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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또예프스끼와 함께한 나날들
양장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또예프스까야 저 / 최호정 역
그린비 200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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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서문 - 내 생애 꼭 하나뿐인 그를 추억하며
2. 어린시절, 그리고 젊은 날
3. 도스또예프스끼와의 만남, 결혼
4. 우리의 신혼 생활
5. 해외 체류
6. 다시 러시아에서
7.1872-1873년
8.1874-1875년
9.1876-1879년
10. 1878-1879년
11. 마지막 해
12. 도스또예프스키의 죽음과 장례식
13. 그가 세상을 떠난 뒤
14. 에필로그 - 회고록에 붙여
15. 해제 - 잔인한 천재, 그 삶의 뒤안길
16. 연보 - 도스또예프스키의 문학과 삶
17. 역자후기 - 도스또예프스키와의 새로운 만남

저자 소개

역자 : 최호정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외국어대 통역 번역 대학원을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 도스또예프스끼와 함께 한 나날들』, 『 반투 스티브 비코, 아자니아의 검은 거인』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1월 31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687쪽 | 891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6820709

책 속으로

그렇게 떠맡은 빚이 없었더라면, 그래서 서두를 필요 없이 원고를 인쇄에 넘기기 전에 다시 검토하고 다듬으면서 소설을 썼더라면, 남편은 작품의 예술적 측면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단과 사회에서는 자주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과 다른 재능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비교하면서, 도스또예프스끼의 소설이 너무 복잡하고 혼란스러우며 너저분하게 쌓인 잡동사니 더미인 반면, 다른 작가들의 작품은 잘 다듬어져 있다고
……
도스또예프스끼를 비난하곤 했다. 다른 작가들 대부분(똘스또이, 뚜르게네프, 곤차로프)은 건강하고 유복한 사람들로서 자기 작품을 충분히 구상하고 다듬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는 두 가지 힘든 질병[간질과 도박]에 시달렸고, 대가족과 빚을 짊어지고 있었으며, 내일에 대한, 절박한 빵에 대한 괴로운 생각에 짓눌린 사람이었다.
……
[작품의] 2, 3장은 이미 잡지에 실렸고, 4장은 인쇄에 들어갔고, 5장은 우편으로 『러시아 통보』에 보냈는데, 나머지는 아직 쓰지도 못한 채 구상만 하고 있는 그런 경우가 그의 생의 마지막 14년 동안 한두 번 있었던 게 아니다. 그래서 남편은 이미 인쇄되어 나온 자기 소설을 읽다가 한순간 잘못 쓴 부분이 확연히 눈에 들어와 자신의 애초 구상이 훼손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절망에 빠진 적이 너무 많았다.
……
그것은 실로 예술가의 비애였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명백히 알면서도 그것을 고칠 기회를 갖지 못한 예술가의 비애 말이다. 불행히도 그는 한 번도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다. 생계를 위해, 빚을 갚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그래서 몸이 아파도, 어떤 때는 발작이 있은 다음날도 서둘러 일을 해야 했고, 기한 내에 글을 보낼 수 있도록 최소한의 선에서 필사본을 검토해야 했다. 그래야만 좀더 빨리 돈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 pp.307~308

출판사 리뷰

도스또예프스끼의 아내 안나가 자신의 속기 일기를 토대로 쓴 회고록
도스또예프스끼의 삶에 대한 가장 내밀한 기록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한 평전은 지금까지 나와 있는 것만 해도 적지 않다. 도스또예프스끼만큼 유명한 다른 작가와 비교해 보아도 그에 관한 평전은 유독 많은 편이다. 도스또예프스끼란 인물이 살아냈던 신산한 삶 때문인지, 촘촘한 심리적 묘사로 독자를 사로잡는 작품의 경향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그의 삶과 작품이 많은 이야깃거리를 갖춘 것만은 분명한 듯 싶다.
많은 이야깃거리를 갖춘 인물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한 평전을 쓰기 위해서 꼭 검토하는 1차 자료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책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또예프스까야가 쓴 회고록이다. 1866년 악덕 출판업자와 맺은 계약 때문에 한 달 안에 장편소설을 한 편 써야만 했던 도스또예프스끼는 주변의 권유로 속기사를 고용했는데, 그의 집에 온 속기사가 바로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였다. 첫 만남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스물다섯 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하여 도스또예프스끼의 두번째 아내가 된 안나는 도스또예프스끼가 죽는 순간까지 함께 했던 삶의 동반자였다.

안나는 그와 함께 했던 14년의 시간을 틈틈이 속기로 기록해 놓았고, 그래서 그 속기를 토대로 쓰여진 이 회고록은 여느 전기나 평전, 회고록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세세하고 구체적인 일상과 사건, 당시의 심경 등이 충실하게 묘사되어 있다. 도스또예프스끼가 자기의 작품이나 동료 문인들을 어떻게 바라보았는가 하는 것은 물론 당시 도스또예프스끼가 자신의 집에서 동료 문인들과 주고받은 이야기, 간질 발작이 그에게 미친 일상적인 영향, 도박에 빠져 있을 때의 그의 심리 상태, 하녀나 문지기 등 부리는 사람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 등등이 모두 구체적이고도 흥미로운 필치로 그려져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도스또예프스끼를 친숙한 이웃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이 해외에서 체류한 4년 동안 옮겨다닌 거처와 그렇게 거처를 옮겨다니게 된 이유, 각각의 해외 도시들이 도스또예프스끼에게 미친 영향 등과 아이들을 지극히 사랑한 한 아버지로서의 모습, 그리고 처음의 인용문에서도 보여지듯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마저 좌우하게 만든 생활고의 구체적 내용 등은 안나의 회고록이 아니면 도저히 알기 힘든 부분이다.

