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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스키의 눈으로 본 금융위기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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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하이먼 민스키 금융위기의 본질을 꿰뚫어본 희대의 선구자
머리말 당신은 아직도 금융시장이 효율적이라 믿는가?

chapter 1. 그릇된 경제적 신념
균형을 잃은 이론과 정책
자유방임주의자들의 맹신
탄로 난 사무엘슨의 속임수
매일 일어나는 ‘일어날 수 없는’ 일
우리에게는 이미 더 좋은 이론이 있다
민스키 모멘트
현행 금융시스템의 축소판, ‘머니마켓펀드’
뱅크런의 전주곡

chapter 2. 효율적 시장이론과 중앙은행의 어색한 조우
중앙은행 정책에 일희일비하는 사람들
동전 던지기 이론
노벨경제학상 수장자도 막지 못한 사건
민스키, 만델브로트의 반격
두 학파 또는 정신병원
프리드먼 학파 / 케인스·민스키 학파 / 정신병원
이것이 과학인가?
누가 중앙은행을 구원하는가?

chapter 3. 화폐의 진화 과정에서 나타난 돌연변이 괴물
인플레이션 몬스터
인플레이션 몬스터와 효율적 시장이론
몬스터 사냥:간략한 화폐의 역사
물물교환 / 금 교환 / 금화(동전) / 금 증명서 / 신용창조
뱅크런은 금본위제 시대에도 일어났다?!
금고 속 금보다 많은 예치증서
자산과 부채:화폐와 반화폐
최종대부자인 중앙은행
뜻하지 않은 결과:모럴해저드에 빠지다
상업은행 통제권을 쥐게 된 중앙은행
더 이상 불필요해진 엉터리 짓, ‘금 녹이기’
종말을 고한 브레턴우즈 체제
인플레이션 몬스터의 출현
화폐, 반화폐, 불태환 지폐
화폐 인쇄기에서 비롯된 물가상승의 회오리
술 취한 주인
중앙은행:연금술사 혹은 화폐 인쇄공?
짤막한 여담:인플레이션과 과세
케인스의 지출론
훼손당한 케인스의 통찰력
누가 케인스주의자인가?
중앙은행의 딜레마
충돌하는 목표, 모순된 이론, 혼란스런 정책
우리는 효율적 시장이론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한가?

chapter 4. 자산시장을 불규칙한 호·불황 국면으로 이끄는 손
이기심과 배분 혹은 분배
상품을 거래하는 날, 월요일
자산을 거래하는 날, 화요일
자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추가저당과 추가이자 / 신용 스프레드 / 전혀 다른 투자자들의 행태
라켓볼 경기를 하는 보이지 않는 손

chapter 5. 번 만큼 쓰는 노동자, 쓴 만큼 버는 자본가
거품의 본질
투자자를 잘못 인도하는 경제변수들
대차대조표의 허와 실
절약의 역설, 과식의 역설
신용창조, 신용팽창. 신용위축
비합리적 투자 없이도 거품은 생겨난다
거품탐지의 열쇠

chapter 6. ‘중앙은행’이라는 속도조절기
흔들리는 교각, 흔들리는 제트기, 흔들리는 경제
중앙은행과 유로파이터
맥스웰과 만나다
흥미로운 실험 1:제어시스템 공학이론을 금융현실에 적용하기
흥미로운 실험 2:금융 소방훈련

chapter 7. 민스키와 만델브로트
알려진, 알려지지 않은 것들 known unknowns
알려지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것들 unknown unknowns
알려지지 않은, 알려진 것들 unknown knowns
만델브로트의 시장기억이론
민스키와 만델브로트의 만남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 통계모형

chapter 8. 오류를 넘어, 위기를 넘어
이론을 흔들어 사실에 맞춰라
3M의 고견
민스키:효율적 시장이론을 버려라 / 맥스웰:통화정책에 제어시스템을
도입하라 / 만델브로트:변덕스러운 금융시장에 맞는 통계시스템을 갖춰라
위기극복을 위한 몇 가지 제언
부채가 인플레이션을 낳는다 / 자산가격의 거품 방울을 미리 터트려라
정치인들의 지출정책에 당당히 맞서라
유쾌하지 않는 선택
지유시장 경로 / 이중고에 빠지는 길
인플레이션 몬스터를 풀어놓는 방안
맺는말을 대신하여:‘자율’과 ‘효율’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기

옮긴이의 말
추천사 _김경수(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 성균관대 교수)
색인

저자 소개 2

조지 쿠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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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Cooper

