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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군트 왕국의 크림힐트 공주는 출중한 미모가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이 구혼을 해오는데, 네덜란드의 영웅이자 왕자인 지크프리트 역시 크림힐트 공주와 결혼하고자 부르군트 왕국을 찾는다. 부르군트 왕국의 왕이자 크림힐트 공주의 오라버니인 군터왕은 이슬란트의 여왕 브륀힐트에게 청혼하려 한다. 그런데 브륀힐트 여왕은 자신이 제시하는 세 가지 시합 가운데 하나라도 지면 상대방을 죽이고 마는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이에 청혼을 망설이는 군터왕을, 지크프리트가 돕게 되고 이렇게 해서 두 쌍은 결혼하기에 이른다. 몇 년 후 군터왕의 초대를 받은 지크프리트와 크림힐트가 부르군트 왕국에 찾아오며 비극은 싹튼다. 다름 아니라 크림힐트와 브륀힐트는 서로 자기 남편이 고귀하다고 자존심 싸움을 한 끝에 브륀힐트가 수모를 겪은 것이다. 이에 분노한 군터왕의 가신 하겐이 지크프리트를 암살하자고 군터왕을 유혹하고 군터왕은 끝내 이를 묵인한다. 남편 지크프리트의 죽음에 크림힐트는 세상이 끝난 듯한 슬픔과 비탄에 빠진다. 그리고 하겐은 크림힐트에게서 사랑하는 남편만 앗아 간 것이 아니라 니벨룽의 보물까지 몽땅 앗아 간다. 한편 훈국에서는 왕비를 잃은 에첼왕에게 신하들이 크림힐트와 재혼할 것을 권하고, 크림힐트는 에첼왕의 힘을 빌어 복수하겠다는 생각으로 청혼을 받아들인다. 다시 여러 해가 흘렀으나 복수의 집념을 간직해 온 크림힐트는 마침내 훈국으로 군터왕과 친척들, 하겐을 비롯한 신하들을 초대하고는 죽고 죽이는 피의 복수를 벌여 부르군트 왕국에서 온 모든 이를 죽이고 자신도 죽임을 당함으로써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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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화사의 세계문학전집
01 괴테의 여우 라이네케
볼프강 폰 괴테 지음|윤용호 옮김|256쪽|값 8,800원 02 샘솟는 분수 마틴 발저 지음|고승모 옮김|512쪽|값 20,000원 03 유년시절의 정체성 마틴 발저 지음|권선형 옮김|640쪽|값 20,000원 04 어머니와 아들 마리안네 프레드릭쏜 지음|공경희 옮김|520쪽|값 15,000원 05 헤세의 이야기꾼 헤르만 헤세 지음|피종호 옮김|336쪽|값 9,800원 06 동방박사와 헤로데 대왕 미셸 뚜르니에 지음|이원복 옮김|312쪽|값 9,800원 07 니벨룽의 대서사시 임용호 옮김|416쪽|값 15,000원 08 마왕(근간) 미셸 뚜르니에 지음 09 시와 진실(근간) 볼프강 폰 괴테 지음 10 반복(근간) 페터 한트케 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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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민족의 이름을 빛나게 해주는 『니벨룽의 대서사시』에 관하여
『니벨룽의 대서사시』의 탄생
봉건 사회의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12~13세기 서유럽에서는 성실과 명예, 경건, 부인에 대한 봉사 등을 덕목으로 삼는 기사도 정신이 꽃을 피워 사회 구석구석을 지배하는 윤리로 군림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이 기사도 정신과 귀부인 숭배를 주제로 한 기사 문학이라는 문학 장르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는데, 이 『니벨룽의 대서사시』(Das Nibelungenlied)』는 기사 문학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니벨룽의 대서사시』는 씌어진 정확한 연대와 작가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12세기 후반 혹은 13세기 초반에 이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는 도나우강 주변의 지리에 밝은 기사나 음유 시인에 의해 씌어졌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을 뿐이다. 그 내용은 유럽에서 민족 대이동이 있었던 시대(4세기 말~6세기 말)의 영웅 설화와 북유럽의 신화가 짜맞추어지고 집대성된 것으로, 전 39장? 2444(한 절은 4행이다)절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 19장까지가 전편이고 이후의 20개 장이 후편이다. 모든 영웅 설화처럼 『니벨룽의 대서사시』는 437년 훈족이 라인 지방에서 부르군트 왕국을 멸망시켰던 일과 453년 훈족의 왕 아틸라가 잠자리에서 갑자기 각혈을 하고 게르만 계통의 왕비 곁에서 급사한 일 등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다. 브륀힐트 또한 역사 속 실재 인물이다. 『니벨룽의 대서사시』가 등장했을 때 독일은 이미 그리스도교 문화권에 속해 있었으나 이야기의 토대가 되고 있는 것은 신들의 시대이다. 그러므로 등장 인물 대개가 그리스도 교도이고 교회가 종종 등장하는 한편, 신들을 모시던 시대의 가치관을 계승하여 명예를 중시하는 전통이 밑바탕에 흐르고 있다. 중세의 전설 전파 양식 속에서 성립된 『니벨룽의 대서사시』 독일의 인쇄술 창시자인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하기 시작하는 것이 1434~1444년의 일이니 『니벨룽의 대서사시』가 씌어진 시대에는 책이란 전부 양피지에 필사한 사본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필사한 사람에 의해 내용의 일부가 생략되거나 덧붙여질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중세의 독특한 전설의 전파 양식이 되었다. 이로 인해 판본에 따라서는, 지크프리트가 크림힐트를 만나기 전에 브륀힐트를 만나 사랑하지만 크림힐트와 결혼하자 브륀힐트가 크림힐트를 질투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가 하면, 하겐이 크림힐트를 연모하여 그녀의 사랑을 차지한 지크프리트를 죽이는 것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현재까지 발견된 『니벨룽의 대서사시』의 사본은 30여 종에 이른다. 