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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춤추는 발레리나 2. 봄의 희생양 3. 익명의 이메일 4. 주정뱅이 목격자 5. 카프카의 폭력 판타지 6. 창녀와 성녀 7. 두 번째 살인 예고 8. 광대의 일그러진 미소 9. 우리에 갇힌 남자 10. 의문의 이니셜, K 11. 죽음이 아니라 삶이 형벌이다 12. 내가 죄인이오 13. 희생자인가, 범인인가 14. 판타우의 검은 모자 15. 터널 속 지하 감옥 16. 심판자 17. 아버지와 아들 옮긴이의 말 |
Krystyna Ku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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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중앙역 근처 한 아파트에서 20대 발레리나가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는 붉은색 짧은 원피스를 입고 춤을 추다가 금속 채찍에 맞아 과다 출혈로 숨졌고, 목덜미에는 의문의 이니셜 K가 새겨져 있다. 수사의 방향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2주가 흘렀을 때, 또다시 두 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한 독문학생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창살형 감옥에 갇혀 입이 꿰매진 채 살해당한 것이다. 그의 목덜미에도 역시 이니셜 K가 새겨져 있었고, 사건을 맡은 미리암 검사는 참혹한 살해 현장에 아연실색한다. 그러던 중 누군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프라하의 고서점으로 카프카의 미발표 단편소설을 보낸 사실이 밝혀지고, 희생자들이 바로 그 소설에 등장하는 살인의 방식과 똑같이 살해되었다는 단서가 나오게 된다. 그러자 경찰은 카프카 문학의 권위자인 밀란 허스 교수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를 연행해 취조하기에 이르는데, 그는 그만 그 과정에서 목을 매어 자살하고, 그의 조교 파울 올리비에는 실종되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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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작가 카프카, 섬뜩하고 아름다운 지적 추리소설 속으로 들어가다
카프카적(Kafkaesque)이라는 단어가 있다. ‘부조리하고 악몽 같은’이라는 뜻을 지닌 이 형용사는 깊은 주제 의식과 기발한 상상력, 독특한 캐릭터 등으로 인간의 근원적 불안을 형상화한 실존주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이 갖고 있는 특징을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다. 오랫동안 독문학을 공부했으며 추리소설가로 명성을 쌓은 크리스티나 쿤은 바로 이러한 카프카의 카오스적 특징을 연쇄살인 사건과 잘 버무려 섬뜩하고도 아름다운 지적 추리소설로 부활시켰다. 『카프카 살인 사건』이 바로 그 작품이다. 2008년 독일에서 출간된 이 작품은 세계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작가, 카프카를 다루었다는 점에서부터 연일 화제에 올랐고 그해에 가장 뛰어난 미스터리 소설(「슈피겔」)이라 평가받으며 세계 10개국에 수출되었다. 언론과 평론가들에게 수준 있는 지적 미스터리라고 호평받았을 뿐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작가의 이름을 크게 알리는 작품으로 성공한 이 작품은 ‘카프카’를 빼놓고서는 성립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작품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카프카의 미발표 단편소설과 연쇄살인 사건과의 관계는? 미스터리한 인물이 스스로를 심판자라 칭하며 연쇄살인을 저지른다. 첫 번째는 미모의 20대 발레리나. 그녀는 죽을 때까지 춤을 추면서 채찍에 맞아 죽는다. 두 번째는 한 독문학생. 그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감금된 채 입이 꿰매진 상태에서 끔찍하게 굶어죽는다. 그리고 두 사람의 죽음을 예고하듯 살인이 일어날 때마다 카프카의 미발표 단편소설 「서커스 관람석에서」와 「단식 광대」가 프라하의 고서점에 익명의 이메일로 전달된다. 살인의 방식 또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것과 일치한다. 물론 두 단편소설은 제목만 동일할 뿐 카프카의 실제 작품이 아니다. 그러나 우울과 불안, 기괴한 분위기, 건조하고 모호한 긴장감이 흐르는 이 단편들은 추리소설의 분위기와 기묘한 앙상블을 이루면서도 정말 카프카의 작품인 것처럼 독자를 깜빡 속게 만든다. 이것이 이 작품의 지적 묘미이다. 호기심과 긴장감, 또 다른 살인이 예견되면서 이어지는 추적 신,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 등은 한 편의 할리우드 영화처럼 잘 짜인 범죄소설 같지만 이 작품이 통속적인 추리소설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철저하게 고증되어 부활한 카프카의 작품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그 증오의 이름 폭력적인 아버지, 획일화된 교육으로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낸 카프카는 이후 ‘산업재해보험공단’에 다니면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노력했으며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음에도 폐결핵에 걸려 41살에 요절할 때까지 결혼하지 않고 독신을 고집했다. 그것이 자본주의라는 권력에 대항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종류의 권력을 거부하는 데 일생을 바쳤고 그의 작품은 그가 가진 가장 강력한 도구였다. 『카프카 살인 사건』 속 검사 미리암은 이러한 카프카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그녀는 형사반장 헨리를 사랑하지만 그의 청혼을 거부한다. 임신중절의 경험이 있는 그녀는 아이를 낳는다는 것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고, 엄마가 된다는 사실 그 자체를 부정한다. 이런 세상에서 꼭 아이를 낳아야만 하는 걸까? 한 아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하는 걸까? 싫다. 엄마가 되는 게 두렵다. 밤에는 잠 한숨 제대로 잘 수 없고,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혼비백산해서 병원을 찾고, 아이 생일이나 학부모 상담, 예방주사 등도 하나하나 챙겨야 한다. 머릿속을 짓누르는 그런 엄마의 일상에는 결코 자유가 없다. 아이는 내내 보살펴야 하는 존재고, 영원히 그 존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야만 하는 엄마는 언젠가는 아이가 지긋지긋해질 것이다. 76쪽 또한 작품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범인의 살해 동기는 카프카 작품의 특징 그 자체이다. 바람피우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한 어머니. 아이는 그런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았고 아버지에게 복수의 칼날을 품는다. 그는 아버지가 쌓은 사회적 명성을 무너뜨리고 그를 자살로 내몰기 위해 그의 주변 인물들을 차례차례 죽이고 범행 현장에는 아버지가 범인으로 몰릴 수 있을 만한 증거를 남긴다. 카프카의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나 「변신」에 잘 나타나듯이,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이다. 존경과 동경의 대상이 아닌, 증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아버지가 소설 속에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것이다. 크리스티나 쿤은 이 추리소설 속에서 부모의 무관심과 방관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또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를 ?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