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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이별과 만남
2부 벼슬길에 오르긴 했으나 3부 한여름 밤의 꿈 작가의 말 허균 연보 인명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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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토하도록 통곡하고 싶었으나 마음뿐이었다. 사내대장부로 태어나 평생에 세 번, 눈물을 보이는 횟수까지 정해주는 유교의 가르침에 소름이 돋았다. 공자께서 이런 내 모습을 보신다면 심약하다 하실 테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타고난 본성을 따르는 것이 세상이치이련만 지금 세상에서 본성이란 자제해야 할, 억압해야만 미덕이 되는 대상에 다름 아니었다.” --- pp.60~61
“우리가 법도라 믿고 있는 일들이 무엇이더냐. 조선왕조가 시작된 이래 대대로 섬겨온 중국에서 온 법도가 아니겠느냐. 공자선현의 가르침을 받아 태평성대를 이루려는 나라님의 높으신 뜻인 게지. 하지만 조선은 너무 멀리 온 것 같구나. 천지와 음양오행이 조화롭고, 순리대로 가야 하건만 언제부터 길을 잃은 건지 알 수가 없구나. 길을 바로잡는 게 최선이겠지. 허나 그게 안 된다면 길을 새로 내는 것도 방법이다.” --- p.95 “천하에 두려워할 것은 오직 백성뿐이니 물이나 불, 호랑이보다 두렵게 여겨야 마땅하다. 하지만 조정관리에서 지방수령에 이르기까지 백성을 함부로 대하고 부려먹기만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런 문제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가.” --- p.127 “하늘이 대체 무언가? 보잘 것 없는 아낙네가 한을 품어도 안타까워하며 들어주는 게 하늘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세상처럼 한과 원망을 품은 자들이 넘쳐나는 때에 하늘이 가만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늘의 힘을 빌려 누군가 일어서기만 한다면 역사는 전복될 것이네.” --- p.158 “광해군이 집권한 이후 날로 매관매직과 뇌물수수가 극성을 부렸다. 재물을 탐내는 관리는 예전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광해군이 중국사신에게 7만 냥의 은전을 건넨 일이 소문나면서 부패의 정도는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한 나라의 왕이 중국에 인정받고 싶어서 어마어마한 뇌물을 바쳤으니 그 아래 관리들이야 오죽 하겠는가. 광해군이 현실 도피하듯 김상궁의 치맛자락으로 숨어 들어간 시기도 그쯤일 것이다.” --- p.175 "참된 선비는 바른 소리 하기를 두려워않는 자라 하였다. 한데 이 나라 조선에서는 바른 말 하는 자들을 모함하고 쫓아내거나 죽여 없애기를 서슴지 않으니, 제명대로 살려면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이게 어디 사람 사는 세상인가.“ --- p.182 "사실 연산군 때의 홍길동은 의적이 아니라 강도였다. 당상관 복장에 무장을 한 채 거리를 활보했고 관청도 제 집 드나들 듯 했다는 기록이 실록에 남아있었다. 붉은 띠를 매고 옥관자를 붙인 관복차림이라 어지간한 관리들은 속아 넘어갔고, 아예 지방 수령을 매수해 권력을 휘둘렀다는 말도 있었다.“ --- pp.205~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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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의 저자가 허균이란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아울러 허균이 한국 문학사를 논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인물이란 점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허균이 능지처참의 극형으로 비참하게 생을 마쳤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조선의 역사가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끝내 구원받지 못하고 ‘괴물’로 낙인 찍혀 저주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이 역시 드물다. '신이 내린 문재(文才)'로 불린 허균, 그는 왜 화려하고 편안한 삶을 마다하며 고통과 고독으로 점철된 투쟁의 길을 걸었는가!
허균은 자유주의자였다. 본성을 억압하는 유교의 굴레를 벗어나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천성대로 살고자 했다.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아랑곳없이 서자, 승려와 교우하고 기생과 어울리며 불교, 도교 등에 심취했다. 왜? 내면의 소리를 따라 마음 가는 대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나 이 때문에 관직에서 여러 차례 쫓겨났고 ‘유교반도(儒敎叛徒)’로 몰렸다. 허균은 민중적 세계관을 갖고 평등주의를 지향했다. 재능을 타고나고도, 빼어난 실력을 갖추고도 인간이 만든 신분제도에 막혀 뜻을 펴지 못한 채 좌절하는 인재들을 안타까워했다. 또 왕과 관리들이 백성을 함부로 대하는 당시의 세태를 개탄하면서 “천하에 두려워할 것은 오직 백성뿐이다”라고 역설, 이미 400년 전에 민주주의의 뼈대를 이루는 사상을 주창했다. 소수의 기득권 세력이 지배한 폐쇄 조직 조선은 물론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당대 조선의 정치?사회 시스템과 허균은 공존 자체가 불가능했다. 허균은 행동하는 지성인이었다. 생각을 글로 옮기고 입 밖에 내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변혁의 필요성을 절감한 후 직접 움직였다. 개혁을 갈망한 사회 소외층의 염원을 발판 삼아 치밀하게 대사를 도모했다. 홍길동이 꿈꾼 율도국은 혁명가 허균의 이상향이었던 셈이다. 작가 정경옥은 이 작품에서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의 당대 최고 엘리트 허균이 왜 역성혁명을 꾀했는지를 복합적 각도로 추적한다. 특히 허균을 1인칭 화자로 내세워 부패하고 경직된 신분사회 조선과 끊임없이 충돌하는 주인공의 복잡다단한 내면세계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또 시대와 화합하지 못한 천재의 인간적 고뇌를 날카로이 뚫어보고 설득력 있게 묘사했다. 역사의 외면으로 세월에 깊이 파묻힌 허균을 필사적으로 깨워 독자들 곁으로 데려온 작가의 열정도 돋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