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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애령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사막 여행 코끼리는 기억한다 아주 짧은 소설 이영희 나의 티베르나 디도의 눈물 샹그릴라의 카이 아드난에게 엘모르 요새의 그림자 올레 플라멩코 유숙희 그때 그 오리들은 어디로 갔을까 슬픔을 지울 수 있는 꿈 유쾌한 밤 민선기 곰과 여우 아내는 음악 감상 중 어렸을 적에 나는 여름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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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랑의 의미를 찾는 4인 4색의 시선들!
시간과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안부를 묻고 있는 소설의 광장! 시간과 사람들의 흐름 한가운데에서 절실하게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싶을 때, 마치 그 답장처럼 다가오는 소설들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였다. 『나는 잘 지내고 있어』는 오랫동안 함께 문학 활동을 해온 작가 4인이, 그 시간에 대한 화답인 양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소설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기존 작품들의 개성이 뚜렷했기에, 새로운 글들에서도 네 작가의 마음 가는 곳은 조금씩 다르다. 우애령은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인생의 이면을, 이영희는 세계 각지의 풍경에 담긴 사랑을, 유숙희는 음악처럼 흐르는 삶의 기쁨과 슬픔을, 민선기는 인간의 순백한 영혼이 담긴 진솔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다. 그리하여 사계(四季)라는 동인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이야기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시간의 쓸쓸함 속에서 사계절을 읽어내듯 삶과 사랑의 의미를 찾는 시선들로 이루어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동안,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우리들의 근원적인 심성을 돌아보는 『당진 김씨』, 상처받은 이들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 『정혜』 등으로 독자들의 지지를 받아온 우애령의 소설은, 다양한 인생의 갈피마다 스며 있는 사랑과 절망, 그리움과 고통, 추억과 유쾌한 시간들까지를 선사한다. 표제작 「나는 잘 지내고 있어」는 오래된 사랑을 간직한 채 쓸쓸한 시간 속에서 세상을 떠돌던 친구에게 받은 가슴 저미는 인사말이다. “나는 잘 지내고 있어”라고 늘 담담하게 안부를 전하던 친구에게, “그래. 이젠 정말 잘 지내라”라고 말해주는 화자…. 결코 잊혀지지 않는 그 무엇인가를 간직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담담한 시선이 감동적이다. 야생의 코끼리처럼 원초적인 절망을 향해 복수를 꿈꾸는 주인공 영수의 비가(悲歌)인 「코끼리는 기억한다」, 생을 마감할 의미를 찾아 사막으로 떠난 여자의 이야기인 「사막 여행」에서는 우애령의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메마르지만 강인하고 끝없는 상상력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여자’의 모습이 더욱 강렬하게 읽힌다. 「아주 짧은 소설들」은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담긴 12편의 짧은 글들이다. 유쾌함과 반전이 절묘한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내용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애령의 글에 대해 소설가 박완서가 들려주었던 평이 저절로 떠오른다. “사람의 마음을 어쩌면 이렇게 편안하고 재미있게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살살 펼쳐 보일 수가 있는지 그 솜씨가 놀랍다. 우애령이 보여주는 보통 사람의 마음은 우선 귀여워서 좋다. 자신에 대해 안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도 슬그머니 친근감을 갖게 만든다.” 작품집 『파두』를 통해, “속수무책의 내딛는 감정이라는 사랑학 제1장을 비교적 담박한 연설로 설파하고 있다”는 평을 들은 이영희는 새 작품들에서도 오묘하고, 뜨거운 사랑의 면면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영희 작품의 진면목은, 한반도를 넘나드는 공간적 확장 속에서 풀어가는 이야기의 구조 자체에 있다. 이것이 바로 여성소설이 흔히 범하기 쉬운 감상성과 상투성을 지양하는 이영희만의 방법일 것이다”라는 극찬에 걸맞게 다양한 공간 속의 매력적인 인물들을 만나게 해준다. 