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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4
1 . 둥지 | 9 2 . 진주귀걸이 소녀 | 21 3 . 위작 | 33 4 . 분노 | 44 5 . 그리트와 에밀리 | 58 6 . 컬렉터 | 74 7 . 로펌 조사원 | 87 8 . 서로를 향한 아픔 | 104 9 . 시칠리아의 인연 | 133 10 . 여행 | 165 11. 클림트, [키스]| 183 12 . 폭력의 기미 | 202 13 . 수사 종결 | 219 14 . 신산한 생의 여인 | 238 15 . 역습 | 263 16 . 엄마의 눈물 | 282 17 . 사랑의 탄생 | 3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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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여름방학 때 서울서 미대 다닌다는 명숙이 사촌언니 왔던 거 알제? 그때 그 언니 집에서 화집을 봤는데 '진주귀걸이 소녀'라 카는 그림이 있더라. 네델란드의 베르메르라 카는 화가가 그린 건데 와, 얼마나 빛이 나던지……. 그래가 나는 이제 그 소녀가 되기로 했다.”
명수는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뭐 그런 게 있다 치고, 니는 우예 그 소녀가 될 긴데?” “내, 서울에 있는 미대 들어갈란다.” --- p.28 …… 아직 포장이 뜯기지 않은 높이 1미터가 넘는 그림 두 점이 모셔져 있다. 하나씩 꺼내 벽에 기대 세워놓고 커터 칼로 포장지 전면을 X 자로 그어 찢어내자 과연 인터넷으로 확인한 박 화가의 화풍이 뚜렷했다. “개새끼들…….” 명수는 잇새로 신음처럼 내뱉으며 칼날을 세워 하나씩 갈가리 찢어발겼다. --- p.51 “버리는 건 흔한 일이었잖아요. 입양도 국내보다는 대부분 해외로 보냈고요. 세계 일등이라는 말도 있더군요. 버리는 건 죽이는 것과 다르지 않죠. 미국에서는 음식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지는 않아도 자식을 버리는 일은 별로 없죠.” --- p.156 벌써 한 시간도 넘었을 텐데 수명은 여전히 붙박인 듯 미동조차 없이 '키스'를 향한 채였다. 명수는 슬며시 수명의 눈빛을 살폈다. 고요한 것 같지만 여차하면 금방 눈물이라도 쏟을 것처럼 비장해보이기도 했다. 이미 '진주귀걸이 소녀'가 아니라 '키스'가 좋다고 말한 적도 있으니 그 원화를 보는 감동이 크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비장함은 낯설었다. 수명에게 저처럼 간절한 사랑이 있기라도 한 것일까 생각해 봤지만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있다면 오직 저 황금같이 빛나고 화려한 꿈이나 될까……. --- p.192 “…… 사실 자식 입장에서는 자신의 사랑이 시작되면 부모는 그만 놓아주고 지켜봐주는 게 더 고마운데 우리 사회에서는 대부분 그렇지 않잖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품안에 두고 당신의 뜻을 세우려 하잖아.” “난 세상에 그런 부모가 있을 줄 상상도 못 했어.” “종류가 달라서 그렇지 모든 자식은 부모의 바람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한 거 아닐까.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울타리고, 그 울타리에서 성장하는 거니까 그 사람에게는 아마 세상의 절반은 될 거야. 더욱이 우리의 사회 문화에서 효는 부정할 수 없는 가치인데 그게 자식의 마음에 앞서 부모의 요구가 된다면 무게만큼 주체성이랄까, 정체성을 잃게 되겠지. 특히 별 것도 아닌 우월의식에 젖은 부모가 어릴 적부터 주입한다면 말할 것도 없고.” --- p.259 생명을 가질 수 있는 몸이니 진작부터 소망은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꿈이 소중했고 태어날 생명에 대한 책임에 자신이 없었다. 꿈을 접어야 하고, 소중한 생명에게 한 순간의 슬픔이라도 줄 것이라면 자신의 꿈만 생각하리라 마음을 굳혔었다. --- p.269 수명이 사라졌다! …… (중략) 기다리라 말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기다리며 살아왔다. 기다리면 돌아올 것이라 믿었던 것처럼 정말 돌아오기도 했다. 때로는 몇 달이 아니라 해를 넘기기도 했지만 아무런 일 없었던 것처럼 태연했고, 그저 제 일을 했던 것뿐이었다. 또 기다리면 돌아올 것이다. 그저 제 일을 하다가 퇴근하는 것처럼 돌아와 고단한 몸을 눕힐 것이다, 영도다리가 무너지지 않는 한, 영도가 보이는 오피스텔의 도어 록 번호가 달라지지 않는 한. --- p.306 “아니야, 꿈이 있었기에 이뤄낼 수 있었던 거야. 꿈은 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는 거잖아. 그저 나처럼 사는 거지.” --- p.317 …… 꿈은 품었지만 무시로 부닥치는 좌절은 포기를 종용했다. 너에게는 불가능한 꿈, 너와는 다른 세상, 그렇게 눈물만 흘리다가 끝내 포기하고 말 예정된 미래. 운명을 거스르는 것은 어리석음이고 복종하지 않는 것은 불경이니 버둥거릴수록 아픔만 커질 뿐. 너희의 꿈을 꾸어라, 너희의 세상으로 돌아가라, 너희 사람 아닌 사람을 감히 뛰어넘으려 하지 마라! 너와 나, 너희와 우리는 같지 아니 하니……. --- p.318 돌아갈 곳이 있어야 했고 눈물을 씻고 상처를 아물게 할 아늑함이 있어야 했다. 섣부른 위로의 말 따위는 없이 묵묵히 지켜주는 침묵이 필요했고 설움으로 발버둥 칠 때 따뜻한 차 한 잔 들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가면을 벗기고 가야 할 꿈의 길에 등불을 들어줄 사랑이 있어야 했다. --- p.3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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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작품에는 언제나 ‘순정(純情)’이 있다. 사랑하는 여자의 꿈을 지켜보는 남자의 순애보는 여자의 꿈을 자신의 꿈으로 껴안은 남성상을 완성해냈다. 남성 위주의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과 자성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오늘, 이러한 남성상은 더욱 귀하게 다가온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것은 화랑가를 둘러싼 사건과 해외입양, 모성의 문제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다. 돈과 세력을 가진 자들의 은근한 횡포와 소위 지성과 지위를 지난 자들의 허위의식 역시 흥미진진한 사건을 통해 적절히 드러나면서 세련되게 마무리되고 있어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재미와 의미, 감동을 더해준다. - 한경심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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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은 한 편의 뜨거운 영화였다. 남자라면 한 번쯤 가슴에 품었을 흔하지 않은 사랑, 술 한 잔 마시며 다시 보고 싶은 순정하고 치열한 드라마다. - 장윤현 (영화 [접속]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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