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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살아가는 커뮤니티를 향하여
비평 정념의 윤리·정치학―권여선론 조현일 근대의 문턱에서 넘어진 한 여인의 초상―신경숙의 「리진」론 이경재 최근 문학 윤리론에 대하여 차원현 이론 이론의 이론성에 관한 단상 강우성 보편성의 귀환―지젝의 다원주의 비판과 문학적 보편성 김성호 리뷰 라캉 정신분석학의 몇 가지 문제―「기호, 주체, 욕망」의 비판적 읽기 오길영 루카치 공부하기의 어려움―인문학 공부의 기초와 관련하여 김경식 번역 변현태 「논문 해제」러시아 형식주의와 시클롭스키―낯설게 하기와 새로움에 대한 지향 말의 부활 장치로서의 예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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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살아가는 커뮤니티를 향하여
‘비평 정신이 살아 있는 전문 비평지’를 목적으로 결성된 비평 동인, 크리티카의 세 번째 책(크리티카 vol.3)이 출간됐다. 2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발행한 크리티카 3호는 ‘위기를 살아가는 커뮤니티를 향하여’라는 서문을 시작으로 비평, 이론, 리뷰, 번역 등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 지난 2호의 구성(비평, 이론, 번역)에 비해 리뷰란이 추가되어 보다 다양한 문학 비평의 장으로 확대되었다. 크리티카가 결성된 지 만 5년이 넘었다. 2년 만에 1호를, 다시 1년 만에 2호를, 그리고 다시 2년 만에 3호를 내게 되었으니 사실 생산력만 보자면 만족하기 어렵다. 그러나 창간호에 명시했듯이 ‘다른 매체산업의 논리나 지향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비평 행위’ ‘동인 스스로 글을 기획하고, 스스로 쓰는 자율적인 비평 행위’ 등의 목표와 원칙을 지켜나간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하다. 또한 위기 담론이 문학의 종언 담론으로 확장되어 가는 이 시대에 문학과 비평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들을 끌어내면서 지속적으로 독자적인 비평 문학의 결실을 맺고 있다는 점도 나름 의미가 있다. 내용 소개 크리티카 vol.3에서는 기존 비평, 이론, 번역에 이어 리뷰란을 만들었다. 리뷰에서는 그때그때 이슈를 제시하는 책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크리티카 스스로 이슈화하고 싶은 문제들을 다룬다. 이번 호에서는 박찬부 교수의 신간, 『기호, 주체, 욕망』에 대한 서평 형식으로 한국에서의 라캉 수용 및 라캉 이론 자체를 비판하고 있는 오길영의「라캉 정신분석학의 몇 가지 문제」나 최근에 쓰인 루카치에 대한 글이나 책에서 나타나고 있는 루카치에 대한 왜곡과 착각, 오역과 오독을 꼼꼼하게 검토하면서 이를 한국에서의 인문학 공부의 난점과 결부시키고 있는 김경식의「루카치 공부하기의 어려움-인문학 공부의 기초와 관련하여」를 실었다. 이 두 동인의 글은 앞으로 크리티카가 만들고자 하는 ‘리뷰’의 ‘표본’이다. 비평란은 조현일, 이경재, 차원현 세 동인의 글이다. 조현일의「정념과 윤리-권여선론」은 최근 활발한, 그리고 의미 있는 작품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권여선을 다루고 있다. 장편 『푸르른 틈새』(1996)와 작품집 『처녀치마』(2004), 『분홍 리본의 시절』(2007) 등 전 작품들을 대상으로 ‘정념’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권여선의 작품세계를 규명하고 있는 이 글에서 조현일은 권여선 소설이 현재의 정치와 윤리를 고민하는 방식을 야망(암바시오)과 증오라는 키워드로 풀어내고 있다. 이경재의「근대의 문턱에서 넘어진 한 여인의 초상-신경숙의 리진론」은 신경숙의 소설 『리진』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근대 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지위,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의 갈등, 보편화 된 식민주의의 문제점, 근대의 매혹과 냉혹, 타자에 대응하는 윤리적 방식 등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꼼꼼한 읽기를 통해 이경재는 『리진』이 19세기말 조선이 직면한 절망의 구조와, 전근대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시기에 살았던 제 3세계 약소국 여성의 보편적인 삶을 체현하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차원현의 글「최근 문학윤리론에 대하여」는 복도훈, 강유정, 허윤진, 신형철 등 네 젊은 비평가들이 쓴 문학윤리론에 대한 메타비평이다. 차원현은 문학의 종언에 부정의 윤리를 내세우고 있는 이 네 젊은 비평가들의 문학윤리론에 한편으로 공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논리를 비판하고 있는데, 차원현의 글 또한 실은 바로 그 ‘부정의 윤리’를 구성해보고자 하는 시도일 것이다. 비평란의 세 동인의 글이 현재 한국 문학의 한 면을 일별할 수 있게 해준다면, 이론의 강우성, 김성호의 글은 문학의 ‘정치성, 지젝’ 같은 최근 이론 담론의 ‘뜨거운 감자’를 다루고 있다. 강우성 의「이론의 이론성에 관한 단상」은 최근 북미 학계의 관심사로 등장한 이른바 ‘이론의 죽음’에 관한 논의를 살펴보면서 지난 30여 년간 이론이 추구해 온 작업의 공과를 따지고 있다. 이론 및 이론연구가 여전히 의미 있는 사유 행위임을 주장하면서 강우성은 이론의 이론성은 구체적인 텍스트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개별 비평의 차원에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일반’에 대한 해체론의 주장이나 벤야민의 ‘번역’ 작업처럼 ‘보편성’의 영역에 관한 비평적 사유에서 탁월하게 발휘된다고 주장한다. 김성호의「보편성의 귀환」지젝의 다원주의비판과 문학적 보편성」은 다문화주의와 ‘정체성 정치’가 진보의 대명사로 통하는 지적 풍토에서 뻔뻔스러우리만치 당당하게, 그러나 또한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보편적 실재를 사유해온 지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다원주의 이후에 과제로 남은 문학적 보편성의 의미를 새롭게 묻는다. 지젝의 보편성 개념을 ‘구조적인 보편성’으로 규정하고 여기에는 어떤 편향, 지젝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비틀림’이 내속하고 있음을 분석하면서 김성호 동인은 이러한 ‘비틀림’을 지닌 보편성, ‘독특한 보편성’이야말로 종말론에 시달리는 우리 시대의 문학에 주어진 진정한 가능성이자 목표라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번역란에서는 변현태 동인의 러시아 형식주의의 메니페스토로 간주되는 시클롭스키의「장치로서의 예술」과「말의 부활」을 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