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2003년 9월
2003년 10월 2003년 11월 2003년 12월 2004년 1월 2004년 2월 2004년 3월 2004년 4월 2004년 5월 2004년 6월 2004년 7월 2004년 8월 2004년 9월 2004년 10월 2004년 11월 2004년 12월 2005년 1월 2005년 2월 2005년 3월 2005년 4월 2005년 5월 2005년 6월 2005년 여름 2005년 9월 에필로그 |
|
이제 모두 모였으니 고백을 할 시간이었다.
“너희들에게 중요한 할 말이 있어. 너희 셋이 다 모였을 때 말하려고 지금까지 기다린 거야.” 앨리스는 거기까지 말하고 존을 보았다. 존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엄마가 한동안 기억력에 문제가 좀 있었는데, 1월에 조발성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어.” 벽난로 선반 위의 시계가 마치 누가 볼륨을 올리기라도 한 듯 요란하게 똑딱거렸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정적 속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톰은 프리타타를 가득 담은 포크를 입으로 가져가다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앨리스는 아들이 브런치를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릴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 p.139, ‘2004년 4월’ 중에서 어느 시점에 이르면 아이스크림을 먹는 법도, 신발 끈을 묶거나 걷는 법도 잊게 될 것이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아밀로이드의 축적으로 쾌락 신경이 파괴되어 평소에 좋아하던 것들을 즐길 수 없게 되리라. 어느 시점에 이르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리라. 차라리 암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츠하이머를 암으로 바꿀 수 있다면 당장 그렇게 하리라. 앨리스는 그런 생각을 품는 게 부끄럽고 말도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계속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암이라면 싸울 상대가 있는 것이다. 수술, 방사선 치료, 화학 요법도 있다. 이길 수 있는 확률도 있다. (…) 알츠하이머는 암과는 전혀 다른 괴물이었다. 그걸 물리칠 수 있는 무기가 없었다. 아리셉트와 나멘다를 복용하는 건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대고 시원찮은 물총 두 개를 조준하는 것과 같았다. (…) 현재로선 알츠하이머 환자의 운명은 여든두 살이든 쉰다섯 살이든, 마운트 오번 요양원 입소자든 하버드 대학 심리학과 정교수든 다를 게 없었다. 맹렬한 화염이 모든 걸 태워버릴 것이고 그 화염에서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었다. --- p.157, ‘2004년 5월’ 중에서 앨리스는 지금 계획해둔 자살을 미래의 자신이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만들 대책이 필요했다. 날마다 스스로를 시험할 간단한 테스트를 마련해야 했다. (…) 앨리스는 블랙베리 일정표에 이렇게 입력했다. 앨리스, 다음 질문들에 답할 것. 1. 지금은 몇 월인가? 2. 어디에 살고 있는가? 3. 연구실은 어디 있나? 4. 애나의 생일은 언제인가? 5. 자녀가 몇 명인가? 위 질문들 중 하나라도 답할 수 없다면 컴퓨터의 ‘나비’ 파일을 열어 즉각 거기 적힌 지시 사항에 따를 것. 앨리스는 그 메시지가 매일 오전 8시에 진동과 함께 나타나도록 무기한으로 알람을 설정했다. 그녀는 이 방법에는 문제의 소지가 많으며 바보가 되면 실행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실행을 못할 정도로 바보가 되기 전에 ‘나비’ 파일을 열게 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 p.159, ‘2004년 5월’ 중에서 앨리스는 황급히 복도를 내려가서 화장실 문을 열었다. 하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곳은 화장실이 아니었다. 빗자루, 대걸레, 양동이, 진공청소기, 간이 의자, 연장통, 전구들, 손전등, 표백제. 그곳은 창고였다. 앨리스는 더 아래쪽을 보았다. 왼쪽에는 부엌, 오른쪽에는 거실이 있었다. 그게 다였다. 1층에 작은 화장실이 있었는데, 아닌가? 분명 있었다. 바로 여기. 하지만 화장실이 아니었다. (…) “아, 제발, 아, 제발, 아, 제발.”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마술을 부리는 마술사처럼 현관문을 활짝 열었으나 화장실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떻게 내 집에서 길을 잃을 수가 있지? (…) 그녀는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 현관에서 울고 있는 가련하고 낯선 여인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것은 성인 여자의 조심스러운 울음이 아니었다. 어린아이가 겁에 질리고 좌절해서 참지 못하는 울음이었다. 그녀의 몸이 더 이상 담아둘 수 없는 액체는 눈물만이 아니었다. 때마침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온 존이 오줌 줄기가 그녀의 오른쪽 다리를 따라 흘러 내려 트레이닝 바지와 양말, 운동화를 적시는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보지 말아요!” “앨리, 울지 말아요. 괜찮소.”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괜찮소. 당신은 바로 여기 있소.” - p.195 ‘2004년 7월’ ? 앨리스는 가슴뼈 가운데 오목한 부분에 자리한 보석 박힌 나비의 매끄러운 날개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그리고 목청을 가다듬었다. 물도 한 모금 마셨다. 행운을 비는 뜻으로 한 번 더 나비 목걸이를 만졌다. 엄마, 오늘은 특별한 날이에요. (…) 청중들 전원이 기립 박수를 보내는 걸 보고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바랐던 것 이상이었다. 그저 중간에 읽기 능력을 잃지 않고 망신당하는 일 없이 무사히 강연을 마치기만을 바랐던 것이다. --- p.322, ‘2005년 1월’ 중에서 난 과거에 정신이 언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았고, 내가 아는 걸 전달할 수도 있었어. 나는 많은 걸아는 사람이었어. 이제 아무도 내 의견을 묻지도 않고 내게 조언을 구하지도 않지. 과거가 그리워. 과거의 난 호기심 많고 독립적이고 확신에 차 있었어. 그 확신이 그리워. 늘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선 평화가 있을 수 없어. 모든 걸 쉽게 해내던 그 시절이 그리워. 세상일에 참여하고, 세상이 원하는 존재가 되고 싶어. 과거의 내 삶이, 내 가족이 그리워. 난 삶과 가족을 사랑했어. 앨리스는 자신이 기억하고 생각하는 모든 걸 존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수많은 단어와 구절, 문장으로 이루어진 그 기억과 생각들은 뒤엉킨 물풀과 진흙탕을 통과하여 소리로 표현되지 못했다. 그녀는 말하고 싶은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모든 노력을 집중시켰다. 나머지는 오염되지 않은 영역에 그대로 머물러 있도록 했다. “내가 그리워요.” “앨리, 나도 당신이 너무나도 그립소.” “이렇게 될 계획은 전혀 없었는데…….” “알고 있소.” --- p.365, ‘2005년 여름’ 중에서 |
