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Task 1 깨달아라, 현실 속에 로봇은 없다
▷ 영화 속 로봇은 영화 속에만 있다 ▷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보여준 로봇기술의 현 주소 ▷ 후쿠시마 원전에 투입된 로봇들 ▷ 그래도 기댈 것은 로봇뿐 ◇ 全 기자의 〈로봇 이야기〉 ① 영화 속 시대별 로봇 현실 속 로봇과 영화 속 로봇 - 로봇의 ‘반란’ 막을 법, 규약도 이미 갖춰져 있다 Task 2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황당한 제안 ▷ 로봇을 들여보내 원전을 복구하라 ▷ 예선만 통과해도 연구비 180만 달러를 주겠다 ▷ 세계 정상급 로봇 연구진 ‘모두’ 나섰다 ▷ 한국인 과학자들 ‘우리도 질 수 없다’ ▷ DRC를 떠받치는 숨은 실력자 ‘보스턴 다이내믹스’ ◇ 全 기자의 〈로봇 이야기〉 ② 생각하는 로봇, 정말 만들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라는 말 속에 숨은 허상 - ‘진짜 인공지능’은 세상에 없다 - 인공지능에도 종류가 있다 - 인공지능의 발달이 가져오는 혜택 - ‘강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방법 있을까? Task 3 험난한 일정과 세계 최강의 경쟁자들 ▷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 로봇이 ‘일’을 하기 시작했다 ▷ 신개념 로봇 ‘DRC휴보’ 개발, 역발상으로 승부 ▷ 미국 굴지의 방위산업체 ‘레이시온’을 누르고 본선 진출팀 ‘합류’ ◇ 全 기자의 〈로봇 이야기〉 ③ 로봇산업과 인간형 로봇에 숨은 가치 인류가 사람을 닮은 로봇을 만드는 까닭 - 사람을 닮은 로봇=만능형 로봇 - 공학 기술의 꽃 ‘인간형 로봇’ - 그래도 로봇이 미래다 Task 4 드디어 본선, 그러나 찾아온 처참한 패배 ▷ 자동차 경기장 ‘개러지’ 빌려 진행 ▷ 자만에 가까웠던 자신감, 그리고 처참한 패배 ▷ 차원이 다른 존재, 日 ‘샤프트’ 연구진 ▷ 생각지도 못한 부진, ‘NASA’ ◇ 全 기자의 〈로봇 이야기〉 ④ 로봇도 ‘힘 조절’이 필요하다 - 안정적으로 걷고 일하는 로봇, 어떻게 만들까 - 위치제어식이냐 압력감지식이냐 - 바닥을 피부로 느껴야 성큼성큼 걷는다 - 외부 환경과 ‘교감’이 관건 Task 5 무릎을 꿇고 ‘나를 따르라’고 말하다 ▷ DARPA의 한국팀 특별출전 요청 ▷ 제자에게 무릎을 꿇는 리더십… “기본기가 승부의 관건” ▷ 마침내 모습 드러낸 ‘DRC휴보Ⅱ’ ◇ 全 기자의 〈로봇 이야기〉 ⑤ 대한민국 로봇 ‘휴보’ 연대기 깡통로봇에서 세계 최고의 재난로봇이 되기까지 Task 6 눈물 속에 영광을 안다 ▷ 대한민국 로봇 ‘휴보’ 세계를 제패하다! ▷ ‘인간형+특기’ 있어야 고성능 재난로봇 ▷ 도대체 일본 연구진에 무슨 일이? ▷ “재난로봇은 이제 시작… 상금 전액 연구비에 쓰겠다” ◇ 全 기자의 〈로봇 이야기〉 ⑥ 전쟁 로봇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터미네이터’ 로봇이 정말 현실에 등장할까 - 유엔(UN)도 전쟁 로봇 활용성·위험성 비교 검토 - 로봇기술의 발전과 전쟁용 로봇의 발전 - 전쟁용 로봇도 주체는 결국 ‘사람’ Task 7 “지배하라. 로봇 코리아!” ▷ 휴보는 한국형 인간형 로봇 생태계의 원조 ▷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은 이미 코앞에 다가와 있다 ▷ 로봇은 미래 경제, 사회 핵심 요건 ▷ 로봇이 만들어 갈 새로운 세상 Interview - ‘휴보아빠’ 오준호 교수가 말하는 리더십 “식사시간까지 아껴 18개월 연구, 100.000% 준비가 우승 비결” 재난대응로봇대회 1등 이끈 오준호 KAIST 교수 |
|
개인적으로는 팩봇을 비롯해 다양한 로봇을 투입해 복구하고 있는 후쿠시마 현장은 현재의 로봇기술 수준에서 볼 때 최적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대중, 혹은 일부 전문가들에게조차 큰 실망을 가져다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성질이 ‘발 빠른 대응’만 있었다면 더 큰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 아쉬움을 더한다. 많은 원자력 전문가들은 사고 직후 로봇이 들어가 배관을 잠그는 등의 발 빠른 대응 조치를 했다면 수소폭발 등의 2차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므로 ‘왜 사고를 막지 못했느냐’는 질책은 끝없이 타당하다. 과학과 기술을 가진 지식인이라면 인류를 위해 봉사해야 함도 마땅하다.
