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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내 친애하는 공포여
안 시에티 저 / 전재연 역
궁리출판 200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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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수학에 관한 넋두리들
수학은 정말 비인간적이야
지나치게 인간적인가
수학 선생님이라는 낯선 사람
수학에 소질이 없어서

2. 수학을 체험한다는 것
구체화
말 집어넣기
수학과 환상
욕망의 수학

3. 수학적 구조와 심리적 구조
수학, 결별의 과학
시간의 흐름
수학과 성적 탐구
이것은 심리치료가 아니다

저자 소개

저자 : 안 시에티
프랑스 영문 HEC(파리고등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응용과학연구소에서 DEA를 마친 후, 기업의 판매전략 고문으로 잠시 일하기도 했다. 수학교육심리학 전공으로 정신병리학 임상 DESS를 취득한 후, 여러 기관에서 프리랜서로 상담하을 하고 있으며, 파리 10대학교와 파리 8대학교에서 교육학을 강의하고 있다.
역자 : 전재연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8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3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74쪽 | 474g | 140*225*20mm
ISBN13
9788988804889

책 속으로

"선천적으로 수학에 소질이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요, 그냥 그런 거죠." 수학을 어려워하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말하곤 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따로 있다. 만일 시험 시간에 그 '모범생'들이 뭔가를 적는다면, 그것은 이미 그 애들이 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소질이 없는'아이는 그 아이들도 틀릴 수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는 이런 광경에 낙담하여 그만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를 포기해버린다. 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자기는 어차피 "소질이 없으니까!"

수학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나를 찾아온 카리나는 내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어쨌거나, 그래봐야 소용없어요, 저는 소질이 없거든요!!" 그런데 소위 그 '소질 없는'아이들은, 수학 시간에 잘 알아들은 부분이 있었다든지, 연습문제를 완벽하게 풀었다든지, 혹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든지 하게 되면 깜짝 놀라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예외적인 경험으로 여긴다. 연습문제가 너무 쉬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 수업이 작년에 배웠던 개념을 다시 다뤘기 때문이라고 단정짓기도 한다. 아니면 '소질 없는'아이가 전날 복습한 부분에서 우연히 시험 문제가 집중적으로 나왔을 거라 생각하기도 한다. 그 점에 있어서 '소질 없는'아이는 자신의 주장을 굽힐 줄 모른다.

아주 잠시, 자신이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잊었다 해도, 그는 곧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거라고 단언한다. 다음 번에는 같은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며, 다시 나쁜 점수를 받을 거라고 쉽게 단념해버린다.

---pp. 88~89

출판사 리뷰

수학, 내 친애하는 공포여
매혹과 공포를 동시에 자아내는 '수학'이라는 과목은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학생들의 골칫거리인 모양이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강의하면서 심리치료 전문가로도 활동중인 저자가, 프랑스 아이들과의 오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사실 우리 나라의 상황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책 속의 '카트린'을 '철수'로 바꿔 읽어도 아무 상관 없을 만큼 말이다. 그만큼 수학에 대한 공포는 세계 교육계의 공통 과제이다.