영국 런던에 있는 자산운용사 '얼라인먼트 인베스터스'(Alignment Investors)의 CEO로, 한때 투자은행인 JP모건과 도이체방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그는 지금 몸담고 있는 금융분야에 견줘선 다소 특이하게도 영국 Durham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였고, 대학원에서는 제어계측으로 공학박사 학위(Ph. D. Engineering)를 받았다. 그 뒤 IT 업체인 후지쯔의 일본 및 영국 지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며, 오랫동안 제어 시스템에 쓰이는 실리콘 기반의 동작 센서를 연구하고 디자인하는 일에 몰두해왔다. 그는 오늘날 겪고 있는 금융위기의 원인을 설명할 때 공
영국 런던에 있는 자산운용사 '얼라인먼트 인베스터스'(Alignment Investors)의 CEO로, 한때 투자은행인 JP모건과 도이체방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그는 지금 몸담고 있는 금융분야에 견줘선 다소 특이하게도 영국 Durham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였고, 대학원에서는 제어계측으로 공학박사 학위(Ph. D. Engineering)를 받았다. 그 뒤 IT 업체인 후지쯔의 일본 및 영국 지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며, 오랫동안 제어 시스템에 쓰이는 실리콘 기반의 동작 센서를 연구하고 디자인하는 일에 몰두해왔다.

그는 오늘날 겪고 있는 금융위기의 원인을 설명할 때 공학에 바탕을 둔 독특한 견해를 활용한다. 예컨대 불안정한 금융시장을 제어하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냉난방 장치의 자동온도조절기에 비유하는 식이다. 이는 물리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일한 그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경제학자 민스키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민스키의 이론에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 맥스웰과 수학자 만델브로트의 공식을 접목시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그는 학제 간의 벽을 부수는 이른바 '통섭적 방식'으로 예측불가능한 금융시장의 패닉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저서 『민스키의 눈으로 본 금융위기의 기원』에서 민스키의 '금융불안정성 이론'을 근저로 하여, 세계 각 국의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을 가열과 냉각 사이를 난폭하게 오가도록 몰아가고 있음을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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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내외경제신문사(지금의 헤럴드경제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한국은행, 재정경제원(지금의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위원회(지금의 금융위원회) 등을 출입했으며. 산업 현장 취재 경험도 아울러 쌓았다. 2000년 6월부터 한겨레신문사로 옮겨 경제부·정치부 기자,「한겨레21」 경제팀장을 거쳐 지금은「한겨레신문」 재정금융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온라인에서 팔아라』(2008), 『민스키의 눈으로 본 금융위기의 기원』(2009), 『휴버먼의 자본론』(2011), 『누가 우리를 무능하게 만드는가』(2014) 등이 있다. 「한겨레」 경제부 동료
1993년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내외경제신문사(지금의 헤럴드경제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한국은행, 재정경제원(지금의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위원회(지금의 금융위원회) 등을 출입했으며. 산업 현장 취재 경험도 아울러 쌓았다. 2000년 6월부터 한겨레신문사로 옮겨 경제부·정치부 기자,「한겨레21」 경제팀장을 거쳐 지금은「한겨레신문」 재정금융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온라인에서 팔아라』(2008), 『민스키의 눈으로 본 금융위기의 기원』(2009), 『휴버먼의 자본론』(2011), 『누가 우리를 무능하게 만드는가』(2014) 등이 있다. 「한겨레」 경제부 동료 기자들과 『한 줄의 경제학』(2011)을 공동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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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8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508g | 153*224*20mm
ISBN13
9788991760127

책 속으로

뱅크런의 전주곡
머니마켓펀드 한 곳에서 꿔준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펀드매니저는 그 특정한 대출금에 붙는 유효 이자율을 마이너스(-)로 계산해야 한다. 이 손실금은 그 대출금의 원래 만기 동안에 걸쳐 흩어져 반영되며, 펀드 안에 들어 있는 모든 예치금에 골고루 같은 비율로 할당된다. 이런 방식으로 아주 조그마한 지급불능 사태가 전반적으로 펀드의 평균수입을 떨어뜨린다. 그에 따라 투자자들은 펀드에서 돈을 빼내게 된다.
이런 자금인출의 결과 펀드매니저는 이제 더욱 적어진 잔존 투자자들의 공동자금에 그 손실을 골고루 재할당해야 한다. 돈을 빼지 않고 남아 있던 우직한 투자자들은 극히 낮은 이자수익으로 고통을 겪는다. 그에 이어 차례로 더 많은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이탈하고, 그때까지도 남아 있던 더 우직한 투자자들에게는 더 많은 손실이 할당된다. 사소한 지급불능으로 시작돼 펀드자산의 아주 작은 부분에 영향을 끼치던 것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대규모 자금이탈 사태의 수렁으로 빠져든다. 최종적으로 모든 손실은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몇몇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우직함은 금융시장에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크레딧 디폴트’(credit default)(빌려 쓴 돈을 제때 못 갚는다는 뜻의 신용부도) 가능성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펀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곤 한다. 이는 금융회사가 투자금을 위험하게 운용하면서도, 원금은 꼭 돌려준다고 보장하는 양립불가능한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때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불안정성의 사례이다.---pp.45-46

