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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마릴린
이지민
그책 200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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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친애하는 20세기 폭스사 홍보부 비서님께

54년 2월 12일
서울에 사는 앨리스 양의 하루

47년 7월
스무 살, 반도호텔, 식민지풍의 연애

54년 2월 16일
웰컴 투 서울, 마릴린 먼로!

48년 8월
두 번째 남자

49년 5월
운명의 트라이앵글

54년 2월 16일, 밤
첫 번째 유령이 돌아오다

54년 2월 17일
살아 있는 유령

50년 5월
한 통의 편지

54년 2월 18일
서울 크라잉 베이비

54년 2월 19일
안녕, 금발의 여자들!

작가의 말

참고문헌

저자 소개 1

필명:이지형

『모던보이: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로 제5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저서로 장편소설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나와 마릴린』 등과 영국, 미국, 독일, 루마니아에서 출간된 『Marilyn and Me』 가 있다. 현재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이다. 〈서울의 봄〉(2023) 〈싱글 인 서울〉(2023) 〈남산의 부장들〉(2020) 〈천문: 하늘에 묻는다〉(2019) 〈마약왕〉(2018) 〈밀정〉(2016) 등 많은 영화를 작업했다. 2025년 개정 출간된 『청춘극한기』는 〈바이러스〉(2025)의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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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5쪽 | 341g | 140*205*20mm
ISBN13
9788996144892

책 속으로

네이팜탄 젤리 조각이 스친 엉덩이가 소시지처럼 너덜너덜해졌지만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이팜탄이 얼마나 무서운지 살짝만 닿아도 온몸이 숯처럼 까맣게 타들어가는데, 그 죽어가는 사람의 비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정말 죽고 싶을 지경이랍니다.
어쨌거나 저는 지금 누워서 꼼짝 않고 지내며 어서 회복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주 심심하고 우울해 죽겠습니다. 그래서 부탁드리는데, 부디 이런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작은 청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존경하는 비서님, 사랑하는 마릴린 먼로 양의 새로운 포스터를 좀 보내주십시오. --- 「친애하는 20세기 폭스사 홍보부 비서님께」 중에서

통행금지 삼십 분 전 마지막 플로어처럼 댄서들은 열정을 다 바친다. 과연 이곳은 이 시대 남성들이 겁낼 만한 와일드한 아프레걸 전후파 여성들의 성지다. 남자들도 춤을 추기는 하나 이곳의 주인은 단연 여자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색색의 비로드 스커트와 나일론 원피스들은 빗방울을 튕겨내는 발랄한 꽃잎들 같다. 다방마담, 시내 양품점 여사장, 요리점 주인, 딸라장사, 돈 많은 전쟁미망인, 고관대작 부인, 여선생, 첩, 여대생까지. 춤과 자유를 사랑하는 이 여자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보다 나는 그들이 전쟁을 겪은 여자들이란 사실이 더 놀랍다. 슬픔과 고통은 모두 저 반짝이는 샹들리에에 잠시 매달아놓았는지 샹들리에는 아슬아슬 끊어질 듯 아름답다. --- 「54년 2월 12일, 서울에 사는 앨리스 양의 하루」 중에서

그녀가 코코아처럼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하자 무대를 제외한 온 세상이 들썩거린다. 나는 또다시 한 여자가 세상을 껴안는 방법을 경탄하며 바라본다. 나도 그녀처럼 엉덩이를 흔들고 맨발로 밴드 드럼 주자의 발동작을 흉내내본다. 환희에 찬 군중의 함성이 발바닥을 때린다. 하늘과 바람, 음악과 남자들을 껴안은 그녀의 뒷모습이 내게 어떤 삶의 영감을 준다. 단 한 번이라도 저렇게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다고, 영원히 기억되는 갈채에 귀가 먹먹해지고 싶다고, 이미 상상으로 나와 동침을 끝낸 남자들에게 시원한 콧방귀를 날리고 싶다고 나는 감히 희망해 본다. --- 「54년 2월 17일, 살아 있는 유령」 중에서

“오, 저런, 또 남자들이 말썽이군요?”
나는 풍만한 가슴에 어울리지 않는 그녀의 순진한 표정에 두 손 들고 웃는다.
“당연하죠. 휴- 오늘은 정말 피곤한 날이었어요. 왜, 그런 날 있잖아요. 남자 때문에 이가 갈리는 날, 내가 정말 외로워 보이는 날이요. 정말 약 없이는 잠들지 못할 것 같았는데, 그런데 당신 덕분에 이제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마워요, 마릴린.”
나는 얼떨떨해하는 마릴린 먼로를 와락 껴안는다.
사랑하는 남자와 배신을 주고받고 낙담한 나를, 그래서 그만 불행하게 항복하려는 나를 살린 것은 영광스럽게도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이다. 어찌된 일인지 오늘 밤, 아름다움이 나를 구원하고 말았다.

