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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의 오디세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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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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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Emmanuel Schmitt

1960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났으며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강단에 서다가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극작가이며 철학가로 다수의 희곡과 철학에세이를 발표한 그는 콩쿠르 문학상 수상자이자,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심사하는 아카데미 공쿠르의 종신회원이다. 1991년 『발로뉴의 밤』을 발표하며 극작가로 데뷔했으며 1993년 『방문객』을 통해 그 해 몰리에르 연극상 3개 부문을 수상했다. 1994년에는 첫 소설 『이기주의자들의 종파』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해 『변주의 수수께끼』, 『방탕아』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소설과 희곡 부문을 동시에 석권한 작
1960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났으며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강단에 서다가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극작가이며 철학가로 다수의 희곡과 철학에세이를 발표한 그는 콩쿠르 문학상 수상자이자,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심사하는 아카데미 공쿠르의 종신회원이다.

1991년 『발로뉴의 밤』을 발표하며 극작가로 데뷔했으며 1993년 『방문객』을 통해 그 해 몰리에르 연극상 3개 부문을 수상했다. 1994년에는 첫 소설 『이기주의자들의 종파』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해 『변주의 수수께끼』, 『방탕아』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소설과 희곡 부문을 동시에 석권한 작가로 주목받았다.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의 선두를 달리는 그의 작품들은 45개 언어로 번역됨과 동시에 전 세계에서 수천만 권이 팔렸다. '영계 사이클 시리즈'로 잘 알려진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이브라힘 할아버지와 코란에 핀 꽃』,『밀라레파』,『노아의 아이』를 발표해 프랑스를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프랑수아 뒤페롱 감독이 연출을 맡고 오마 샤리프가 주연한 영화 『이브라힘 할아버지와 코란에 핀 꽃』은 베니스영화제 초청작으로 상영돼 평론가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소설은 나오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동시에 찬사를 받는 작가이다. 세계 30여 개국에서 그의 작품을 출간할 만큼 세계도처에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펜과 종이만으로 집필을 고집할 만큼 아날로그적인 면모도 보이고 있는 그는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임에 분명하다.

『바그다드의 오디세우스』는 바그다드 출신의 청년 사드가 탈출의 길을 떠나 카이로, 몰타, 시칠리아, 나폴리를 거쳐 영국의 런던에 정착하기까지의 모험담이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제목과 일부 에피소드를 따왔지만 오디세우스와 사드는 큰 차이가 있다. 오디세우스는 돌아갈 고향의 집과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이 있었지만 사드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다.

『엄마를 위하여』는 우주의 질서에 관해 늘 궁금증을 갖는 슈미트의 성향을 잘 드러낸 작품으로, ‘드러난 혹은 감춰진 종교들’과 ‘동양의 지혜들’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적 시도인 ‘영계靈界 사이클’ 시리즈 8번째 책이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유교의 뒤를 이어서 이제 그는 이 책에서 소년 펠릭스를 통해 정령숭배를 보여준다. 슈미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려고 아주 많은 일을 한다. 난 항상 단순함을 겨냥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단순함은 간략화와 혼동되어선 안 된다.” 예술에 대한 이런 간결한 정의가 바로 그의 엄청난 성공의 열쇠다.

주요작품으로 『내가 예술작품이었을 때』, 『이기주의자들의 종파』, 『빌라도 판 복음서』, 『오스카와 장미할머니』, 『이브라힘 할아버지와 코란에 핀 꽃』, 『밀라레파』, 『노아의 아이』, 『프레데릭 혹은 범죄로(路)』, 『타인의 몫』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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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78g | 153*224*20mm
ISBN13
9788984370968

책 속으로

내 이름은 사드 사드. 아랍어로는 ‘희망 희망’, 영어로는 ‘슬픔 슬픔’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내 진실은 한 달 사이에, 때로는 한 시간 사이에, 심지어는 일 초 사이에 아랍어가 되고 영어가 되기도 한다. 낙관적일 때는 희망의 사드, 비관적일 때는 슬픔의 사드인 것이다.
인간의 탄생이란 마치 복권 추첨과 같다. 누구는 운이 좋아 행운의 숫자를 뽑지만 누구는 억세게 운이 나쁘게도 불행의 숫자를 뽑아들게 된다. 탄생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단 한 번 주어질 뿐이어서 처음으로 돌아갈 기회라고는 두 번 다시 없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지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그저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 반면 아프리카나 중동지역에서 처음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경우에는 종종 태어나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나도 할 수만 있다면 잉태되기 바로 직전 엄마의 태내로 돌아가 마치 복권 추첨하듯 분자와 체세포, 유전자가 마구 뒤섞이는 바로 그 순간 결과를 바꿔치기하고 싶다.
난 내 출생지를 바꾸고 싶다.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 태어나고 싶다. --- pp.7-8