그러니 ‘제2의 후쿠시마 사태가 일어날 경우, 그 즉시 투입할 수 있는 로봇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이는 추후 전 세계적인 ‘재난로봇 개발 열풍’이 몰아친 계기로 작용하게 됐음은 물론이다. --- p.40 휴보에 대해서는 들어본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여러 언론에서도 일본에 아시모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휴보가 있다는 비교를 많이 한다. 개인적인 평가이긴 하지만, 휴보는 우리나라 로봇기술의 상징이자 산실이다. 대전 KAIST에 있는 오준호 교수팀은 2004년 휴보의 첫 모델을 발표한 이후 2015년 7월 DRC 대회 최종 결선에 진출하기까지 11년 동안 한 결 같이 성능을 높여왔으며, KAIST 대학 내에 인간형 로봇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KAIST 휴머노이드로봇 연구센터(휴보센터)를 설립하고 꾸준히 인간형 로봇을 연구해왔다. 국내에서는 휴보에 대해 ‘일본 로봇을 흉내 낸다’며 혹평하는 경우까지 있지만, 휴보는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성능을 높여 온 한국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세계적으로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로봇은 몇 종류 되지 않는다. 이 중 기업체가 개발한 로봇을 빼면, 현실적으로 대학에서 연구용으로 개발한 인간형 로봇 중에서는 휴보가 단연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이러한 휴보에 대한 평가는 외국에서 오히려 더 높다. 대당 50만 달러에 달하는 비싼 값을 마다치 않고, 해외 각국에서 앞다투어 휴보를 구매해가는 이유이다. 미국의 여러 대학, 싱가포르의 국책연구기관 등에서도 휴보를 구입해갔다. 각종 첨단기업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구글(Google)조차도 휴보 2대를 구매해 로봇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 p.75~76 로봇을 만드는 데는 적잖은 돈이 든다. 그건 휴보 팀도 마찬가지였다. DRC휴보 1대의 가격은 적게 잡아도 5~6억 원. 여기에 연구팀원들의 인건비도 문제다. 대회 참전을 위해서는 수십 명이 비행기를 타고 현지까지 날아가야 하고, 매일 적지 않은 돈을 쓰며 체류해야 한다. 적게 잡아도 수억 원가량의 비용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빠듯한 정부 연구비를 쪼개 쓰던 휴보센터 입장에선 결코 쉽게 보기 힘든 액수였다. 고심하던 휴보 팀을 위해 해결책을 제안해 준 것은 DARPA였다. 한국과 일본이 빠진 DRC 대회는 결국 ‘미국만의 잔치’로 전락해 큰 의미가 없게 된다고 본 DARPA는 한국 정부에 “DRC 대회는 큰 의미가 있으니 여기에 출전할 한국의 팀을 선정하고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취지에 공감해 3개 팀을 선정해 10억 원가량씩 지원하기로 했고, 휴보 팀은 총액 13억 5,000만 원가량을 지원받았다. --- p.161 그렇다면 1위를 차지한 휴보 연구팀은 어땠을까. 휴보 팀이 새롭게 개발해 온 DRC휴보Ⅱ는 2013년에 개발했던 초기형 모델보다 모든 것이 월등하게 좋아져 있었다. 힘과 체구, 안정성과 운동능력 등 모든 면이 확연하게 달랐다. 무엇보다 휴보의 가장 큰 특기는 새롭게 개발한 ‘변신 기능(Transform)’이었다. 사실 이런 변신 기능은 2013년 개발한 초기형 DRC휴보도 가지고 있는 기능이었다. 하지만 당시엔 2족 보행 로봇에서 4족 보행 로봇으로 변신한 것으로, 4족 보행 기능의 효율이 크게 떨어져 사실상 대회에서는 쓰이지 못했다. 연구진은 ‘그럴 바엔 험지를 두 발로 걷고, 평지에선 아예 자동차처럼 바퀴로 굴러가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휴보는 작업성을 높이기 위해 팔 길이를 조금 길게 만들었지만 기본 골격은 완벽한 인간형 로봇이다. 그러면서 무릎을 꿇고 앉으면 정강이와 발끝에 붙은 네 개의 바퀴로 굴러서 이동할 수 있다. 손으로 작업해야 할 때는 서서 두 발로 걷고, 먼 거리는 바퀴로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 p.199~201 DRC 우승 이후 휴보센터에는 미국·유럽 등 해외 연구기관으로부터 공동연구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방송 출연 요청도 부쩍 늘었다. 이를 놓고 ‘대단한 성과’라며 솔직하게 기뻐하고 축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간형 로봇은 산업적으로 큰 쓸모도 없는데 쓸데없는 짓을 한다”며 흠을 잡는 사람도 나온다.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은 로봇기술 발전을 위한 노력일 뿐, 산업적 가치는 거의 없으니 적절하게 시행해야 한다는 중도론도 고개를 든다. 