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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문학의 숲에서 오페라를 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01 오페라로 부활한 지옥의 두 사람 단테의 《신곡》 중 지옥 잔도나이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푸치니의 잔니 스키키 02 슬픈 얼굴의 기사 돈키호테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마스네의 오페라 돈키호테 영국 03 음악으로 그린 욕망과 파멸의 드라마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 베르디의 오페라 맥베스 04 한여름 밤의 꿈과 환상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 벤저민 브리튼의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05 세기말의 데카당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 프랑스 06 동화와 풍자가 만나다 샤를 페로의 동화 신데렐라 로시니의 오페라 라 체네렌톨라 07 음악과 연극으로 세상을 비웃다 몰리에르, 륄리의 코미디 발레 서민귀족 08 자연주의를 오페라에 담다 장 자크 루소의 오페라 마을의 점쟁이 09 벨 칸토와 고전비극 볼테르의 비극 세미라미스 로시니의 오페라 세미라미데 10 낭만주의의 위대한 승리 빅토르 위고의 희곡 에르나니 베르디의 오페라 에르나니 11 유쾌한 프랑스적 인간, 꼴라 브뢰뇽 로맹 롤랑의 소설 《꼴라 브뢰뇽》 카발렙스키의 오페라 꼴라 브뢰뇽 12 의미를 포기한 말과 음악의 성찬 메테를링크의 희곡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드뷔시의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독일 13 무대 위에 펼쳐진 음악의 질풍노도 실러의 시민비극 간계와 사랑 베르디의 오페라 루이자 밀러 14 원전의 무게를 벗어 던진 프랑스판 파우스트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 제1부 베를리오즈의 오페라 파우스트의 겁벌 15 광기와 환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 E.T.A. 호프만의 소설 모래 사나이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16 완벽한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 토마스 만의 소설 《베니스에서의 죽음》 벤저민 브리튼의 오페라 베니스에서의 죽음 17 관객을 소외시키다 브레히트, 쿠르트 바일의 서사극 서푼짜리 오페라 러시아 18 국민 문학과 국민 오페라의 환상적인 결합 푸시킨의 서사시 루슬란과 류드밀라 글린카의 오페라 루슬란과 류드밀라 19 서구의 시선으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다 푸시킨의 운문소설 《예프게니 오네긴》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 20 고난의 시대를 그린 비극 푸시킨의 장편희곡 보리스 고두노프 무소륵스키의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21 모더니스트가 포착한 도박꾼의 삶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도박꾼》 프로코피예프의 오페라 도박꾼 22 러시아 민족의 대서사시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 프로코피예프의 오페라 전쟁과 평화 참고문헌 사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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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만약 세르반테스의 원작을 그대로 살려서 오페라 대본을 썼다면 아마 마스네는 오페라를 작곡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마스네가 돈키호테를 오페라로 작곡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로렝이 새롭게 창조해 낸 둘시네아라는 인물 때문이었다. 세르반테스의 원작에서 둘시네아는 돈키호테가 환상 속에서 만들어 낸 인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로렝의 희곡에서 그녀는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다. 이제까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바탕으로 수없이 많은 작품이 만들어졌지만, 둘시네아를 실존 인물로, 그것도 고귀한 여성이 아닌 뒷골목 창녀로 바꾸어 놓은 것은 로렝의 작품이 처음이었다. 바로 이 점이 마스네로 하여금 오페라를 작곡하고 싶은 욕망에 불타도록 했다.
p.117 슬픈 얼굴의 기사 돈키호테 中 베르디는 오페라 첫 장면부터 마녀를 등장시킨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에는 마녀가 세 명 나오지만, 오페라에서 베르디는 여러 명의 마녀들이 나와 합창을 하도록 했다. 여기서 마녀들의 합창은 나머지 부분들과 음악적으로 날카로운 대조를 이룬다. 비극적인 분위기를 조장하는 어둡고 무거운 색조와는 대조적으로 경박하고 무심하다. 마치 아이들이 장난을 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맥베스에서 마녀들은 ‘아름다운 것은 더러운 것, 더러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대사처럼 인간 세계의 기본적인 덕목이나 규율이 없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선과 악에 대한 인식이 없다. 아무 이유 없이 재미로 인간을 조롱한다. 맥베스나 맥베스 부인도 결과적으로 보면 이들이 부린 농간의 희생양인 셈이다. 