아빠와 나는 매형들이 수상한 남자를 뒤쫓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도둑이라기보다 실성한 남자 같았다. 갈지자로 휘청거리며 걷던 남자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남자가 헐렁헐렁한 젤라바(두건 달린 아랍 남자의 겉옷 : 옮긴이) 속에 넣은 손을 꼼지락댔다.
매형들이 막 남자를 잡으려는 순간이었다. 우뚝 멈춰 선 남자가 하늘을 쳐다보며 괴성을 질렀다.
순간 빛이 번쩍 하더니 굉음이 울려 퍼졌다.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진동했다. 건물 기둥이 흔들리면서 아빠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며 땅에 머리를 부딪는 순간 내가 가까스로 몸을 부여잡았다.
아빠를 일으켜주는 사이 시장은 삽시간에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여기저기서 두려움과 고통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내가 도둑으로 착각한 남자는 인간폭탄이었다. 자살폭탄테러범은 젤라바 속에 폭탄이 장착된 허리띠를 매고 있다가 시장 한복판에서 기폭장치를 누른 것이었다. --- pp.56-57

“너, 테러라는 게 얼마나 혐오스러운 일인 줄 알아? 아들아, 내 살과 피야. 테러의 칠계명을 들어봤지?”
“아니요.”
“칠계명을 지킬 수 있겠어?”
“그게 뭔데요?”
“첫째, 오로지 한 가지 이념만 생각한다. 생각이 많으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따라서 테러리스트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둘째, 이념에 방해되는 생각은 타파한다. 다양한 생각, 서로 상충되는 생각은 더욱 가차 없이 팽개친다. 셋째, 이념에 방해되는 사람은 모조리 제거한다. 이념의 존립을 위협하는 자는 살려둘 가치가 없다. 넷째, 이념은 목숨보다 중요하다. 테러리스트는 목숨보다도 중요한 가치인 이념을 품고 사는 사람이다. 다섯째, 폭력의 사용을 주저하지 않는다. 폭력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자 힘이다. 테러리스트의 손은 설령 피로 얼룩졌다 해도 깨끗하다. 여섯째, 테러리스트가 행사한 폭력의 희생자는 모두 유죄로 간주한다. 테러리스트의 죽음은 순교다. 일곱째, 의심의 여지를 두지 않는다. 의심하는 마음이 생기는 순간 방아쇠를 당겨라. 그러면 의심도 의문도 사라진다. 비판적 사고는 타도의 대상이다.” --- pp.88~89

비토리아, 아직 레일라는 내 안에 살아있어요. 다른 사랑이 들어올 자리가 없을 만큼 생생하게. 이 사랑의 끈을 쥐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레일라이기 때문이죠. 당신을 만나면서 난 그 끈을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레일라가 여전히 놓아주지 않네요.
당신을 떠나기로 결정했어요, 비토리아. 당신은 내게 큰 기쁨을 주었고, 늘 감사하는 마음이에요. 하지만 레일라는 내 운명이에요.
착하고 아름답고 똑똑한 당신, 당신은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며 존경스러운 여자예요. 그런 당신은 여전히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어요.
내가 내일 당신을 떠난다면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은 영원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테지만, 당신 곁에 남는다면 지금은 육체적 기쁨에 가려 보이지 않는 우리의 불완전한 사랑이 언젠가 고개를 쳐들고 말겠죠.
잠시 당신 곁에 머물렀다 가기에, 우리가 함께 행복했던 일 년은 영원한 추억으로 남아 등대처럼 우리의 인생을 비춰줄 거예요. 하지만 당신 곁에 남는다면 우린 불행을 피할 수 없을 거예요. 위대한 예술가가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 수 없으니까요. --- p.208

“유럽인들은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 왜인 줄 알아? 요술 거울을 보면서 살기 때문이야. 지식인이라는 요술 거울이지.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데 다른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니 대단하지 않아? 거울은 거울인데 내 얼굴을 볼 수 없는 거울이지. 유럽 사람들은 지식인이라면 껌뻑 죽어. 그들은 자기 얼굴과 정반대인 평화주쟀자, 휴머니스트, 박애주의자, 이상주의자로 보이게 해주는 대가로 지식인들한테 돈과 권력, 영광을 돌리지. 지식인이라면 한 번 해볼 만한 직업 아니야? 돈도 잘 벌고 쓸모도 있지. 파리의 철학자만 아니라면 지식인이 되어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은데 말이야. 지식인들 덕분에 유럽인들은 두 얼굴의 탈을 쓰고 살 수 있는 거야. 평화를 외치면서 전쟁을 하고, 이성 운운하면서 잔인하게 사람들을 죽이지. 인권선언문을 만든 자들이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도적질과 침략, 학살을 저지른 걸 보면 모르겠어? 유럽인들이란 참으로 요상해. 알다가도 모를 종족이야. 머리와 손발이 따로 노는 인간들이지.” --- p.213

