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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秋 : 비경, 산촌 풍경에 젖다
경북 김천시 증산면 : 깊어가는 가을 볕은 산골에서 길을 잃고 경북 포항시 장기면 : 해풍이 자맥질하는, 적요한 산촌 풍경 강원 영월군 하동면 : 일몰의 산정山頂에서 황홀하네 겨울冬 : 적막, 산중 고요로 마음 열리다 전북 부안군 상서면 : 산중의 그 노인은 차라리 무명 시인 경북 상주시 화남면 : 우복동牛腹洞 사상 박힌 순결한 산촌 강원 영월군 수주면 : 저 소나무 끝에 오르면 도솔천이 보일까 충북 청원군 문의면 : 누이처럼 순결한 산길 끝엔 후미진 삼천냥골 전남 담양군 용면 : 라디오가 있는 풍경, 또는 두메산골의 겨울나기 여름夏 : 교감, 산촌에서 하나되다 강원 횡성군 청일면 : 반가워라, 계곡의 끝엔 주막이 있다 강원 양양군 서면 : 산골이라는 바보 굼벵이, 퀵! 퀵! 전진 스텝을 경북 영양군 수비면 : 산의 음성에 귀기울이는 그들의 행복 경북 문경시 산북면 : 구름도 더욱 가벼운 산중 불국 충북 괴산군 연풍면 : ‘염소눈’ 그 남자에게 산촌은 지상 낙원 경남 하동 청암면 청학동 : 청학靑鶴이 날면 천하가 태평해진다 봄春 : 매혹, 세속이 멀어지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 산에 사는 그들, 안녕하네! 자족하네! 강원 정선군 임계면 : 장날의 주점은 갑론을박이 춤추는 댄스홀 충북 보은군 회인면 : 앞산 소나무와 뒷산 바위는 그들의 사촌 충북 청양군 대치면 : 선율처럼 흐르는 산길, 푸른 산촌의 매혹 전남 곡성군 오산면 : 초록 호수가 있는 오솔길, 그리고 산중락山中樂 전북 진안군 정천면 : 꽃 핀 봄 나무 아래에 앉으면 당신도 봄꽃나무 |
朴元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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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이 간직한 대자연은 어쩌면 예술의 전당이자 구원의 법당이 아닐까.
산촌에 이르면 욕망으로 가득한 내 마음의 감옥 문이 슬며시 열린다.” 걷는 것만큼 읽는 기쁨을 주는 걸작 에세이 힘든 하루를 가까스로 보내고 있는 수많은 도시인들은 순간순간 일상의 번잡함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떠나는 꿈을 꾼다.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경쟁과 질주 일변도의 도시 생활에서는 ‘내려놓기’만이라도 모든 이들의 소망이 될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우리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탄식처럼,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아, 산에 가고 싶다.” 「산촌 여행의 황홀」은 이런 수많은 도시 유랑민들의 로망을 담았다. 자연주의 에세이스트 박원식이 대한민국 구석구석, 이른바 ‘오지’라는 이름이 붙은 산골짝을 맨발로 걷고, 손으로 어루만지고, 코로 한껏 들이마시고, 눈으로 사진 촬영하듯 써 내려간 에세이 모음이다. 등산과 올레길 트레킹에 관한 책은 이미 충분하다. 그런데 「산촌 여행의 황홀」은 여행안내서가 아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여행길을 걷듯, 한 문장 한 문장 에세이스트 박원식의 우리나라 산골에 대한 감탄과 애정을 고스란히 담은 아름다운 에세이를 만날 수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실제로 그 길을 걷는 것보다 더욱 감동적으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나는 이 성성한 강가에 서서 오랫동안 자연의 생명 연주를 관람한다. 도시의 늑대 굴에서 벗어나 자연계의 한 부품으로 참하게 복원된 내 의식의 숨통 트인 변주를 자각하며 내밀한 쾌감에 젖는다. 이렇게 강물과의 교제는 깊은 만족을 야기한다. 강가에 머물게 한다. 하지만 다시 바람이 등을 떠민다. 산모롱이로 마중 나온 길이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이윽고 길들이 나를 데리고 산속으로 들어간다.” “쪽빛 하늘에서 내려치는 하오의 햇살을 담뿍 머금은 저 선정적인 과실. 탱탱 무르익은 저 농염. 만개처럼 한 살이의 절정을 영위하는 주황색 땡감들의 팡파르로 말미암아 증산의 산촌은 그 어디나 화사하고 따사롭다. 주황 눈알들 부라린 찬연함으로 곳곳이 밝고 붉다. 길에서 길로 이어지는 감나무들의 휘황한 절정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여행은 판타지가 있는 로드무비. 그리고 영화는 계속된다. 대가천을 따라 산골짝으로 들어간다.” 2009년, 고향 산촌이 전하는 메시지 모든 사람들이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는 않는다. 