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시칠리아
이제 마르티노는 완전히 나체로 내 앞에 서서 내 눈길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길고 섬세한 근육들은 그가 공부하는 목탄화 인물의 근육들 같다. 날씬한 허리 위로 뼈대가 굵은 넓은 어깨가 자리 잡고 있다. 벌써 발기된 성기가 다리 사이에서 떨린다. 마르티노는 멋지다. 자연에게 선물 받은 약간의 광기 어린 성적 에너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망아지가 떠오른다. 이제 쑥스러워하던 미소가 뜨거운 욕망에 의해 변해간다. --- p.77 레오나르도가 손가락으로 살며시 내 목을 쓰다듬는다. “병원에서 당신을 다시 만났을 때부터 키스하고 싶었어.” 그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그리고 지금 그러려고 해, 당신에게 미리 알리는 거야.” 그가 두 손으로 내 머리를 잡는다. “반대하고 싶으면 말해도 돼.” 그가 내 입술로 다가온다. “그런데 아무리 반대해도 멈출 수 없을 것 같아.” 그의 입술이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거의 우연처럼 내 입술에 살짝 닿는다. 거부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욕망으로 몸이 마비되어버렸다. 레오나르도가 맛있는 과일을 쥐듯 두 손으로 내 턱을 잡고 부드럽게 내 입술을 깨문다. 그러고는 입을 벌려 내가 그의 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곧 혀를 빼버려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마침내 그의 혀가 다시 내 입안으로 들어와 뜨겁고 촉촉한 느낌으로 나를 완전히 감싼다. 나는 그를 받아들이고 그를 좇는다. 혀로, 입술로, 이로. --- p.160~161 스트롬볼리는 자연 그 자체로 원초적인 색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화구를 가져왔더라면 검은 흙에 뒤덮인 땅과 미묘한 음영을 가진 눈부신 푸른 바다, 새하얀 집 들을 그리는 데 몰두했을 것이다. 섬에 온 뒤로 내가 경험한 첫 번째 기적은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눈과 손을 움직이고 옷과 몸에 물감을 묻히고 금방 완성한 그림의 냄새를 맡고 싶은 욕망이 걷잡을 수 없게 되살아난다. --- p.169 “미친 여자처럼 섹스를 하려고 하면 절대 기쁨을 느낄 수 없어.” “레오나르도 페란테 박사님께서 내게 맞는 치료법을 아시리라 생각했지.” 나는 빈정거림으로 대꾸한다. “치료법은 없어. 그저 시도를 해볼 뿐이지.”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계속 말한다. “어리석은 형벌 같아. 당신은 못된 아이에게 벌을 주듯 날 벌주는 중이야.” “나는 그게 벌이 아니라 자유라고 생각해.” 그가 말한다. “식욕을 채우는 것과 기쁨을 느끼는 건 달라. 가끔은 금욕을 통해서만, 심지어 고통을 통해서만 기쁨에 도달할 수 있으니까.” --- p.187 느닷없이 뺨을 맞은 것처럼, 자극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축복받은 루도비카 알베르토니〉가 순간적으로 떠오른다. 대리석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그 몸과 흐트러진 옷과 제어할 수 없는 뭔가에 홀린 그 얼굴이. 그렇다, 지금 내 상태가 바로 그와 같다. 쾌락과 고통을 넘어서서 거의 황홀의 상태에 빠져 있다. 마치 이곳과 먼 곳에 내 육체를 놔두기라도 한 듯 나 자신을 벗어나서 유영하는 기분이 든다. 주위의 모든 게 꿈으로 변하는 중이다. 침대도 벽도 조개 풍경 소리도 레오나르도의 숨소리와 그의 향기까지. --- p.206 |
|
시칠리아
엘레나 볼페는 거의 자기 자신을 포기한 듯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다. 우여곡절 끝에 레오나르도의 사랑을 확인했지만 예기치 못한 또 다른 난관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레오나르도에 대한 그리움과 고통스러운 마음을 잊기 위해 엘레나는 닥치는 대로 남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기계적인 성관계를 맺지만, 그렇게 할수록 마음속의 공허함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한편 엘레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가이아는 마침내 사이클 챔피언인 사무엘 벨로티와 결혼한다. 가이아의 처녀파티가 열리던 날, 엘레나는 우연치 않게 베네치아의 바에서 옛날 애인인 필리포를 만나게 된다. 그에게 인형처럼 사랑스러운 애인이 생긴 것을 보고 씁쓸한 마음이 들지만, 결론적으로 필리포는 자신의 인생의 남자가 아니었음을 확인한다. 가이아의 결혼식 전날, 엘레나가 유일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순진한 청년인 마르티노에게서 연락이 온다. 베네치아에서 만난 그들은 미술관을 함께 돌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하고 저녁 무렵 엘레나의 집에 가게 된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듯 처음으로 잠자리를 갖는다. 마르티노에게도 특별한 밤이었지만, 그동안 아무 남자들과 맹목적인 관계를 맺어오던 엘레나에게도 잊지 못할 하룻밤이었다. 지난밤의 뜨거웠던 열정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엘레나는 증인이 되기로 한 가이아의 결혼식에 지각해버리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식장에 와 있는 신랑?신부와 그들의 가족, 친구 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있기가 힘들다는 핑계로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기에 이른다. 가이아를 비롯해 그곳에 모여 있던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킨 엘레나는 말 그대로 그녀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엘레나는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고를 계기로 평생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레오나르도가 다시 한 번 그녀 앞에 나타난다. 레오나르도는 그녀를 그녀 자신으로부터 구해주고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을 끊임없이 방해해왔던 장애물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
