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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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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2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348g | 128*188*30mm
ISBN13
9788951029127

책 속으로

지독한 모멸감이 온몸으로 번지는 순간에도 그녀는 고개를 들고 있었다.
차가운 바닥의 한기가 온몸으로 번지며 입술에서 흐른 피가 바닥을 적시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는 모습은 그가 처음 그녀를 납치하듯 끌고 온 날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내게 이러는 이유가 뭐냐? 왜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이냐. 다른 여인과는 다르게 널 대하였다. 그런데 왜 날 이토록 아프게 하는 것이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어느 꽃보다도 아름다운 여자. 하지만 품을 수 없는 여자가 그를 바라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꽃은 꺾어서 버리면 그만입니다.”
그의 두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왜 날 용서하지 못하는 것이냐. 왜 그날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냐. 그저 지난 일이라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냐.”
그녀의 눈에 설핏 눈물이 지났다.
“그저 지난 일로 왕께서는 제 일가를 몰살하셨습니다. 그저 이년이 다른 곳으로 정혼자가 정해졌다는 이유로 몰살하셨습니다. 그것이 마음을 열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는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객기. 취기. 그리고 질투가 만들어낸 젊은 날의 그림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
“난 그대를 연모하였다.”
“연모라는 이름의 탐욕이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죄인입니다. 절 내치시던 죽이시던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는 눈앞의 여인을 보았다. 오늘은 중양절이었다.
그의 나이 이제 겨우 스물여섯. 그녀의 나이 열아홉의 날이었다.
그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모든 이들이 보고 있었다. 하인과 나장들. 그리고 다른 후궁들이.
그는 눈을 꾹 감았다가 다시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화비를 후원으로 유폐한다. 후원에서 양전각으로 오는 것을 금하며 누구도 후일 화비에 대하여 입을 여는 자는 참수형에 처하겠다.”
그는 서늘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뒤돌아서서 양전각을 빠져나왔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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