우리에게는 이미 더 좋은 이론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금융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대안적인 이론이 있다. 이것은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신용경색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 또 조금만 더 생각을 곁들이면, 금융시장의 변덕스러운 움직임 또한 설명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금융불안정성 이론(Financial Instability Hypothesis)으로, 미국의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Hyman P. Minsky, 1919~1996)에 의해 창안됐다. 민스키는 그 자신의 많은 아이디어를 또 다른 위대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1883~1946)의 공으로 돌렸다. 1936년에 나온 케인스의 유명한 저서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은 효율적 시장이론을 대대적으로 반박했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 중에 어렵고 멋없는 경제학 책이 한 권 있다. 1975년 민스키가 지은 책이다. 제목은 단순해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이며 지금은 절판된 상태다. 내가 갖고 있는 책의 윗부분과 아랫부분, 그리고 표지 안쪽에는 도장이 찍혀 있다. 번쩍이는 빨간색으로 ‘DISCARDED(폐기처분)’라는 글귀가 새겨진 도장이다. 표식에 따르면 이 책은 펜실베이니아 주에 있는 ‘이리(Erie) 시·군 도서관’에서 나온 걸로 돼 있다. 1977년 이후 그 책은 도서관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었다.
민스키의 저서에 붙어 있는 ‘폐기처분’이라는 도장은 금융계와 경제학계에서 민스키의 금융불안정성 이론과 효율적 시장이론에 대한 케인스의 반박이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금도 일반통념은 효율적 시장주의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최근의 금융혼란은 이런 신념을 뒤흔들었다. ---pp.36-37

케인스, 하이퍼플레이션 그리고 독일의 파산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는 짐바브웨가 자주 꼽힌다. 짐바브웨의 2008년 연간 물가상승률은 무려 2억3100만%에 이르렀다. 물가가 하루에 2배씩 오르는 일이 다반사였다. 영국에서 독립하던 해인 1980년 만 해도 1달러짜리 미국지폐를 내면 0.68Z$(짐바브웨 달러)로 교환되던 일은 까마득한 옛일이다.
짐바브웨의 악명 높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2000년 이후 서방의 원조를 거부하고 독자노선을 걷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무가베는 필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화폐를 무차별적으로 발행했다. 짐바브웨는 2006년 2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받은 구제자금을 갚기 위해 20조5000억Z$ 규모의 화폐를 찍었다. 같은 해 5월에는 경찰과 군인의 임금을 올려주기 위해 60조Z$의 화폐를 더 발행해 물가를 자극했다. 이는 실업 폭증으로 이어졌고 경제 전반을 곤경에 빠뜨렸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바이마르공화국도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바이마르공화국은 1918년부터 1933년까지 독일을 지배한 정부다. 바이마르공화국은 제1차 세계대전 패전에 따른 배상금 1320억 마르크를 지급하기 위해 대규모 마르크화를 발행함으로써 파국을 초래했다. 1923년 7월부터 11월까지 물가는 무려 370만 배나 뛰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주정뱅이가 쌓아둔 술병의 가치가 술을 마시지 않고 저축한 사람의 예금잔액 가치보다 높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생겨났을 정도다. 손수레에 돈을 가득 싣고 가다가 길가에 세워두면 돈은 그대로 놔두고 손수레만 훔쳐갖고 달아났다는 농담 같은 이야기나, 하이퍼인플레이션이란 용어도 이때 생겨났다.
---pp.55-56

