붕들 124 시계탑 125 강물 위의 다리 126 환절기 127 놀라운 효과 128 별은 달의 알 129 지구의 마지막 날 130 같은 노래 131 거칠다 132 목소리가 영 그래서 133 All That Is 134 이렇게 살아 있어서 135 벽을 통과하는 법 136 언제나 그랬듯이 137 감이 톡 138 사라짐의 속도 139 스케치 140 너는 전업작가냐 141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142 되다 안 되다 하는 건 143 신기하달까 144 시트 정도는 바꿀 수 있다 145 나는 왜 이 지경인가 146 혼자 살기 위해서는 147 그런 인연이라면 148 그렇게 그냥 가는 마음 149 무슨 생각을 하는지 150 물질적 세계 151 그리워하지 않으려고 152 아무것도 아닌 쓸쓸함 153 한 걸음 한 걸음 154 온실 속의 화초 155 축사 156 비의 탓 157 뒤를 돌아보았다 158 행간을 읽고 159 마음이 깊어도 160 세기의 여름 161 바람이 사는 법 162 영정사진 163 그런 대화가 있어 164 기억의 폭설 165 완벽한 순간들 166 나의 소관이 아니어서 167 다치는 건 여자들 168 묘하게 신경 쓰인다 169 예지몽 170 라오스는 아이처럼 웃었다 171 용감해지자 172 메리 크리스마스 마침표 173 화이트 크리스마스 효과 174 좋아요 175 사이 176 제자리 177 둘 중의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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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자, 말고 힘들지, 라고
잘해라, 말고 잘하자, 라고 안됐다, 말고 어떡해, 라고 잘됐다, 말고 잘했다, 라고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미안하다고 곁에 있어줘서 손을 잡아줘서 고맙다고 오백서른일곱 가지 이유로 좋아한다고 어제처럼 오늘도, 오늘처럼 내일도, 난 너의 편이라고. --- p. 17 감정에 솔직해지는 일. 어렵고 부끄럽고 가끔 무의미해지고 때로 후회하게 되는 일. 그래도 누군가 내게 그래줬으면 하는. 그래도 그럴 수 있는 누군가가 가까이 있어주었으면 하는. 어렵고 부끄럽고 가끔 무의미하고 때로 후회하더라도. --- p. 24 딱히 안되는 일도 없는데 되는 일도 없고. 딱히 식욕이 없는 것도 아닌데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딱히 외로운 것도 아닌데 혼자 있기 싫고. 딱히 바라는 것도 없는데 모자란 것 같고. 딱히 걸고넘어질 일도 아닌데 거치적거리고. 딱히 움직여야 할 이유도 없는데 마음이 흔들흔들. 나를 달래고 일으켜서 뭔가를 하게 하거나 혹은 하지 않게 하는 일. 수천 번을 겪어도 어렵고 난감한 일. 딱히 하기 싫어 죽겠는 건 아닌데 꼭 이래야 하나 싶어서. --- p. 87 오랜만에 약속도 없이, 급히 해야 할 일도 없이, 미열이나 통증도 없이, 뒤척이거나 쓸쓸하거나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는 마음도 없이, 마음을 묶어두고 기다리는 것도 없이, 어디론가 가려 하는 의지도 없이, 아마도 무척 오랜만에, 어떤 온기에 담겨, 나의 중심으로부터 무언가 다시 차오르는 것들을 느꼈다. 피고 또 지는 것이 모처럼 두렵지 않아졌다. --- p. 100 읽고 있던 책에서 접어둔 부분을 펼쳐 굳이 그곳에 사인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글을 보며 상상했던 나와 실제로 만난 내가 다르지 않아 기뻤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거의 처음이었다. 호기심과 총기가 어린 눈매, 의지가 강한 입매, 타인의 이야기를 향해 기울이는 귀, 무엇이 될까가 아니라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스물여섯이 아름다웠다. 홀로 쓴 글들이 어떤 아름다운 존재에게 가 닿는다는 실감이 놀라웠다. --- p. 105 물을 잡으라는 말이 무슨 은유 같은 건 줄 알았다. 문고리도 아니고, 형태가 없는 것을 잡으라니, 그게 내 손에 잡힌다면 이미 물이 아니잖아, 했다. 손가락을 붙이고, 손바닥을 오므리고, 쭉 뻗은 팔을 배 쪽으로 당기며 팔꿈치를 꺾었다가 힘차게 뻗을 때, 손바닥과 팔의 안쪽에 묵직하게 전해져 오는 물의 근육을 느끼고 약간 감격했다. 물을 잡았다고 하여 그것이 내 손안에 남아 있는 건 아니지만, 잠깐 잡혔다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것이지만, 그 힘으로 나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이 왠지 위로가 되었다. --- p. 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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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살아 날뛰는 생각들을 어르고 달래며 무슨 대책도 없이 사랑에 잠긴 나를 견디던 시간이 있었다. 맨살에 닿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기억을 화분에 심고 일상의 먼지로 켜켜이 덮으며, 못생긴 상처나 울퉁불퉁한 슬픔이 꽃이나 나무가 되기를 기다렸다. 잠이 들지 않는 밤과 꿈이 많은 밤이 교대로 드나드는 사이, 너의 아름다움을 구체에서 추상으로, 직유에서 은유로 바뀌어갔다. 사랑은 무력해지고 길은 흐릿한 안개로 가려질 즈음, 기억의 화분에서 말 한마디가 돋았다. 언젠가 내가 네게 건넸던, 어리고 어리석고 불안한 그 말. 나에게는 무거웠고 너에게는 가벼웠던 그 말. 생각이 나서. _황경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