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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다양한 문화적 표정과 목소리들
이 책은 일상과 문화가 구분되지 않는 오늘날의 다양한 문화현상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문화가 몸과 무의식'이라는 점이다. 즉, 문화는 우리의 몸을 관통하며 무의식을 구성하는 운동성이고, 취향의 무의식이 발현되는 독특한 영역이다. 이 책의 제목이 한자와 한글이 병기된 《雜多 잡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먼저 한자인 '雜多'는 저자가 옹호하고자 하는 문화적 다양성을 의미하고 있으며, 한글 '잡다'는 손으로 물건을 만진다는 기초적 의미의 한국어 동사로서 저자가 주제를 포착하고 몸으로 경험한 문화현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50편의 글로 이루어진 이 책은 틀에 짜인 하나의 문화이론에 얽매이기보다는 그 문화를 향유할 당시 저자가 읽어내고 경험한 우리 시대의 다양 한 문화적 표정과 목소리에 더 주목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저자에게 포착된 문화현상들은 50편의 글 속에서 매우 자유롭고 다양하게 펼쳐진다.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라고 말하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 그리고 인터넷 시대인만큼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문화현상 역시 저자의 관심 안에 있다. 한동안 인터넷에서 회자되었던 외계어에 대해서는 초기의 채팅문화에서 비롯된 구어체에서 더 나아가 문자 디자인 내지는 타이포그라피의 차원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보며, 2003년 1월 25일에 있었던 인터넷 마비 사태에 대해서는 정전이나 단수와 달리 왜 불편하지 않고 불안한지 문제를 제기한다. 이 밖에도 축구에서 혁명이 사라진 시대의 분출구를 읽어내고,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이광수의 소설 《무정》을 떠올리며 과외의 문화적 의미를 말하고, 인간복제와 관련해서는 복제 불가능성을 꿈꾸며 복제 메커니즘으로부터의 탈주를 욕망하며, 종로서적의 부도처리에 즈음해서는 종로서적이 문닫는 것보다는 종로의 상징이었던 종로서적에 얽힌 추억의 사라짐에 아쉬워한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현상들을 저자는 하나의 텍스트로서 읽어내고 느끼고 경험하면서 우리 시대의 문화적 의미들을 기록하고 있다. |