「디도의 눈물」은 오페라 「디도와 아이네아스」 공연장에서 만나 한눈에 사랑에 빠진 그와 그녀의 대화가 의미심장한 소설이다. “떠나는 아이네아스를 보며 여왕 디도가 자결할 때 소름이 끼쳤어. 나는 죽음까지 갈 수 있는 그런 사랑이 마음에 들어.” 샹그릴라의 꿈을 찾아온 미얀마에서 만난 묘령의 여인과 그곳에서 흘러가는 남자의 나른한 시간들을 좇고 있는 「샹그릴라의 카이」는 담백한 문체가 일품이다. 한쪽 눈은 푸른색이고 한쪽 눈은 갈색인 오드 아이가 인생의 콤플렉스인 그녀의 절실한 사랑의 외침, 「아드난에게」가 주는 감동도 만만치 않다. “나 잊을 거니? 카리브, 엘모르도… 가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남자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자 모습이 아름다운 「엘모르 요새의 그림자」는, 밥 말리의 노래 「노 우먼 노 크라이」와 어우러져 더욱 가슴을 파고들고, 집시 여인과의 사랑에 인생을 건 기타리스트 아버지를 찾아 스페인으로 간 딸 리아의 이야기 「올레 플라멩코」는 우리들 모두의 인생을 향해 “올레!”를 외치고 싶게 한다. 그리움이 자리 잡고 있는 동안은,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유숙희의 소설에는 까닭 모를 페이소스를 일깨우는 따스한 감성이 가득하다. 「그때 그 오리들은 어디로 갔을까?」는 “언제가 제일 좋은 날들이었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딸을 향해 써내려간, 추억이란 보관함에서 꺼낸 단연코 반짝이는 보석 같은 이야기다. 병원침대에서 나는 젊었을 적 한때를 떠올리는데, 그 속에는 재잘거리는 아이들과 다정한 남편, 그리고 한 가족처럼 빛나는 시간을 만들어줬던 새끼오리들의 추억이 함께한다. “호요호요호요…” 콜로니얼 파크의 호수에서 넓은 세상으로 나간 오리들을 부르는 아빠의 목소리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기억하며 지난 시간을 관조하는 주인공의 행복한 시선이 독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꿈이라면 되네……. 아무런 꿈인들 어떤가. 꿈을 가지시게. 그리하여 풍선에 매달고 올려보는 것이라네. 초록색, 청색, 붉은색, 노란색……. 아무 색이면 어떤가. 꿈을 가지시게나. 슬픔을 지울 수 있는 꿈.” 오래전 고등학교 동창으로 만난 삼십여 명의 친구들이 해외 합창제에 참가하는 과정을 잔잔하게 때로는 다이내믹하게 묘사하고 있는 「슬픔을 지울 수 있는 꿈」은, 즐겁고 애틋한 꿈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끈끈한 연대감을 감동적으로 전해준다. 과연, “인생에 대한 사유, 관조의 세계가 진지하게 터치되고 있다. 그리운 대상에게 독백하듯 풀어나가는 섬세하고 예리한 필치…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에 대한 성찰의, 새벽 종소리의 여운처럼 독자의 가슴에 까닭 모를 페이소스를 일깨운다”는 전작에 대한 평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민선기의 작품은, “작은 이야기를 통해 큰 것을 생각하게 한다. 표현은 잔잔하고 나른한 우수를 느끼게 하는 격이 있다. 섬세한 세공을 거쳐 사물의 진국에 다가서려는 솜씨가 좋다”는 기존 작품의 평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준다. 「어렸을 적에 나는」은 첫사랑과 어린 시절에 대한 미소 어린 이야기다. 오래전 종숙이 언니의 숨겨진 사랑을 엿보고 만 나는 그 비밀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아픈 기억이 있다.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언니는 우여곡절 끝에 그 옛날의 촌스러운 첫사랑을 이루었다는데…. “나는 그때 5학년이었고, 「좁은 문」에 나오는 것과 같은 정신적인 사랑을 꿈꾸고 있었다. 어렸을 적에 나는 남녀 간의 사랑은 숭고하고, 멋있고, 휘황찬란하고 너무 두꺼워 빛 한 점도 통과할 수 없는 커튼 사이로 한 줄기 새어나오는 찬란한 햇빛과 같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절대 초라할 수가 없었다.” 이제 첫사랑의 순정에 자못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한참은 어른이 된 ‘나’의 심리 전달이 진국이다. 「여름꽃」은 편지글 형식이 독특한 독백의 장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어린 시절 움직이는 그림책인 하늘을 친구 삼아 보내던 나. 지금은 구름을 보며 마르지 않는 빨래나 눅눅한 방을 생각하는 그림책을 잃어버린 나는, 가난한 청년과의 결혼에 대해, 뒷집에 사는 여자와 그녀의 ‘아기’에 대해, 그리고 남편이 만들어놓은 꽃밭과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당신이 다시 한 번 내 쪽을 바라보기를 기다립니다. 색을 잃은 하늘 대신 하늘색 블라우스를 입은 나를 바라보기를 기다립니다”라고 읊조리는 나의 절절한 독백이 독자에게 소설의 성찬을 선사해준다. 일러스트레이터 엄유진의 그림들이 책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