“과연 그렇더라도 그 방법이 최선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요? 인류의 역사는 국경과 함께 해왔습니다. 국경의 수가 줄지 않았다면 아마도 인류의 진보는 없었을 겁니다. 촌락의 경계가 국경이었던 수천 년 전을 생각해보세요. 처음에는 수없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국경의 개념은 촌락을 넘어 부족과 민족, 국민을 포함하게 되었죠. 나아가 다민족 국가로까지 확대되었지요. 최근에는 나라의 개념도 넘어섰다고 봐야할 겁니다. 연방국가인 미국이나 유럽연합이 그 예라 할 수 있지요. 앞으로 국경의 범위는 더 확대될 거라 생각합니다. 자꾸 국경을 없애는 쪽으로 변모해 갈 겁니다. 이런 시점에 국경을 수호하는 일을 한다는 게 어불성설은 아닌지 고민해보게 됩니다. 다가올 미래에는 아예 사라지거나 더 큰 영역으로 확대될 텐데 과연 국경을 지킨다는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말입니다. 국경은 아예 사라지거나 현재보다는 더 큰 영역으로 확대될 테니까.”
“국경이 최대한 어디까지 확대될까요?”
“최소한 각 대륙까지는 확대되지 않을까요?”
“결국 육지와 바다의 경계만 남게 될 거라는 뜻입니까?”
“바로 그겁니다.”
“그래도 인간이 존재하는 한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미국인, 우리 아프리카인, 우리 유럽인 등등 말입니다.”
“‘우리 인간’은 어떨까요?” --- p.235

프랑스 사람들은 생활력이 강한 당신들보다 제 밥벌이도 못하는 멍청이들을 돌보는 게 더 낫다고 여기죠. 매일 눈물과 피땀을 흘리며 사는 당신들보다 될 대로 되라 식으로 사는 자국민들을 더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죠. 당신 같은 사람들은 눈에 거슬리니까 차라리 없는 셈 치는 거예요. 당신네들은 가만히 내버려두어도 알아서 잘들 사는데 뭐 하러 도와야 하냐고 빈정대기 일쑤죠. 아무리 힘들어도 제 나라보다 나으니까 머물러 있는 것 아니냐며 간단하게들 치부하죠. 당신들이 안 보이는 데서 죽은 듯 조용히 사니까 존재 자체를 깡그리 잊어버리는 거예요. 일종의 집단적 무관심인데, 인간에게 무관심보다 심한 모욕은 없잖아요. 그들은 당신들을 없는 사람 취급하고, 아무리 추워도 끄떡없고, 아무리 때려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사람들이라 여기죠. 이런 게 바로 야만이 아니고 뭐겠어요. 타인을 나와 동일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순간, 나보다 열등한 인간으로 취급하는 순간, 인간을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우열을 나누는 순간, 인간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순간, 미개한 사회가 되는 거라고 봐요. 난 항상 문명을 선택했어요.

--- p.269

출판사 리뷰

바그다드를 떠나 세계각지를 떠도는 청년 사드 사드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모험담!
―세계 40여 개 국에 번역된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최신작!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장편소설 《바그다드의 오디세우스》출간