안나는 도스또예프스끼가 집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신이 생활고를 책임졌으며(그녀는 출판업자가 되어 남편의 책을 직접 출판했다), 악랄하게 빚독촉을 해오는 모든 채권자들을 상대했고, 그의 구술을 속기로 받아적으며 그의 첫 독자로서 자신이 그 작품에서 받은 느낌을 가감없이 말해 도스또예프끼가 작품의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안나는 도스또예프스끼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로 일컬어지는 5개 작품(「죄와 벌」, 「미성년」, 「악령」, 「백치」, 「까라마조프네 형제들」) 가운데 「죄와 벌」을 제외한 4개의 작품이 쓰여진 시기를 함께 했다(사실 「죄와 벌」도 그 뒷부분은 그들의 구술-속기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아마 그녀가 없었다면 간질과 도박벽, 그리고 엄청난 빚과 가족들의 끝없는 돈 요구에 시달리던 도스또예프스끼는 나머지 장편들을 쓰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한 회고록이자 위대한 사랑의 기록

안나에게 청혼할 때 도스또예프스끼는 몹시 조심스러웠는데 그것은 당연했다. 도스또예프스끼는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토로했다. "사실 나는 거의 노인인데 당신은 어린애나 다름없잖아. 게다가 나는 불치병을 앓고 있고, 음울하고 신경질적인 사람이지만, 당신은 건강하고 생기발랄하고 낙천적이지. 나는 한 생을 거의 다 살았어. 인생의 쓰라림을 수없이 맛보았지. 하지만 당신은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인생이 창창하잖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나는 가난하고 빚에 쪼들리고 있잖아"(본문 121쪽). 사실 스무 살의 어린 처녀가 아니었으면 이런 '무모한' 결혼을 결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20세의 어린 처녀가 삶의 기쁨은 물론 온갖 고난과 슬픔(두 아이를 잃고 거의 매일 생활고에 시달리는 등)을 겪은 34세의 아줌마가 되어서도 남편과 함께한 삶을 생의 가장 큰 축복으로 여긴다면 그들의 결혼생활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런데 그 특별함이 안나의 '헌신'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도스또예프스끼의 평전 가운데 콘스탄틴 모출스키의 평전은 그의 삶과 문학의 관계를 가장 잘 서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콘스탄틴 모출스키도 안나에 대해서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평생토록 그녀는 헌신적인 아내였고 희생적인 협력자이자 그의 열렬한 숭배자였다. 안나 그리고리예브나는 남편의 생각을 거의 이해하지 못해 그와 정신적 삶을 공유하지는 못했으나, 그의 서재 문 앞에 듬직한 수문장처럼 서 있었다 ……'(콘스탄틴 모출스키, 『도스토예프스키』 1권 467쪽, 책세상 刊 ; 참고로 모출스키는 이 책 곳곳에서 안나의 회고록을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모출스키의 말대로 안나와 도스또예프스끼가 정신적 교감 없이 14년을 살았다면 도스또예프스끼의 다음과 같은 고백은 나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안나의 회고록에서 도스또예프스끼의 죽음을 묘사하는 11장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세간에 잘 알려진 대로 도스또예프스끼는 죽던 날 아침,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나는 오늘 죽을거요'라고 말한 후 「마태복음」 3장을 펴서 읽는다. 그 다음 그는 안나에게 자신이 죽은 뒤의 일을 부탁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기억해 줘, 아냐[안나의 애칭]. 내가 당신을 언제나 뜨겁게 사랑했다는 걸. 그리고 꿈에서라도 당신을 배반한 일이 없다는 걸 말이오'(본문 584쪽).

비단 죽기 전의 이 말만이 아니라 안나의 첫 임신 때 도스또예프스끼가 안나 몰래 산파의 집까지 매일 산책을 했던 일(그때 그들은 해외에서 체류하던 중이었는데, 길눈이 어두운 그는 밤이나 새벽에 갑자기 산파를 부르러 갈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 길을 익혀두려고 했던 것이다),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안나의 속옷을 한 다스나 사온 일(하녀의 너덜너덜한 속옷을 도스또예프스끼가 안나의 속옷으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안나가 고열에 시달리며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신심 깊은 사제의 집에 찾아가 통곡하며 그녀 없인 살 수 없다고 말한 일, 안나를 위한 물건은 뭐든 직접 상점에 가서 고르며 사준 일, 아이들 때문에 외출을 잘 못하는 안나를 위하여 외출했다 돌아오면 그날 있었던 일을 모두 세세하게 얘기해 주던 오랜 습관 등등, 도스또예프스끼가 안나를 진심으로 사랑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일화는 수도 없이 많다. 어느 누가 정신적 교감을 못하는 아내를 이토록 사랑할 수 있을까.
안나 스스로도 밝히고 있듯 그녀 자신이 평범한 지적 수준을 갖춘 사람이었음에도 도스또예프스끼가 언제나 그녀를 사랑하고 존경하며 거의 경배하다시피 한 것은 그녀에게도 수수께끼였다고 한다. 그녀는 회고록 에필로그에서 그 수수께끼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답을 얻었다고 한다.

"우리 둘의 관계는 어느 누가 일방적으로 한편을 흉내내거나 숭배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흉내내지 않고 고유한 정신세계를 유지해 자신이 자유로운 영혼임을 느끼면서도 서로에게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관계였다. 그래서 가끔씩 [남편은] 내게 '당신은 여자들 중에서 나를 이해한 유일한 사람이야!'라는 말을 하곤 했다(이것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이다). 나에 대한 그의 태도는 언제나 내게 '어떤 튼튼한 벽이 되었다. 나는 언제나 그 벽에 기댈 수 있다고, 아니 더 정확하게는 의지할 수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벽은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살아나게 했다'"(본문 6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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