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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에서
위로의 여인 한밤의 비밀 집회 봄바르돈 밀스 천당을 보다 지붕에서 북쪽 산 개인간의 밤 돼지 대왕 파고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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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가 전달되는 데에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쪽지에 관해서 소녀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승인된 절대적인 규칙이 있었다. 쪽지는 ‘무조건’, ‘최대한 신속하게’, ‘그리고 틀림없이’, ‘수신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죽도록 미워하는 아이가 쪽지를 보내거나 받을지라도 손안에 쪽지가 들어오면 소녀들은 무의식적으로 전달했다. 쪽지는 숨소리도 크게 낼 수 없는 수업시간과 자습시간, 소녀들의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이었다. --- pp.11~12
겨우 4분 남짓, 그것도 어둠 속에서 마주친 남자아이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헬렌은 계속 밀로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밀로스의 얼굴을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떠올리려 할수록 밀로스의 얼굴은 더 멀리 달아나는 것 같았다. 밀로스는 그리 크지 않은 키에 동그란 얼굴에…… 그렇지, 고수머리에 웃는 얼굴이 귀여웠다. 그리고 그래, 모두 맞는 얘기다. 하지만 도통 얼굴은 떠오르지 않았다. 헬렌은 결론을 얻었다. 자신은 사랑하고 싶었던 것이고, 너무 혐오스럽지만 않다면 어떤 남자라도 처음 만나는 남자와 사랑에 빠졌을 것이라고. --- pp.72~73 힘은 분명 야만인들에게 있다. 하지만 삶의 값진 추억에, 사람들 마음속에 아무 힘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어둠이 온 세상을 덮기 전에 그 불씨를 찾아 풀무질해야 한다. 그 밤, 오두막에서 열띤 토론으로 밤을 지새우던 그 밤에 바르톨로메오와 밀레나는 불씨와 에바-마리아 바흐의 목소리 사이에 작은 자리가 남아 있다는 뜨거운 직관을 얻었다. --- p.198 다섯 마리의 개인간이 오두막 밖으로 나와 기다란 주둥이를 하늘 높이 쳐들고 늑대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그들의 울음소리가 밤공기를 찢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울음소리는 위협적이지 않았다. 거기서는 어떤 기쁨이 묻어 나왔다. (…) 개인간들 모두 인간의 옷을 벗어 던지고 산을 향해 달렸다. 순식간에 안개가 다섯 마리의 개인간을 삼켜 버렸다. “개인간들이! 야생으로 돌아갔어!” 미묘한 감동이 밀로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니야, 자유를 찾은 거야. 야만을 등 뒤로 던져 버린 거야. 가자, 이제 오두막이 비었어.” 헬렌이 고쳐 말했다. --- pp.232~2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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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의 가슴 속에 어떤 고통이 파고들어 와 온 종일 떠나지 않았다. 소녀는 한낮의 태양에 의지해 버텨 보았지만, 커다란 고통의 덩어리는 점점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왔다. 소녀는 그것과 맞서 싸울 수 없었다. 견디는 것은 고통만 키울 뿐이었다. 헬렌은 하는 수 없이 위로의 여인을 찾아가기로 결심하고, 동행자로 밀레나를 택한다.
소년원에 갇혀 있는 아이들은 일 년에 두 번 위로의 여인을 만날 수 있다. 위로의 여인은 아이들의 말동무로, 상처 받은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 주는 존재다. 위로의 여인을 만나러 가는 두 번의 외출은 소녀들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며, 고통스런 삶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넉넉한 위로의 여인들 품 안에서 단 한 번도 누려 보지 못한 안락함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두 소녀는 깜깜한 밤,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기며 언덕을 오르던 중 또래의 소년 바르톨로메오와 밀로스를 만나게 된다. 서로 같은 학년이라는 우연의 일치에 즐거워지고, 편지를 주고받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헬렌이 위로의 여인을 만나고 나오면서 사건이 발생한다. 밀레나가 바르톨로메오와 함께 탈출한 것이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소년원으로 돌아온 헬렌. 도망친 밀레나를 대신해 독방에 갇히게 된 친구를 보며 괴로워하던 헬렌은 밀로스에게 몰래 편지를 보내고, 어느 밤 두 사람은 재회하게 된다. 같은 처지에 놓인 헬렌과 밀로스. 그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헬렌은 처음 만난 이 소년에게 마음을 의지하게 된다. 그러한 감정이 사랑으로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처음 만나던 날 예정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극적으로 독방에 갇힌 친구를 구해낸 헬렌과 밀로스. 그들은 탈주 중인 친구들이 팔랑주에게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친구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그들 역시 소년원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한편, 무거운 마음을 안고 탈출을 감행한 밀레나와 바르톨로메오는 친구들의 희생을 의미 없이 만들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부모님들의 뜻을 이어 팔랑주에 맞서기로 결심하는 밀레나와 바르톨로메오.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밀로스는 친구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팔랑주 패거리와 맞서다 심한 부상을 입게 된다. 이제는 자신이 밀로스의 보호자가 되어야 함을 깨닫고, 의사를 찾기 위해 홀로 산을 넘는 헬렌. 하지만 그사이 밀로스는 팔랑주 일당에 잡혀가고, 헬렌은 레지스탕스들이 모여 살고 있는 남쪽 마을로 향하게 된다. 홀로 남겨졌다는 두려움과 밀로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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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은 분명 야만인에게 있다. 하지만 삶의 값진 추억에, 사람들 마음속에 아무 힘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어둠이 온 세상을 덮기 전에 그 불씨를 찾아 풀무질해야 한다!
이 작품은 ‘팔랑주’가 무력으로 자유를 억압하는 시대에, 그들에게 저항했던 레지스탕스의 아이들이 자유를 찾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팔랑주는 자유와 희망의 씨를 없애기 위해, 레지스탕스의 자식들을 소년원에 가두고, 아이들의 삶을 감옥처럼 만들었다. 하지만 자유를 향한 의지는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 해도, 꺼지지 않는 불씨이기 마련이다. 소설은 그러한 진실을 전하기 위해 신비한 목소리를 가진 한 소녀를 통해, 힘없는 사람들의 영혼을 깨운다. 자유를 찾아 떠나는 아이들의 여정이 단지 고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에 대한,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 생애 처음 느껴 본 가슴 저린 사랑과 고통 속에 피어난 두터운 우정은 매순간 아이들의 삶을 빛나게 해준다. 아마도 그것은 권력을 숭배하는 팔랑주들에게는 존재할 수 없는 삶의 가치이며, 삶을 이어주는 힘일 것이다. 오직 권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또 다른 고통 속에 결박되어 있는 팔랑주들이 아이들에게 절대 빼앗을 수 없었던 힘. 그것을 작가는 독자들의 가슴에 전하고 싶어 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희망의 불씨를 전하는 이 소설이 우리에게 와 닿는 이유는, 아마도 이 땅에서 우리는 자유를 위해 많은 피를 흘렸으며, 아직도 그 고된 시간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마치 우리의 오랜 소망이 이루어지고, 한이 풀리는 듯한 감동을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2권으로, 1권은 소년소녀들이 소년원을 탈출하는 이야기며, 2권은 그들이 사랑과 우정으로 팔랑주 정권을 물리치고 다시 봄을 맞이하는 이야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