--- 「54년 2월 18일, 서울 크라잉 베이비」 중에서

출판사 리뷰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여자 ‘마릴린 먼로’
한국 땅을 밟다!

문학동네작가상『모던보이』이지민의 1950년대 퓨전시대극

“젊은 작가 이지민은 신선하고 재미있다. 거침없고 재치 넘치고 기발하다.” 암울하기 그지없는 1930년대 식민지 경성을 무대로 청춘남녀들의 ‘우스꽝스런’ 연애 이야기를 펼쳐 보인 소설 『모던보이』. 이 작품으로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신인작가 이지민에게 쏟아진 찬사였다. 그로부터 9년, 그녀의 세 번째 장편소설 『나와 마릴린』이 출간되었다. 이번에는 1954년 2월, 서울의 이야기이다. 한국전쟁이 훑고 지나간 서울,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악착같이 삶을 꾸려가는 폐허와도 같은 도시에서 ‘마릴린 먼로’와 ‘나, 앨리스’ 두 여자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일제식민지의 경성에서 전후 서울로의 이동이라니… 이번에도, 예사롭지가 않다. 그런데 왠지, 이번만큼은 사뭇 다르다. 식민지 하의 경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시치미 뚝 떼고 독립운동을 말하지 않던 그가 1950년대 서울의 이야기에서는 전쟁을 말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전쟁에서 살아남은 여자들의 삶에 깊숙이 시선을 드리우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심상치 않다.

커트 보네거트의 『제5 도살장』을 보면 주인공이 전쟁에 관한 소설을 쓰겠다고 하자 영화 제작자가 차라리 빙하를 막는 반(反)빙하에 관한 이야기나 쓰라며 비꼬는 대목이 나온다. 정말이지 나처럼 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이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거대한 빙하의 일부를 만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본능을 사로잡은 두 여자의 모습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고 꼭 그들의 이야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아주 진솔하게 고백하고 있다. 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 세대가 갖는 한계를 알지만, 이 전쟁의 이야기는 해야만 하겠다고. ‘잊혀진 전쟁’이란 유명한 닉네임을 가진 한국전쟁을 겪은 이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지금, 전쟁으로 인해 순식간에 온 생이 뒤집혀버린, 참혹하고 억울하고 비극적인 그녀들의 이야기를 해야만 하겠다고 말한다. 그는 단 두 장의 사진에서 시작해서 20여 권에 달하는 한국전쟁 관련 자료들을 찾고,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온갖 사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한 젊은 작가의 애정 어린 노력을 자양분 삼아 그만의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문체로 아주 특별하고 새로운 ‘그녀들의 전쟁 이야기’가 만들어냈다.

소설의 배경 및 참고 자료

“이 소설은 두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한 장은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과 북한 포로 사이에서 통역을 하던 여자 통역사의 사진이고, 또 한 장은 전쟁 직후 미군 위문공연을 왔던 마릴린 먼로의 사진이다. 6?25를 배경으로 한, 그러나 완전히 다른 이 두 장의 사진을 보면서 나는 똑같은 질문을 떠올렸다.
‘이렇게 젊고, 아름답고, 꿈 많던 여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 공연 사진을 볼 때마다 나는 묘한 기분에 휩싸이고는 했다. 최고의 섹스 심벌인 마릴린 먼로가 전쟁의 폐허 위에서 노래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비현실적이었다. 또한 동시에 놀라울 정도로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다. 나는 이것이 단지 마릴린 먼로라는 한 인간에게만 허락된 장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여자들 모두 그녀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춤추고 노래하며 진정 살아있음을 만끽할 권리가 있었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전후 사회에 핫이슈였던 댄스홀을 들락거리던 자유부인과 아프레걸 들의 도발도 이해를 한다. 죽음의 비의(悲意)를 깨달은 한 생명으로서 생명의 본분을 다하려 그렇게 악착같이 빛을 뿜어냈던 것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살아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한 여자들을 그리고 싶었다.” ― ‘작가의 말’에서

