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프롤로그 하얀 안개
제1부 흔적 막간 제2부 부상 에필로그 검은 안개 역자 후기 |
Ichi Orihara,おりはら いち,折原 一
오리하라 이치의 다른 상품
|
자, 빨리 해치워버려. 내 안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자……. 오른손에는 접이식 칼이 숨겨져 있다. 손바닥에 완전히 감춰질 정도로 작은 도구지만, 일단 드러내면 위험한 흉기로 변모한다. 가로등 불빛이 빛을 던져줬을 때 그 칼은 주인의 의향에 관계없이 폭주를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 괴한이 쥔 칼은 가로등 불빛을 받아 번쩍거리고 있었다. --- p.8 “이봐, 거기에 있지?” 여자의 목소리는 잔잔한 물속으로 흡수돼갔다. 여자의 뒤를 쫓아가자 축축한 지면이 내 발을 붙잡았다. 마치 죽은 사람의 영혼이 지면에 붙어 있는 듯이. 진득거리는 발을 몇 번이나 질질 끌면서 나는 그녀를 쫓아간다. 그리고 일가 실종의 수수께끼도 쫓아간다. 깊은 어둠 속, 거무칙칙한 늪 가운데로. --- p.19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치한이라는 오해를 푸는 게 아닌 발상의 전환이다. 발상의 전환? “그렇다.”라고 나는 소리 내어 말하고 손뼉을 쳤다. 바로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이 사건을 글로 쓸 수는 없을까? 나는 지금 춘추출판사에서 소설을 청탁받아 무엇을 쓸까 무척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런 내게 이 사건은 굉장히 매력적인 테마라고 느껴졌다. 이 괴한 피습사건을 조사하던 추리 소설가가 자기 의지와는 관계없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현재 진행형 스토리. 치한 누명 사건도, 경찰에 의심받은 일도 모두 이야기 전개상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사건이 갑자기 흥미진진하게 변했다. --- p.74 늪의 표면으로 하얀 습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바람은 전혀 불지 않아, 하수구 냄새 같은 악취가 일대를 떠다니고 있다. 늪을 에워싼 잡목림 어딘가에서 까마귀 몇 마리가 불길한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다. 탐욕스러운 위장처럼 일단 삼켜버리면 아무것도 토해내지 않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늪. 빠지면 시체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옛날부터 전혀 내려왔다.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는 전설이지만, 그것이 깨질 때가 드디어 왔는지도 모른다. --- p.199 구로누마 남쪽의 억새풀이 있는 좁은 길을 통과해 배밭이 늘어선 일대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 앞으로 다키자와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요시자와와 다키자와라는 ‘양대 자와’를 실제로 보게 되니 다시 한 번 두 집의 공통점을 잘 알 수 있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구가로, 구로누마를 사이에 두고 동서로 대치하는 위치에 세워져 있다. 게다가 가족 구성이 같고, 형태는 다르지만 일가 전원이 어느 날, 홀연히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 p.222 |
|
신이 이따금 초자연적인 힘으로 사람을 감춘다는 전설이 떠도는 늪지 마을. 어느 날, 그 마을의 명가인 다키자와 일가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식탁 위에는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밥과 반찬들이 놓여 있고, 방에는 방금 전까지 사람이 있었던 것처럼 이불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노모와 부부 그리고 딸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이들의 행방을 놓고 매스컴은 신령의 소행이라는 둥, 가족이 함께 늪에 뛰어들었다는 둥, 5년 전에 같은 마을에서 일어났던 일가족 참살 사건의 범인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는 둥, 온갖 억측을 늘어놓지만, 사실을 알 길이 없다. 르포라이터 이가라시 미도리는 행방불명된 가족의 주변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평범하게 보였던 일가의 어두운 과거를 하나씩 파헤치기 시작한다. 한편 인근 도시에서는 늦은 밤 홀로 귀가하는 여성들을 노리는 괴한 습격사건이 잇달아 일어난다. 우연히 그 현장을 목격한 무명작가 ‘나’는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일련의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려고 결심, 범인을 미행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일어나면서 오히려 범인으로 몰릴 위기에 처하고 만다. ‘나’는 소설을 쓰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범인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증명해야만 한다. 일가에게는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으며, ‘나’는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대체 이 두 사건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계속되는 반전과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는 충격적 진실, 이제 지금까지 만날 수 없었던 최고의 두뇌게임이 펼쳐진다. |
|
무엇이든 빨아들여 감추는 늪, 그곳에 가라앉은 진실이란
소설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개의 사건을 여러 인물들의 시점에서 그리고 있다. 하나는 지역 명가인 다키자와가의 일가 네 명이 홀연히 사라진 사건. 다른 하나는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이 습격당하는 현장을 목격한 무명작가 ‘나’가 소설 취재를 위해 괴한을 뒤쫓지만, 엉뚱하게도 자신이 범인으로 몰리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이다. 독자는 번갈아 서술되는 이 두 사건을 뒤쫓으면서, 일가가 어떻게 해서 행방불명되었는지, ‘나’는 결백을 증명할 수 있을지, 괴한 습격사건의 진범은 누구인지를 추리해야만 한다. 하지만 독자가 마주하게 될 결론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검은 늪에서 올라오는 퀴퀴한 냄새, 그리고 희뿌연 안개와 싸우며 사건의 진실로 조금씩 다가서는 동안 늪보다도 더 지독하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이 사회의 어두운 얼굴과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미스터리에도 속지 않았다고 자신하는 이라면 반드시 도전해야 할 작가 국내에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은 『행방불명자』를 포함해 아직 세 권밖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사실 그는 일본에서 알아주는 서술트릭의 대부다. 그의 소설은 아무리 주의 깊게 읽더라도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감쪽같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런 그의 대표적 시리즈라 할 수 있는 ‘○○자者’ 시리즈는 서술트릭에 더하여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소재로 다루면서 사회적인 문제를 제기, 본격미스터리 팬과 사회파 추리소설 팬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행방불명자』 역시 2001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발생한 일가 실종사건을 바탕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와 종횡무진으로 따라잡을 수 없이 전개되는 미스터리, 그리고 이 사회가 얼마나 광기와 증오로 가득 차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소개되었던 미스터리에 매료당하지 않았던 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도전해봐야 할 작가, 그리고 작품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