특히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마음 한구석에 언젠가 자신이 돌아가야 할 ‘그곳’을 품고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산촌 여행의 황홀」에서 에세이스트 박원식은 마음이 복잡하다. 그들의 고향 산촌이 나날이 쭈그러들고, 뒤집히고 심지어 사라져 가기 때문이다. 매년 찾아가는 산촌은 해마다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대규모 펜션 단지가 들어서고 정갈하게 손님을 맞이했던 산골 찻집은 소리 소문 없이 문을 닫는다. 마을은 빈집투성이고 선대부터 뿌리내려 살아가던 토박이들은 갈수록 줄어든다. 농사밖에 모르던 마을 이장님은 식당 사장님이 되어 있다. 뭐가 좋고 뭐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토네이도와 같은 개발 광풍에도 산촌이 쌩쌩한 야성의 본색을 잃지 않고 생존하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저자 박원식의 꿈은 ‘연둣빛 냇물이 흐르는 숲 속의 자그만 산방에서 사는 것’이다. 머잖아 그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가 그토록 산으로 회귀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산에서 사는 것을 말 그대로 ‘회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원식은 절경으로 유명한 등산로나 관광지가 아니라, 자동차가 망둥이처럼 날뛰게 하는 길 끝에 숨겨진 산촌을 여행지로 삼는다. 우리에게 감동이 되는 자연이란, 사람의 발길이 닿은 적 없는 원시림이 아니라 대자연의 거친 기세와 그에 맞선 인간의 땀에 전 노동이 뒤섞여 있는 곳이다. 그곳은 다른 말로 ‘고향’이고 ‘우리 모두의 모태’이기도 하다. 지치고 상처 입은 자식이 어머니 품에 안겨서야 비로소 진정한 휴식과 치유가 이루어지듯, 도시에서 지치고 상처 받은 우리들은 고향의 품, 산촌의 품에 안겨야만 진정한 휴식과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우리의 짐을 내려놓고 싶고, 한달음에 산촌으로 달려가 풀썩 안기고 싶다. “마을의 수호목인 느티나무가 보초를 서고 있는 동구에 이르면 순한 황구 한 마리가 달려와 꼬리를 친다. 이리저리 뻗친 돌담길이 고색창연한 미소를 만면에 머금고 여행자를 향해 두 팔을 벌린다. 돌담 안엔 고욤나무나 앵두나무가 자라고, 박새들이 나뭇가지에 음표처럼 매달려 지지구 재재구 즐거운 노래를 합창한다. 나무 그늘 아래엔 길 세월 홍진에 마모된 기와집이 있다. 텃밭엔 감자 꽃이 피고, 밭고랑 사이로 가끔한 화려한 줄무늬 제목을 입은 즲뱀이 기어간다. 마당에선 수탉 일가가 회합을 한다. 외양간에서 여물을 먹으며 퉁방울눈을 끔벅이는 황소의 표정은 성자처럼 허심하다. 평화로운 정경이다. 이것이 우리의 고향이다.” 산촌, 그곳에서 만나는 삶의 편린들 「산촌 여행의 황홀」은 자연 예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점이 「산촌 여행의 황홀」을 여행인문서가 되게 한다. 젊은이들이 거의 사라진 산촌에는 ‘그냥 그렇게 살았지’라고 간난곡절의 인생을 심플하게 정의하는 고요한 노인들이 살고 있다. ‘나무가 있어서, 산새가 있어서 외롭지 않다’는 투박하지만 정감 어린 어머니들도 살고 있다. 그리고 산골짝마다 아기 울음소리로 어린 생명들을 키워내는 듬직한 젊은 농사꾼들도 살고 있다. 산촌에는 ‘낮잠처럼 태평하고 보름달처럼 충만한’ 또다른 삶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리고 그 삶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로 고향을 꿈꾸고 자연으로의 회귀를 제2의 목표로 삼고 있는 수많은 도시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눈은 거의 폭격처럼 쏟아졌던 것 같다. 산간 오지의 연약한 노인네가 무슨 수로 이를 감당하랴. 김 할머니는 옆집에 사는 정 할머니와 함께 부침개를 해 먹기 위해 부지런히 드르륵! 드르륵! 맷돌에 녹두콩을 갈고 있다. 설해의 뒤치다꺼리를 잠시 미뤄둔 망중한이다. 마당에 두터이 쌓인 눈 더미에 살처럼 박혔다 튀어 오른 햇살 막대가 노인의 야윈 등허리를 응석처럼 콕콕 찔러댄다. 다사롭고 포근한 정경이다. 하늘을 원망하던 노인의 언설에도 어느덧 부드러운 가락이 붙는다.” “이 마을 고로인 이한호 옹은 칡 캐 먹으러 이 산골짝에 들어왔다가 그 길로 정착해 버린 선대의 뒤를 이어 붙박이로 마냥 이 골짜기에 살아왔다. 그런 이 옹이 “뭐 그냥 살았죠”라고 심플하게 말하고 있다. 그냥 그렇게. 이건 뭔가? 순응하고 자족한다는 뜻이겠지? 바람 불면 부는 대로, 고프면 고픈 대로, 부르면 부른 대로 그렇게 견디고 누르고 따르며 살았다는 얘기겠다. 더 이상 알려 하지 말자. 욕심과 번뇌로 들끓는 내 구차한 속내가 문득 부끄러워질 것만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