하지만 오 교수는 “기초 연구의 상업적 성과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까지 답했다. 휴보센터는 이미 인간형 연구로 투자비를 훨씬 넘어서는 상업적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나 역시 십분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본이나 미국 등 어느 나라 사람을 만나도 한국의 인간형 로봇기술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듣곤 한다. 하지만 이런 평가가 뭘 보고 나오는 것인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휴보센터가 개발한 로봇 휴보 시리즈는 11년 전인 2004년 처음 개발돼 꾸준히 성능을 높여왔고, 해외에서 한국 로봇에 대한 평가가 나올 경우 사실상 휴보에 대한 평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 p.233~234 |
|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보여준 로봇기술의 현 주소
로봇에 대한 대중의 환상과 현실의 괴리가 가장 여실히 드러났던 사건을 꼽으라면 바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이 사건은 2011년 3월 11일, 일본 관측 사상 최대였던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일어나 초대형 쓰나미가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을 덮치면서 일어났다. 시커먼 해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몇 층이 넘는 건물들이 장난감 조각처럼 휩쓸려가는 영상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엄청난 해일은 곧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쳤다. 당시 총 6기의 원자로 가운데 1·2·3호기는 가동 중에 있었고, 4·5·6호는 점검 중에 있었다. 급기야 쓰나미로 인해 전원이 중단되면서 원자로를 식혀주는 긴급 노심냉각장치가 작동을 멈췄고, 결국 3월 12일 1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이 상황에서 해결책으로 고려되는 것은 당연히 ‘로봇’이었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하던 도쿄 전력이 ‘로봇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자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제는 원전을 무사히 복구할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를 한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로봇은 사고현장을 복구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더구나 일본은 ‘로봇 선진국’이란 자부심이 매우 강했다. 주위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일본의 로봇기술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단 말이냐!”라면서 실망하는 목소리를 내는 걸 여러 번 전해 들었다. 그렇다면 이런 재난 상황에 투입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기는 얼마나 어려울까? 그런 로봇은 어떤 기능이 있고,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며, 도대체 얼마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만들 수 있는 걸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과학자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인간을 구하는 로봇을 과연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을 내놓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재난대응로봇 경진대회(DRC)’가 마침내 막을 올리게 된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황당한 제안 ‘DARPA’는 미국 국방성 산하 기관이다. 주 업무는 각종 군사기술, 또는 군사기술로 응용할 수 있는 많은 첨단연구를 지원하는 일을 한다. 과학자가 직접 개발을 하기보다는 연구 과제를 제안하고, 전문적인 연구자들을 찾아 연구비를 주고,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등 연구관리 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다. 