실제로 1954년 미군 위문공연차 한국을 찾았던 마릴린 먼로. 이 사진이 작가의 상상력에 힘껏 영감을 불어넣었고, 소설 『나와 마릴린』이 탄생했다. 논픽션의 세계가 픽션의 세계가 되는 지점이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등이 역사에 픽션을 가미한 ‘팩션’ 열풍의 중심에 서 있었다면, 국내 작가들 ― 김연수의『밤은 노래한다』, 김탁환의 『노서아 가비』, 김별아의 『열애』등 ― 의 치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한 일련의 시대물들은 한국 문단의 하나의 새로운 흐름이 되고 있다. 특히 한국 문학의 불모지였던 1950년대를 재조명했다는 것이 이 책에 의미를 더한다. 너무도 기막힌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책 출간일인 7월 27일에 맞춰 조선일보미술관에서는 「마릴린 먼로:마지막 유혹」 사진전이 열리고, 9월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는 「마릴린 먼로 회고전」이 예정돼 있다. 책과 더불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설 속에서 주인공인 ‘세기의 섹시 아이콘, 마릴린 먼로’를 함께 만나보는 것도 독자들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줄거리

유엔과 슈사인보이, 댄스홀과 아프레걸들…
1954년 2월, 전후의 서울 거리
‘마릴린 먼로’와 한국인 통역사 ‘나, 앨리스’가 함께한 3박 4일의 여정

전쟁이 휩쓸고 간, 폐허와도 같은 서울의 남대문 거리. 난리 통에 살아남은 자들이 전쟁보다 더한 열기를 뿜어내며 악착같이 살아가는 전후의 소란스러움 속에 깡마른 몸, 기이하다 못해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차림새, 가끔씩은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거품을 물고 정신을 놓아버리기도 하는 나, 앨리스가 끼어 있다. 미군부대 타이피스트로 일하는 나, 앨리스를 놓고 사람들의 추측은 가지각색이지만, 나는 이 시장통에서 몸을 팔지 않으면서도 미군에게 돈을 받는 유일한 여자일 뿐이다.
나는 밤마다 죽음의 기억에 시달리다 아침이면 또 죽음을 생각하며 미군부대로 출근을 한다. 이렇게 “살아 있다는 자각 없이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아마도 전쟁이 멈춘 지 얼마 안 된 이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가장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존재”가 바로 나일 것이다. 젖먹이를 업은 거지 누이, 낙태 자금을 구하는 식모 소녀, 연애에 목말라 댄스홀을 지키는 처녀 유자, 남편 앞에 벌거벗은 여인의 사진을 펼쳐야 하는 고독한 미세스장… 내 주위의 모든 여자들은 그렇게 지금,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여자 마릴린 먼로를 만났다. 그녀는 주한 미군의 위문공연차 한국에 왔고, 나는 그녀의 통역을 맡는 ‘영광’을 얻게 된 것이다. 아름다운 마릴린과 기이하기 짝이 없는 ‘이상한 나라’의 나, 앨리스… 두 여자는 그렇게 전혀 뜻밖의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3박 4일간의 결코 짧지 않은 여행. ‘그날’이 오기 전의 나의 모든 사랑과 꿈과 비밀을 다시 만나게 될 여행, 치욕스런 ‘그날’의 기억을 다시 끌어올리게 될 여행, 그리고 다시 한 번 나의 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게 될, 아주 비밀스런 여행이 시작된다…

비극의 시대를 산 여자와 비극의 인생을 산 여자의 무기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사람마다 각자 그 삶을 지켜내는 무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저히 적수가 안 되는 거대하고 흉포한 시대와 운명 앞에서 끝까지 놓칠 수 없는 그 무엇을 말이다. -- ‘작가의 말’에서

비슷한 구석이라곤 전혀 없을 것 같은 ‘나와 마릴린’, 두 여자가 함께하는 3박 4일의 여정을 통해 사랑과 전쟁,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추함이 공존하는 겹겹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소설 『나와 마릴린』은 시대와 인생의 비극 앞에서도 끝내 놓을 수 없는 ‘그 무엇’을 품고 “그렇게 살아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한 여자들”이 등장하는 전쟁을 그리고 있다. 그것은 소설의 무대가 되는 1950년 6월 25일 한반도에서 벌어진 실제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금 이곳, 현재를 살고 있는 모든 여자들에게 바치는, 보이지 않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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