간략한 화폐의 역사
금을 매개로 한 교환에서 금화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절차는 경제적으로 ‘혁명’이라기보다는 ‘진화’의 성격을 띠었다. 금을 잘게 나눠 동일한 중량과 동일한 순도를 지닌, 관리 가능한 똑같은 덩어리로 만들자는 데 합의했을 때 이 진화에는 주요한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동전의 발명에 힘입어 거래는 쉬워졌고, 경제는 팽창했다. 이는 거래규모가 더 커졌고, 그에 따라 동전의 운반과 보관이 점점 더 곤란해졌음을 뜻한다. 또한 동전 끝단을 깎아내는 못된 습성이 출현했다. 사람들은 동전 끝단을 깎아내 거기서 나온 미세한 조각들로 더 많은 동전을 만들어내곤 했다. 이것이 통화가치 하락의 출발점이었다.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선 이가 아이작 뉴턴이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천재 물리학자 뉴턴말이다. 뉴턴은 미적분학, 중력과 운동 법칙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사이사이에, 시간을 내 영국 왕립조폐국(Royal Mint)의 장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 시절에 뉴턴은 동전의 위조를 어렵게 만드는 새로운 기법을 도입했다. 뉴턴은 동전 가장자리에 미세한 줄을 내 깔쭉깔쭉하게 만들자는 생각을 떠올렸다. 누가 동전 가장자리를 깎아냈는지를 쉽게 알아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묘책이었다.
민간 부문에서 동전 가장자리를 깎아내는 일이 벌어지는 동안, 공적인 국가 부문에서는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산업적 차원에서 대규모로 행해졌다. 정부가 주조 화폐를 회수해 그것을 녹인 다음 금을 덜 집어넣은 동전을 대량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국가가 재정적인 어려움에 빠졌을 때 그런 일은 특히 심했다. 민간 부문에서 행해진 동전 끝단 깎아내기는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한 범죄였다. 반면 공적 부문에서의 동전 끝단 깎아내기(화폐 재주조)는 통화정책으로 여겨졌다. 양쪽 다 교환될 물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동전의 숫자가 더 많아지게 했으며 따라서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 ---pp..92-94

누가 중앙은행을 구원하는가?
과학의 지위에 올라서기를 열망하는 학분 분야에는 어울리지 않게 오늘날 경제학계에 형성돼 있는 컨센서스(Consensus)는 웃지 못할 지경에 빠져 있다. 내부적으로 일관성을 잃고 있을 뿐 아니라 경험적 증거와 전혀 맞지 않아 충돌을 일으킨다.
전통적인 주류 경제이론에 따르면 금융시장은 안정적이며, 가격이 잘못 매겨지는 일은 결코 없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이는 명백히 옳지 않다. 결국 효율적 시장이론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불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효율적 시장이론이 옳다면서도 중앙은행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왜 그런지 그 이유는 설명하지 못한다. 어떤 나라의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자금공급이라고 말한다. 반면,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에서 자금공급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대략적으로 합의를 이룬 일반적인 견해에 따르면,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실수를 저질러왔으며, 뜻하지 않게 현재의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 요인들을 많이 초래했다. 그런데 무엇이 잘못됐고, 그것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에 관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막상 경제이론으로 돌아가 보면, 그 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확립된 틀이 없음을 알게 된다.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먼저 통화정책을 어떻게 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런 뒤에야 지금과 같은 커다란 위기국면에 빠져 있는 중앙은행 정책에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모든 나라에 왜 꼭 중앙은행이 있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pp.7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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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먼 민스키, 금융위기의 본질을 꿰뚫어본 희대의 선구자