또한 DARPA는 ‘챌린지(Challenge)’란 이름을 붙여 공모과제를 자주 운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황당한 과제’를 던져 놓고 전 세계 연구진의 참가를 독려하길 좋아하던 DARPA가 이번에는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챌린지’를 요구했다. 2012년 4월 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약 1년 만에 추진된 이 공모과제 겸 기술경진대회의 이름은 바로 ‘DRC(DARPA Robotics Challenge).’ 우리나라에선 딱히 이름을 붙이기 어려워 ‘세계 재난구조로봇대회’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사고 현장에 제대로 투입할 로봇이 없어 피해를 더 키웠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던 DARPA가 “우리가 연구비와 상금을 지원하겠다. 원전에 걸어 들어가 공장 내부를 복구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 볼 사람이 있느냐? 로봇을 만들어가지고 모여서 대회를 해보자!”라고 공고를 낸 것이다. 이들이 초창기에 정한 대회 방식은 다음과 같다. ■ 첫째, 로봇이 지정한 장소까지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서 몰고 들어갈 것. ■ 둘째, 자동차에서 내린 다음 울퉁불퉁한 돌무더기를 넘어 들어갈 것. ■ 셋째, 진입로를 막고 있는 잔해를 치워낼 것. ■ 넷째, 문을 열고 건물 즉, 원자력 발전소 안으로 들어갈 것. ■ 다섯째, 작업용 사다리를 기어 올라간 다음 공장 내부의 작업자용 통로를 통과할 것. ■ 여섯째, 도구를 이용해 콘크리트 패널에 구멍을 뚫을 것. ■ 일곱째, 냉각수가 새고 있는 파이프를 돌려서 잠글 것. ■ 여덟째, 소방호스를 소화전에 연결하고 밸브를 열 것. 2013년 DRC 트라이얼 대회에서의 처참한 패배 2013년 12월 20일 오후, 미국 플로리다 주 홈스테드 시에 있는 자동차 경기장 ‘홈스테드-마이애미 스피드웨이’에는 KAIST 연구진 20여 명이 개러지 안에 설치된 본부에 모여 앉았고, 경기장 출입이 허락된 5명은 ‘팀 KAIST’라고 적힌 푸른색 조끼를 입고 무전기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로봇을 부산하게 점검하기 시작했다. 경기 도중 밸브를 열고 잠그는 과정에서 휴보가 넘어져 주변에 대기하던 연구진이 수리하러 달려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제한시간 30분 안에 로봇을 수리해 임무를 완수하기는 무리였다. 결국 ‘삐익!’ 소리와 함께 타임 종료 부저가 울렸다. 마침내 20일에 본 대회가 시작됐지만, 대회 진행 상황은 여전히 희망적이지 못했다. 휴보는 평소 특기였던 문 열기, 장애물 제거, 벽 뚫기 등 3개 종목에서 0점을 받았다. 그동안 연습했던 대로만 했어도 모든 종목을 4점 만점을 받아도 이상할 것 없는 과제들이었다. 소방호스 연결과 밸브 잠그기 등 나머지 2개 종목에서도 각각 1점을 받는 데 그쳤다. 밸브 잠그기 과제는 전날 리허설 때만 해도 만점을 받았던 종목이었다. 당시 신문에는 휴보 팀이 9위를 했다는 기사가 실렸는데, 이는 9~11위까지 점수가 모두 8점으로 동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계산하면 순위가 더 뒤로 간다. 중간에 사람이 개입한 횟수가 더 적으면 그 팀을 더 높은 순위로 쳐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선 전체 16개 팀 가운데 휴보 팀이 거둔 성적은 정확히 11위라고 보는 경우도 있다. 한국 KAIST 로봇‘휴보’세계를 제패하다! DRC 파이널 2015 대회는 6월 5~6일 이틀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소도시 포모나에 자리한 복합경기시설 ‘페어플렉스’에서 열렸다. 대회에 참가한 팀은 2013년 열렸던 트라이얼 대회보다 한결 더 쟁쟁해져 있었고, 우리나라 휴보 팀이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고 다시 출전 기회를 얻어낸 것처럼 일본에서도 도쿄대학교, 일본산업기술연구소(AIST) 등의 쟁쟁한 팀들이 출전을 결정했다. 휴보 팀은 본선에서 9위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두었지만, 다행히 DRC의 요청과 국가의 지원을 받아 최종 ‘DRC 파이널 대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KAIST는 DRC휴보를 더 가다듬어 완벽하게 개량한 ‘DRC휴보Ⅱ’를 만들었고, 이 휴보로 결국 DRC 파이널 대회에서 감격의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최종 결선 경기에서 8단계 수행임무를 44분 28초만에 완수해 1위를 거머쥐었으며, 2위와 3위 팀 역시 만점을 받았지만 시간에서 승부가 갈렸다. 