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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동화에 혹하다
평탄하지 않은 세상, 덤벙덤벙 동화 읽기
박윤수
이순 200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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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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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 당신의 동화는 안녕하세요·

· 넘어지면 죽는다, 넘어져야 산다 - 삼년고개
· 내가 아는 것이 정말 아는 것일까 - 호랑이와 곶감
· 누가 나그네의 옷을 입힐까 - 사윗감을 찾아 나선 쥐
· 거울 속에 비친 당신은 누구인가 - 욕심 많은 개
· 아내여, 나는 그 여인을 모른다 - 멸치의 꿈
· 어머니는 왜 신발을 벗었을까 - 북두칠성이 된 형제
· 환상은 나의 힘 - 우렁이 각시
· 너희가 수염을 아느냐 - 꼬마 사또
· 두 문화의 충돌과 화해 - 며느리 방귀
· 가장 여성적인 것이 세상을 구원한다 - 구렁덩덩 신 선비
· 누가 며느리를 구원할 것인가 - 자린고비
· 몸은 내 존재의 알파다 - 도깨비감투
· 나 아니면 누가 내 이름을 크게 외치랴 - 울산바위의 비밀
· 당신은 진짜인가, 가짜인가 - 옹고집전
· 눈 뜬 장님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걸까 - 심청전
· 욕망이 나를 먹어치운다 - 소원을 들어주는 항아리
· ‘왜’라고 묻는 사람과 ‘어떻게’라고 묻는 사람 - 솜 장수 넷, 고양이 다리 넷
· 아웃사이더가 그리워지는 시간 - 돌아라, 맷돌아
· 내 안의 이방인과 만나자 - 해와 달이 된 오누이
· 사람은 과연 만물의 영장인가 - 토끼의 재판
· 누가 배부른 돼지의 정신적 허기를 채워주랴 - 돼지는 맞돈을 내고 먹는 줄 알았지
· 당신 내면의 혹과 친해지라 - 혹부리 영감
· 음양은 관계의 논리다 - 요술 부채
· 심심해서 만들어놓고 보니 세상이라 - 마고할미

참고문헌

저자 소개

저자 : 박윤수
1970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20대 초반에 처음으로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이후 지금까지 책이 주는 경이로움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삶에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책 읽는 것과 산에 오르는 것, 그리고 아이들과 노는 것이다. 이를 인생의 삼락(三樂)으로 여긴다. 『불혹, 동화에 혹하다』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가 새롭게 동화에 빠져들어 사색한 결과물이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2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83g | 148*210*20mm
ISBN13
9788901103181

책 속으로

아이들을 재운 뒤 나는 계속 동화를 읽었다. 아이들이 아닌 나를 위해 읽는 동화. 일곱 살 어린 소년이 삶의 무게에 휘청대는 불혹의 어른으로 자란 사이,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날이야기들의 결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옹고집 영감은 더 이상 탐욕스런 고집불통 노인네가 아니었다. 한밤중에 오누이와 대결하던 무시무시한 호랑이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존재였다. 사람 눈에 띄지 않게 하는 갓을 쓰고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갓장이의 모습에선 일상에서 잠시 놓여나고 싶은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동안 살면서 몸에 새긴 체험들이 동화와 만나는 순간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동화의 새로운 발견이다. 그 속에서 연암과 마그리트, 융을 만났고 대학 시절 존경했던 스승도 만났다.
---p.12

삼년고개 안쪽에 남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머물러 살아가는 자리가 바로 삼년고개임을 모른다. 절대 알지 못한다. 그들은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설 줄 모른다. 넘어진 채 살아간다. 당신 앞에 고개가 놓였는가? 거기에서 넘어지면 3년은 고사하고 3일도 살지 못한다고 고개가 윽박지르는가? 무서운가? 그렇다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 것인가? 넘어지고 또 넘어지자. 고개의 금기를 깨버리자. 장애물은 고개가 아니라 내 안의 두려움이다.
---p.22

아내가 밤마다 남편을 만나러 가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으리라. 자식들이 아무리 잘 해 줘도 거기엔 한계가 따르게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아내가 남편을 만나러 가는 것은 일종의 욕망으로 읽을 수 있다. 낮에는 먹고 사느라 신발을 신고 아등바등 일하느라 바빴다. 말하자면 낡고 해진 신발을 신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밤이 되면 낮이라는 현실을 벗어 놓는다. 아니 벗어버린다. 이제는 생업과는 다른 욕망을 꿈꾼다. 낮 동안 소외되고 무시되고 배제된 욕망을 찾아 나선다. 비록 죽은 남편이지만 남편을 만나면 행복할 것 같다. 그래 밤마다 남편의 무덤으로 향한다. 이런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어머니는 냉기가 감도는 개천 찬물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첨벙첨벙! 두 발을 빠뜨려가며 그렇게 밤마다 자신만의 루비콘 강을 건너는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pp.72-73