미국 시카고 출신으로,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민스키(Hyman P. Minsky, 1919-1996)는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금융위기의 본질’을 연구하는 일에 평생을 바친 진정한 석학이다. 하버드대 재학 시절, 20세기 전반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인 조지프 슘페터(Joseph A. Schumpeter, 1883-1950)와, 산업연관 분석의 창시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바실리 레온티예프(Wassily Leontief, 1906-1999) 밑에서 공부했다. 이어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대 경제학 교수를 거쳐, 1996년 타계 직전까지 바드(Bard)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민스키를 흔히 ‘포스트-케인지언(post-Keynesian)’ 경제학자로 지목하는 바, 그 또한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지지했고, 1980년대에 득세한 탈규제정책을 비판하고 부채의 과잉누적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음을 냈기 때문이다. 그는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금융시장의 취약성과 투기적인 거품을 연계해 설명하는 이론을 제시해, 세계 경제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호황기에는 기업의 현금흐름이 빚을 갚는 데 필요한 액수를 훨씬 초과하며 그에 따라 ‘투기적 낙관론(speculative euphoria)’이 일어난다. 곧이어 부채규모가 차입자의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지경에 이른다. 그에 따라 금융위기가 터진다.” 이런 투기적인 ‘차입거품’의 결과, 은행을 비롯한 자금 대부자는 건전한 기업에 대해서도 신용한도를 옥죈다. 이처럼 경제는 ‘외적 충격’ 없이도 ‘내적 불안’에 따라 급속히 위축된다는 것이 민스키의 주장이다. 
민스키는 한 나라의 경제를 금융위기로 몰아가는 핵심요인으로 ‘부채의 과잉누적’을 들었다. 그는 상환불능의 과잉부채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경제 단위를 ‘헤지(hedge) 차입자’, ‘투기적(speculative) 차입자’, ‘폰지(ponzi, 사기성 피라미드 방식) 차입자’로 구분했다. 이들 세 부류는 ‘소득-부채 관계’에 따라 뚜렷하게 나뉜다는 것이 민스키의 설명이다.
헤지 차입자는 자체 ‘현금흐름’을 통해 애초 대출계약대로 빚을 제때 갚을 수 있는 이들이다. 투기적 차입자는 소득에서 비롯되는 현금흐름으로 부채의 원금을 곧바로 갚지는 못해도 이자까지는 낼 수 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부채를 ‘롤 오버(roll over, 만기연장)’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 만기에 이른 부채를 갚기 위해 새로운 빚을 내야 하는 처지라는 것이다. 유동부채를 지고 있는 정부, 상업어음의 유동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과 은행이 이런 부류다. 폰지 차입자는 자산운용에서 비롯된 현금흐름으로 원금상환은 고사하고 미상환부채에 붙는 이자조차 못 갚는 이들을 말한다. 폰지 차입자는 여차하면 자산을 팔거나 빌려와야 한다. 이에 따라 자산가치는 떨어진다. 헤지 차입자가 많은 경제체제는 안정적이고 쉽게 균형을 이루지만, 투기적 차입자나 폰지 차입자의 비중이 클수록 금융시스템은 불안정해진다.
‘금융불안정성 가설(FIH)’로 이름 붙여진 민스키의 금융이론은,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시자로 꼽히는 앨프레드 마셜(Alfred Marshall, 1842-1924), 현대 화폐금융론의 시발점이자 거시경제학의 선구자인 크누트 빅셀(Knut Wicksell, 1851-1926), 계량경제학의 창시자로 꼽히는 어빙 피셔(Irving Fisher, 1867-1947)에 의해 통용된 많은 아이디어를 통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금융불안정성 가설을 통해 “금융시스템에는 경제를 안정되게 하는 것과, 불안정하게 하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또 오랜 시일에 걸쳐 금융시스템은 경제를 점점 불안정하게 만드는 쪽으로 변해왔다고 강조한다. 특히 자본주의 경제는 긴 호시절 동안 투기적 차입자와 폰지 차입자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금융구조로 바뀌는 경향을 띠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경제가 팽창하는 어느 순간 정부 당국이 통화긴축을 단행해 인플레이션 억제에 나서면, 투기적 차입자는 폰지 차입자로 전락하고 기존의 폰지 차입자의 순자산 가치는 급격히 증발한다. 결과적으로 현금이 부족해진 차입자는 자산을 팔아치울 수밖에 없게 되며, 이는 자산가치 급락으로 이어진다.
민스키 이론에 따르면, 자산가치의 상승이 멈춰 거품이 터질 때 폰지 차입자의 (자산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은 산산조각 나며, 이는 금융시스템의 경색으로 이어진다. 부채의 만기를 연장해주는 것 이상의 조처를 필요로 하지 않던 투기적 차입자도 이젠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자 지급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말이다. 투기적 차입자의 몰락은 건전한 헤지 차입자마저 위축시킨다. 이른바 ‘금융위?’가 터지는 것이다.
민스키는 이처럼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내적 불안’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당시 주류경제학계에서는 금융시장 역시 일반 상품시장과 마찬가지로 외부로부터 충격을 받지 않는 한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균형을 찾아간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 자본주의 체제에 내재한 ‘위기’의 가능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민스키는 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1883)와 닮았다. 다만, 마르크스는 기본적으로 ‘실물경제’의 위기에 초점을 뒀고, 민스키는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에 주목했다.
민스키의 주장은 당대에는 매우 급진적인 것으로 여겨지다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부터 각광을 받았다. 2000년대 후반에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또한 민스키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대략 10년의 시차를 두고 연이어 벌어진 위기의 진행상황은 민스키 모델이 제시한 것과 너무나 흡사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맥컬리(Paul McCulley)는 민스키 이론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바 있다. 맥컬리는 민스키가 제시한 세 부류의 차입자 형태로 모기지시장의 문제를 설명한다. ‘헤지 차입자’는 전통적인 방식의 담보대출을 받아 원리금을 착실히 갚아나가는 이들이다. ‘투기적 차입자’는 주택담보 대출금의 이자만 갚아나간다. 이들은 이자만 갚고 원금을 갚기 위해선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폰지 차입자’는 소득으로 이자를 제때 갚기도 버거운 이들이다. 이들의 실질적인 대출원금은 계속 늘어난다. 폰지 차입자에게 돈을 꿔준 쪽(은행 등)은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란 믿음 때문에 폰지 차입자에게 자금을 공급한다.
세 부류의 차입자 형태에 따른 금융현실은 2007년 8월께 형성된 신용 및 주택 거품으로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맥컬리는 말한다. 급격히 팽창하는 주택수요는 음울한 금융시스템의 원인이자 결과였다. 이는 투기적 대부(자금공급) 및 폰지 형태의 대부를 늘리는 쪽으로 자금의 이동을 촉진했다. 높은 수준의 레버리지(leverage, 차입)로 이루어진 매우 위험한 모기지 대출 말이다. 거품이 꺼진 뒤 정반대로 진행된 상황 또한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기업들이 차입을 줄이고, 대부기준은 높아졌으며 세 부류의 차입자 비중은 헤지 차입자 쪽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월가의 전설적인 자산운용가이자 경제학자인 헨리 카우프만(Henry Kaufman)은 민스키에 대해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의 연관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1960~70년대에 날카로운 통찰력을 제시했다.” 또한 “민스키는 우리에게 금융시장은 흔히 (정상궤도를 넘어) 과도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아울러 그는 ‘최종대부자’인 중앙은행의 중요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며 평한 바 있다.
스티븐 파라치(워싱턴대 교수)는 “민스키가 살아 있었다면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의 자금 투입과 재할인율 인하 조치에 동의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런 긴급 조치로 투기꾼들이 반성할 기회를 주기도 전에 너무 쉽게 구제해 주는 것이 아니냐는 날카로운 지적도 빼놓지 않았을 것이다”며 민스키를 회고했다.
민스키는 살아생전에는 비주류 경제학자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다가 세상을 뜬 뒤에 오히려 세간의 관심을 더 많이 받고 있는 희대의 선구자인 셈이다. 자유방임적 주류경제학의 본산으로 꼽히는 시카고대 출신이면서 시장만능적 주류경제학에는 매우 비판적이었던 학문적 이력과 함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민스키의 대표적인 저작물로는 케인스의 생애와 그의 업적을 담은 고전적인 명저 『존 메이너드 케인스 (1975년)』와 『불안정한 경제 안정화시키기(Stabilizing an Unstable Economy) (1986년)』를 꼽을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번역 소개되지 않았다. 민스키의 이론과 주장이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거론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생애와 업적이 본격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셈이다.