오늘날에도 그 모습을 조금씩 바꾸며 꾸준히 출판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어느 것이 원전에 가장 가까우냐에 대한 논란은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충의, 정절, 욕망을 그린 게르만 민족의 문학 이러한 탄생 배경을 지닌 『니벨룽의 대서사시』에는 독일인 특유의 철저성이 잘 묘사되어 있어 그 기원과 정신에 있어서 게르만 민족적인 작품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독일은 괴테를 비롯한 하이네, 릴케, 카프카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많은 작가를 배출했지만, 정작 독일인의 정체성이 담긴 작품이 드물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유럽의 한복판에 위치하여 이리저리 나뉘는가 하면 여러 나라에 영토를 빼앗겼다 되찾았던 역사를 가졌기에 과거의 유산을 지키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니벨룽의 대서사시』야말로 현재까지 존재하는 독일의 유일무이한 신화라고 할 수 있다. 『니벨룽의 대서사시』의 특징이라고 하면 전편과 후편의 주제와 그것을 그려 내는 분위기가 판이하다는 점이다. 즉 지크프리트가 크림힐트와의 결혼에 성공하고 암살당하기까지의 전편에서는 지크프리트라는 영웅의 화려한 무용담이 이야기를 이끌고 있으며, 이에 곁들여 귀인들의 화려한 생활상이 거듭하여 묘사되고 있다. 또한 지크프리트의 죽음을 잊지 않고 또 한 번의 결혼을 통해 막강한 권력을 획득하여 처절한 복수를 하고 마침내 크림힐트 자신마저 죽음을 맞이하는 후편에서는 피가 피를 부르는 혈투를 불러일으키면서까지 죽은 남편의 원수를 갚으려는 크림힐트의 정절이 이야기를 이끄는 주제가 되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 나라의 고전 문학 작품이 인과응보와 권선징악, 충의와 정절, 신의 같은 덕목을 주제로 하고 있듯이 『니벨룽의 대서사시』는 등장 인물들로 하여금 중세 사회를 지배한 기사도 정신에 입각한 충의와 정절을 체현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본 『니벨룽의 대서사시』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아니 어찌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주제는 재물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과는 다른 판본에서 그려지고 있는 지크프리트를 향한 사랑에서 빚어지는 브륀힐트의 질투, 크림힐트를 향한 연모에서 빚어지는 하겐의 시기심, 그리고 두 여인의 자존심 다툼에서 이 비극이 초래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실은 지크프리트가 소유한 막대한 니벨룽의 보물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보물에 눈이 어두워진 하겐과 군터의 음모, 남편이 죽자 자신의 소유가 되었다가 하겐에게 빼앗긴 보물을 되찾으려는 크림힐트의 욕심으로 인해 피가 난무하는 복수극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리스의 『일리아스』와 독일의 『일리아스』라고 불리는 『니벨룽의 대서사시』 『니벨룽의 대서사시』에 대한 문학적 가치를 이야기할 때, 유럽 서사시의 모범이자 그리스 최고최대의 서사시 『일리아스(Ilias)』에 비견되고는 한다. 두 작품 모두 영웅들의 무용담을 그리고 있고 비극으로 끝을 맺으며 서사시라는 문학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흡사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두 작품은 퍽 대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첫째, 『일리아스』에는 서사시다운 파노라마틱한 아름다움이 있는 반면 『니벨룽의 대서사시』는 시 전체의 희곡적 구성이 한층 두드러진다. 둘째, 『일리아스』는 서사시적으로 진행되어 장면이 하나하나의 스토리가 되어 이어지는 데 반해 『니벨룽의 대서사시』는 지크프리트의 암살이 원인이 되고 크림힐트의 복수가 결과를 이루는 인과관계를 가지며 하나의 유기적인 극적 구성을 가진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19세기의 극작가 헤벨은 『니벨룽의 대서사시』의 원전을 고스란히 되살리면서 근대 정신을 불어넣은 『니벨룽족(Die Nibelungen)』으로 극화할 수 있었으며, 바그너는 『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로 악극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셋째로는 이미 지적했듯이 『일리아스』에는 서사시적 아름다움이 있고 장면 하나하나마다 재미가 있는 데 반해 『니벨룽의 대서사시』에는 동적이고 음악적인 효과가 있으며 전체적인 사건의 발전이 주는 재미가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중세 최고의 영웅 서사시??독일 기사 문학의 최고봉??현존하는 유일한 독일 민족의 신화?……. 이는 지금까지 살펴본 『니벨룽의 대서사시』를 표현해 주는 말들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문호 볼프강 폰 괴테는 『니벨룽의 대서사시』를 가리켜 교양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했으며, 독일의 어느 문학사가는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했다. 만약 독일 민족이 이 지상에서 멸망해 버린다면, 그때 그 이름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것은 『니벨룽의 대서사시』와 「파우스트」일 것이다.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니지는 않았지만 웅대한 구성과 유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필치를 지닌 『니벨룽의 대서사시』는 괴테가 등장하기 이전의 문학 작품 가운데 가장 높이 평가받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