지혜는 수염처럼 가만히 놔둔다고 해서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어쩌면 지혜로운 자는 거울을 보며 수염을 자를지도 모른다. 수염은 권위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지혜는 바로 이런 권위를 면도한다. 이런 면도질이 곧 수염 기르는 것임을 그는 안다. 이 앎이 바로 지혜다. 수염을 기르고 싶은가? 그럼 수염을 잘라라. 그게 곧 수염을 기르는 방법이다.
---pp.91-92

방귀-기계란 말이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며느리의 입성을 새로운 문화와 만날 수 있는 유쾌한 기회로 생각하면 어떨까? 쉽지 않은 주문이다. (……) 하지만 장자莊子도 말하지 않았던가? 날개가 없어도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방귀 뀌는 며느리와 함께 살다보면 그런 기회를 맛볼 수 있다. 고로 며느리의 방귀를 용납하는 것은 그렇게 불유쾌한 체험만은 아니다. 물론 거기엔 내 것에 대한 고집을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희생의 반대편에는 즐거운 모험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p.101

동화는 감투를 쓰는 순간 자신의 정체성도 사라진다고 경고한다. 이를 ‘몸의 사라짐’이란 은유를 통해 보여준다. 감투를 쓰는 순간 우리는 지금까지의 나와 전혀 다른 나로 변신한다. 해서 지금의 나와 영원히 결별할 수도 있다. 이전과 다른 나로 만드는 도깨비 같은 감투. 그런 감투는 세상에 얼마든지 존재한다. 동화는 이를 경계한다.
---p.132

마고할미는 심심했다. 그래서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 결과물로 만들어진 것이 국자, 황소, 전갈 모양의 별자리였다. 해님과 달님도 만들었다. 덕분에 대지의 식물들은 무럭무럭 잘 자랐다. 사람들도 태어나 살기 시작했다. (……) 세상을 창조한 놀이는 얼마나 소중한가? 신의 세계 창조도 바로 이 놀이로부터 시작됐다고 하지 않는가. 놀이는 일종의 축제고, 삶의 활력이며 창조력의 원천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논다는 것은 무능의 징표이다. 일하지 않는 시간은 무의미하고, 생산하지 않는 시간은 무용하게 여겨진다.(……) 마음에 마고할미가 좌정할 자리 하나 만들자. 풍요로움의 ‘기호’만을 갖고 살지, 실상은 빈곤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이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없을 것 같다.

---pp.232-234

출판사 리뷰

인문학의 창을 통해 새롭게 읽은 매혹의 고전동화
할머니 무릎에 누워 옛이야기를 듣던 7살 소년이 자라 어느 덧 어른이 되었다.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흔들림이 없어야 할 나이 불혹(不惑)이 되었지만, 세상은 여전히 어지럽고 마음은 표류한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 시대의 평범한 40대 가장. 고단한 일상을 위무할 방법은 터득했을지 몰라도 세상살이의 이치는 말처럼 그렇게 쉽게 깨칠 수 없는 나이다. 그런 저자가 인간과 세상사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펼쳐든 것은 바로 동화책. 밤마다 이야기를 해달라고 보채는 아이들을 위해 다시 찾은 옛이야기에는 할머니의 주름처럼 풍부한 삶의 지혜와 강령이 담겨 있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나’를 위한 동화 읽기. 삼십 년 만에 다시 만난 동화 속에서 옹고집 영감은 더 이상 탐욕스런 고집불통 노인네가 아니었고, 한밤중에 오누이와 대결하던 무시무시한 호랑이는 내 안에 자리한 ‘이방인’에 다름 아니었으며, 도깨비감투를 쓴 갓장이의 모습에서는 일상에서 잠시 놓여나고 싶은 ‘나’의 모습이 보였다. 살아오면서 몸에 새긴 체험들이 동화와 만나는 순간,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삼년고개」, 「호랑이와 곶감」, 「혹부리 영감」 등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전래동화를 인문학의 창을 통해 새롭게 읽어내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미덕. 마그리트의 그림과 연암의 소설, 그리스?로마 신화, 성서를 포함한 동서고금의 고전이 전래동화 24편과 만나 빚어내는 사유의 향연은 동화 읽기의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신화학과 정신분석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동화 해석은 잊혀진 ‘나’의 꿈과 상처, 그리고 욕망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삶에 대한 수많은 의혹과 갈등에 답하는 옛이야기의 힘과 매력을 발견한 순간, 동화의 마력에 미혹(迷惑)되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제2의 성장통을 앓고 있는 어른들을 위한 인문 동화
불혹의 나이에 다시 동화를 읽으면서 저자가 해석의 키워드로 삼은 것은 ‘성찰’이다. 이는 동화라는 거울을 통해 지나온 삶과 현재의 자신을 반추하고자 하는 저자의 웅숭깊은 속내를 보여준다. 성찰 없이는 구원 받을 수 없다. 그렇기에 개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고 적으로 간주한 「욕심 많은 개」는 반성적 성찰이 결여된 존재요,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게 되어 죽음에 이른 나르키소스는 자기애의 참혹한 귀결을 맛보았고, 우물에 비친 오누이를 잡아먹으려 한 호랑이는 결국 썩은 동아줄을 받게 된다.
자신을 온전히 성찰할 때 비로소 내면의 혹, 즉 내 안의 그림자(이방인)도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혹부리 영감의 혹은, 거추장스럽지만 늘 달고 다녀야 하는 내면의 상처, 그림자, 트라우마의 다른 이름이다. 자신의 혹을 인정했던 착한 혹부리 영감이 도깨비방망이를 선물로 받았던 것처럼 동화 「혹부리 영감」은 우리 내면의 그림자와 친해질 것을 주문한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욕망은 긍정하는 동시에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밤마다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 맨발로 냇물을 건넜던 어머니의 욕망을 ‘신발’이라는 상징을 통해 읽은 「북두칠성이 된 일곱 형제」에서 저자는 배제된 욕망은 보듬고 보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동화 「멸치의 꿈」이나, 성서에 묘사된 요셉과 야곱의 꿈 이야기 등을 통해서는 무의식이 전하는 메시지에 주목할 것을 역설하지만, 「소원을 들어주는 항아리」와 「판도라의 상자」에서는 주체 스스로가 욕망을 통제할 수 없을 때 어떤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지를 보여준다.
성찰하고 경계해야 할 것은 내면뿐만이 아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사또를 무시하는 시골 아전들의 행태에서 관습의 지독한 관성과 폐해를 엿본 「꼬마 사또」, 사회적 감투에 갇혀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 것을 경계한 「도깨비감투」, 물신시대의 유쾌한 풍자로 읽은 「돼지는 맞돈을 내고 먹는 줄 알았지」 등에서 저자는 사회의 부조리, 관습의 횡포를 읽어낸다.