출판사 리뷰

‘민스키 모멘트’로 불리는 금융시장의 패닉을 정확히 예측해 폴 크루그먼, 누리엘 루비니, 헨리 카우프만, 폴 멕컬리, 스티븐 파라치 등 21세기를 대표하는 최고 경제학자들에게 진정한 멘토로 군림하는 당대 최고 경제석학 ‘하이먼 민스키’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혜안을 읽는다!

금융을 파괴하는 보이지 않는 손

여기저기서 글로벌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 내재해 있는 경계론 내지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경기 호전에 따른 장밋빛 전망은 매번 신용팽창에 따른 ‘거품’을 양산했고, 결국 부풀대로 부푼 거품이 터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금융위기를 초래해왔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탐욕스런 욕망의 결정체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거품’의 생성과 소멸이야말로 필연적인 것이라면, 현실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정직하게 받아 들여야만 시장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는 하이먼 민스키의 주장은, 글로벌 경제체제의 주류를 이루는 ‘자유방임주의자’의 비양심적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이 책은 지금까지 (혹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자유방임주의에 바탕을 둔 효율적 시장이론이 금융현실에 적합하지 않음을, 민스키의 ‘금융불안정성 이론’을 들어 설명한다. 효율적 시장주의자들은 금융시장 또한 일반 상품시장과 마찬가지로 정부 간섭 없이 내버려둬도 저절로 균형을 찾아간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금융위기 사태를 거치면서 금융시장을 자유방임 상태로 놔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형성되었다. 결국 시장을 균형으로 이끈다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현재의 시스템 안에서는 경기의 호·불황 국면을 불규칙적으로 이끌면서 오히려 금융질서를 ‘파괴하는 손’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중앙은행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비판적 통찰