막이 오르면 마녀들이 깃털처럼 가볍고 사악한 목소리로 장난치듯 노래를 부른다. p.134 음악으로 그린 욕망과 파멸의 드라마 中 마침내 요한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케스트라의 템포가 느려지고, 살로메는 야릇한 표정으로 요한을 바라본다. 금관악기 소리를 배경으로 요한이 “죄의 잔이 흘러넘치는 그는 어디 있느냐? 은빛 가운을 입고 있는 그는 어디 있느냐? 모든 사람 앞에서 어느 날 죽음을 당하게 될 그 남자 말이다.”라고 외친 다음 헤로디아에 대한 저주를 퍼붓는다. 그가 강력한 목소리로 저주를 퍼붓는 동안 저음의 금관악기들이 포효한다. 살로메는 이런 요한에게 묘한 애정을 느낀다. 탐미적인 오케스트라 음악에 맞추어 아련한 목소리로 “너무나 여위었구나. 마치 상아로 만든 조각상 같아. 그는 달처럼 순결한 것이 틀림없어. 그의 몸이 상아처럼 차가울 것 같구나.”라며 요한의 몸을 탐닉한다. 하지만 요한은 그녀가 헤로디아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물러가라고 외친다. 요한에게 다가가고 싶은 살로메와 이를 거부하는 요한의 경고가 음악적으로 극명한 콘트라스트를 이루며 교대로 나타난다. p.225 세기말의 데카당스 中 이제야 비로소 신데렐라는 오페라의 여주인공에 어울리는 화려한 아리아를 부른다. 마지막에 합창이 가세해서 화려한 피날레를 맺는데, 그 수법이 세비야의 이발사에 나오는 로지나의 아리아 방금 그 노랫소리와 너무나 비슷하다. 확실히 로시니는 자기 표절의 대가이다. 그런데도 들을 때마다 마법에 걸린 듯 그 속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로시니 음악의 특징인 무한 반복의 미학에 중독되었기 때문일까. p.269 동화와 풍자가 만나다 中 롤랑의 소설에서 매사에 낙천적이고 낭만적인 프랑스적 인간 꼴라 브뢰뇽이 오페라에서는 지배 계급의 가렴주구에 맞서 싸우는 정치적 인간으로 변신했다. 꼴라는 봉건주의의 폐해에 대해 인식하고 저항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정치색이 짙은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악랄한 공작에게 한 방 먹인 꼴라에게서 황제에 대항해 싸웠던 러시아 농노들의 모습을 보도록 한 것이다. 즉 잔인한 영주를 쓰러뜨리고 폭군으로부터 인민들을 해방시킨 프랑스판 로빈 후드로 그렸다. 카발렙스키는 오페라에서 이 작품을 가진 자와 빼앗기는 자의 계급 투쟁으로 바꾸어 놓았다. 타락한 귀족과 싸우는 농민 예술가의 갈등이 오페라의 중심 주제가 된 것이다. 롤랑은 카발렙스키가 보낸 악보를 보고 자신의 명랑한 주인공이 공작에 대항하는 도전자로서 ‘사회적인’ 혹은 ‘정치적인’ 역할을 하는 진지한 인물로 그려진 것을 보고 화를 냈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더 이상 본래 모습의 내 영웅을 찾아볼 수 없다.” p.418 유쾌한 프랑스적 인간, 꼴라 브뢰뇽 中 파우스트는 그에게 정체를 묻는다. 그러자 메피스토펠레스는 “언제나 악을 탐하면서도 언제나 선을 이룩하는 힘의 일부”라는 애매모호한 말을 한다. 그러고는 이성과 욕망이 뒤엉켜 있는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 파우스트를 유혹한다. 지식에 대한 욕구를 후련하게 벗어 던진 파우스트는 자기 몸을 바쳐 열중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극도로 괴로운 향락이든, 사랑으로 인한 증오 혹은 속이 후련해지는 화풀이든 어떤 것이라도 상관이 없으니 자기 자아를 인류의 자아로 승화시켜 인류와 함께 부수어지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p.515 원전의 무게를 벗어던진 프랑스판 파우스트 中 인형의 아리아는 뚝뚝 끊어지는 음형과 기계적인 콜로라투라패시지를 통해 이것이 사람의 노래가 아닌 인형의 노래라는 것을 암시한다. 중간에 태엽이 풀려서 음이 내려가고 템포가 느려지면서 인형의 머리가 아래로 고꾸라지자 스팔란차니가 인형의 몸에 있는 태엽을 다시 감는다. 그러자 인형이 다시 일어나 예의 그 기계적인 목소리와 동작으로 노래를 계속한다. 대표적인 콜로라투라 아리아로 꼽히는 이 노래는 기계적인 가창력을 필요로 한다. 기계가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이 역할을 맡은 소프라노는 아무리 높은 음이라도 흔들림 없이 정확하게 불러야 한다. 빠른 패시지에서도 한 음 한 음이 또렷하게 들리도록 해야 한다. 기계는 틀리는 법이 전혀 없으니까. p.576 광기와 환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눈’中 하지만 브레히트가 자신의 연극을 통해 구현하려고 했던 현실 비판의 이상은 시공을 초월해 여전히 숭고한 의미를 갖는다. 브레히트는 자본주의가 그다지 무르익지 않았던 시대에 이미 그 폐해를 절감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6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절망과 희망을 가르는 벼랑 끝에 위태롭게 서 있다. 자본주의의 충일은 만인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했고,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다. 브레히트는 자 신의 서사극을 통해 이 시대의 민중에게 끊임없이 경고한다. 눈 똑바로 뜨고 보라고. 그대들의 삶에 ‘왕이 보낸 사신’은 절대로 오지 않는다고. p.647 관객을 소외시키다 中 글린카는 이 두 개의 단순한 동기를 아주 경쾌하고 화려한 서곡으로 발전시켰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음악’이라는 작곡가의 말처럼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은 경쾌한 경주마처럼 쏜살같이 달려간다. 전곡에 넘쳐흐르는 그 엄청난 속도의 에너지가 앞으로 굉장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추긴다. 현실 세계에서 판타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짧지만 강렬한 통과의례와 같은 곡이다. 