|
스타카토처럼 끊기듯, 피아니시모처럼 매우 여리게……
기억이 사라지는 700일의 슬픈 여정 하버드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50세의 앨리스란 여인이 있다. 그녀의 남편도 하버드 교수이자 생물학자이며, 큰 딸은 법대, 둘째 아들은 의대 출신에 막내딸은 배우로 활동 중이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미국의 상류층 지식인 앨리스의 삶은 빈틈 하나 없이 완벽했다. 적어도 알츠하이머란 불청객이 그녀 인생에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다. 폐경기 증상이려니 하고 넘겼던 사소한 건망증이 알츠하이머가 되어 앨리스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그 순간부터 그녀의 삶은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만다.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원제 STILL ALICE)는 완벽한 삶을 영위하던 한 여인이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여정을 애잔하고 담담하게 그린 소설이다. 이 책은 2003년 9월부터 2005년 9월까지 앨리스가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을 주인공의 시점에서 보여준다. 덕분에 독자들은 망각에 사로잡혀 정신이 무너지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시각과 느낌을 고스란히 공유할 수 있다. 이따금씩 스타카토처럼 끊기듯 기억이 돌아오기도 하지만, 결국 피아니시모처럼 매우 여리게 빛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의 슬픈 여정을 가슴 시리도록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그래서 여전히 ‘앨리스’로 기억되는 한 여인의 이야기 알츠하이머가 무서운 이유는 병에 걸린 환자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깊은 슬픔과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50세의 젊은 나이로 알츠하이머에 걸린 앨리스에게 가족들은 불편한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남편인 존은 점점 더 일에만 몰두하기만 하고, 20대인 세 자녀는 엄마의 병이 자신들의 미래에 누가 될까 불안해했다. 하지만 그녀는 가족에게 의존하고 위축되는 대신, 당당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기억의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계획한다. 사라지는 두뇌의 기능을 붙잡으려 발버둥치는 대신,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자 노력한다. 이런 앨리스의 모습에 암묵적으로 그녀를 외면하고 한숨만 짓던 가족들도 점차 그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바보가 되어가는 알츠하이머 환자가 아니라 존재감을 잃지 않는 아내이자 엄마, 교수인 앨리스. 그녀는 원제처럼 ‘여전히 앨리스 STILL ALICE’인 자기 자신을 확인하게 된다. ‘기억을 잃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신경학 박사 출신 작가의 순수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소설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는 하버드 신경학 박사 출신 신예 작가 리사 제노바의 처녀작이다. 그녀는 하버드에서 신경학 박사 과정을 밟던 중 80대였던 할머니의 알츠하이머 소식을 접하고 놀라움과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곧 할머니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과정과 알츠하이머를 겪는 할머니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되며, 곧 이를 소설로 쓰게 된다. 작가는 소설의 드라마틱한 흐름을 위해 주인공을 미국의 상류층 백인의 전형인 50세의 하버드 여교수인 앨리스로 설정했다. 그리고 유전적 요인에 의해 65세 이전 발병하는 ‘조발성 알츠하이머’를 앨리스의 머릿속으로 깊숙이 들여놓는다. 작가의 촘촘하고 극적인 구성과 글을 통해 독자들은 앨리스가 겪는 700일의 알츠하이머에 고스란히 젖어들 수 있다. 내 부모, 내 아내, 내 남편이 될 수 있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고통 우리는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가족들이 겪을 어려움을 먼저 생각한다. 알츠하이머 환자 자신이야말로 가장 큰 고통과 슬픔을 겪는 주체라는 사실을 잊은 채 말이다.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는 그들이 경험하는 망각의 과정을 자세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책을 읽다보면 주인공 앨리스와 함께 울고, 웃고 때로는 앨리스처럼 기억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까지 받는다. 하지만『내 기억의 피아니시모』의 문장들은 슬프지만 슬프지만은 않다. 리사 제노바의 탁월하고 아름다운 표현을 읽다보면 단순한 슬픔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정신적 고장만으로 한 사람을, 한 사람의 인생을 멋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깊은 울림을 느끼게 된다. 미국 내 독자들의 눈물 어린 박수와 찬사를 받은 책! 이 책은 iUniverse란 사이트를 통해 만든 책을 보스턴 지역 서점에서 판매를 시작하다 입소문을 통해 점점 크게 알려졌다. 결국 출판사에서 2009년 1월 정식 출간된 이 책은 출간 첫 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5위에 오른다. 아마존 서평을 보면 알츠하이머를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독자들의 눈물 어린 감상평이 줄을 잇는다. 리사 제노바는 이 책을 계기로 알츠하이머 협회의 온라인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알츠하이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지게 됐다는 일반 독자들의 서평 역시 이 책의 감동을 더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