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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산부인과 문을 열고 들어간다는 것에 대하여 임신을 중단할 권리에 대하여 타인의 외로움을 인정한다는 것에 대하여 섹스는 연애에 있어 필수인가에 대하여 여자 나이 스물 서른 마흔에 대하여 이혼한 여자가 연애 상담을 한다는 비난에 대하여 설현과 설리, 그 시선의 차이에 대하여 성형 수술대에 오른다는 것에 대하여 1 성형 수술대에 오른다는 것에 대하여 2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에 대하여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에 대하여 혼자 사는 여자의 주거에 대하여 성추행 옴니버스 영화 같은 여자의 삶에 대하여 규정짓기 좋아하는 남자에 대하여 뻔하디뻔한 결혼식 풍경에 대하여 ‘어장 관리’라는 단어에 대하여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느끼는 유감에 대하여 방송가에 출연한 새로운 바람에 대하여 아이를 낳아 키우는 대신 하고 싶은 일에 대하여 택시 기사 트윗 그 이후의 변화에 대하여 웃지 않는 여자에 대하여 데이트 폭력에 대응하는 태도에 대하여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겪어내는 몸에 대하여 성을 구매하겠다는 남자에 대하여 여성복 매장에서 느낀 씁쓸함에 대하여 입고 싶은 대로 입을 자유에 대하여 스스로 고백하는 패션 매거진의 한계에 대하여 여자에게만 건네는 요상한 질문에 대하여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섹스에 대하여 잠자리 횟수를 이야기하는 방법에 대하여 식습관 조절로 얻은 기쁨에 대하여 여자의 몸을 훑고자 하는 시선에 대하여 운동하는 삶으로의 변화에 대하여 참을 수 없는 2016년 성교육에 대하여 여배우 불륜 스캔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하여 담배 피우는 여자에 대하여 연하의 남자와 연애하는 일에 대하여 돈과 연애 그리고 결혼에 대하여 떳떳하고 순수한 욕망에 대하여 메갈리아냐는 물음에 대하여 부당한 폭력에 맞선다는 것에 대하여 내가 후회하는 것들에 대하여 혼자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에 대하여 강아지와 함께 사는 삶에 대하여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에 대하여 epilogue 엄마에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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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삶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넘어, 그저 임신해서 사회 재생산에 기여하는 존재로만 여기는 세상에서 과연 여자들은 아이를 기꺼이 낳고 싶어할까? 출산과 양육이 온전히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고 오직 여자만이 커리어의 중단을 맞이하는 것이 아름다운 희생 정도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여자들은 그 희생을 감당하려고 할까? 낮아지는 출생률을 올리는 것은, 낙태죄가 강화된 사회가 아니라 아이를 낳고도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펼칠 수 있다는 기대가 존재하는 사회이다. 아이를 낳더라도 자신의 중요한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을 때,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고 출생률은 올라갈 것이다.
---「임신을 중단할 권리에 대하여」중에서 오랫동안 크고 작은 위협들을 경험해왔지만 그래도 내가 조심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던 여성들에게, 이 사건은 ‘이것은 내가 조심해서 될 일이 아니며 나도 얼마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강력한 자각과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늘 마음 한쪽이 불편했던 조바심의 기억들이 모두 소환되었다. 언론이 ‘이것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다’라고 힘주어 반복적으로 이야기할 때마다, 여성으로서 느끼는 불안과 피해자에 대한 추모의 마음마저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에 대하여」중에서 안타깝고 화가 나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소위 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개그의 소재로 삼기 힘든 사회적 분위기가 된 이후부터, 유난히 여성을 비롯한 상대적 약자를 개그의 소재로 삼는 장면들이 더 많이 목격되고 있다는 것. 강자를 풍자할 수 없으니, 약자를 조롱하는 것으로 분량을 채울 수밖에 없다는 건가? 대부분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여성은 ‘예쁜 외모로 인생 편하게 사는 여자’ 혹은 ‘못생겼는데 미련하고 우악스러운 여자’로 양분되며, 이러한 이분법 속에서 여자는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일 수 없는 존재로 비춰지곤 한다.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느끼는 유감에 대하여」중에서 생리는 그저 내 몸에서 일어나는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감춰야 하거나 안 아픈 척 참아야 하는 일도 아니다. 비싼 생리대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감당해야 할 이유도 없다. 여자인 내 몸의 문제가 곧 여성의 문제이며, 또한 나를 둘러싼 세계와 밀접하게, 그리고 다양한 층위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겪어내는 몸에 대하여」중에서 다양성을 무시한 사이즈도 그렇다. 애초에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44, 55, 66, 이 세 가지 사이즈로 이토록 많은 여성들 의 몸을 구분하겠다는 설정이 말이다. 그나마 판매중인 66 사이즈는 예전보다 작아져버리는가 하면, 또 상당수의 브랜드는 프리사이즈라는 명목으로 단 한 사이즈의 제품만을 판매한다. 이것은 극소수 브랜드의 차별화가 아니라 국내 패션브랜드에 널리 퍼진 전략이 되었기에, 이 역시 여성의 몸을 향한 폭력적 규율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 사이즈를 넘어간다면 당신은 여자가 아닙니다. 