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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오늘의 한국어로 다듬은 장화홍련전 장미와 연꽃 ------ 〈이야기 너머〉 철산, 흉흉한 소문이 시작된 땅 장씨의 유언 ------ 〈이야기 너머〉 국가, 미담을 전파하다 창틈의 눈길 ------ 〈이야기 너머〉 사실과 소설 사이 자매가 잠든 사이에 ------ 〈이야기 너머〉 자살인가 타살인가, 백필랑·백필애 자매 사건 아버지의 명령 ------ 〈이야기 너머〉 계모 이야기, ‘가족 로망스’의 야심찬 발명품 깊고 무심한 연못 ------ 〈이야기 너머〉 가부장권의 상속자, 장쇠의 선택 새야 새야 파랑새야 ------ 〈이야기 너머〉 죽음 또는 희망, 파랑새가 보낸 두 가지 신호 새 철산 부사 정동우 ------ 〈이야기 너머〉 쾌걸 정동우의 실제 모델, 전동흘 검은 것과 흰 것 ------ 〈이야기 너머〉 조선의 명탐정, 정약용 추천의 글 _ 치밀하고 충실한 21세기판 『장화홍련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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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새엄마를 맞은 자매의 불안과 공포가 한 겹입니다. 반대편에는 새 둥지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계모의 불안과 공포가 다시 한 겹입니다. 그리고 자매와 계모의 머리 위에 또 다른 불안과 공포가 자리합니다. 바로 가장의 힘에 대한 두려움이지요. --- pp.14-15
오늘날 한국 사회 또한 장화와 홍련 못지않게 억울한 사연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권위 있고 힘 있는 이들이 절박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 p.22 장화와 홍련, 콩쥐와 팥쥐, 신데레라의 계모뿐 아니라 오늘날 텔레비전을 켜기만 하면 나오는 수많은 계모 이야기는 ‘가족 로망스’의 변주일 수도 있겠군요. --- p.86 알려 주는 파랑새, 길잡이 노릇을 하는 파랑새, 조짐을 보이는 파랑새. 『장화홍련전』 속 파랑새도 이런 상징을 쥐고 있군요. --- p.116 정동우에 앞서 철산에 간 벼슬아치들이 하루아침에 죽어 나갔다는 것은, 수령이 현지 수사에서 극심한 방해를 받았다는 뜻이고, 수사 방해를 받다 못해 임무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었음을 넌지시 드러내는 설정이겠지요. --- p.153 너를 이 쓸쓸한 빈방에 혼자 두고 갈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지고 간장이 타는 것 같다. 이내 심정 저 검은 하늘을 종이 삼아 쓴다 해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 --- p.79 아버지, 오늘 제 마음은 무엇을 잃은 듯 까닭 없이 슬픕니다.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온몸에 가득합니다. --- p.104 사람이 하는 소리인지 귀신이 하는 소리인지 알 수 없는 그 말 --- p.124 그 은혜는 태산이 낮아질 만큼 높고 바다가 얕아질 만큼 깊습니다. --- p.1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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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1년의 잔혹한 실화에 바탕한 기묘한 소설, 가부장 권력에 물음표를 던지다!
1651년, 가뭄과 기근에 시달리던 평안도 철산에서 자매 살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미궁에 빠진 사건으로 민심은 점점 더 흉흉해지는데, 뛰어난 무인 ‘전동흘’이 철산 부사로 부임해 진실을 밝혀냅니다. 전동흘의 후손이 『가재사실록』에 기록한 이 사건은 시간이 흘러 소설·판소리·창극·드라마·영화로까지 새롭게 각색됩니다. 얼마 전에는 할리우드까지 나서서 이 이야기를 모티프로 영화를 만들었지요. 그렇다면 『장화홍련전』의 그 끈질긴 생명력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단순히 권선징악이나 인과응보 같은 주제를 다룬 작품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우리가 혹시 바로 그 선입견 때문에 오랫동안 이 작품을 오해해 오지는 않았나 묻습니다. 『아버지의 세계에서 쫓겨난 자들-장화홍련전』은 풀린 듯, 안 풀린 듯 알쏭달쏭한 결말로부터 이 작품을 거꾸로 다시 읽어 들어갑니다. 즉, ‘장화와 홍련의 한은 정말 풀렸을까?’라고 질문하면, ‘글쎄?’라는 애매한 답을 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장화에게 누명을 씌운 계모 허씨와 큰아들 장쇠는 사형당하고, 장화에게 죽음을 명했던 최고결정권자 - 아버지 배무룡은 사면됩니다. 그 후 자매는 세 번째 부인을 얻은 아버지의 딸로 다시금 환생합니다. 귀신이 되어서도 벗어날 수 없는, 영원토록 반복되는 ‘아버지 집’으로의 회귀, 저자는 여기에 이 작품의 진짜 공포와 슬픔이 깃들어 있다고 봅니다. “한 겹 두 겹 풀수록, 행간을 파고들수록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억울함이 풀린 듯 안 풀린 듯 알쏭달쏭한 결말, 두 자매가 억지로 웃고 있을 것만 같은 설정도 해석의 길을 여러 갈래로 냅니다.”(본문에서) 그 소설은 픽션일까 논픽션일까 이 가족은 울타리일까 장막일까 피해자의 이름부터 사건 양상까지 실제 사건과 소설은 쌍둥이처럼 닮은꼴. 저자는 논픽션(1651년의 실제 사건)과 픽션(소설 『장화홍련전』) 사이에서 수사 파일을 작성하듯 치밀한 대조와 논증 과정을 통해 소설 속 각 인물의 행위가 지닌 의미, 각 장면의 메시지를 이해할 때 필요한 배경지식을 디테일하게 되짚어 봅니다. ‘이야기 너머’라는 부록 아홉 개에 담긴 흥미로운 소설 뒷이야기, 소설을 통해 본 시대와 세상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계모형 소설’ 속에 담긴 인간 보편의 심리에서 우리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아닌지, 강자에게 너그럽고 약자에게 모진 형사 제도는 어떻게 작동했는지 조목조목 살펴봅니다. 철산의 인문지리, 국가가 펴낸 윤리 교과서 『오륜행실도』, 프로이트의 ‘가족 로망스’, 조선 명탐정 정약용 등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연계 지식은 맥락의 깊이를 더해 주며〈오륜행실도〉민손 삽화,〈동여도〉의 철산 지도 등 귀한 시각 자료 또한 작품을 보다 감각적이고 입체적으로 감상하게 해 줍니다. 탁월한 ‘호러’ 작품은 언제나 시대를 반영하고 현실을 비틀어 왔습니다. 이를 염두에 둔다면 원한 많은 처녀귀신 이야기 정도로 들어 넘겼던 『장화홍련전』에서 보다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자는 행간에 파고든 가부장 권력의 모순과 무능을 읽어 내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서늘한 풍경을 복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