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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미술관에 가다
그림으로 본 패션 아이콘 개정증보판
김홍기
아트북스 20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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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을 내며 | 패션, 미술의 옷을 벗기다

I. 나를 완성한 패션
패션은 삶의 모든 곳에 | 현대 패션의 대명사, 코코 샤넬
내 안의 엄마를 그리다 | 1920년대 파리 패션계의 또 다른 주역, 잔 랑뱅
알파걸을 위한 패션 |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남자의 슈트에 끌릴 때 | 육체와 정신 모두를 풍요롭게, 경제학자 케인스
“뜨개질이 나를 구원했다” | 내면의 발견, 버지니아 울프
댄디보이와 꽃미남 | 오스카 와일드와 찰스 디킨스
스타일의 정치 | 패션을 통치 전략으로 활용한 왕, 루이 14세

II. 시대를 움직인 패션
바지는 민주주의를 부른다 | 터키풍 패션을 사랑한 여인들
태평양을 건너간 중국의 매력 | 새로운 상상력, 시누아즈리
기모노를 사랑한 파리 | 일본 패션, 파리를 공략하다
영원한 순수 | 로맨틱 & 심플리시티
쇼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 봉마르셰 백화점과 파리의 쇼핑가
전쟁과 재즈가 휩쓸고 간 도시 | 1920년대 재즈 열풍을 위한 패션
영자의 전성시대, 파리에서 펼쳐지다 | 폴리 베르제르 바의 여인
위선의 시대에 바치는 노래 | 매춘부들의 복식
살아남은 이를 위한 도덕 | 빅토리아 시대의 상복
아기 사슴은 언제부터 아기 사슴이었나 | 그림 속 아동복의 역사

III. 유혹하는 패션
교태의 언어로 말하세요 | 부채 언어로 읽는 작업의 정석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라면 | 로코코 시대의 꽃단장 기술
욕망의 페르소나 | 가면과 애교점 이야기
팜파탈을 위한 색 | 블랙 & 레드
손을 드러내는 자, 옷을 벗게 되리라 | 숨겨진 에로스, 장갑
관능과 권력을 드러내다 | 남성의 액세서리, 안경
농밀한 사랑의 종소리 | 케이프, 가녀린 어깨를 감싸다
여성 신체 잔혹사 | 조이고, 올리고, 묶고, 두르고
벗겨 봐, 그럼 날 갖게 될 거야 | 유혹의 열쇠, 가터벨트

IV. 아이템으로 보는 패션
모자가 사람을 만든다 | 모자의 사회학
작은 차이에 주목하라 | 현대 남성의 전투복, 정장
차 한 잔의 여유 | 티 가운과 라운지웨어
여인의 야망 | 이브닝드레스와 애프터눈드레스
“그건 다른 쪽 소매야” | 소매의 발명
파리 여인의 겨울나기 | 겨울에는 역시 롱부츠
마놀로 블라닉 포에버 | 슈어홀릭의 역사
실로 그린 그림 | 장식 본능, 자수
매혹을 응축한 목선의 힘 | 스카프의 우아함
찬연한 겨울을 기다리며 | 한기가 느껴질 때, 숄
인생의 고리를 짜는 마술 | 다채로운 따뜻함, 니트
패션에 깃든 시대정신 | 클러치의 탄생

