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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엮으며
1부 말하라, 어서 말하라 백무산 ‘그래도 그 덕택에’ 이데올로기 문동만 죽여서 죽었다 황규관 죽음에게는 먼저 김해자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사람들 신용목 용산의 당신에게 송경동 이 냉동고를 열어라 이종수 쥐덫이 작품이 되는 세상 나희덕 신정 6-1지구에서 용산 4지구까지 이영광 유령 3 이민하 죽은 새들의 행진 권현형 푸른 책 검은 책 서영식 목구멍이 포도청 한우진 찔레나무 이진희 남일당 미사 박시하 어찌하여 죽은 사람들이? 최창근 아주 조용한 나날들 2부 거리에 두고 온 시 정희성 (작품 받아야 함) 이시영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도종환 그해 여름 홍일선 그날, 붉은 달이 장엄하셨다 손세실리아 거리에 두고 온 시 박후기 난간에 대하여 손택수 나무의 수사학 5 안현미 뉴타운천국 김윤환 新바벨탑 박민규 진혼가 3부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한지혜 누가 망루에 불을 질렀는가 신형철 용산, 참혹하고 치명적인 시(詩) 염무웅 우리 시대에 던지는 용산의 질문 공선옥 지금 당장 용산으로 가야 한다 김미월 다음은, 나중은, 조금의 여유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지요하 역사를 만드는, 역사에 남을 용산미사 김경인 2009년 1월 20일, 하느님은 떠나셨다 윤예영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오창은 용산 4지구 안에서 우린 모두 난쟁이 은승완 내 이름은 용산 남일당입니다 이만교 이상림 할아버지께 4부 우리는 달려간다 용산으로 권여선 우리는 달려간다 용산으로 차미령 기다리는 능력, 잊지 않는 힘 진은영 용산 멜랑콜리아 이상실 빈소 앞에서 윤이형 정의가 우리와 함께하기를 함돈균 정녕 당신이 보시기에 참 좋습니까 양윤의 당신의 외투를 벗어 망루에 돌려달라 이선우 용산, 추방당한 자들의 나라 5부 용산에 가면 시대와 예술이 보인다 이윤엽 용산에서 우리가 철거당하고 있다 김종도 불꽃과 함께 사라지다 이동수 용산에 가면 시대와 예술이 보인다 조약골 그들이 무섭고 싫다는 친구야, 이 방송을 들어보렴 노순택 히틀러만이 사람을 태워 죽인 것은 아니다 부록 시사만화 및 미술작품 작가선언6·9 용산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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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 장로님이 서울시장을 하실 때, 그분은 서울을 매우 사랑하사, 하느님께 봉헌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제 누가 서울을 은혜로운 땅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2009년 1월 20일 이후, 하느님은 그곳을 떠나셨다. 아픔 없이는 부를 수 없는 이름들이 있다. 4.3년 제주와 80년 광주가 그러하다. 그리고 2009년 우리는 그 목록에 ‘용산’이라는 또 하나의 참담한 이름을 추가하게 되었다. --- 김경인 「2009년 1월 20일, 하느님은 떠나셨다」 중에서
변호인이 없어도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재판장은 말했다. “그렇다면 돌아앉게 해주십시오. 나는 변호인이 없습니다…… 나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천천히, 나지막하게 떨리면서 법정에 퍼지던 피고인들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그러나 내가 분노하는 것은 그들의 목소리에 물기가 어려 있어서가 아니다. 그날 나는 줄곧 추상적으로만 받아들이던 어떤 현실을 10미터 거리에서 직접 보았다. 최소한의 인권조차 무시당한 채, 최소한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 채, 권력이 한쪽의 증거만 취사선택해 제시하는 부당한 법정에 한 인간이 피고인으로 계속 서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나라가 있다. 나는 그 나라의 국민이었다. --- 윤이형 「정의가 우리와 함께하기를」 중에서 신용산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걷다 보면, 2009년 1월 20일 전소된 남일당 건물이 그날의 참상을 증언이라도 하는 듯 서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곳에는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의 마음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기도 합니다. 망루에서 돌아가신 이상림 할아버지께서 운영하시던 ‘레아호프’ 안팎은 각종 전시회가 열리는 갤러리가 되었고, 4구역 안쪽의 무교동 낙지 건물은 ‘낙지도서관’이 되었습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어린이책 한마당도 열렸고, 애니메이션 상영회도 열렸습니다. 