이 책은, 금융시스템이란 본래 내적인 불안정성을 띠고 있어 외부 충격 없이도 혼란에 빠지곤 한다는 사실을 이론적 분석에 역사적 경험을 보태 설명한다. 아울러 이러한 불안정한 금융시장의 속성 탓에 각 나라마다 통화팽창을 관리할 중앙은행이 생겨났음을 거론한다. 또한 중앙은행의 존재 자체가 금융불안의 치유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중앙은행의 잘못된 정책이 뜻하지 않게 경기 불황의 진폭을 키우고 자산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문제점도 상세히 지적한다.
예컨대 ‘은행의 은행’으로 불리는 중앙은행의 역할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상업(민간)은행들에게 돈을 꿔주는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기능이 있다. 즉, 어떤 은행이 신용위축으로 인해 뱅크런(Bank runs, 예금인출 사태)을 겪게 되면, 중앙은행은 그 해당 은행이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지원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역할은 두 가지 측면에서 역기능을 초래하곤 한다. 즉, 중앙은행이 모든 은행에 대해 동등하게 최종대부자 역할을 함에 따라 예금자들은 각 은행의 안전성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결국 예금자들은 안전성 보다는 수익의 고저에 따라 거래은행을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은행들은 예금자들에게 가장 높은 수익을 안겨주기 위해 위험한 투자도 서슴지 않고 하게 되고, 급기야 모럴해저드 문제에 봉착하고 마는 것이다(111쪽 참조). 또 다른 역기능으로는, 이미 영국의 노던록 사태에서 나타났듯쳀 중앙은행의 응급지원이 예금자들에게는 해당 은행의 경영상태에 대한 적신호로 받아들어져 오히려 뱅크런을 초래한다는 것이다(108쪽 참조).
이처럼 장단이 있는 중앙은행제도의 역할을 두고, 밀턴 프리드먼과 민스키는 제각각 다른 입장을 취했다. 우선 대표적인 효율적 시장주의자로 알려진 프리드먼은, 시장 스스로 최적의 균형상태를 찾아감에 따라, 외부간섭 없이 자유시장의 힘 자체로 이자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중앙은행 무용론을 주장했다(73쪽 참조). 반대로 민스키는 불안정한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장치로 중앙은행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75쪽 참조).
한편, 위 두 학자의 논리적이고 일관된 주장과는 달리, 시장의 효율성과 중앙은행의 필요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마치 ‘정신분열적인’ 주장도 있다. 이는 시장 스스로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라고 맹신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불안정한 시장에나 필요한 중앙은행의 역할을 강조하는,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즉 중앙은행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면서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전횡을 휘두르는 자유방임주의자들이, 결국 금융위기를 초래해왔다고 이 책은 강하게 비판한다(76쪽 참조).

한국은행의 역할론 논란에 봉착한 우리의 현실을 투영해 보다

중앙은행의 정체성 및 역할 범위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우리나?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상업(민간)은행의 건전성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즉, 한국은행법 제1조 목적 조항에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성 유지’를 내용으로 하는 금융안정기능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이 문제는 금융감독원과의 헤게모니 다툼으로 비화되면서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내에 태스크포스(TF)팀까지 둘만큼 중대한 사안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각 나라마다 중앙은행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민스키의 금융불안전성 이론을 대안모델로 제시하는 이 책 역시, 반복되는 금융위기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입지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는다. 즉, 중앙은행의 역할이 지금처럼 물가안정을 위주로 삼는데 머문다면, 앞으로도 커다란 충격파를 일으키는 금융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중앙은행은 ‘은행의 은행’ 또는 ‘최종대부자’라는 상징적인 안전판 역할에 갇혀,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 몬스터(통화팽창과 거품을 생성시키는 금융위기의 주범, 제3장 참조)가 만드는 거대한 거품을 그저 바라만 보게 된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일반 소비자물가 안정보다는 금융시장 안정에 역점을 둬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하며, 아울러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정책을 펼 때도 한 축을 맡아야 한다고 이 책은 역설한다.