책을 마치며 | 나는 미술관에서 패션을 배웠다
참고문헌

저자 소개 1

‘패션’이라는 언어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철학의 이슈를 읽고 말하고 쓰는 ‘패션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 경영학과 영화를 공부하면서 영화 속 패션에 빠져들었다. 대학 졸업 후 신세계에 입사, 아동복 구매와 상품기획을 담당하며 본격적인 옷 공부에 몰입했다. 캐나다 밴쿠버의 UBC에 유학하며 MBA 과정을 하면서도 패션이 특화된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니며 그림 한 장, 옷 한 벌 을 꼼꼼히 읽고 공부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전통 공예와 팝 아트를 접목한 핸드백 전시인 <팝 쿠튀르 Pop Couture> 전시와 현대미술과 패션의 만남을 시도한 <현대미술, 런웨이를 걷다
‘패션’이라는 언어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철학의 이슈를 읽고 말하고 쓰는 ‘패션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 경영학과 영화를 공부하면서 영화 속 패션에 빠져들었다. 대학 졸업 후 신세계에 입사, 아동복 구매와 상품기획을 담당하며 본격적인 옷 공부에 몰입했다. 캐나다 밴쿠버의 UBC에 유학하며 MBA 과정을 하면서도 패션이 특화된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니며 그림 한 장, 옷 한 벌 을 꼼꼼히 읽고 공부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전통 공예와 팝 아트를 접목한 핸드백 전시인 <팝 쿠튀르 Pop Couture> 전시와 현대미술과 패션의 만남을 시도한 <현대미술, 런웨이를 걷다> 전, 한국 현대 패션 거장의 흔적을 찾는 아카이브 전시 등을 기획했다. 지은 책으로는 <샤넬, 미술관에 가다> <옷장 속 인문학> <댄디 오늘을 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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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507g | 170*220*30mm
ISBN13
9788961962865

책 속으로

나는 이 책을 통해 옷의 관점에서 삶의 다양한 면모를 설명하고 싶었다. 즉, 한 벌의 옷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디테일이 그림 전체의 의미를 설명하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 촘촘하게 접힌 주름의 형태, 시접 처리, 소매의 형상, 단추의 소재, 비딱하게 쓴 모자의 각도, 직물 프린팅에는 모두 사람의 기억이 담겨 있다. 옷의 주름은 우리가 관절을 움직이며 지속적으로 생을 유지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기호다 _「책을 내며」에서(p.7)

모이니한이 그린 대처 수상의 초상화에서는 그녀의 명성과 인품, 무엇보다도 깐깐한 영국 여인의 개성과 풍모가 묻어난다. 1980년대는 정치적 보수주의와 경제적 번영이라는 두 개의 코드로 움직인 시대였다. 사람들은 유럽 왕족 및 귀족들의 패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대처는 다이애너 황태자비와 더불어 1980년대의 대표적 패션 아이콘이었다. 1980년대는 자신의 지위와 권력, 전문성을 옷을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하려는 파워 드레싱의 시대였다. 이런 가운데 대처의 의상은 여성미를 놓치지 않는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풍성한 소매의 회색빛 블라우스, 하이 네크라인, 우아하게 처리된 리본 장식과 프릴 칼라, 곱게 빗어 올린 금발머리 그리고 최고의 코디를 이루는 진주 목걸이와 귀걸이. 이러한 여성적인 면모를 통해 그녀는 영국 정치의 심장부인 다우닝 가 10번지 직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자신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연출했다. _「알파걸을 위한 패션」에서(pp.26~27)

퐁파두르 부인이 입고 있는 실크 드레스의 패턴은 원래 중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후 중국풍 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유럽에서 자체 생산하게 된다. 무늬가 새겨진 실크는 중국풍 디자인을 서구에 소개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고급 리넨에 수놓은 용과 개, 사자, 불사조 문양들은 중국풍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러한 동양풍 텍스타일은 세기를 더해가면서 더욱 심미적 경향을 띠게 된다. 나아가 서양 복식이 동양풍 패턴과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서양 전통 패션에 중국풍이 자연스레 녹아들어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사실상 로코코 시대의 섬세하고 환상적인 여성미의 바탕에는 ‘동양’이라는 타자에 반응하는 서양의 방식이 숨어 있다. _「태평양을 건너간 중국의 매력」에서(p.58)

