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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만화의 계보를 확장하는 순정개그컬트 만화
만화가 김미영은 자신의 만화를 '순정개그컬트 만화'라는 복잡한 이름으로 명명한다.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단행본 『기생충』은 지금까지 작가가 추구해온 '순정개그컬트'의 진수를 보여준다. 제목이 언뜻 '기생충(寄生蟲)'을 연상하게 하지만, 실제로는 '정성 충(衷)'자를 사용하는 '충'이란 이름을 가진 기생(妓生)의 이야기라는 이중적인 메타포를 띠고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만화 장르를 모조리 섞어서 자신만의 독특한 장르로 소화해내는 김미영은 단절된 명랑만화의 계보를 새롭게 부활시키는 것과 동시에 현대적인 '엽기' 코드와 적절히 부합하면서 개성 있는 작품세계를 펼쳐간다. 이를 두고 만화평론가 박인하는 "강렬한 캐릭터의 힘과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2000년대의 새로운 명랑만화"라고 평가한다. 『기생충』의 주인공 기생 '충'은 기본적으로 남자들보다 힘이 세고, 적극적인 캐릭터다. 퍽치기꾼을 되레 퍽치기하기도 하고(퍽치기), 명절날 부엌일도 못하면서 도와주겠다는 남편에게 마음껏 두들겨 패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어디 남자가 부엌에). 하지만, 젊어 보인다고 조금이라도 띄워주면 기분 좋게 한턱 쏘기도 하고(기본정신), 대단한 가문인 줄 알고 기껏 꼬신 남자의 집안이 결국 콩가루 집안(대단한 가문)으로 드러나는 등 쉽게 속아넘어가고 쉽게 당하기도 한다. 대선 기간 동안 그려진 만화에는 은근히 정치 철새꾼과 정쟁을 비웃는 풍자가 엿보이는가 하면(따뜻해요, 합당, 휴지 시),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 미선, 효선 사건에 대한 분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부럽다, 왜 왔니?). 즉, 김미영의 만화는 단지 '웃기는 만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상사를 재치 있는 입담으로 녹여내며, 사회를 바라보는 보편적인 시각을 솔직하게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가의 재능은 만화의 각 꼭지마다 덧붙이고 있는 '충언' 한마디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여성들만의 순정성(?)을 바탕에 깔고 있으면서도 이를 잡다한 대중문화적인 코드와 신문지상에서 늘 접하는 정치, 사회적인 코드에 접합시킴으로써 짬뽕과도 같은 촌철살인의 웃음을 엮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김미영표 명랑만화이며 순정개그컬트만화인 것이다. 힘 있는 선과 발랄한 캐릭터 만화평론가 박인하는 김미영표 만화의 특징을 '힘 있는 선'에서 찾는다. 최근의 만화들이 캐릭터 사업이나 애니메이션 사업을 염두에 두고 외곽선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명료한 선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변해가는 것에 비해 김미영의 만화는 살아 있는 선으로 캐릭터의 표정이나 동세를 충실히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동성이야말로 명랑만화의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로 인하여 김미영의 만화에서는 표준화되어가고 있는 캐릭터들에게는 느낄 수 없는 싱싱한 생명력과 발랄한 상상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컬러판 만화 『기생충』은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 중심의 색채로 칠해져 있어, 일견 유치해 보이기도 하지만 알록달록한 색채가 오히려 김미영다운 맛을 한층 더 강렬하게 느끼게 한다. 『야 이노마』 『빌테면 빌어봐』와 같은 기존의 흑백만화로만 김미영을 알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기생충』을 통해 김미영의 작품세계를 더욱더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