곧이어 한 귀부인이 등장하는데, 이때 사람들이 “그레민 공작 부인을 보라! 얼마나 아름답고 우아한가!”라고 그녀의 우아함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오네긴은 그녀가 옛날에 자신이 버렸던 타치아나라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이 장면에서 오케스트라는 클라리넷의 주도로 우아한 왈츠를 연주하는데, 이는 타치아나의 우아한 자태를 그린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오네긴의 존재를 아는 순간 조調가 동요하기 시작한다. E장조에서 C장조, F# 장조로 끊임없이 조성이 변한다.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속으로는 심하게 동요하고 있는 타치아나의 심리를 묘사한 것이다. --- p.718 서구의 시선으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다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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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에서 오페라를 보다
문학 작품은 언제나 다른 예술 장르에 영감을 준다. 종이 위에 새겨진 글자들은 보는 이의 상상력을 확장시키고, 연극,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매체로 다시 태어나 우리에게 다채로운 즐거움을 안겨 준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음악, 특히 오페라로 재탄생한 문학 작품을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인 음악 칼럼니스트 진회숙은 스스로 문학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며, 문학이야말로 자신의 정서적 고향이라고 말한다. 이런 그가 십여 권의 음악 관련 책을 낸 뒤, 드디어 문학과 음악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책을 쓴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며, 오랜 숙원의 성취와 다름없다. 어린 시절, 위대한 문학 작품을 접할 때 느낀 감동과 전율을, 이제는 스스로 창조해 내고 싶었다는 저자는 문학을 지적 발원이자 원동력으로 삼아 총체적 예술인 오페라를 말한다. 매혹적인 문학 작품이 탄생시킨 무대 위의 지적 향연, 오페라 수많은 작곡가들이 오페라를 작곡했으며, 그중에는 오늘날까지 걸작으로 칭송받는 작품들이 많다. 이 작품들은 매년 무대 위에 오르며 관객들에게 보고, 듣고, 상상하는 즐거움을 안겨 준다. 그런데 그중 문학 작품을 바탕으로 한, 그것도 대중적인 작품을 바탕으로 탄생한 오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오페라를 선택하기보다 문학에 방점을 두고 작품을 선별했다. 우선 문학 작품을 선택하는 데에는 세계 문학사에 빛나는 업적을 남긴 작가를 먼저 고르고, 그의 위대한 작품이 문학사적으로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갖느냐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고르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문학 작품은 23편에 달한다. 오늘날까지 가장 널리 읽히는 셰익스피어의 고전들, 러시아 오페라의 보물창고인 푸시킨의 작품들, 낭만주의 운동의 효시가 된 빅토르 위고와 연극이론에 혁신을 가져온 브레히트의 희곡, 세기말 정서를 담고 있는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까지 문학과 예술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두루 다룬다. 그렇다면 이 작품들을 음악으로 옮긴 작곡가들은 누구일까? 오페라의 거장 베르디와 푸치니는 물론이고, 차이콥스키, 프로코피예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드뷔시, 브리튼 등 그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작곡가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이 작곡한, 오페라의 가장 아름다운 요소인 음악들을 소개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극의 전체적인 구조를 살펴보고, 어떤 부분에 어떤 주제와 선율이 등장하며, 아리아와 합창곡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 곡들의 가사와 특성, 작품에서 갖는 의미, 나아가 음악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까지 분석하고 있다. 음악 칼럼니스트로서 그간 다져 온 저자의 안목이 고스란히 배어나는 대목이다. 위대한 작가와 작곡가의 만남으로 탄생한 결과물인 오페라. 문학 작품이 지니고 있던 주제와 감성이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어떻게 옮겨지고 바뀌었는지, 마치 씨줄과 날줄을 엮듯이 연계하여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내용과 의의만 단순하고 간략하게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의 탄생 배경부터 등장인물, 줄거리, 역사적 의미까지 세세하게 살펴본다. 또한 문학의 탄생부터 이를 바탕으로 오페라가 완성되기까지 에피소드, 작품의 출간이나 공연 당시의 분위기, 어떻게 무대 위에 구현되었는지는 삽입된 일러스트와 도판들을 통해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에 소개된 작품을 읽는 것만으로도 문학 작품과 오페라를 동시에 감상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