18세기 초 폼페이 발굴은 서구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폼페이의 회화, 조각, 공예품이 당시 미술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고, 의상, 가구, 공예, 실내디자인, 심지어 여인의 헤어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프랑스혁명과 폼페이 발굴은 서로 맞물리며 혁명 세력을 위한 복식을 낳는다. 바로 엠파이어 스타일(empire style)이라 불리는 모슬린 드레스다. 이 옷은 살이 다 비치는 소재로 만들어졌고, 여성의 몸 선을 자유롭게 드러내며 행동의 편의성까지 제공했다. 이것은 순수하고 명쾌한 혁명정신을 표상하는 일종의 기호로서 등장했다. 당시 여성들은 ‘누가 가장 최소한으로 입을 수 있는가’를 두고 경쟁까지 벌였다고 한다. 잘 차려입는 것보다 ‘잘 벗은 것’이 미덕이 되어버린 셈이다. 사교모임에서는 여자들의 옷 무게를 재는 게임도 생겨났다. _「영원한 순수」에서(p.78)

빅토리아 시대의 상복은 여성과 남성에게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여성이 검은색 상복을 입지 않으면 망자에 대한 애정의 결여로 해석되었고,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격리 및 추방을 당했다. 이와 달리 남성이 상복을 착용하면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검은색 비즈니스 슈트를 입었기 때문에 모자에 위드(weed)라는 상장(喪章)을 두르는 것으로 상복의 예절을 지켰다. 물론 그들에게도 검은색 슈트와 스카프, 장갑과 상장 착용은 의무 사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토리아 시대는 남성들의 의무에 대해서는 조금 더 관대하여 여성에 대한 엄격한 제약과는 다른 이중 태도를 보여준다. _「살아남은 자를 위한 도덕」에서(pp.116~17)

17~18세기에는 부채를 통해 밀담을 나눌 수 있도록 암호화된 ‘부채 언어’가 생겨나고 이것을 배우기 위한 특별 학교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당시 여인들이 자신의 속내를 표현하기 위해 고안한 이 부채 언어는 스페인을 시작으로 유럽 귀족과 상류사회를 강타한다. 아바니코(abanico)라 불리는 스페인풍의 부채는 여인들의 열정과 숨겨진 욕망을 표현하는 매체가 된다. 부채를 통해 형성된 일종의 하위문화인 셈인데, 이런 문화를 여인들은 규방에서 어머니나 친구를 통해 반드시 익혀야 했다. 여인들에게 교태부리기는 일종의 미덕이고 기술이었다. 부채는 어떻게 보면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풀어야 하는 암호처럼, 여인의 은밀한 작업을 더욱 매력 있게 빛냈다. _「교태의 언어로 말하세요」에서(p.134)

존 헤더링턴이라는 잡화상 주인이 디자인한 톱 해트는 처음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사람들은 이 톱 해트를 보고 거의 패닉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길거리를 지나던 여인들은 기절을 하고 아이들은 고함을 지르고…… 결국 헤더링턴은 법정에 끌려가 ‘소심한 사람들을 겁주기 위한 큰 구조물’을 썼다는 이유로 벌금을 물어야 했다. 지금으로 치면 헛소동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당시 톱 해트는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귀족과 상류층의 이미지를 담보하는 아이템으로 발전했다. 남자들은 하루에도 두 번씩 혹은 그 이상 톱 해트를 갈아 썼는데, 진주 빛 나는 회색 톱 해트는 주간용, 검은색은 야간용으로 그 격식을 갖추어야 했다. _「모자가 사람을 만든다」에서(p.218)
옷이란 인간을 상수로 하는 사물이다.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생을 응시하고, 삶이란 무대 위에서 자신을 연출할지를 고민하며 옷을 입을 때 ‘패션’이 태어난다. 그림 속 여인들이 동일한 패션 아이템과 비슷한 디자인의 옷을 입고 있어도, 저마다 미세한 차이가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이다. 초상화 속 여인들의 몸은 다양하다. 얼굴형이 둥글거나 긴, 어깨가 넓거나 좁은, 목선과 손가락이 길고 짧은 여자들. 그들은 결코 하나로 수렴할 수 없는 다양한 몸을 가지고 있다. 옷을 통해 ‘장점’을 드러내고 ‘결점’은 은밀하게 감추며 다양한 몸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그림 속 여인들이 나는 고마웠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그림이 입은 옷으로 삶과 예술을 이야기하다

