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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부 2부 작품개요 역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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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오랫동안 목숨을 이어오면서 나는 많은 기술을 통달했고, 다른 동식물보다 더 오래 살아남아 인간의 머리로는 헤아릴 수도 없는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애정 어린 사랑의 포옹, 그것은 내게 허락되지 않았다.
우리가 공유하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젊은 연인들이여, 이 점을 명심하라! 사랑이 그대들의 눈앞에 다가올 때, 그리하여 그대 마음 설레면, 그때에 사랑하시오. 젊은 연인들이 그렇듯, 아무 거리낌 없이. 사랑은 모든 이의 마음속에 머물고, 당신의 마음속엔 연인이 있으니……. --- 8장 중에서 여기서 밝혀둘 것이 있다. 시간 여행을 통해서나, 나의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서나 지금까지 여성 인간, 즉 여자가 주목을 쓰러뜨리는 걸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여자가 자신의 종족을 죽이거나 불필요한 살생을 저지르는 일도 본 적이 없다. 물론 예외는 있게 마련이지만, 지금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예외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원칙에 관한 것이다. 여성들은 항상 출산의 책임을 지고 있었다. 반면에 남성들은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파괴의 근성을 역사를 통해 거듭 확인시켰다. 인간의 역사는 침략과 약탈, 방화가 되풀이되어 이어지는 지루한 이야기와 같다. 그러한 역사 속에서 여성은 능동적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체로 희생당하는 쪽이었다. 남자들은 활로 다듬어 쓸 목재가 필요하여 우리 주목을 탐냈고, 여자들은 모습과 색깔과 향기가 아름다운 꽃을 좋아했다. 노동과 출산의 고통을 감당하고 또 지금도 감당하고 있는 쪽은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 여자는 창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남자는 파괴가 얼마나 쉬운 일인가를 안다. 혹, 이 세상에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여자들의 어깨에 걸려 있다. --- 10장 중에서 ‘오, 맙소사, 내가 증오심을 품다니!’ 나는 그들에 대한, 또한 인류 전체에 대한 증오심으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때, 바로 그때, 나는 수백, 수천만이 울부짖는 고통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주목 뿐 아니라 수백, 수천만의 나무들, 인간이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지각없이 광기 어린 망상 속에서 꺾고 자르고 쳐내고 껍질을 벗겨내고 쓰러뜨리고 넘어뜨린 수많은 나무들의 외침이었다. 이와 함께 나는 나 자신이 자아도취에 빠져 동료 영혼들의 고통을 까맣게 잊은 채, 그 비명소리에 얼마나 둔감했었는지를 깨달았다. 오, 나는 얼마나 허영에 차 있었으며, 얼마나 둔했던가! 변덕스런 인간을 구경하느라, 혹은 시간 여행을 하느라, 그런 하찮은 일에 빠져서 나는 수백 년 동안, 수백만 그루의 주목의 생명을 앗아간 그 학살의 광경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얼마나 많은 활이 우리 주목으로 만들어졌던가! 그리고 그것이 그토록 강한 무기였다면, 어째서 인간이 인간을 멸종시키지 못했을까? 화살로 아무리 많은 인간들을 죽인다 해도, 또 다른 인간들이 버섯처럼 생겨나서 그 자리를 메웠을 것이다. 이 인간 잡초들에 대항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아마,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증오가 나를 다시 일으켰다. 다시 일어나 적어도 세상에 보여주라고 했다. 주목 한 그루를 없애는 것은 보잘것없는 자작나무 화살 한 개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 11장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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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위대한 스승, 주목(朱木)!
그 불굴의 생명력과 지혜에 대하여… 2천 년 이상의 수령을 누려온 주목 한 그루가 자신의 지나온 삶을 이야기한다. 부드러운 대지에서 천천히 싹을 피워낸 어린 나무는 풍성한 잎으로 모성을 자랑하는 거목으로 자라난다. 이 나무의 존재를 탄생시킨 작가는 어린 시절, 밀란 북부의 코모 호수에 있는 할머니의 별장에서 지내며 주목의 붉은 열매에 매료되었다. 대개 굵은 나무줄기 속이 텅 비어 있는 오래된 이 나무들은 서구의 신화와 밀접하게 얽혀 있는데, 《나무 회상록》에서 바로 그러한 신화적 관련성을 찾아볼 수 있다. 작가가 이처럼 철저히 나무의 입장에 서서 글을 쓰기 위해 연구한 시간은 자그마치 12년이 걸렸다. 영국과 스코틀랜드, 웨일즈에 있는 주목을 찾았던 작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주목 생태지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킬라니 주목을 발견하고, 마침내 작품의 주인공을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이 시점에서 작가에겐 소위 말하는 ‘시적 허용’이 필요했다. 킬라니의 주목은 웅성(雄性)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과학적 허용을 얻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과학자들에게 조언을 부탁했을 때 그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그는 참고 자료의 개요와 저자의 해설을 작성했고, 식물학적인 해설과 주석을 읽고 나서 과학자들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1987년, 작가는 자동차 사고로 거의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지만 가까스로 살아났고 소송에서 이겼다. 그리하여 당분간 글 쓰는 일에만 몰두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겼던 것이다. 그로부터 2년 뒤 그의 가족은 플로리다 남부로 이사했는데, 세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그곳 파인크레스트에는 떡갈나무로 뒤덮인 숲이 있었다. 바로 이곳에서 그는 나무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워나갔다. 《나무 회상록》은 언어의 재치를 동원하여 식물학을 하나의 멋진 문학작품으로 변모시켜놓았다. 말하자면, 식물세계의 우화가 우아하고 격조 높은 어조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일랜드의 역사가 담겨있고, 무자비한 인간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들려온다. 또한 로빈 훗과 성 패트릭도 작품 속에서 새롭게 조명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