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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한 줌의 재
2부 친구들 3부 타조들 옮긴이의 말 |
Keith G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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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는 차에 치여 자전거에서 굴러떨어졌다. 장례식에서 목사는 “사고”라고 했다. 하지만 그 말로는 충분치가 않았다. 사고라는 말은 거대하지도, 강력하지도 않다. 로스의 죽음은 그 말로는 충분히 설명이 안 된다. 로스는 찻잔을 엎은 것도 아니고,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진 것도 아니다. 인생이 처참하게 박살난 것이다.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단어 하나가 생겨나야 할 것만 같았다. --- p.10
“좋았어. 이제부터 협정을 맺자.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전화기 안 켜는 거다. 오케이? 우리는 전화기 필요 없어. 우리 셋이 함께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잖아? 집에 돌아갔을 때 부모들이 무슨 헛소리를 하더라도 그냥 받아들이는 거야. 하지만 그때까지 우리를 멈출 방법은 없어. 너무 늦었어. 일은 이미 저질러졌잖아?” --- p.66~67 로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울음을 터뜨렸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고백하지 않았다. 하지만 절대 나만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젠가 그 얘기를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가 공유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체면치레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힘을 합쳐 세상과 싸워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늘 지극히 은밀하게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 p.75~76 나는 로스를 점퍼로 다시 감싸고 배낭 아래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 다시 한 번 가슴이 쩌르르했다. 우리는 죽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깨달음은 다른 모양과 형식으로 계속 슬그머니 나를 찾아왔고, 어떤 건 유난히 마음을 아프게 했다. --- p.155 전에도 내가 목숨을 건 적이 있었던가. 정말로 목숨이 위험한 일을 한 적이 있었던가? 없는 것 같았다. 심의 형네 차에서 시속 150킬로미터로 달렸을 때? 아니,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 인생이 이렇게 지루하고 평탄했나? 16년 동안 살아오면서 내일 눈을 못 뜰지도 모른다고 걱정한 적이 있었던가? 그렇다면 나 역시 지루하다고 생각했나? --- p.182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걸었다. 케니는 내 뒤에서 몇 발짝 떨어져 걸었다. 케니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안다는 티를 내면 당황스러워할 것 같아 놔두었다. 짐작만으로는 길을 잃어버리기 쉽다. 달비티 근처까지 가는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이용했다. 마을 한복판을 통과해서 사람들 눈에 띄는 일이 없도록 이제 좀 더 작은 길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우리 셋을 찾는 거니까. 심이 가버린 건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니다. 나는 그렇게 믿을 수가 없었다. --- p.3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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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키스 그레이의 장편소설 『타조 소년들』이 제철소에서 출간되었다.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작가 키스 그레이는 이십대 초반에 펴낸 첫 장편소설 『Creepers』(1996)가 영국 Guardian Fiction Prize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로도 발표하는 작품마다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타조 소년들』은 죽은 친구의 유골 항아리를 훔쳐 여행을 떠난 세 영국 소년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인생의 죽음과 상실을 가슴 깊이 끌어안고 진정한 자아와 조우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이 의미심장한 이야기에 ‘모험’이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해 속도감을 높인다. 마치 세 소년과 함께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듯한 빠른 전개가 돋보인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탄탄한 서사, 묵직한 메시지가 훌륭하게 조화를 이뤄 2008년 출간 당시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로스를 로스로! 불의의 사고로 절친 로스를 잃은 블레이크와 심, 케니는 장례식이 ‘로스답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개한다. 그들은 살아 있을 때 로스에게 고통만 안겨주었던 가족, 선생, 친구 들을 뺀, 오로지 자신들만의 장례식을 계획한다.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이벤트를 고심하던 세 친구는 로스가 오래 전부터 입버릇처럼 말하던 스코틀랜드의 ‘로스’를 생각해낸다. 로스는 오래 전부터 자신의 이름과 같은 ‘로스’에 간다면 비로소 ‘진짜 로스’가 될 거라고 믿었다. 그들은 로스의 유골 항아리를 몰래 ‘납치’하여 ‘로스’로 데려가자는 계획을 곧장 실행에 옮긴다. 자그마치 400킬로미터가 넘는 먼 길 위에서 세 소년은 돈을 벌기 위해 번지점프를 하거나 허허벌판에 우뚝 선 유령의 집에 들어가 하룻밤을 지내는 등 평소엔 할 수 없는 모험과 일탈을 감행한다. 또 수상한 청년들을 만나 택시를 얻어 타기도 하고, 기차에서 만난 또래 여자아이들과 야릇한 로맨스를 꿈꾸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로스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에 한 걸음씩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 결국 끝끝내 외면하고 싶었던 자신들의 또 다른 모습과 마주한다. 소설 후반부에 맞닥뜨리는 진실의 실체는 비단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세 소년이 타조처럼 모래 속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음을 인정하는 대목은 우리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작가가 스스로 밝혔듯 『타조 소년들』은 성장에 관한 소설이다. 작가는 이제 더는 아이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른으로 다 자란 것도 아닌 우리에게 소년들과 여행길에 오르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죽음, 우정, 관계, 죄책감 등을 유골 항아리와 함께 배낭 안에 집어넣고서. 타조, 마침내 고개를 들다! ‘성장’은 어린이나 청소년의 전유물이 아니다. 스스로 아직 완전히 자라지 못했다고 믿는 어른들에게도 여전히 주효한 삶의 명제이다. 특히 청소년기를 입시 준비로 보낸 한국 청년들에게 성장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아와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청소년기 이후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블레이크, 심, 케니 그리고 로스 가운데 한 사람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것이다. 이렇듯 『타조 소년들』은 과감한 스토리텔링으로 모험담이 주는 서사적 재미를 충분히 살리면서도 순간순간의 성찰 또한 놓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온전하게 바라보는 일이야말로 여행과 모험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성장문학으로서의 『타조 소년들』이 지닌 큰 미덕은 읽는 이로 하여금 지나온 시간을 복기하고 성찰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탐색의 과정은 비단 특정한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인생 전체를 관통한다. 성장소설은 말 그대로 ‘성장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좋은 성장문학은 청소년만을 위한 문학이 아니라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이 책은 보여준다. 추천의 말 『호밀밭의 파수꾼』을 연상시킨다. 성장소설의 모던 클래식. _『더 북셀러 The Bookseller』 유머러스하면서 동시에 심오하다. _『더 선데이 타임스 The Sunday Times』 『스탠 바이 미』 이후 소년들에 관한 가장 멋진 이야기! _영국 아마존 독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