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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序
1부 삼길포에 가다 경계의 꽃 나를 들여다보다 향기 그림자 골목 개양귀비 구절초 심장 겨울비 외반 아내의 화장 천왕성 경계의 고집 태초의 말씀 보신탕집 애완견 뽀삐 달빛아래를 걷다 증명사진 밥벌이 2부 맥문동 꽃 옆에서 거울속에 핀 꽃 못 편의점이 바라보다 할미꽃 살아남은자들의 몫 풍경이 지나갔다 복수초 수직의 길 꿈의 규격 파란장미 거울을 들여다보며 베지밀 개나리 고래 배롱나무 풍경 백로 그림자 민들레 그림마당 3부 안부 나를알고 있다 연탄재 대설 못찾겠다 꾀꼬리 섬아기 젯밥 목련꽃 풍경 소금꽃 삼손을 꿈구다 틈 한잔의 추억 거짓말 대박 달맞이꽃 망초꽃 혼선 4부 손금 백목련 상강 불혹 부처꽃 점심에 설렁탕을 먹다 굴뚝새 나는...아들이다 능소화 망초꽃-2 불행의 힘 약국가는 길 연어 치통 꽃샘추위 손톱 작품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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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목욕탕에 가서 어린 아들놈의 등을 민다. 슬쩍 바다로 밀어 넣는다. 좀 더 멀리 떠나보내고 싶다 깊은 바다로 꿈처럼 떠났으면 좋겠다. 그 욕심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나 보다 아들놈이 아파 죽겠다고 엄살을 핀다. 아비의 깊은 뜻을 아직은 알 턱이 없는 아들놈이 내 등을 민다. 젖 먹던 힘까지 기를 쓰면서 속 좁은 복수를 한다. 악! 등살이 찢어지도록 바다에서 강(江)으로, 강에서 계곡으로 힘껏 밀어 올렸다 벌게진 살갗을 보고 아들놈이 미안한 듯 웃는다. 되돌아보니 그 자리, 아버지가 내 등을 떠밀었던 자리다 먼 바다를 회유(回遊)하며 돌아와 아버지를 용서했던 자리였다 아버지처럼 나도 등지느러미가 붉어지고 있구나. 내가 받았던 것처럼 이젠 네게 베풀 수 있겠구나 무사히 살아서 돌아 왔구나. --- p.108 약국 가는 길 이유는 한가지인데 당신과 내가 아픈 곳이 다릅니다. 당신은, 먹은 것이 얹힌 듯 가슴이 답답하고 명치끝이 찌르는 아픔을 소화제 몇 알로 견뎌내고 계십니다. 나는,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가끔 두통약을 먹습니다. 세월이 약입니다 그러나 세월이란 약은 약국에도 없습니다. 약국 가는 길, 긴 의자에 쓸쓸함이 앉아 있습니다. 그 쓸쓸함이 잊힐 때까지 소화제와 두통약을 사기 위해 우리는 약국으로 갈 것입니다 가끔은 약국 가는 그 길목, 초등학교 담벼락 위에 피었던 붉은 장미꽃이 하혈(下血)처럼 흐드러지게 무너져 내리고, 혹은 흐리거나 비가 내리거나... --- p.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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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의 ‘경계(境界)’는 그것의 외양을 이루면서 세계로부터 그 존재의 독자성을 확보해 주는 필수적 요소가 된다. 이런 점에서 경계는 존재의 안과 밖을 아우르는 좌표에서 내용과 형식의 벼리로서 기능한다. 따라서 어떤 존재의 참모습을 알아보기 위하여 ‘경계’를 고찰하는 일은 그 핵심에 접근하는 유용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겪은 사회의 다양한 현실을 감성적 언어로 표현하고 있는 정병호의 첫 시집 『약국 가는 길』은 특히 ‘경계’를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어찌 보면 이 시집에서 ‘경계’는 시세계를 함축하는 핵심어로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정병호의 시편들 속에서 ‘경계’란 어휘가 필자의 마음을 이끌었다. 사실 ‘경계’란 어휘는 시적 표현으로 부적합한 전문적인 단어다. 물론 시어가 될 수 없는 말은 없다. 틈이 있음으로/열려 있음으로/기다림이 되는 것들을 헤아려 본다./그래서 닿을 수 있는 길,/경계가 혼란스럽거든 /기다림의 틈과 마주한 시간/그저 묵묵히 뿌리내릴 일이다. 틈이 없는 생활, 틈이 없는 사람을 상상해 보자. 세상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 같을 것이고 사람은 어떤 세파에도 꿈쩍하지 않는 목석같은 사람일 것이다. 틈이 있음으로 열려 있기에 그 틈 속으로 그리움도 기다림도 사랑도 이별도 스며들어 견고한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이제 경계에 잎이 나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 노희정(시인. 육필문학관 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