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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편의 간호였다. 그리고 포장마차도 그대로 접을 수는 없었다. 당장 생활도 그랬지만, 언제 깨어날지 몰라도 강하게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이 남편에게 진정 힘이 되고 의지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간호에 손이 많이 필요한 시간은 아무래도 낮 동안이었다. 결국 포장마차 장사 준비는 은수와 세희가 맡고 준영은 예전처럼 새벽 장보기와 저녁 장사를 도와 주기로 했다. 그리고 혜경이 장사하는 밤에는 은수가 아빠 곁을 지키기로 했다. 이제 남은 영웅을 보살펴야 할 사람은 세희였다. 마침내 세희도 옥탑방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아무튼 아이들까지 그렇게 저마다의 책임을 맡는다는 것에, 특히 세희나 준영에게는 염치 없는 일이었지만 혜경은 다 같은 자식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p.255-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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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수야, 내가 부탁 하나 할게." 세희는 정말 간절하게 말했다. "뭘?" "네게서 빼앗아 왔다고 다시 내 웃음을 되찾아 가지는 마. 넌 다시 만들어. 원래부터 잘 웃는 아이였잖아. 금방 다시 만들 수 있을 거야, 진짜 또 다른 네 걸로." 어느새 옥상이었다. 그새 엄마의 방은 불어 꺼져 있었다. 둘의 도란거리는 소리에도 엄마는 문을 열어 보지도 않았고, 다른 기척도 없었다. 잠이 든 건가. ---p.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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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누나라는 이름만 들어도 손발이 시리고 어깨가 오싹했고, 어떤 날은 잠바 가슴 위의 미키 마우스만 보아도 자꾸 눈물이 솟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언제부터인가 누나를 생각해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아이는 벌써 혼자가 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별의 아픔이 두려워 진작 익숙해지는 연습을 끝마치고서. 아이는 아직 제가 누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 혼자가 되었으니 그것에 익숙해져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도 아이는 자꾸 기다렸다. 누구를 기다리는지도 모른 채 의자에 앉아 우두커니 기다렸다. 이미 그것은 버릇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p.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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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성태'는 명예퇴직 이후 사업을 벌여 성실하게 땀흘리다 경제 위기의 파동에 휩쓸려 부도라는 날벼락을 맞은 삼사십대 가장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사회적인 배신감, 동료들 간의 관계, 가족들에 대한 사랑과 자책감 등의 문제들에 둘러싸여 고민하는 한 가장의 심리가 소설 안에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어머니 '혜경'은, 과거의 평탄하고 보호받는 삶 속에 길들여진 나약했던 한 주부가 남편이 실종된 상황에 부딪혀 바깥의 낯선 세계와 대면하면서 변화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처음에 세상에 적응할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여자였던 그녀는 작품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 가족들을 불러모아 화해시키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강인한 여성으로 바뀌어 간다. 큰딸 '은수'가 어두운 과거를 딛고 가족들 사이에서 밝은 모습을 되찾기까지의 과정들은 오늘날 가족들이 겪게 되는 갈등 구조를 세심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이 갈등 구조를 풀어 나가는 길은, 아울러 다시 희망을 공유할 수 있는 길은 그들 사이의 변함없는 사랑과 믿음뿐임을 이 소설은 이야기하고 있다.
『어머니』가 가리키고자 하는 '어머니'는 이 모든 다양한 관계들의 바탕이 되는 만남의 장이다. 이 만남의 장 안에서 모든 원망과 미움과 갈등이 진실한 대화를 통해 화해를 이루고, 눈앞에 닥친 고난들은 도리어 희망과 용기를 불러들이는 계기가 된다. 아버지가 떠나간 자리에서 어머니는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다시 깨닫고 능동적으로 그 사랑을 실천한다. 떠나간 아버지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 이 가족들의 풍경은 5년 전 『아버지』가 그랬듯이 독자들의 가슴이 뭉클하게 만들고 독자들의 눈시울을 아련하게 적셔 온다.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소중한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 이야기는 청소년들에게 가족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