서양 명화를 패션이라는 렌즈를 통해 읽는다. 미술관에서 만나는 그림들을 미술사적으로 감상하는 대신 그림 속 인물이 걸치고 있는 옷, 액세서리 등 패션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미술을 통해 읽는 패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시대별 복식의 변천사, 패션 용어의 유래, 역사적인 배경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패션의 역사를 짚어보는 한편으로 여기서 파생된 지식이 한 점의 그림을 더욱 풍부하게 읽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미술로 패션을 읽고, 패션으로 작품 속 숨은 의미에 한 걸음 더 다가선다.

패션은 좀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꾸미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패션은 “우리 자신의 정체성과 심리, 예법, 사회적 지위, 라이프 스타일 등을 모두 망라하는 기호이자 정신적 형상을 찍어내는 거푸집”이다. 20세기 초의 위대한 패션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패션이란 옷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청명한 하늘과 거리, 우리의 생각과 삶의 방식 등 모든 것에 깃들어 있다”라고 했다. 그림에 아름답게 재현된 옷과 액세서리를 보면서 당시 사람들의 미에 대한 관념, 삶의 태도, 사고방식 등을 더듬어 가는 과정에서 눈이 즐거운 동시에 패션과 미술에 대한 지식이 쌓인다.

이 책은 2008년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샤넬, 미술관을 가다』의 개정증보판이다. 케이프와 스카프, 니트, 숄, 클러치, 안경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의 역사에 대한 글이 추가되었고, 몇몇 글은 내용과 도판을 보강했다. 화가별로 그림 속 패션을 다뤘던 5장은 이번 개정판에서는 빠지는 대신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으로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선보일 예정이다.

옷을 통해 나를 말하다
1장 ‘나를 완성한 패션’에서는 코코 샤넬, 마거릿 대처, 버지니아 울프 같은 유명인의 초상화를 통해 패션이 한 사람의 정체성을 짐작하게 해주는 입구가 될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런던 국립초상화미술관에 소장된 마거릿 대처의 초상화는 로드리고 모이니핸의 작품이다. 17세기 초상화의 거장 앤서니 반다이크의 초상화 형식을 참조해서 그려졌다는 마거릿 대처의 초상화는 위압적이지 않지만 위엄이 넘치는 모습이다. 회색 실크 블라우스와 진주 귀고리와 진주목걸이의 매치가 우아하면서도 영국 정계를 좌지우지했던 여걸의 카리스마를 은은히 드러낸다. 한편 18세기 초에 그려진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 초상은 패션이 통치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왕이 63세 때 그려진 이 초상화는 노령에도 불구하고 매끈한 각선미를 뽐내는 왕이 그려져 있다. 차림새는 사치스럽기 그지없다. 흰 담비 털로 안감을 댄 푸른색 로브, 다리를 꼭 맞게 감싸는 흰색 타이츠, 한껏 부풀려 올린 헤어스타일, 손에 든 황금 홀 그리고 빨간색 굽이 돋보이는 하이힐까지, 화려하기 그지없다. 루이 14세는 약 300점의 초상화를 남겼다고 한다. 초상화마다 화려한 패션을 뽐내었음은 물론이다. 그가 사치스럽고 자기도취가 강했기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루이 14세는 초상화를 통해 프랑스 파리의 ‘특산품’, 즉 사치재를 홍보하는 홍보 모델을 자처했던 것이다. 이런 초상화들을 통해 루이 카토르즈 스타일이라고도 불리는 루이 14세 시대의 양식은 온 유럽의 미적 표준이 되었다.

