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Per Petterson
|
“우리, 샤워할까?”
“아니요.” 하지만 나는 대답과 함께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총알처럼 빠른 속도로 옷을 벗어 내렸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샤워대로 다가가 양동이에 비누를 담갔다. 아버지의 벗은 몸은 이상하게만 보였다. 하긴 나도 아버지와 다를 것이 없었지만 말이다. 우리는 머리에서 배꼽까지는 햇빛에 그을려 짙은 갈색을 띄고 있었고 배꼽 아래서부터는 피부가 분필처럼 하얀 빛이었다. 아버지는 온몸이 거품으로 뒤덮일 때까지 문질렀다. 그리고 비누를 내게 던져주었다. 나는 빠른 손놀림으로 몸에 비누칠을 했다. “누가 먼저 끝내나 내기할까?” 아버지는 소리를 치는 것과 동시에 문 쪽으로 달려갔다. 나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가 마치 럭비 선수처럼 아버지를 막았다. 아버지는 순간적으로 몸의 균형을 잃었으나 곧 내 어깨를 꽉 잡고 나를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온몸에 비누칠을 한 나를 그런 식으로 막기는 불가능했다. 너무 미끄러웠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웃음을 터뜨리며 “이 미꾸라지 같은 놈!”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다시 현관 문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문을 열고 선 우리는 땅 위로 퍼붓는 소나기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거의 위협적으로 느껴질 만큼 장관이었다. 우리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갑자기 아버지가 심호흡을 하더니 마치 영화배우처럼 가다듬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이 아니면 우리에게 기회는 없어!” 그리고 아버지는 빗속으로 달려 나가 벌거벗은 몸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두 팔을 벌리고 어깨로 떨어지는 빗물을 받으며 춤을 추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나도 소나기 속에 몸을 묻었다. 껑충껑충 뛰며 노래를 부르자 아버지도 나를 따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본문 중에서 나는 마침내 나무둥치로 생각되는 한 부분에 발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올라서서 몸의 균형이 잡힐 때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번쩍 든 한 손으로 밧줄을 꾹 쥔 다음 다른 통나무를 향해 몸을 날렸다. 서로 얽혀있는 통나무들 위를 뛰어다니던 나는 내 몸에 익숙해지는 일정한 리듬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통나무는 내가 뛰어내리는 순간 빙글 돌아 방향을 바꾸기도 했지만 그럴 땐 다른 통나무로 몸을 날려서 균형을 잡았다. 아버지가 둑 위에 서서 내게 외쳤다. “도대체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거니?” “날고 있는 중이에요!” “언제 그런 기술을 배웠지?” 아버지가 다시 소리쳤다. “아버지가 다른 데 한 눈 팔고 있을 때요.” 나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며 문제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통나무 위로 몸을 날렸다. 다행히 수면 바로 아래에 보이는 그 통나무의 양 끝에 밧줄을 맬 수 있는 부분이 보였다. --- 본문 중에서 |
|
말 도둑 놀이는 세계 43개국에서 번역 출간된 소설이다.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올해의 소설 베스트 5 (2007),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소설 10편 (2007),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소설 10편 (2007), 뉴욕 도서관 선정 올해의 기억할 만한 책 (2007), 임팩(IMPAC) 더블린 문학상 (2007), 천페이지 상 (2007), 유럽 마들렌 젭터 문학상 (2007), 인디펜던트 외국어 문학상 (2007), 노르웨이 비평가상 (2003), 노르웨이 서적상 문학상 (2003) 등 미국과 유럽에서 많은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