가녀리지 않은 당신, 반성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담은. ---「여성복 매장에서 느낀 씁쓸함에 대하여」중에서 하나마나 한 뻔한 이야기들을 훈계하듯이 늘어놓는 성교육의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19금이라는 닳고 닳은 단어 뒤에, 정말로 해야 할 이야기들을 감춰두는 시대는 막을 내려야 한다.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이 성에 대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가 배포한 자료를 따라가기보다, 십대의 사랑을 다룬 영화 한 편을 다 같이 보고 토론 방식으로 수업을 하는 것이 훨씬 적절한 시간이 될 만큼 지금의 십대는 어리지도 어리석지도 않다. ---「참을 수 없는 2016년 성교육에 대하여」중에서 여자 혼자 떠나보면 알게 된다. 내가 본래 태어나 자란 곳이 어떤 규칙을 여성에게 적용시키고 ‘당연한 문화’로 이해시켜왔는지를. 내가 앞으로의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이토록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하는데, 한국 여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졌던 선택지란 아주 뻔한데다 몇 개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대학을 졸업할 때까진 외국에 나가본 적도 없던 나지만 오직 혼자 떠났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이 나에게 남긴 교훈들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에 대하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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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주 어린 시절에 내가 여성으로서 경험했던 이야기부터,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린 후에 내가 생각하게 된 많은 것들까지 모두 담고 있다. 평범한 집의 막내딸로 태어나 학창 시절을 거쳐, 삶의 크고 작은 골짜기를 지나 비로소 일인분의 몫을 다하게 되기까지, 내가 목격하고 내가 감당해야 했던 여성으로서의 삶을 기록한 것이다. 또한 여성으로서의 내 자신을 인지하고, 나와 같은 여성들을 위해 내 힘을 보탤 것이며, 생각을 말하는 여자로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일 것을 선언하는 일 그 자체이기도 하다.
곽정은 나는, 그런 편견에 지지 않을 거야. 괜찮아.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우리나라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여러 사회문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급기야 ‘여성혐오’에서 출발한 심각한 수준의 범죄로도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은 늘 이유 없는 편견에 시달리면서도 아주 기본적인 일신의 안전으로부터의 공포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그런 까닭에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그 중심에서 곽정은 작가도 또렷하게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지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면서 여성의 일과 사랑에 대한 숱한 기사를 써왔고, 그 이후로도 방송과 종이매체를 넘나들며 꾸준히 여성으로서의 이야기를 해온 그녀. JTBC [마녀사냥]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2030 여성들의 롤모델로 떠오르며, ‘생각을 말하는 여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에는 [말하는 대로]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또한 자신이 겪어온 부당한 편견과 스스로 그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자존감’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고, 많은 사람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얻으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번에 출간하는 『편견도 두려움도 없이』는 그런 여성으로서의 또렷한 자각과 의식들을 한데 묶어내는 의미 있는 작업의 결과다. 작가 스스로가 생활 속에서 숱하게 겪었던 불평등한 경험과 심지어 성추행 당했던 고백에서부터, 여성을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하나하나 차근히 짚어나간다.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행가 가사를 분석하여 짚어보기도 하며,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과 데이트 폭력과 같은 무거운 주제에서부터, 문체부 성교육 자료, 임산부 공익광고, 여성 생리대 등을 비롯한 최근에 불거진 사회 이슈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여성을 향한 부당한 편견과 불공정함에 맞서고, 또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들과 생각을 나누고자 하는 그 노력 자체이다. 하여, 우리는 살던 관습대로 살지 않고 불편한 것은 불편하다고 말하는 용기를 갖게 됨은 물론이고, 느리지만 조금씩 변해나가는 우리 사회를 기대하는 희망을 가져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여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적 안정감을 찾는 일까지, 두루 안내하고 함께한다. 그 바탕에는 우리 스스로의 자존감 회복이 우선일 것이다. 여성으로서의 행복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성 스스로가 발견하고 더 크게 키워나가면 그뿐. 이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우리는 이렇게 외치고 싶어질지 모른다. “나는, 그런 편견에 지지 않을 거야. 괜찮아.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