|
인간의 감각을 최고로 끌어올린 로맨스 소설의 탄생
소설은 복원미술가인 엘레나와 세계적인 요리사 레오나르도 사이의 사랑과 그들이 각자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들의 직업에서도 볼 수 있듯 이 작품은 3부작을 통틀어 감각의 향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엘레나는 눈, 즉 시각을 통해 이탈리아의 성당이나 팔라초(귀족의 저택) 안의 벽화를 완벽하게 복원해내는 일을 하고, 자신의 고향인 베네치아를 비롯해 이 소설의 무대가 되는 로마, 시칠리아 등의 풍경을 그녀만의 시선으로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반면 레오나르도는 음식을 통해 입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보다 원초적인 감각과 연결된 직업을 가지고 있다. 시각에만 의존하던 엘레나는 레오나르도를 만나고부터 미각을 비롯해 온몸의 감각이 열리는 새로운 일상을 맞이한다. 엘레나와 레오나르도, 이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빠져들며 섹스를 통한 감각의 여행을 시작할 때 이를 주도하는 쪽이 레오나르도인 것은 그들의 직업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예술과 요리는 절대 즉흥적으로 탄생할 수 없는 분야임을 강조하며, 고고학을 전공한 자신의 배경과 실제 이탈리아 유명 요리사의 요리와 레시피를 연구한 일화를 밝힘으로써 작품에 현실감과 무게감을 더했다. 그렇지만 엘레나가 처음부터 끝까지 끌려 다니기만 하는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러 차례 금기에 도전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에게 채운 족쇄와 가면을 벗어던지고, 어른으로서의 자아를 재발견함과 동시에 한 여성으로서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해방시키는 성숙함으로 도약하는 면모를 보인다. 작가는 이 소설의 성공 비결을 주인공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는 여성 독자들에게서 찾는다. 엘레나는 현실의 보통 사람들처럼 단점도 많고 실수도 많이 하는 평범한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한 남자를 만나 그와 함께 변화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분명 전 세계 공통으로 많은 여성들에게 독서라는 행위를 통한 위안 내지는 대리만족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일상의 심리를 파고드는 에로티시즘 영국의 한 매체는 카오의 처녀작인 이 작품을 두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보다 수준 높은 열정과 에로티시즘을 유지하면서 더욱 인간적이고 덜 ‘부끄럽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고 평했다. 책에는 섹스 장면이 수차례 등장하지만 여타 비슷한 장르의 소설들에서 자주 관찰되는 가학 혹은 폭력의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섹스는 두 사람이 만나 진정한 사랑의 결실을 맺기까지의 과정을 이루는 한 부분으로써 소설 속에 완벽하게 녹아든다. 그래서인지 작가 이레네 카오는 그녀의 소설이 종종 로맨스가 아닌 에로소설로 분류되는 데 유감을 표하기도 한다. 카오는 작가이기 전에 한 여성으로서 여성의 가치와 열정이 존중되고 이해될 수 있는 방향으로 소설을 집필해나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많은 매체들에서 뛰어난 심리 묘사를 이 작품의 특징으로 꼽기도 하는데, 어쩌면 이 또한 여성으로서의 작가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균형 잡힌 일상을 추구하던 엘레나가 새롭게 펼쳐지는 삶 앞에서 망설이고 갈등하는 모습, 사랑하는 남자와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고 아파하는 모습 들은 분명 내 모습이기도 하고, 내 주변인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렇듯 우리는 엘레나라는 캐릭터를 통해 또 한 번 각자의 삶을 반추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탈리아는 늘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나라다. 미식의 나라이면서 예술의 나라이고, 유럽 안에서도 관능과 탐미로 대표되는 곳이다. 소설 속 이탈리아는 단지 공간적 배경으로 작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요리부터 미술, 건축에 이르기까지 독자로 하여금 이 나라의 예술적인 속살을 구석구석 맛보게 한다. 베네치아-로마-시칠리아로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동선을 따라 이탈리아를 여행해보는 건 어떨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엘레나와 레오나르도의 감각을 향한 여정은 매혹적인 공간과 더불어 더욱 짜릿한 쾌락을 선물할 것이다. 추천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보다 더 뜨거운 로맨스 소설. 섹스 장면이 수차례 등장하지만 완벽할 정도로 다른 내용과 조화를 이룬다._파노라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대한 이탈리아의 화답. 그리고 이들이 그 도전에서 이긴 것 같다._일 미오 리브로 이레네 카오는 그레이가 아닌 ‘핑크의 50가지 그림자’를 새롭게 칠했다._라 스탐파 에로 소설이라기보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심도 있게 파헤치는 소설._리브레리아모(Libreriamo)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보다 수준 높은 열정과 에로티시즘을 유지하면서 더욱 인간적이고 덜 “부끄럽게” 이끌어나간다. 작가가 뛰어난 방식으로 들려주는 감각의 여행._GP 매거진(영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