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전서』가 출판된 시대에 유럽은 전환기를 맞고 있었다. 이 책에 수록된 249장에 이르는 건축 도판은 유럽의 문화와 건축에서 나타난 한 시대의 끝과 새로운 시작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규범으로서의 고전주의 언어와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집대성한다는 점에서 이 도판들은 르네상스 시대에 행해진 고대 그리스와 로마 건축에 대한 재해석의 연장선상에 놓이지만, 동시에 지연할 수 없는 전체성의 붕괴를 분류와 색인의 방식을 통해 드러낸다. 은밀한 집의 실내 건축에서 거대한 시민 건축에 이르기까지, 원시 오두막과 같은 은신처와 곧 도래할 대도시 시민사회의 규모를 상세한 사례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당시 지식인들이 집요하게 고정시키려고 했던 건조 환경에 관한 준거들을 통해 우리는 어쩌면 근대주의라는 또 다른 전체성을 전제로 하는 건축의 한 경향이 해체되는 것을 목도하는 현 시점을 성찰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