시민 여러분들, 문학인들, 음악인들, 미술인들, 학생들이 다녀갔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그곳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작은 공동체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용산은 여전히 더 많은 분들의 발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 차미령 「아룬다티 로이와 용산참사 200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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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이것은 사람의 말”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정의는 승리할 것이고 희망은 배반되지 않을 것이다” 2009년 들어 그간 어렵게 일궈온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논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쌍용자동차 파업과 용산참사 등 일련의 사회적 사건들이 강제로 봉합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체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9년 5월 29일 30여 명의 문인들이 첫 모임을 가진 후, 6월 9일 192명의 문인이 ‘6·9작가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모인 문인들은 이후 ‘작가선언6·9'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공간을 통해 활동방향을 논의해왔다. 이들을 하나로 묶은 구심점은 ‘용산참사’였다. “용산참사 헌정문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는 이들의 자발적인 연대를 통해 이어져온 활동의 중간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 문집을 단순히 한 단체의 활동을 돌아보고 기념하는 의례적인 결산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 이들의 대사회적 발언과 시대공감이 비로소 첫발을 뗐을 뿐이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정한 나라”, “참담한 시대”를 향한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절규 수록된 120여 편의 시와 산문, 그림, 사진 등은 6·9작가선언 이후 온라인 등의 매체에 릴레이 기고되어왔던 작품들이다. 참여한 문화예술인은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사진작가, 화가, 만화가 등으로 모두 ‘용산참사’를 시발점으로 하여 자발적으로 모여든 이들이다. 1부와 2부는 시, 3부와 4부는 산문, 5부는 판화, 사진, 그림 등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엮었으며 부록에는 만화와 문화예술인의 연대 활동 기록을 수록하였다. 지난 10월 28일 용산참사 1심 선고공판에서 이 나라의 사법부는 희생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이제 날은 점점 더 추워지고 희생자 가족들은 지쳐갈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우리 역시 뜨거웠던 분노와 울분을 쉬이 잊을 것이다. 모두가 대표이자 회원인 ‘작가선언6·9’의 슬로건은 “근본적으로, 구체적으로, 지속적으로”이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선언6·9’는 다음과 같은 절창으로 절규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위정자들과 치안관계자들에게 이 책의 가장 차가운 부분을, 망루에서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들과 지금도 용산을 지키고 계신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의 가장 뜨거운 부분을 바친다. 비정한 나라에 무정한 세월이 흐른다. 이 세월을 끝내야 한다. 사람의 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의 말”이 외면당하는 “비정한 나라”, “무정한 세월” 속에서 제2, 제3……의 ‘용산참사’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 틀림없다. 당장 철도노조파업에 대응하는 방식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하여 “사람의 말을 멈추지 않”겠노라는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연대와 발언이 반갑고 기쁘고 고마운 한편 서글프다. 이제 21세기 한국 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는 MB식 잔혹사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법은 작가선언6·9의 슬로건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근본적으로, 구체적으로, 지속적으로” 두 눈 똑바로 뜨고 바라보기, 차곡차곡 기억해두기. 그저 이 책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가 처음이자 마지막 기록으로 남기를 바랄 뿐인 우리의 무기력은 그 ‘잊지 않음’과 ‘외면하지 않음’으로만 치유될 수 있지 않을까. * 릴레이 기고에 참여했던 작가들의 글과 만화, 그림 등의 작품을 하나로 묶은 이 책의 수익금은 용산참사 추도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