학제간 벽을 부수는 통섭적 고려와 경제사적 교훈이 가져다주는 지적 유희

이 책은 금융위기라는 약간은 딱딱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장치를 여러 곳에 배치해놓고 있다. 우선, 금융위기에 얽힌 역사적인 사례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예컨대 금융위기의 뿌리를 캐 들어가는 과정의 하나로 화폐의 역사를 다루면서 아이작 뉴턴이 한때 영국 조폐국의 장관으로 일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 시절에 뉴턴은 금화의 위조를 막기 위해 동전 끝단을 깔쭉깔쭉하게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참고로 우리나라의 100원·500원 짜리 동전 옆면에도 빗금표시가 있다). 금화의 끝단을 깎아내 여분의 금으로 추가적인 금화를 만들어내는 일탈 행위는 금융위기의 출발을 알리는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93쪽 참조).
또한 금융위기라는 다분히 경제적인 주제를 설명하면서 수학이나 물리학의 방법론을 동원하는 학제 간 연구방법론도 이 책의 특징이다. 예컨대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천재 물리학자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의 제어시스템 이론이 응용된 증기기계류에서부터 2000년 런던 템스강에 놓인 흔들리는 교각 ‘밀레니엄 브리지’와 제4세대 전투기 ‘유로파이터 타이푼’에 이르기까지 속도(혹은 무게)조절을 통한 균형유지 방식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접목시킨다거나(217쪽 참조), 수학자 베노이트 만델브로트의 프랙탈 기하학 공식을 적용해 정통경제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펫 테일(fat tail) 문제를 풀어내는 대목에서는 지적 유희를 만끽하게 된다.

신흥 닥터둠(Dr. DOOM)의 멘토로 군림하는 하이먼 민스키를 재조명하다

미국의 투자전략가이자 「글룸붐앤둠」발행인인 마크 파버는 1987년 뉴욕 증시 대폭락(블랙 먼데이)를 예견하면서 ‘닥터둠’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파멸’이나 ‘불길한 운명’을 뜻하는 ‘doom’은 그 이후부터 금융시장의 어두운 전망을 정확하게 예견하슴 사람들을 부르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와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최고의 닥터둠으로 평가받는 이들로 폴 크루그먼(프린스턴대 교수)과 누리엘 루비니(뉴욕대 교수) 그리고 로버트 실러(예일대 교수) 등이 꼽힌다. 이들은 모두 최근의 경기회복 조짐을 정부 재정 확대에 따른 착시현상으로 규정하면서, 실업률 증가와 소비위축으로 인한 장기간 불황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최근 일시적인 경기회복 착시현상에서 비롯되는 금융시장 거품에 대해 강한 경고음을 내고 있는 바, 이들의 주장 근저에는 바로 민스키의 금융불안정성 이론이 자리 잡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장자인 크루그먼은, 지난번 방한 내내 민스키의 저서를 끼고 다닐 정도로 그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고, 최근 미국경제의 더블딥 사태를 경고한 루비니 역시 불안정한 금융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논할 때마다 민스키의 이론을 폭넓게 인용한다. 뿐만 아니라 하버드, 예일, 스탠포드, 옥스퍼드 등 세계 유수의 명문대학에서 민스키의 이론을 앞 다퉈 연구과제로 삼거나 커리큘럼에 포함시키는 등 그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세계적인 언론들로부터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민스키의 이론을 가장 쉽고 명쾌하게 다뤘다”는 찬사를 받은 이 책은, 금융위기의 소용돌이에 길을 잃은 한국 독자들에게도 큰 교훈과 혜안을 가져다 줄 것이다.

추천평

“글로벌 경제를 지배하는 주류경제학에 기반을 둔 ‘효율적 시장이론’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 민스키의 ‘금융불안정성 이론’을 가장 정확하게 해석한 책. 앞으로 펼쳐질 금융시장의 향방이 궁금하다면 민스키의 견해에 주목하라! 이 책에 그의 혜안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코노미스트
“지금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뿌리’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에서 비롯된 급격한 신용팽창이었음을 논리적으로 치밀하게 분석해낸 근래에 보기 드문 명저! 어렵고 복잡한 금융이론을 저자 특유의 명쾌하고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내 독자들로 하여금 시종일관 지적 유희를 만끽하게 한다.”
파이낸셜타임스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영국의 조폐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시중에 유통되던 금화를 거둬들여 그 끝단을 깎아낸 뒤 여분의 금을 재주조하여 국가 재정에 충당하는 일탈행위가 금융위기의 기원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는 식의 흥미로운 역사적 접근은, 이 책이 경제서적이면서도 어떻게 폭 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인디펜던트
“이 책은 크지 않은 부피만큼이나 논리 전개가 명료하고 직관적이며 높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특히 추상적이고 이론중심적인 경제적 담론보다는 금융시장과 중앙은행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 논지를 매우 구체화하고 있다. 찰스 P. 킨들버거가 쓴 『열광, 공포 그리고 붕괴』가 ‘거품 경제사’의 고전이라면, 이 책 『민스키의 눈으로 본 금융위기의 기원』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안정한’ 시장의 특성과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각 국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중대한 실책’을 동시대적 이슈로 다룬, 또 한권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 성균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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