인간과 세상사에 대한 해답을 동화에서 찾다
습속의 가장 무서운 힘은 금기를 내면화하는 것이다. 저자는 경화(硬化)된 사고방식에 경종을 울리는 동화를 소개하면서 생각의 방식을 전환할 것을 주문한다. 「삼년고개」는 금기의 다른 이름이다. 고개에서 넘어지면 앞으로 3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금기는 내면화된다. 그러나 삼년고개라는 금기가 어디에도 없는 것을 깨달을 때 내면화된 금기는 파열된다. 금기를 던져버리는 순간 자유를 얻는 것이다. 「호랑이와 곶감」에서 숲에서만 살던 호랑이에게 달콤한 곶감이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고로 나의 앎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지 말 것. 「사윗감을 찾아 나선 쥐」에서 딸의 신랑감을 찾아 나선 쥐 부부는 ?님, 먹구름, 바람, 돌부처, 쥐 등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를 찾아 나섰지만 그 어느 것도 절대 강자가 아님을 깨닫는다. 한 시대의 패러다임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외에도 저자는 남성 중심적 시각을 걷어내고 여성성에 주목해 몇몇 동화를 새롭게 평가한다. 괴물을 물리쳐 공주를 구하는 남성 영웅과 달리, 자신을 필요로 하는 존재들에게 도움을 손길을 주면서 주어진 시험을 성공적으로 끝낸 「구렁덩덩 신 선비」의 막내딸을 통해 여성적 모험담의 전형을 읽어내고, 「자린고비」 이야기에서는 여성잔혹사의 다양한 면모를 살피면서 남성성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는다.
또 빨간색 부채를 부치면 코가 길어지고 파란색 부채를 부치면 코가 짧아지는 「요술 부채」 이야기에서는 음양의 조화와 조화의 논리를 궁구(窮究)하고, ‘심심해서 세상을 창조했다’는 「마고할미」 전설에서는 ‘놀이’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논다는 것은 무능의 징표다. 일하지 않는 시간은 무의미하고, 생산하지 않는 시간은 무용하게 여겨진다. 저자는 풍요로움의 ‘기호’만을 갖고 살지, 실상은 빈곤한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마고할미의 여유와 넉넉함이라고 말한다.

추천평

불혹을 앞둔 제자가 지천명의 선생을 찾아와 제 원고를 말없이 내민다. 강의실에서의 기억은 오래되어 가물가물하다. 며칠 뒤 책상을 치우다가 문득 그 사이 문서 더미 속에 끼어든 글을 보았다. 참 이걸 놓고 갔었지. 무심히 펼쳐 보다 어느새 글 속에 빠져들어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이것 봐라! 글이 생생하고 성성했다. 생각이 웅숭깊고 따뜻했다. 그는 대학원에 다닌 적이 없고, 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평범한 선생이다. 일상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땀땀이 적어나간 그 글은 일종의 경건한 제의랄까, 때 묻지 않은 한 영혼의 순결함이 느껴진다. 익숙한 동화가 동서고금의 고전과 만나 빚어내는 사유는 결이 곱고 묵직하다. 고맙지 않은가. 그래서 덮어놓고 출판해야 한다고 마구 우겼다.
정민(한양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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