우승 상금은 200만 달러지만 2위에게도 100만 달러가 주어졌고, 3위는 50만 달러를 받았다. ‘휴보 아빠’ 오준호 교수는 DRC 파이널 대회 우승에 대해 “기술적인 진보를 한층 더 크게 이룰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로봇기술은 실제 재난구조 상황에 투입될 만큼 완성됐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의 로봇은 수십 년 동안 대규모 연구비를 투입해 개발한 것이므로, 이번에 1등을 했다고 우리가 가장 기술이 뛰어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트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했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를 피겨 강국으로 부르긴 무리가 있지 않느냐”라고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국가적 역량을 높이려면 갈 길이 먼 만큼, 더 뛰어난 로봇기술 개발을 위해 정진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면서 오 교수는 “실생활에서 로봇이 재난, 구조 활동에 참가하려면 더 큰 기술적 진보가 필요한 만큼 꾸준히 연구개발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휴보는 한국형 인간형 로봇 생태계의 원조 이미 휴보는 당당한 세계 인간형 로봇 연구의 한 축이다. 인간형 로봇을 연구하고 싶은 여러 나라 과학자들에게 좋은 연구장비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휴보는 국내보다 미국에서 더 인기가 높다. 폴 오 드렉셀대학교 교수팀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재미휴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휴보센터는 2010년에 휴보 8대를 무더기로 해외에 수출하기도 했다. 미국 미시간공과대학교(MIT), 카네기멜런대학교, 퍼듀대학교, 버지니아공과대학교,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등 6개 학교이다. 싱가포르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연구소’도 2대를 샀다. 그 이후 세계적 IT기업 구글도 휴보2를 2대나 사 갔고, 우리나라 한국원자력연구원도 DRC휴보Ⅱ 1대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로봇혁명’ 속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변화를 추구해야 할까. 전통적으로 뛰어난 기계 제어기술을 가진 나라는 실제로 세계적으로도 강한 힘을 갖고 있다. 사실상 미국이 전반적으로 가장 앞서고 일본과 유럽이 비슷한 수준으로 해석된다. 그다음으로 우리나라 정도를 꼽고 있다. 이런 정밀 로봇공학기술의 집결체가 인간형 로봇이다. 실제로 고성능 인간형 로봇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다. 미국·일본·한국·유럽 정도다. 아직 인간형 로봇이 실용화 수준에 도달할 거라고 장담하긴 무리가 있다. 로봇이 문고리 하나 비틀어 열고, 밸브 하나 잠그는 데 5분, 10분씩 걸린다. 뭔가 일을 시키려면 사람이 일일이 동작 순서를 조정해 주느니 직접 자기 손으로 하는 게 더 빠르고 편하다. 게다가 가정에서 누가 몇억 원씩 주고 이런 로봇을 사다 쓸 수 있을까? 하지만 방사능이 가득 찬 재난현장 복구, 우주탐사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런 아직은 활용도가 낮은 로봇이라도 개발하고 투입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이 기술의 파급효과는 덤인 셈이다. 휴보 팀의 DRC 우승을 놓고 ‘한국 과학기술의 변혁을 일으킬 만한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까지 말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관건은 ‘로봇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오준호 교수가 평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평소 공부를 안 하던 학생이 한 달 정도 공부해 평균 80점을 받는 것은 쉽다. 하지만 95점 맞던 학생이 100점을 맞으려면 1년 내내 공부해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로봇산업은 로봇 휴보의 고군분투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은 5점의 점수를 채우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집중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그것이 미래 사회에 우리 ‘기술 한국’이 나아갈 중요한 방향 중 하나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