유행은 가도 스타일은 남는다
2장 ‘시대를 움직인 패션’에서는 한 시대를 풍미한 유행 패션을 통해 패션의 변천은 물론 시대정신을 읽는다. 17세기 말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터키풍은 역설적이게도 복식 개혁 운동과 맞물리면서 대안 패션으로 부상했다. 터키풍 바지를 변형한 여성용 판탈롱 블루머가 스포츠 패션으로 각광받으며 서양 여성들이 처음으로 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동서양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중국과 일본 문물도 서양 패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각각 시누아즈리, 자포니슴이라고 불린 흐름이다. 18세기 말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후 그리스 로마 시대를 본받아야 할 시대로 설정하면서 고대 그리스 시대의 의복 키톤을 재해석한 슈미즈풍 옷이 유행한 것도 흥미롭다. 애초에 순수하고 명쾌한 혁명정신을 표상하는 기호로서 등장한 이 유행은 이후 단순화에 대한 요구가 과해지면서 ‘누가 가장 최소한으로 입을 수 있는가’를 경쟁하는 듯한 모양새를 낳기도 했다고 한다. 상복을 입은 미망인을 그린 티소의 그림을 통해서는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상례가 아주 엄격했던 이 시대에 특히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상복을 입고 지내야 하는 의무 기간이 배로 길었고 상복을 제대로 입지 않았을 경우에 가해지는 사회적 처벌도 훨씬 가혹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같은 화가가 그린 「홀아비」 속 아이를 안은 남자의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보이는 복식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이를 그저 ‘작은 사람’이라고만 파악하다가 ‘아동’의 개념이 확립되면서 비로소 나타나게 된 ‘아동복’의 변천을 살펴보는 글도 흥미롭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패션 요소들이 현재에도 변주되어 나타난다는 점 또한 확인할 수 있다.

패션이 말해주는 세상
3장 ‘유혹하는 패션’은 패션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라 할 ‘유혹’에 관해 다룬다. 부채, 마스크, 장갑, 안경, 가터벨트 등 유혹의 의미를 함축한 패션 아이템들을 중심으로 ‘작업’을 위해서 반드시 배워야 했던 부채 언어, 무도회의 필수품 가면과 애교점, 로코코 시대 여인들의 꽃단장 기술 등 그림 속에 나타난 유혹의 진수를 보여준다.
4장 ‘아이템으로 보는 패션’에서는 모자, 스카프, 숄, 클러치 등 패션 아이템들이 그려진 그림들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일례로 ‘모자’ 하나만 가지고도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모자는 쿠르베의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에서는 예술가의 드높은 자부심을 상징하는 소품이었고 마네의 「뱃놀이」에서는 19세기 산업혁명의 수혜자인 유한계층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준다. 밀짚모자인 ‘보터’는 마네뿐 아니라 많은 인상주의 작가들이 행복한 삶의 상징, 특권으로서 레저의 등장을 표현하는 오브제로 썼다. 그런가 하면 모자는 계급성을 드러내는 표지이기도 했다. 사전트의 「리블스데일 경의 초상」에서 리블스데일 경이 쓰고 있는 톱해트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체스터필드 오버코트, 승마용 바지와 부츠 등 다른 의상들과 합쳐져 귀족 계층의 드높은 자존심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고, 로트레크의 「라미 카페에서」의 불콰하게 취한 남성이 쓴 보울러 해트는 중산층으로 계층 이동의 욕구를 지녔던 노동자 계급을 상징한다.

이 책은 화려한 도판들이 눈을 즐겁게 하는 한편으로, 패션과 미술에 관한 지식을 쏙쏙 전달해준다. 미술관에서 패션을 배웠다는 지은이 자신의 경험이 책 속에 녹아 있는 덕분이다. 그림이 그려진 시대와 화가, 그리고 모델과 그/그녀가 입고 있는 옷들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패션이 결국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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