수학은 정말 비인간적인 학문인가?
무미건조한 숫자와 연산기호로 가득한 수학은 비인간적인 학문인가?
저자는 일견 답이 뻔해 보이는 질문을 화두처럼 던지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곧바로 이렇게 되묻는다. 수학은 오히려 지나치게 인간적이어서, 즉 인간의 내면 깊은 곳, 그 심연에 숨어 있는 근원적인 것들을 자극하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가?
저자는 우리의 뿌리깊은 선입견과 달리, 수학이 실은 얼마나 인간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학문인가를 해명하기 위해, 우리를 중고등학교 수학 교실로 안내한다. 그리고 그곳엔 마귀할멈 혹은 유령처럼 차갑고 비인간적인 수학 선생님이 떡하니 버티고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저자는 학생들이 묘사하는 전형적인 수학 선생님 상(像)을 제시한 뒤, 그 묘사 과정에서 '신체'가 극도로 부정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손가락으로 셈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선생님이다(이는 후에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금지로 이어진다<본문 126페이지>). 그리고 그 같은 '신체'의 부정은 교육심리학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 더불어 저자는, "채소를 억지로 잡아당긴다고 해서 결코 빨리 자라지는 않는다"는 독일 슈타이너 학교의 격언처럼, 신체의 부정이 곧 추상으로의 성공적인 전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역설한다.
중고등학교 수학 교실에서 부정되는 것은 비단 '신체'만이 아니다. 그곳에선 '말(언어)' 또한 부정된다. "나도 어렸을 땐 수학을 꽤 잘했다구. 구구단을 달달 외웠다니까. 근데 계산에 a, b, x, y 같은 문자가 나오면서부터 포기해버렸지. 계산은 숫자로 하는 건데, 뜬금없이 문자가 왜 나오냐구?" 물론 수학 공식, 즉 부호화된 언어도 언어는 언어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 부호화된 언어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무작정 외고 본다. '수리수리마수리'하는 마법의 주문처럼, 이 주술 같은 몇 개의 공식들은 학생들을 일시적으로나마 안심시켜주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자포자기한 상태로 "수학을 잘하려면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이해하려들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수학 선생님이나(본문 49페이지), 사용설명서에 적힌 대로 가전제품을 작동시키듯, 연습문제를 도식적인 순서에 맞춰 풀면서 "생각할 필요도 없고, 결과도 빨리 나오니 얼마나 좋아요!"라고 말하는 학생이나(본문 50페이지) 모두 같은 함정에 빠져 있는 셈이다.
어떤 학생들은 말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수학을 좋아하기도 한다. 네 명이나 되는 오빠들의 권위에 짓눌려 자신의 '말'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마리의 경우가(본문 60페이지) 그 대표적인 예다. 또한 수학 용어와 일상어 사이의 의미 혼동이 수학에 대한 공포를 낳기도 하는데, 일상어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제곱근을 이해하게 된 카리나(본문 63페이지), 전화 놀이를 통해 일상어를 수학 안으로 통합시킨 데보라의 경우(본문 136페이지) 는 그런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불어 저자는 수학에서 근원적 물음들, 즉 "나의 뿌리(루트)는 어디인가? 나의 위치(좌표)는? 나의 한계(극한)는? 그룹(집합) 안에서의 내 서열은? 나는 강한 존재인가(제곱), 아니면 보잘것없는 존재인가(영)? 나는 나를 발전(전개)시킬 수 있는가?"와 같은 물음들이(본문 68페이지) 왜 발견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한다.
수학 시간에 부정되는 것 중에 상상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백설공주와 심술궂은 계모 이야기를 통해 수직이등분선의 개념을 이해하게 된 에디트(본문 150페이지),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인 축구 전술을 상상하면서 괄호 사용법을 마스터한 알랭, 영화 <스타워즈> 속 전투 장면을 상상하며 '거듭제곱의 법칙'을 깨달은 마르크(본문 158페이지)의 일화는, 수학이 상상력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과목임을, 환상이야말로 수학의 일부임을 증명한다.

수학 선생님은 적인가, 동지인가?
저자가 대표적인 부조리 극작가 이오네스코의 작품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데서 알 수 있듯, 수학 선생님에 대한 일그러진 초상은 그 전통과 역사(?)가 꽤나 깊다. 그런데 수학 선생님에 대한 이 같은 잘못된 신화들은 유독 잔인성과 폭력성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그러나 문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학생들이 수학 선생님을 백 퍼센트 증오하고 있는 것만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를 지나치게 집중해서 듣는 바람에 오히려 무슨 얘기인지 이해를 못 하게 된 로르(본문 59페이지), 수학 선생님은 텔레파시 초능력자처럼 전지전능한 존재이기 때문에, 풀이 과정을 대충 생략해서 써도 자신의 생각을 선생님이 다 읽어낼 거라 믿는 엘레나(본문 81페이지), 수학 선생님을 늘 무서워했지만 정작 자신을 알아봐주고 말을 걸어주자 감격에 겨워하던 세실(본문 85페이지) 등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수학 선생님에 대한 공포는, 실은 선생님의 관심을 갈망하는 학생들의 지나친 숭배와 서운함의 표현에 다름아니다.

교육심리학자의 눈으로 본 수학은 어떤 과목인가?
충분히 합격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떨어져 파리에 있는 대학에서 독립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를 대충 읽어 일부러 바칼로레아 시험에 떨어진 엘레오노르(본문 94페이지), 수학을 잘하게 되면, 아버지의 뜻에 따라 직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수학 성적이 오르는 걸 오히려 두려워한 폴린(본문 99페이지), 수학을 잘하는 것은 '여성적 특성'에 위배된다는 생각 때문에 고민하는 로르(본문 101페이지), 오빠가 자신의 영역을 존중하지 않고 벌컥벌컥 문을 열고 들어와 괄호에 대한 개념 정립이 힘든 쥐디트(본문 172페이지)... 이 모든 예들은 수학이 근친상간 금지와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아이들이 무의식 속에서 마이너스 기호를 남성 성기로 받아들임으로써 일어나는 문제들과, 수학 예제에 유독 먹을 것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 등을 보면, 저자의 관점이 프로이트 심리학에 바탕을 두고 있음이 명확해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특정 심리치료법에 대한 소개를 목적으로 씌어진 것은 아니다. 저자는 심리치료와 자신의 작업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는다. 저자는 이 책이 "인간적이고 생생한 방식으로 수학을 공부하기 위한 시도"임을 분명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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