이라크 바그다드를 탈출해 국제미아로 표류하다 마지막으로 정착한 영국의 런던에서조차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라크 청년 사드 사드 이야기. 이 소설의 제목 『바그다드의 오디세우스』는 고대 그리스의 대문호 호메로스의《오디세이아》에서 따왔다. 오디세우스의 목적지가 아내와 자식이 기다리는 고향이었던 데 반해 사드 사드는 정착할 땅을 찾아 모험의 장도에 올랐다. 오디세이아의 몇몇 에피소드를 현대판으로 각색한 점도 시선을 끈다. 《오디세이아》에서 노래로 사람들을 유혹해 바다에 빠뜨리는 ‘사이렌’은 이 소설에서 록밴드 ‘사이렌’으로 등장한다. 세관의 외눈박이 감시원은 오디세이아의 ‘퀴클롭스’를 연상시킨다. 오디세우스를 극진히 간호했던 ‘나우시카’는 소설에서 시칠리아의 고결한 여성 ‘비토리아’로 그려진다.
『바그다드의 오디세우스』는 소설이 분명하지만 마치 이라크 청년 사드 사드가 쓴 체험 수기 혹은 여행기라고 해도 크게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최대한 가공의 흔적을 없애고 리얼리티를 확보해 사드 사드가 겪는 모험의 현실감을 높이고 있는 것은 이 소설의 집필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사드 사드 혹은 모든 불법체류자들이 겪는 아픔을 공유하고, 세계 각국에서 홍역을 앓고 있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해보자는 것이 의 소설의 중요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시작 부분은 이라크가 겪고 있는 비극적 현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이라크 상황은 어떤가? 독재자 후세인이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에 의해 축출되고 과도 정권이 들어섰다. 현재 미군이 치안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전 상태나 다름없다.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 족 문제, 친미, 반미, 친 후세인, 반 후세인의 갈등이 여전히 이라크를 혼란과 죽음의 공포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실정이다.
사드 사드는 더 이상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이라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수시로 민간인 거주 지역까지 날아드는 로켓포, 자살폭탄테러, 질병, 각종 사고 등으로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이 죽어나가는 게 바그다드의 현실이다. 각종 질병이 횡행하고 먹을거리가 없어 고통 받기 일쑤지만 의료시설이 문을 닫아 약을 구하기 어렵다. 자살포탄테러로 매형 둘을, 미군이 쏜 총탄에 의해 존경하고 따르던 아버지를, 치료를 받지 못해 조카 둘을 잃은 사드 사드는 마침내 가족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끝에 탈출을 결심한다. 사드 사드는 비록 어린 나이지만 바그다드를 탈출하는 것만이 부양가족을 살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살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인류애의 관점에서 불법체류자 문제 성찰!

마약업자의 도움을 받아 바그다드 탈출에 성공한 사드 사드는 훗날 반드시 성공을 이뤄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을 쟁취하리라 결심한다. 카이로, 몰타, 이태리의 시실리와 나폴리, 프랑스 등을 거쳐 영국의 런던에 이르기까지 사드 사드의 모험담이 펼쳐진다.
마약업자의 도움을 받아 카이로에 도착한 사드 사드는 아프리카 출신인 붑을 만나 친구가 된다. 붑과 함께 록그룹 ‘사이렌’의 일을 도우며 탈출을 노린다. 가까스로 ‘사이렌’의 공연 장비를 실은 차에 탑승해 이탈리아 남부 섬에 도착하지만 밀입국자로 체포돼 세관의 감시구역에서 생활하게 된다. 기억상실증 환자를 연기하며 탈출을 노리던 사드 사드는 결국 외눈박이 감시자를 속이고 도망친다.
사드 사드는 붑과 함께 시칠리아로 가던 도중 배가 난파당해 바닷가로 떠밀려온다. 시칠리아 여성 비토리아가 그를 발견해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비토리아와 친밀한 사이로 발전하지만 사드 사드는 미련을 접고 최종 목적지로 삼았던 런던을 향해 출발한다. 다시 고난의 여행이 시작되고 여러 번 죽을 고비와 수모를 당하지만 사드 사드는 결국 목표로 한 런던에 도착한다. 그러나 런던도 사드 사드가 기대했던 도시는 아니다. 여전히 사드 사드는 불법체류자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오디세우스’에게는 돌아갈 고향이라도 있었지만 바그다드를 떠난 사드 사드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다. 불법체류자라는 게 발각되면 여지없이 본국으로의 추방조치가 기다리고 있다. 일을 하고 싶어도 불법체류자에게는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아프리카 계 불법체류자들과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며 겨우 먹고 사는 처지지만 사드 사드는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이름이 아랍어로 ‘희망’이고, 바그다드에 사랑하는 가족과 결혼을 약속한 레일라가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인간이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게 얼마나 큰 불행인지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인류애의 관점에서 불법체류자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라크를 비롯한 분쟁국가가 겪는 비극의 반대편에 서있는 서구인들에게는 인간 존중 차원의 관심과 반성을 촉구한다.
인류에게 국경이란 무엇이며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유로통합에서 보듯 지구촌의 국경은 점차 넓어지고 있는 데 반해 난민들의 숫자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으며, 인권 탄압 문제도 상존하고 있다. 인류는 불법체류자 문제를 과연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할까?
이 소설의 질문들은 작금의 대한민국에도 유효하다. 우리나라에도 불법이민자들의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사드 사드는 인간이 평등하다는 말은 엄청난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바그다드가 아니라 런던 파리 뉴욕 도쿄 같은 도시에서 태어났더라면 과연 가는 곳마다 멸시와 냉대를 받아야 했을까? 단지 태어난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질시를 받는다는 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암울한 상황을 다루고 있는 소설임에도 어둡거나 음습하지 않다. 사드 사드가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집념의 인물이고, 그의 아버지 유령이 터뜨리는 웃음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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