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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民熙, 모래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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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 피와 살을 먹여 키운 그림자니까." 일츠에게 자신은 다른 의견을 말할 자격이 없는 존재였다. 다른 길로 가선 안 되는 존재였다. 지금까지 둘이 형제처럼 지낸 건 둘의 뜻이 한 번도 어긋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츠의 '내 세계'에서 나가려 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난 네 세계의…… 무엇이었지?" "거울." 일츠는 두 팔을 벌렸다. 매달린 채 굽어보는 키릴로차의 거울상인 양 못 박힌 모습을 했다. "어머니께서 내 방에 놓아주신 거울이 너잖아. 처음부터 알았던 건 아니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꾸 비치더라고. 즐거운 일은 아니었어. 난 내 얼굴을 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거든. 평소에도 거울은 잘 안 보잖아. 언젠가 어머니께선 네게 비친 나를 잘 보라고 하셨지만 난 그러지 않아도 나를 잘 알아." 키릴로차가 깨문 입술이 터져 피가 흘렀다. 한 줄기가 입가를 타고 턱으로 흘러내렸다. 일츠가 그를 가만히 보더니 말했다. "그런데 이젠 내 얼굴이 비치지 않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